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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팬픽] 타코야키




서로 만나 기억을 되찾고 동거합니다만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닙니다.

두 사람의 참으로 평화로운 일상 얘기입니다.

너무 심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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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키군, 빨리~ 이쪽, 이쪽.”

“알았다니까. 천천히 둘러봐도 돼.”

“그치만 구경할게 너무 많은 걸. 저쪽엔 노점도 있어!”

“그래, 그래, 알았어.”


모처럼의 휴일, 거기에 날씨까지 좋아 타키와 미츠하 두 사람은 집에만 있기엔 아깝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화 보러 갈래? 전번에 봤잖아, 패스. 뭐 재밌는 거 없을까 궁리하며 뒤적거린 마을 정보 전단지에 오늘 광장에서 프리마켓이 열린다는 걸 발견하고 그 길로 외출하여 광장에 막 도착한 참이다.

빌딩 숲 가득한 도심에서 몇 안되는 탁 트인 광장. 늘 그랬듯이 평소엔 운동하거나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오늘은 온갖 좌판들과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인도인이 유창한 일본어로 직접 만들었다는 에스닉한 수제 악세사리, 깔끔한 머리의 청년이 직접 만들었다는 신발들,‘집에서 만든 음악 팝니다’라며 각종 음악 CD -청취해보니 의외로 앰비언트 계열이었다- 를 진열한 대머리 남성,

직접 그린 동화책이에요- 라며 조고마한 손으로 크레파스를 쥐고 열심히 그린 흔적이 보이는 앞니 빠진 꼬마애의 동화책, 소재 몇 개 말해주면 타자기로 즉석 소설을 써주는 노신사, 물이 든 유리컵을 손등으로만 저글링하지만 한방울도 흘리지 않는 광대 등.

일반적으로 팔법한 여러 잡화들과 특별한 볼거리들이 눈에 다 안 들어올 정도로 세상의 모든 물건이 이곳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그에 못지 않은 사람들의 왁자지껄함이 인간미와 활기를 광장 가득 채우고 있었다.


“노점 가서 뭐 먹으면서 구경 할래?”

“그것도 좋지만 물건 구경 먼저. 뭐 먹고 있으면 물건 살 수가 없잖아.”

그렇게 콧노래를 부르며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는 미츠하를 뒷모습을 보며 타키는 그저 미소 지으며 따라갈 뿐이었다. 성숙한 어른이 보여주는 저 어린애 같은 모습이 싫지가 않았다. 아 또 뛰네. 위험하게.

그러다 미츠하는 어느 좌판대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끌리는 물건이라도 찾은 걸까?

“타키군, 이거 봐. 이거 이거!”

뭐길레 하면서 본 그것은, 타코야키 기계였다. 16 구멍짜리. 꽤 낡았지만 못 써먹을 정도는 아닌거 같다.

“타코야키 기계네.”

“응. 타코야키 기계야!”

“근데 이거 왜?”

“처음 봤어 이거!!”

“타코야키 기계를 처음 봤다고?”

“이거 있으면 축제에서나 볼 수 있는 타코야키를 집에서도 먹을수 있는거지, 그치?”

…아무래도 이토모리엔 타코야키 기계 파는 곳이 없어서 축제 때 한정으로나 먹을 수 있던 모양이다. 아니 그래도 1시간 거리의 외곽 쪽에 상점가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타코야키 기계를 안 팔았단 걸까.

그러고보니 생선 가게에도 문어는 없던거 같기도 하고, 얼마나 시골인거야 이토모리. 그래도 ‘이런 거 흔하잖아’라는 무감각한 말을 하면 풀이 죽을테니 조금은 저 초롱초롱한 눈빛같은 동심(?)에 어울려주기로 할까.

“오랜만이네, 학생 때 보고 처음인가.”

“타키군, 이거 알아?”

“알기만 하고 사본 적은 없어. 애초에 아버지랑 나만 살아서 별로 쓸일 없기도 했고.”

