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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늦은 저녁의 도쿄역.
각양각색의 차림을 한 사람들이 제각기 떠들며 곁을 지나친다. 따지고 보면 도쿄의 모든 곳이 그랬지만, 무인역사에다가 사람이 두세 명 이상 있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이토모리 역과는 다른 세상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토박이들에게는 출퇴근, 등하굣길에 매번 마주하는 혼잡하고 시끄러운 모습에 지나지 않겠지만, 나와 같은 소위 촌놈들은 어릴 적 으레 동경하곤 하는 틀에 박힌 듯한 대도시의 풍경. 얼마 전의 자신이었다면 이런 뻔한 풍경 하나로도 분명 호들갑을 떨었으리라.
정작 처음으로 스스로의 두 다리로 이 승강장에 섰을 때도, 그리고 이곳을 떠나려 하는 지금도, 호들갑은커녕 말 한 마디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각각 달랐지만.
행인들의 옷차림이 바뀌고 완연한 가을 날씨에 접어들기 시작한 10월 첫 주. 며칠 사이에 꽤나 쌀쌀해진 초저녁의 바람이 불어와 역을 가로지른다. 나부끼는 머리카락을 이제는 없는 매듭끈 대신 자신의 손으로 살짝 붙잡으며 나는 도카이도 신칸센 승강장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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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스스로도 잘 알 수 없었다.
아침에 머리카락을 묶으며 타키와 오쿠데라 선배의 데이트를 생각하자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렸다고, 그대로 감정에 휩쓸려서 멀리 도쿄까지 왔다고, 이렇게만 설명하면 남들은 어디 드라마에서 흔히 볼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하겠지.
결코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데이트를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렇게까지 가슴이 먹먹할 리가 없다. 그 때 눈물과 함께 찾아온 것은 가슴이 아파올 정도의, 이어져 있던 무언가가 싹둑 잘려나간 듯한 지독한 상실감이었다.
상실감에는 필연적으로 그리움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단지 만나고 싶었다. 이 말로밖에 설명할 수가 없었다. 아무런 계기도 없는 상실감이라니 나 스스로가 보기에도 이상한 소리지만, 오늘이 아니면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확신에 가깝게 들었다. 그토록 가고 싶어하던 도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 자신의 몸으로 발을 내디딘 기념비적인 날이거늘, 만나고 싶다는 간절함은 기쁨이나 설렘을 앞서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억누르고 있었다.
그렇게 전화도 통하지 않는 상태로 도쿄역에서부터 롯폰기, 시나노마치, 요츠야, 신주쿠에 이르기까지 찾아 헤맸지만 허탕만 친 채로, 돌아가기 위한 열차를 기다리던 요요기역에서 그의 모습을 발견한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었다.
잘려나간 무언가를 다시 되찾은 것 같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래, 일본에 사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단 둘이, 신께서 정한 것처럼 뒤바뀐 특별한 인연이니 이렇게 만날 수 있었을 거야. 그러니까……
“네가 누군데?”
시간이 얼어붙는다는 표현은 이런 걸 가리키는 걸까?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었다고 생각한 다음 순간 나도 모르게 시선을 발 밑까지 떨구고 있었다.
아니야, 우리가 모르는 사이라니, 그건 말도 안 돼.
떠오르게 할 만한 단서는 얼마든지 있다. 타키 자신 외에는 아무도 모를 만한 사실을 말한다면, 적어도 생판 남이 아니라는 것은 믿어줄지도 모른다. 집 주소라던가, 아버지의 성함이라던가,
무슨 말이든지 좋았다. 설령 정말로 나에 대해 잊었더라도 분명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거라고 그 때는 확신했다.
“아……”
그렇게 다시 고개를 들어 쳐다본 그의 얼굴은 정말로 초면인 사람이 말을 걸어서 당황스럽다는 표정이었다. 그 얼굴이 눈에 비친 순간 입에 담으려던, 머릿속에 필사적으로 떠올린 말들이 전부 쓸모 없게 느껴짐과 동시에. 입은 위에서 쇳덩이가 짓누르는 마냥 닫히고 시선은 누가 잡아당기기라도 한 것처럼 맥없이 땅을 향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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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역은 요츠야, 요츠야”
얼어붙은 시간을 깨뜨리는 차내 방송 소리. 이윽고 열차가 역에 멈춰 선다. 여기서 마루노우치선으로 갈아타면 도쿄역으로 가서 이토모리로 돌아갈 수 있다.
문이 열리자 몇 분 전까지의 간절함은 온데간데없이, 그저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이 마음 가득 차올랐다. 그에게서 등을 돌려 인파를 따라 열차 문을 나선다.
“저기!”
다시는 나를 불러주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 목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돌아보았다.
“이름이 뭐야?”
