Cover (Made by Re0)
【개요】
2013년의 소녀 미츠하.
2016년의 소년 타키.
두 사람이 육교에서 카타와레도키로 만났다면?
황혼으로 엮어내는 또 하나의 이야기
【RE: 1부】
침대 밑에서 굴러온 ‘대답’의 정체는─
─오래된 술병이었다.
미츠하는 그 물건을 집어 들었다. 살짝 벗겨진 부분을 제외하고서는 이끼가 잔뜩 끼어있었다. 살짝 시큼한 알코올 냄새가 입구 쪽에서 새어나왔다.
“이거…… 쿠치카미자케?”
소녀는 이 물건을 바로 알아보았다.
‘우리 신사의 신체에 있어야 할 쿠치카미자케가 왜 이 병실 안에 있는 거지?’
이게 여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절초풍할 일인데, 거기에 뚜껑을 밀봉해놨던 실매듭까지 풀려 있었다.
─중환자실에서 술을 먹고 자면 어떡해요!
그 때, 자신을 깨웠던 간호사는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는 건, 설마……?
“그 때 마셨다는 게, 이거야?”
뒤쪽에서 소름이 등을 타고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으엑!
그 소름에, 미츠하는 자기도 모르게 감성 넘치는 감탄사를 터트렸다.
이 자식! 차라리 가슴을 만지든가! 아, 잠깐만. 그래도 가슴은 안 돼. 그럼 뭐가 좋을까……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참. 이걸 대체 어떻게 알게 된 거야? 게다가 마신 건 또 뭐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급기야는 바깥까지 들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한껏 비명을 질렀다. 이 사람을 다시 보게 된 미츠하의 움직임이,
‘잠깐.’
일순간 멈추었다.
왜 이 사람은 이걸 찾아냈을까. 왜 그 산을 올랐을까. 왜 이걸 마셨을까. 왜 이 사람은 내 목소리에 이 술병으로 대답했을까. 혹시 우리 둘이 몸이 바뀐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 미츠하는 눈을 감고 머리 쪽으로 모든 감각을 집중시켰다.
‘떠올려라. 떠올려라, 타키 군의 뇌여. 조금만이라도 좋으니까 나에게 기억을 나누어 줘.’
무슨 아이템을 손에 넣어야 진행되는 RPG 게임도 아니고, 남의 기억이라는 건 무언가가 곁들여져야 떠오르는 걸까. 대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살기에 머리가 이 모양이냐고, 괜스레 이 사람에게 시비라도 걸고 싶었다.
천천히 떠올랐다. 술병과 함께한 이 소년의 행적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신사의 신체. 쿠치카미자케. 신에게 바친 절반.
─몸에 받아들이는 것, 이어짐.
“……그렇게 된 거였구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후훗 하고 웃음이 나왔다. 아까까지의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을 힘차게 닦아냈다.
“나는 정말…… 바보야.”
나는 대체 뭘 하려고 했던 걸까.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맞아. 벌써부터 죽은 사람 취급하면 안 되지.
아직 살아 있잖아. 살려낼 수 있잖아.
그리고 실매듭.
이 실매듭이 우리를 다시 이어주었다. 3년 전까지 거슬러갈 것도 없이 지금 이 시간대의 우리를 이어주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이 실매듭에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이어졌다. 우리는 이어져있다.
그러니, 이어져있는 이 사람까지 내가 구해야만 한다.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까……!”
미츠하는 술병을 자기 눈높이까지 들어올렸다.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외쳤던 그 때의 다짐을 또 한 번 되새겼다.
이 사람은 이걸 마시고 나와 몸이 바뀌었다.
그렇다는 건 거꾸로, 이걸 내가 마시면 다시 몸이 원래대로 돌아갈 지도 모른다. 그렇게만 되면 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살짝 흔들어 본 술병에서 미약하게나마 찰랑 소리가 났다. 양이 꽤 줄어있긴 했지만 이정도면 충분했다.
“대체 얼마나 마신 거람.”
반쯤 감긴 눈으로 술병을 노려보던 미츠하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내가 지금 이걸 마시게 되면 누가 마신 게 되는 거지?
몸의 주인인 타키?
아니면 지금 몸에 들어와 있는 미츠하?
그럼 반대로, 누워있는 저 사람이 이걸 마시면 그건 누가 마신 게 되는 거지?
몸의 주인인 미츠하?
아니면 저 안에 들어있는 타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마셔야 하지? 이 쪽? 아니면 저 쪽?
“음……”
만약에, 정말 만약에.