“헤에…. 저기 이거 얼마인가요?”

“에, 사려고?”

“응, 살 거야.”

“아니 뭐, 갑자기….”

“이런 곳 나올 땐 뭐 살지 정하고 나오지는 않잖아.”

“그렇긴 한데….”

너무 어울려 준거 같진 않은데, 어느새 타키는 -미츠하가 떠넘겨서- 타코야키 기계가 든 종이 봉투를 들게 되었다. 중고품이라 신품에 비하면 무지하게 싸게 샀기는 했지만-

“당연히 이것만으로 타코야키 못 만들어, 알지?”

“응, 재료도 사러가야지.”

“그럼 거진 둘러봤겠다. 마트에서 장 보고 돌아갈까.”

“어디 가, 저기 노점 가야지.”

미츠하는 타키의 팔을 잡고 노점 쪽을 가리켰다.

“…타코야키 기계 샀잖아.”

“샀지.”

“근데 노점 가서 또 뭘 먹겠다고?”

“먹고 장보고 돌아올 때 즘이면 또 배고플걸?”

“…….”

“…타키군, 지금 많이 먹는 여자라고 생각했지?”

째려보는 눈빛에 타키는 무심코 본심을 말해버렸다.

“…어, 조금?”

퍽! 미츠하는 타키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았다. 컥- 소리가 날 정도로 그것은 정말로 아팠다.






프리 마켓을 떠나 마트에 들릴까 했지만 모처럼이니 재래시장에 들러 타코야키 재료 및 채워야했던 식재들을 모두 구입하였다. 단 한가지 빼고.

타코야키가 타코야키라 불릴 수 있게 해주는 정체성 그 자체, 문어. 이거 말고 다른게 들어있으면 타코야키가 아니니까. 그렇게 해산물 가게 앞에 선 두 사람이었다.

“문어 종류가 생각보다 좀 있네.”

“용도에 따라 여러 녀석을 쓰는 거겠지.”

“얘는 다리가 엄청 가느다란데.”

“아, 그건 낙지야.”

“낙지? 문어랑 발음이 같은데?”

“발음은 같은데 종류는 틀려. 원래 따로 부르는 명칭이 있는데 그냥 타코라고 퉁치지. 타코와사비 만들 때 쓰는 가느다란 문어가 얘야.”


(* 문어(タコ, 타코), 낙지(テナガダコ, 테나카다코))

(* 타코와사비 たこわさび. 고추냉이와 문어 혹은 낙지를 버무려 숙성시켜 먹는 음식.)


“헤~ 그렇구나. 이거 사자.”

“아니, 이거 문어 아니라니까?”

“낙지도 자고 문어도 사면 되잖아. 맛 비교도 해보고, 다른 요리에 써도 되고.”

“듣고보니 좀 궁금하긴 한데. 식감 차이 나려나… 좋아, 구입.”

“얏호.”

“오, 이거 오랜만에 보네. 가문어.”

타키는 얇게 저민 문어 다리가 가득한 봉지를 집어 들었다.

“가(假)문어? 가짜 문어라는 거야?”

“그 뭐지, 훔볼트 오징어라고 엄청 큰 대왕 오징어 있잖아. 그거 다리를 얆게 썰어서 말린거야. 문어 다리랑 닮았지만 그래도 오징어라 가짜니까 가문어.”

“오~ 자세히 알고 있네. 역시 레스토랑 알바 출신!”

“알바할 때 형들이 쉬는 시간에 먹으라며 주고 그랬거든. 좀 얻어와서 아버지 술안주로 드리고 그랬는데. 심심할 때 그냥 먹어도 되고. 아 저기 썰기 전 다리도 있네.”

라며 가리킨 구석에는 50cm 자 크기의 거대한 오징어 다리가 있었다.

짙은 갈색빛과 굵기 덕에 흡사 나무 막대기와 같은 모양새였다.

