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츠하”
“타키”


이름을 주고받았지만, 그다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뭐랄까. 10년 지기친구를 10년 만에 만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너무 할 말이 많으면 말이 전혀 나오지 않는. 뭐 그런 거.


뭘 말해야 할까, 아, 저기?

 
남자도 그런 듯했다.

 

버벅거리는 남자의 모습은 꽤 귀여웠다.

얼마나 그렇게 시간을 보냈을까.


문득. 

필연적으로.

어쩌면 그 사람도 자신을 그렇게 바라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긴장이 풀려버렸다.


“풉”
“풉”


거의 동시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치 못된 장난을 결의한 개구쟁이처럼 깔깔 웃었다.


둘 다 동시에 뭔가에 생각이 닿았다.

아마 저 남자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분명 그럴것이다.

 

뭔가 헌팅 하는 것 같잖아.

갑자기 계단을 올라가다가 너의 이름은?


아. 오랜만에 웃었다.

정말로 오랜만에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다.


“아까 뭐에요 진짜.”


"혹시 ‘언젠가 만난 적 있느냐’라니, 헌팅의 단골 대사잖아요."


“너의 이름은?”

 

하. 하. 하. 이 친구가 못하는 말이 없네.


반격에  “여자는 세이프”


“뭐랄까. 그렇지만 정말인걸요. 어쩌면 우리는 전생에 연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생 같은 건 안 믿지만요.”


“그런 게 어디 있어. 하나만 해”
저도 모르게 반말이 튀어나왔다. 이 사람은 어쩐지 어릴 때 친구 같아서 가벼워지기 쉽다.


그렇지만 역시 초면에 반말은 그런가.
사과를 하려는데 다음 말이 입을 막았다.

 

“그럼, 현생의 연인은 어떻습니까?”
얼굴이 받쳐주니 이런 소리도 귀엽긴 한데, 역시 뭔가 깬다.


“너, 여자친구 사귄 적 없지?”


“당신도 없죠?”



이건 약간 짐심을 담아서  소리를 질렀다. 잘생겨서 봐주는줄 알아. 

“야, 너 몇 살이야!”


“농담입니다.”


마치 강아지 같다.


 .....
뭔가 쪽팔렸다.
타키가 보기에 이건 전적으로 고등학교 선생님의 잘못이었다.


뭔가 간절히 바라는 것을 성공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배운바가 없었다.

만났다.


분명 만난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물쭈물 얼마나 시간을 끌었을까.


문득 다음 기차생각이 났다.
는 왜 내렸을까. 다음 차를 탄다면 지각하겠지만 출근은 할 수 있다.

그녀도 그럴 것이다.


다음 차까지는 꽤 빠듯하지만 빨리 출발한다면 제때 역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어질 거야? 정말로? 이러려고 그렇게 헤맨 거야?
아무 말 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떠날지도 몰라.


만났는데, 그렇게 해어질 수는 없어.



는  그게 두려워져 고개를 들었다.


꽃향기 나는 바람이 응원해 주고 있다.

힘을 내자. 용기를. 좀 더 많은 용기를.


“저, 저기.”


문득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그 순간 그녀도 같은 감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 그렇지 않다는 게 위안이 되었다.
긴장이 조금 풀리고 나니 무슨 짓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신경 쓸 여유가 생겼다.


눈가를 그렁거리는  눈물을 닦는다.
눈물을 보고 웃는 사람을 본다.


거의 동시에 웃음이 나왔다.
기분 좋은 허탈함에 몸을 맡긴다.


푸하하.


어쩐지,
어렸을 때 아버지 몰래 장난치던 때가 떠올랐다.


“아까 뭐에요 진짜.”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장난기가 떠올랐다.


아직 이 나이를 먹고도 어른이 못된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입은 쉴 새 없이 놀려댔다.
자신도 같은 짓을 한 건 잠시 미루어도 좋다.


이 도시에- 우리 둘의 이야기에 신경 쓸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평소라면 어쩐지 쓸쓸한 구석이 있는 도시지만 이 작은 변수로도 온 천지가 사랑스러움으로 물든다.


이 도시의 사람들의 무관심은 쉽사리 관대함으로 바뀌어 느껴진다.
콩깍지가 이런 걸까. 아무렴 어때.


“혹시 ‘언젠가 만난 적 있느냐’라니, 헌팅의 단골대사잖아요.”


“너의 이름은?”


할 수만 있다면 ㅋ을 몇 번은 연타하고 싶다.

마치 익숙한 사람과 채팅을 하는것 같다.


조금 개구쟁이 같지만 사랑스럽다.


그녀는  ‘여자는 세이프’ 라는 말로 질책했다.


정말 그런 뜻으로 말했다기보다는 ‘너도 그래놓고 내빼냐’ 정도의 말임을 그도 안다.

혀가 주책맞게도 이상한 말을 했다.

술은 한모금도 안했는데.


“뭐랄까. 그렇지만 정말인걸요. 어쩌면 우리는 전생에 연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생 같은 건 안 믿지만요.”


“그런 게 어디 있어. 하나만 해”


“그럼, 현생의 연인은 어떻습니까?”

말을 뱉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이거야말로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대사가 아닌가.


“너, 여자친구 사귄 적 없지?”

바로 응징 당했다.


묵직하게 아프다.


그렇게 생각하니  입에서도 다음 말이 나왔다.

“당신도 없죠?”


“야, 너 몇 살이야!”

“농담입니다.”


갑자기 조용해졌다.

못할 말을 해서가 아니다.


그런 이유라면 진작에 해어졌을 만큼 심한 말들이 오갔으니까.

어쩐지 말이 조금씩 느려졌다.


해어질 때가 되어서야 간신이 깨달았다.

겨우 알았다.


우리는 대화가 끝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어쩐지 지금 헤어지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달라.
뭔가 달라.


우리는 뭐가 달라졌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다.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는 처음과 결과만이 중요하다.



우리는 무슨 말을 할지 안다.

사실 전혀 필요 없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미 아니까.


그렇지만, 서로 아는 게 같은지 확인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마치 소꿉놀이를 하는 것처럼.


의 관객.
의 배우.


다시 막이 올랐다.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


막간극은 끝난것이다.


우리는 이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머뭇거리지 않는다.
이미 십년 동안 충분히 준비했으니까.

마치 합을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입이 열린다.


“어차피. 지각인데. 오늘은 회사...”
“오늘은 나쁜 어른이가 한번 되어보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