이걸 지금 두 사람이 동시에 마시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거지?
바뀌다가 마는 걸까? 새로운 누군가가 끼어들어서 뒤죽박죽 섞이나? 그것도 아니면……
‘교차?’
그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
바뀌다가 서로 교차한다고? 어쩌면, 그렇게 하면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몸도 의식도 전부 초월해서 우리 둘이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좋아. 둘이 동시에 마셔보자.
‘나도 마시고, 타키 군에게도 이걸 먹이는 거야.’
그럼 이제 다음 단계.
내가 먹는 건 그렇다고 쳐도, ‘먹이는 건’ 어떻게 하지?
분명히 저 몸속에다가 이 술을 넣기는 해야 될 터인데, 무턱대고 입을 열어 들이부었다간 더 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잘못해서 엉뚱한 데로 들어가기라도 하면 대참사. 살리려다가 진짜로 죽일 수도 있다. 그러면 최소한 살인미수일 텐데.
아니면, 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 분께 부탁드려 볼까. “여기, 이 쿠치카미자케를 환자한테 투여해야 하니까 튜브 같은 것 좀 가져다주세요!”라고.
……병원에서 쫓겨나지나 않으면 다행일 얘기였다.
미츠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나와 이 사람이 동시에 마셔야 한다. 그렇다고 술을 몸에 냅다 들이부을 수도 없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혹시……’
……아주 조금씩, 조금씩만 넘겨주면 어떻게든 큰 탈 없이 먹일 수 있지 않을까? 입 안을 축이듯이, 조금씩 목구멍으로 넘겨주는 방법이라면?
하지만 그러려면……
그리고 내가 동시에 먹으려면……
…….
…………?!
………………?!?!!?
………………………………아.
자기가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는 발상이었다. 이제 슬슬 발상도 혈기왕성한 고등학생 남자애처럼 하게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긴. 타키 군이라면 해볼 만한 발상이지. 가슴도 맨날 만져댔는데 그런 생각이라고 못할 건 또 뭐야.’
그래도 할 수 밖에 없다.
그 방법밖에 없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신의 몸에 달려있는 호흡기는 코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 얼굴을 뒤덮는 형태는 아니었다.
가능하다. 이 방법은 쓸 수 있다.
─그래.
우리는 이 평범한 세계에 둘만 있을지도 모르는, 시간을 여행하는 사람들.
시간의 흐름을 따라 흘러가기도 하고, 때로는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괴짜 중의 괴짜.
그렇다면, 서로를 구하는 방법도 괴짜가 할 만한 발상이 아니면 안 되겠지.
마침내 각오를 다진 미츠하는 한 모금 정도 되는 양의 쿠치카미자케를 뚜껑에 따랐다. 자신의 절반이 병실 안의 빛을 받으며 잔속에서 찰랑거렸다. 심호흡을 크게 들이쉰 미츠하는 자기가 만든 그 술을 천천히 입에 넣었다.
윽, 시큼해, 냄새도 역하고, 타키 군은 이런 걸 잘도 마셨구나, 온갖 생각이 미츠하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이대로 삼킨다면 이 사람이 미츠하를 구할 때 사용했던 방법과 똑같은 방법이리라.
……삼키지 않고, 입 안에 머금었다.
다시 한 번 머릿속에 되새긴다.
천천히. 입 안을 축이듯이.
입 안 가득 쿠치카미자케를 머금은 채로,
미츠하는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의 몸 쪽으로 다가갔다.
인공호흡을 준비하듯이,
누워 있는 사람의 입을 천천히 열어젖혔다.
그리고─
그 입을 향해─
[Special Thanks]
너의 이름은 갤러리
BATTLEPAGE
[Original]
by 신카이 마코토(新海 誠)
[Written]
by 김누렁이
노란빛 하늘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사이 2 「네가 없는 세상」
- 完 -
Next. 「노란빛 하늘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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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코멘트]
(구판 기준) 면접 당시
??? : 꽤 괜찮게 쓰셨네요.
김누렁이 : 감사합니다
??? : 근데 후반부에 감정이 좀 쏠려있어서 과한 느낌을 받아요.
김누렁이 : 어떻게 수정해야 하죠?
??? : 감정 텀을 좀 늘리거나...... 업계 용어로 일명 절단신공이라는 게 있거든요.
김누렁이 : 오호라.
[작가 코멘트 2]
단행본은 좀 늦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기다려주시는 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크 새벽까지 핫산 감솨드립니다
ㄴ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후기 보고 구판하고 비교해보니 감정이 절제 되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