“…저게 오징어 다리야?”

미츠하가 이 세상 물건이 아닌 듯한 걸 본 듯 멍한 눈으로 말했다.

“엄청 크지?”

“아니, 저기, 이거…몽둥이?"

믿기지 않는단 표정으로 오징어 다리와 타키를 번갈아 보았다.

"오징어 다리라니까. 씹으면 이 나갈 정도로 단단해서 맞으면 아플걸.”

그 말을 듣고 미츠하는 다리 하나를 집어 들어 조금 휘둘러 보았다.

“오오, 묵직하다.”

“장난 치면 안돼~.”

“저기, 타키군.”

“응.”

“한 대만 때려보면 안 돼?”

“응, 안돼.”

“고민도 안하고 즉답하네.”

“당연히 즉답이지! 아프다니까 그거! 게다가 왜 때리려는 거여요!”

타키는 예상도 못한 질문에 용케 대답하고 반박했다.

“자기가 몽둥이로 쓰기 좋다고 했으면서. 게다가 아까 뭐, 많이 먹는 여자라구?”

“자기 다리가 몽둥이로 쓰이면 오징어도 슬퍼할테니 그만둬 주세요~.”

어느새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수염 듬성한 주인 아저씨가 흐뭇한 미소로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미츠하는 황급히 다리를 원래 자리에 갖다놓았다.

“아직 신혼이신 모양인데, 나중에 남편 슬슬 말 안 들을 때 즈음에 사서 써먹어도 늦지 않아요. 나도 마누라한테 이걸로 징하게 맞았지. 하핫핫!"

아뇨 아뇨 우리 동거중이에요. 엥 그랬어, 허허 그래도 좋을때네. 자 자 싸게 해드릴게.

계산을 마치고 시장을 나와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미츠하는 오후 내내 올라있던 텐션과 달리 꿀 먹은 벙어리마냥 말이 없었다.

“미츠하 왜 그래? 어디 아파?”

“…어, 응? 으응, 아무 것도 아냐. 빨리 가자, 나 배고파."

어째 조금 당황한 모습이지만 배고픈 상태로 멍때린걸까. 딱히 문제는 없어 보이고 미츠하 말을 듣고 나니 타키도 허기가 들어 두 사람은 집으러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에 돌아와 씻고 옷을 갈아입고 식재 및 생필품을 모두 정리하자 비로소 식탁에는 타코야키 재료들만 남았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스마트폰으로 타코야키 레시피를 정독한 타키가 말했다.

“응, 일단 문어 먼저 데치는 거지? 저기, 문어 손질 내가 해봐도 돼? 한번도 해본 적 없어서 해보고 싶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타키를 보며 말했다. 보통 여자들은 문어 만지기 싫어할텐데, 하긴 이런 당당한 면도 미츠하의 매력이니 타키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다.

미츠하는 문어의 다리랑 몸통을 분리하고, 다리를 소금이랑 밀가루로 닦아 이물질을 제거하고 물에 행궈냈고 낙지도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준비했다.

"안 징그러워?"

"응? 그다지? 벌레같은 것도 아니잖아."

벌레는 만지기 싫다 이거구만.

“머리는 안 쓰는 거야?”

“내장이라던가 식감 때문에 보통은 안 쓸걸.”

“그렇구나, 조금 아깝네….”

“자자, 감상에 젖을 시간 없습니다. 제군.”

“네~. 다음은 데치기였지?”

미츠하는 낙지 다리를 조심스레 들어 물이 끓는 냄비에 천천히 넣었다. 축 늘어진 낙지 다리는 열을 받아 금세 짙은 분홍빛으로 변하며 오그라들었다.

낙지 다리를 꺼내 가위로 싹똑싹독 한입 크기로 잘랐다.

“와아, 제법 그럴싸하지 않아 타키군?”

“응, 처음 한거 치고 괜찮네. 한입 먹어 볼까.”