인파를 뚫고 열차 안으로 돌아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생각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몸이 움직였다. 전해야만 해. 그렇게 생각했을 때 이미 나의 손은 머리를 묶은 매듭끈을 움켜쥐고 있었다. 문득, 머릿속 어딘가에서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때로는 돌아오고, 끊어져도, 다시 이어지고…… 그것이 무스비, 그게 시간이지」
「엄마의 소중한 추억. 네가 소중한 사람을 만났을 때, 길을 헤매지 않도록」
오래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아. 지하철에서 갑자기 말을 걸었던 이상한 여자로 기억 한구석에 남아도 좋아. 이 끈이 방구석에 내팽개쳐진 채로 먼지만 쌓이더라도 상관 없어. 그러니까.
“미츠하!”
끊어져도 다시 이어질 “무스비”를, 엄마가 남겨주신 이정표를 풀어, 곧 닫히려는 문과 쏟아져 나오는 인파 너머의 그에게로 있는 힘껏 던진다. 아침부터 가슴 속을 짓눌러온 불길함에 대한 최대한의 저항을, 말로는 전할 수 없었던 벅차 오르는 마음을, 그리고 그의 기억 한구석에나마 새겨지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서.
“내 이름은…… 미츠하!”
허공에 춤추는 매듭끈의 반대쪽 끝을 향해 그가 손을 뻗는 것을 마지막으로, 타키의 모습은 곧 닫히는 문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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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행 신칸센의 도착을 알리는 방송이 생각에 잠겨 있던 나를 현실로 되돌린다.
승강장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열차가 몹시도 반갑게 느껴진다. 그토록 동경했고, 타키의 몸으로 너무나 즐겁게 지낸 도쿄이건만, 지금은 그 모두가 신기루처럼 덧없게 느껴진다.
그에게 매듭끈을 전한 것은 마지막 몸부림 같은 행위였을 뿐, 그가 나를 결국 알아보지 못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매듭끈을 통해 그가 나를 기억해 준다는 보장도 없다. 처음 이토모리를 떠날 때의 그리움, 그가 나를 잊었다는 슬픔,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마음 속에 소용돌이치는 것을 견딜 수 없어서, 그저 이토모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열차의 문이 열리고 나는 도망치듯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지긋지긋한 이토모리에서 그렇게나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던 도쿄로의 인생 첫 방문은 그렇게, 설렘 대신 씁쓸한 기억만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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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베개에 파묻고 있던 얼굴을 들고, 일어나서 앉은 채로 마침 옆에 세워져 있는 거울을 쳐다본다. 헝클어진 머리와 여태껏 갈아입지도 않은 교복 와이셔츠, 그리고 새빨개진 눈. 초췌하기 그지없는 몰골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어깨 위로 가지런하게 잘려서 아직 길이가 익숙하지 않은 머리카락이다.
밤늦게 이토모리역에 도착한 나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가로등도 몇 없는 늦은 시간의 시골 마을 거리에는 행인이라곤 거의 없이 적막함만이 가득했다. 깊고 푸른 시골 하늘과 거기에 비치는 별빛, 그리고 그 하늘을 품은 채로 일렁이는 이토모리 호의 수면만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대도시의 하늘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던 무수한 별들은 나를 반기는 것 같기도, 위로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길로 집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할머니께 부탁 드려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이었다. 더 이상 묶을 매듭끈도 없어서, 그냥 시원하게 잘라버리기로 했다. 할머니는 그렇게나 애지중지하던 매듭끈을 어찌했냐면서 잠시 놀라는 눈치셨지만, 곧 묵묵히 나의 부탁을 들어주셨다.
엄마가 가르쳐주신 대로 늘 묶던 머리카락이 뭉텅 잘려나갈 때마다 복잡한 기분이 들었지만 마음을 정리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다. 눈물까지는 막아주지 못했지만.
시계는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다. 죄 없는 베개와 이불에 감정을 실컷 쏟아내니 조금은 후련한 기분이다. 지금은 손이 닿지 않는 도쿄 어딘가에 타키와 함께 있을, 더 이상 머리에는 묶여있지 않은 매듭끈을 찾으려는 것처럼, 나는 손을 등 뒤로 뻗어 뒷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엄마, 정말로…… 헤매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래. 어쩌면 다시 뒤바뀔지도 몰라. 설령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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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눈꺼풀을 쿡쿡 찌른다. 이제 일어날 시간이라고.
밤새 울다가 알람도 깜박 안 맞추고 새벽 늦게 잤는데, 조금만 더 쉬게 해 주면 안 됐던 걸까. 매정한 해님을 원망하며 이불을 걷어내고 상체를 일으킨다.
눈을 살포시 뜬 채로 햇살이 들어오는 방향을 돌아본다. 평소와 다름없는 내 방 창문이다. 방 안 구석구석을 돌아봐도 마찬가지로 익숙한 모습만이 시야에 가득했다.
“……역시, 안 바뀌었구나”
바로 바뀔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다.
괜찮아. 내일이라도, 모레라도, 며칠이 걸려도 뒤바뀌기만 한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그 때 드르륵 하고 미닫이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요츠하가 서 있었다. 한심하다는 얼굴로 잠꾸러기 언니를 닦달하는 평소의 표정이 아니라 어딘가 측은해하는 모습.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도 안 했는데, 역시 눈치가 빠르구나. 내 동생.