타키는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고 미츠하의 입에도 넣어주었다.

“오, 부드럽네, 이거.”

“그치, 문어의 쫄깃함이랑은 틀리지.”

“응 응, 출발이 좋네. 다음은 문어 삶자!”

처음 해본 낙지 손질이 잘된 미츠하가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낙지보다 조금 두꺼운 문어 다리를 들어 조심스레 냄비에 넣자 이내 색이 익어가는게 보이기 시작했다.

“낙지는 데쳐도 되지만, 문어는 두꺼워서 5분 정도 삶아야 해. 그리고 이것을~”

타키는 말하며 납작하게 썬 무를 문어가 든 냄비 안에 넣었다.

“무의 성분이 문어를 더 부드럽게 해주거든.”

“그렇구나~. 근데 무는 언제 썬거야?”

“너 낙지에 집중하고 있을 때.”

“헤~.”

“문어 익을 동안 반죽하고 다른 재료들 준비하도록 하자.”

“응!”

타키는 큰 볼에 밀가루와 전분 약간, 계란을 넣고 혼다시로 우려낸 맛국물을 부었다.

조미료는 심플하게 소금만으로. 원래 전분 대신 마를 갈아넣어야 한다지만 껍질도 벗겨야 하고 강판도 있어야 해서 번거롭기도 하니 생략.

문어랑 낙지 사는데 돈을 너무 쓴 것도 있다.

젓가락으로 재료들을 잘 섞자 약간 뻑뻑한 우유 같은 느낌의 반죽이 완성되었다.

“이 정도면 됐고…. 미츠하는 어때?”

“응, 나도 다 됐어.”

라며 말한 미츠하는 다진 파, 가츠오부시, 텐가스, 새우 가루와 소스 등을 쓰기 편하게 덜어낸 걸 보여주었다. 근데 저건 뭐지…. 비엔나 소세지?

“냉장고에서 꺼내다 보니 눈에 띄어서 준비해봤어. 문어 모양으로 볶기도 하니까 타코야키에 넣어도 어울리지 않을까!”

괴상한 논리지만 에헤헤-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미츠하에 설득 아닌 설득당한 타키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나이를 먹어도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면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문어를 건져내 잘 익었나 확인하기 위해 칼로 얇게 썬 한조각을 서로 입에 넣어보았다.

“음?”

“음!”

“음, 음, 음!!”

씹으면 씹을수록 우러나는 쫄깃한 감칠맛에 두 사람은 입을 벌리지도 못하고 계속 문어를 씹다가 겨우 삼켰다.

“맛있다! 처음 삶아본건데 이 정도면 성공 아냐?”

“응, 역시 미츠하는 기본적인 센스가 있어서 하면 다 되네.”

“헤헤~. 타키군이 도와준것도 있잖아~.”

칭찬 받은 아이의 얼굴로 타키를 쳐다보며 쑥스럽게 웃는 미츠하에게 타키고 웃는 얼굴로 화답했다.

문어도 한입 크기로 자르는 것으로 타코야키 재료들은 모두 준비가 끝났다.




타코야키 기계를 꺼내 식탁에 올려놓았다. 이제 보니 박스에 ‘타코야키 명인’이라고 쓰여있었다. 날 쓰면 누구든 타코야키 명인이 될수 있다! - 는 느낌의 자신감 넘치는 달필의 글자가 괜히 멋드러졌다.

기름솔에 식용유를 넉넉히 묻혀 틀의 구멍에 넉넉하게 발라주었다.

“기름 너무 많이 바르는거 아냐, 타키군?”

맞은 편에 앉은 미츠하가 말했다.

“이 정돈 해주는게 좋데. 타카기 녀석이 집에서 해먹어 본적 있다는데 대충 발랐더니 코팅이 덜 되 반죽이 다 들러붙어서 타코야키를 티스푼으로 긁어먹는 신묘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나.”

“…타카기 씨한테 좀 미안하지만 조금 웃을 뻔했어.”

“괜찮아. 그 녀석에 관한 거면 웃어도 돼, 낄낄.”

타키는 이죽거리며 두어번 더 기름칠을 칠했다. 이제 달굴 차례다.

“자 그럼…. 준비 됐습니까. 미츠하 씨?”

“네! 선장님!”

“왠 선장님?”

“그냥 생각나서 말했어~.”

뭐 선장이나 쉐프나 전두지휘하는 역할은 같으니 상관없나. 타키는 전원 스위치를 올렸다.





팟쉬흐응!!!!





“바...방금 무슨 소리야. 타키군?”

타코야키를 만들 때 절대 날 리가 없는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란 미츠하가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다.

“뭐야, 이거…. 잠깐, 설마?”

마찬가지로 놀란 타키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식탁 아래의 멀티탭을 살펴보았다. 연기는 보이지 않았지만 뭔가 타는 듯한 냄새가 올라왔다.

곧바로 일어나 기계 박스의 뒷면을 살펴본 타키는 아아- 소리와 함께 고개를 숙여버렸다.

“왜,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콘센트 변압이 기계 변압이랑 맞지 않아서 그래. 오버 히트라고 해야하나… 터졌어, 아주 그냥.”

기계를 살펴보니 기계에서도 탄 내가 나고 있었다. 

“좀 옛날 제품이라 전기 많이 잡아먹는 효율 떨어지는 녀석이었어. 전압이 400이나 차이가 나다니….”

“그…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멀티 탭도, 기계도 다 고장…났다는 거지, 응.”

멀티탭은 물론 타코야키의 기계 스위치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게 뭐야, 이런 게 어딨어. 타카기 녀석 몰래 놀린 벌인가. 명인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망이라니. 이거 은근히 무거워서 가지고 오는 길도 고행길이었다구.

타코야키 재료도 다 준비됬는데 왜 먹질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 운수가 좋더니만.

한 방에 두 개의 기계가 골로 가버린 걸 타키도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물론 더 신경쓰이는 것은-

“타코야키… 못 먹는 거구나.”

“…….”

미츠하는 이내 실망그런 얼굴로 한숨을 쉬며 야속할 정도로 번들거리는 타코야키 틀을 바라보았다.

어느 표정을 지어도 귀여운 미츠하지만 그래도 우울한 모습이라니 그건 싫어. 오늘 하루 종일 밝고 천진한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고 싶어.

타키는 속으로 생각하며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생각했다.

잠시 말없이 앉아있던 정적을 깨고 타키가 일어나며 말했다.

“미츠하, 우리 휴대용 가스버너 있지?”

미츠하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울적함이 묻어있었다.

“응, 그건 왜….”

“그거 세팅 좀 부탁할게….”

말을 꺼낸 후 타키는 베란다로 향했다. 미츠하는 어리둥절했지만 우울하게 가만히 있기도 싫어서 일단 타키가 말한대로 싱크대 밑에서 가스 버너를 꺼내 쓸 수 있는 상태로 준비하였다.

잠시 후, 타키는 몇가지 공구들을 가져오더니 타코야키 기계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타키군, 이거 고치려는 거야?”

“쇼트가 아주 나가서 고치는 건 무리지만… 어떻게든 쓸 방법은 있어.”

“?”

“기다려 봐. 타코야키 먹게 해줄게.”

타키가 기계를 계속 꼼지락거리며 만지는 걸 보고 있던 미츠하는 이내 눈치챈 듯 외쳤다.

“아, 뭔지 알았다!”

“이제 알았지. 자, 여기!”

타키는 기계의 열을 보내는 전기 계통 부분을 제외한 틀만을 분리해 가스 버너위에 올려놓았다.

“자 이걸로 명인의 일부 부활!”

오오~ 하며 미츠하는 자기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다시보니 기계 통째로 쓰는거보다 꽤 그럴 싸한 모습이기도 했다.

“잘 구워질까?”

“명인의 영혼을 믿어봐야지. 불 켤게.”




딱딱딱딱 소리를 내며 강불로 켠 후 기름솔로 두어 번 더 코팅을 해주고 연기가 오르자 불을 줄여 식혀주었다.

타키는 조심스레 계량컵의 뾰족한 부분으로 반죽을 틀에 붓자 슈와아 하는 소리가 부엌 전체에 퍼졌다.

“미츠하, 좀 도와줘.”

“응!”

두 사람은 서로 재빠르게 반죽이 담긴 틀 하나 하나에 재료들을 얹었다. 문어와 낙지를 먼저 얹고 파, 텐가스, 새우 가루, 마지막으로 다진 파.

눈밭처럼 하얗던 반죽 위가 형형색색으로 채워지자 다시 반죽을 부어 재료들을 덮었다. 그리고 강불.

곧 틀의 가장자리의 반죽이 익어가자 타키는 송곳 두 개로 구멍마다 경계선을 그었다.

“이제부터가 진짜지….”

타키는 미츠하 몫의 송곳을 건내주며 말했다.

“응, 나 힘낼게!”

어쩐지 타코야키 하나 가지고 비장한 분위기가 된거 같지만 둘 다 처음으로 구워보는 타코야키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자칫 허둥대면 진짜로 티스푼으로 긁어먹어야 할지도 모른다. 겨우 살려낸 명인인데 그럴 수는 없었다.

사각형으로 자른 반죽의 가장자리를 살살 가운데로 모으고… 한 송곳은 아래부터 뒤집어 주듯이, 나머지 하나는 그걸 보조하듯 위에서부터 아래로 해주면-

“됐다. 깔끔하게 모양이 나왔어!”

“나도! 내 것도 봐봐, 타키군!”

두 사람 다 깔끔하게 동그란 타코야키 모양이 잡혀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기뻐하는 것도 잠시, 나머지 14개의 반죽들이 포진해 있기에 부지런히 반죽을 뒤집었다. 아, 이건 실패다. 아앗, 나도. 좀 급했는지 몇 개는 깔끔한 모양이 나지 않았다. 

곧 모든 타코야키들이 동그랗게 모양이 잡혔다.

“이제 계속 굴려가면서 구워주면 돼.”

두 사람은 열심히 타코야키를 굴려가며 구웠다. 굴리면 굴릴수록 예쁘게 잡히는 모양과 노릇하게 탄 자국이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을 자극했다.

“이쯤이면 되겠지?”

“응, 너무 구우면 빵처럼 퍽퍽해질 거야. 겉은 바삭, 속은 촉촉. 타코야키의 기본이잖아?”

“미츠하 잘 아네.”

“이히히~.”

접시에 옮겨담고 소스와 마요네즈를 이리저리 뿌리고, 파래가루를 툭툭 쳐주고, 가츠오 부시를 소담히 얹어주면- 




“완성이다….”

“응, 완성이야 타키군….”

생각보다 괜찮은 비주얼이 나와 두 사람은 기뻐하기보단 오히려 경의로운 모습으로 바라보았다. 뜨거운 열기에 모락모락 춤을 추는 가츠오부시가 그런 마음을 더욱 부추겼다.

그래도 맛은 역시 먹어봐야 아는 법이다. 두 사람은 한 개씩 들고 조금 비장한 눈빛으로 마주 보았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살짝 바삭하면서 질깃한 껍질, 따끈하면서도 촉촉한 속, 그안에 숨겨진 쫄깃한 식감의 문어, 이 모든 것을 어우르는 각종 소스들의 조화. 이건 더할나위 없이-

“……맛있다!”

타키는 자기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처음 만들어본 게 이 정도라니. 문어를 아끼지 않고 넉넉히 넣은 덕일까, 어지간한 매점 타코야키보다 더 맛있었다. 내심 자신의 요리 실력이 자랑스러워졌다.

고개를 들어 미츠하를 보니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는 중이었다. 이내 꿀꺽 삼킨 미츠하는 가만히 있다가 그대로 식탁에 팔꿈치를 괴고 두손으로 눈을 가리며 입을 열었다.

“……타키군.“

“왜 그래? 맛 이상해?”

“……아니, 너무 맛있어 이거!!”

가린 손을 풀며 언제 그랬냐는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다행이다. 맛이 없는게 아니었구나.”

“맛 없을리가 없지. 타키군이 준비한 반죽. 내가 준비한 문어랑 낙지! 이건 말하자면...그 뭐지? 트레비앙! 트레비앙이야!!”

잘 모르는 단어까지 써가면서 맛있다고 표현하는 거 보니 맛있긴 맛있는 모양이다.

“이건 낙지 든 거였지. 어디….”

“응, 이건 이거대로 맛있네. 문어보다 부드럽게 씹혀.”

“그러게, 낙지를 넣어도 어울릴 줄이야. 살이 작으니 좀만 넉넉하게 넣으면 되겠다.”

맛있어를 연발하며 한알 한알 먹다보니 어느새 접시는 새하얀 바닥을 드러냈다.

“벌써 한접시 다 먹었네.”

“이거로 끝 아니지?”

“당연한 말씀. 이번엔 미츠하가 반죽 부어 볼래?”

“응, 해볼게! 명인 씨, 갑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계속 타코야키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비엔나 소세지도 넣어 보고, 김치를 넣어 맵게 만들어보기도 하고, 명란젓이나 초생강을 넣어보기도 하고, 누가 빨리 이쁘게 뒤집나 내기도 해보고,

상대방 모르게 함정용으로 야채만 들어간 걸 만들어 놓고 언제 먹나 견재하기도 하고 그야말로 해질녘 둘 만의 타코야키 파티였다.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자연스레 술이 땡겨서 맥주까지 마셔가며 먹던 파티도 어느새 종반부에 이르었다.

“아, 너무 맛있었다.”

“응, 타코야키 먹는게 이렇게 행복한 줄 몰랐어.”

미츠하는 마지막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 푸하-소리를 내며 캔을 내려놓았다. 취기와 흥이 어우러져 얼굴은 복숭아마냥 이쁜 분홍빛을 띄고 있었다.

타키는 그 복스런 얼굴을 턱을 괴고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말을 건냈다.

“저기, 미츠하.”

“왜에~.”

약간 꼬부라진 혀로 미츠하가 말했다.

“아까 집에 돌아올 때,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돌아왔어?”

미츠하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멍하니 쳐다보다가, 이내 생각이 났는지 얼굴이 더욱 붉어져 복숭아에서 사과가 되었다.

“그…그게… 생선 가게 아저씨가….”

“아저씨가?”

“신혼…인거 같다고 그랬잖아. 그래서….”

그런 거였나. 이제 동거한지 이삼개월 남짓 됐는데 신혼부부라는 새콤달콤한 단어를 듣게되어 부끄러워졌다 이거로군. 타키는 그런 미츠하의 반응이 귀여워 조금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음~ 미츠하는 나랑 신혼부부였으면 좋겠어?”

“엣, 뭐? 바…바보! 무슨 말을 하는거야! 갑자기….”

“싫은 거야? 그런가~ 미츠하는 나랑 부부인게 싫은거구나~.”

“아, 아니야! 그런거! 바보! 타키군은 바보!!”

“그런 바보랑 결혼해주시겠어요?”

조금 누그러진 눈빛으로 타키는 부드럽게 말했다.

이 말에 미츠하 얼굴색은 복숭아와 사과를 넘어서 대추처럼 붉어져 위험 경고같은 빛답게 완전히 오버히트 되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허둥지둥거렸다.

“에, 나, 그니까…, 타키군이랑 결혼, 어 저기 저기, 그니까요~. 아침엔 밥 해주고 저녁엔 밥 먼저요? 목욕 먼저요?라던가, 아우우…”

자기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횡설수설하며 손부채질까지 하는 모습이 심하게 귀여워 타키는 이거 조금 위험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에잇.”

어버버 거리고 있던 미츠하의 입 속에 마지막 남은 타코야키 하나를 넣어주었다.

받아 먹은 미츠하는 이내 두 팔을 내리고 얌전히 타코야키를 씹고 꿀꺽 삼켰다.

“맛있지?”

 먹는 동안에 진정이 된 미츠하는 동그란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를 놀렸다는 걸 알아챈 모양인지 조금 토라진 모습이다. 이런 모습마저도 귀여운 건 두말하면 잔소리겠지.




좀 누워있을래~. 미츠하는 천천히 일어나 불도 키지 않은 거실로 나가 쿠션 하나를 껴안고 그대로 누웠다. 타키도 옆에 앉아 쭉 편 다리에 미츠하의 머리를 살며시 얹고 스다듬어 주었다.

“타키군, 못 됐어.”

“미츠하가 귀여운 게 더 못된 거 같은데.”

다시 부끄러워진 미츠하는 팔을 휘둘러 타키의 옆구리를 맞췄지만 취기 탓에 힘이 하나도 없는 솜방망이 펀치일 뿐이었다. 그래도 타키는 미츠하의 기분에 맞춰주기 위해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장난스럽게.

“으우… 이러면 안되는데…졸려.”

“술 꽤 마셨으니까. 기록 갱신 아냐?”

“그런가…. 못된 타키군 좀더 혼내 줘야하는데…. 아, 저기.”

미츠하는 손가락으로 발코니 밖을 가리켰다. 보름달 하나가 구름 하나 없는 하늘에 말끔한 모습으로 빛나고 있었다.

“타코야키 같다, 저 달. 소스 안 뿌린 거.”

“그러네. 좀 더 노릇하게 익혀야겠다, 너무 하얘.”

“우음…, 오늘 먹은 타코야키… 참 맛있…었…지….”

부른 배와 알코올과 타키군의 스담스담에 이내 미츠하는 잠이 들어 고른 숨을 내쉬었다.

“혼내 준다고 하더니만….”

그러고 보니 양치질도 안하고 잠 들었네. 설거지도 해야 하는데 이래서야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뭐 아무렴 어때. 지금 이 느낌과 분위기를 좀 더 느끼고 싶었다.

“언제 또 같이 맛있는 거 해먹자, 미츠하.”

자면서도 들었는지 미츠하는 꼼지락거리며 좀 더 타키에게 다가왔다. 타키는 지긋이 웃으며 미츠하의 헝클어진 앞머리를 살며시 넘겨주었다.

잠 결에도 스치는 손가락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미츠하는 가만히 미소지었다.

그 미소를 보고 타키는 생각했다. 언젠가는 아까와 같은 장난스런 프로포즈가 아닌 진심 어린 프로포즈를 할 거라고.

한 사람 몫을 온전히 할 수 있게 됐을 때, 믿음직한 남자가 됐을 때 청혼을 할 거라고.

그 날 이후 다시 만나고, 같이 살게 된 이후 지금까지 삶의 원동력이 된 생각이지만 오늘따라 그 생각이 더 굳건해지는 것을 느꼈다.

창 밖의 달빛이 어두운 거실을 밝게 비춰주었다. 소원이라도 빌어볼까, 달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타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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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만에 후다닥 쓴 게 거지같은건 당연한 것입니다.

바빴다는 구차한 변명 따위 하지 않고 하루 한줄씩만 썼어도 이런 건 안나왔을 거시다.

무사히 참가 세이프 한거 의의를 두고 싶어용.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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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장족 진짜 존나 큽니다. 그리고 맞으면 아픕니다. (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