요츠하는 말없이 방으로 걸어 들어오더니, 노트 몇 권을 내게 건넸다.
“이거, 사야 언니가 전해달래. 어제 수업 필기라고. 어제 언니가 밤늦게 와서 못 줬어”
“응, 전해줘서 고마워”
“그나저나 어제부터 무슨 일이야? 머리는 갑자기 싹둑 자르질 않나, 지금도 우울해 보이는데 무슨 일 있던 거야?”
요츠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는다. 털어놓고는 싶지만, 과연 믿어 줄지를 떠나 초등학교 4학년이 이해하기에는 조금 복잡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아니야, 그냥 왠지 자르고 싶어서……”
“진짜?”
“응. 정말로 별 거 아니니까”
“그럼 오늘은 나 먼저 갈게. 언니 말은 그렇게 해도 역시 우울해 보이고”
요츠하는 그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갔다. 중간중간 내 방 쪽을 돌아보기라도 하는 건지,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가 몇 차례인가 끊겼다. 조금 얄미운 구석은 있어도 착한 아이라고 다시금 생각했다.
“어디 보자, 어제 고전문학 시간은……”
요츠하에게 건네 받은 사야의 노트를 펼친다. 어제 수업 시간에는 와카(和歌)를 다룬 모양이다.
「그 사람을 생각하며 잠들었기 때문에 꿈에서 나온 걸까?
꿈인 줄 알고 있었다면, 눈을 뜨지 않았을 텐데
– 오노노 코마치」
“……하하…… 이거, 완전…… 내 얘기잖아……”
……역시, 꿈이었던 걸까?
참고 참았던 눈물이 기껏 빌려준 노트를 적실세라 재빨리 노트를 덮었다.
결국 그 날도 학교에 갈 기분이 나지 않아, 이틀 연속 땡땡이를 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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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을 보러 텟시와 사야까지 셋이서 근처 언덕으로 가기로 했다.
내가 앞장서고, 둘이 뒤를 따라 비탈길을 오른다. 산골이다 보니 도쿄에서보다도 좀더 쌀쌀한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온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낄 때마다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짧아진 머리가 새삼 느껴진다.
“머리는 싹둑 자르고, 학교를 이틀이나 땡땡이 치다니…… 역시 남자 문제인가? 실연이라던가……”
“남자들은 하여간 뭐든 연애랑 결부시킨다니까…… 그냥 자르고 싶었다잖아”
다 들린다니까, 너희들.
입으로는 굳이 꺼내지 않았다. 사실이기도 하고.
이윽고 고갯길 꼭대기에 오르자, 하늘 위에 펼쳐진 환상적인 정경에 순간 말문이 막힌다.
“저기 봐! 보인다!”
1,200년마다 지구로 찾아온다는 티아매트 혜성. 태어나서 처음 보는 혜성은 사진 같은 데서 보던 것보다도 훨씬 거대하고, 그저 한없이 아름답기만 했다. 무지개색의 꼬리를 끌며 천구를 횡단하는 커다란 혜성은 평생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장관을 하늘에 펼치고 있었다.
……일생에 둘도 없을 이런 장관을, 너와 함께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도 지금 지평선 너머 도쿄에서 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니?
이 환상적인 광경은 너의 기억 속에도 오래도록 새겨지겠지. 일루미네이션 같은 행사가 일상인 도쿄 사람 기준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우니까.
내 이름도, 얼굴도, 이 광경보다 훨씬 희미하게나마 너의 기억에 새겨졌다면 좋을 텐데.
문득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쳤다. 별똥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지금 하늘에 보이는 건 별똥별이 아니고 혜성이지만 뭐 괜찮겠지. 크기도 훨씬 크고, 금새 대기권에서 타버리는 별똥별과 달리 오래도록 존재하는 게 혜성이니까 더 신통하면 신통했지 문제는 없을 것이다. 천문학에도 관심이 많은 텟시에게 들은 이야기니 아마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빌고 싶은 소원은……
“미츠하”
“응?”
“오늘 아침부터 표정이고 목소리고 간에 어둡기만 한데, 진짜로 무슨 일 있었냐? 안좋은 일 있으면 말해줘. 도움 줄 수 있는 데까지는 줄 테니까”
……미안해, 텟시. 너희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거였으면 진작에 말 했을 거야.
스마트폰을 들고 메모 앱을 켠다. 촌구석 생활이라는 이름으로 쭉 나열되어 있는 타키의 메모. 분명 타키는 나를 기억하지 못했는데 이 메모만큼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처음 뒤바뀔 때의 당혹스러움부터 그간 타키가 쳤던 온갖 사고들, 그걸 수습하느라 힘든 나머지 온갖 불평과 나날이 늘어가는 금지사항을 늘어놓던 나의 대답들, 어젯밤에 썼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은 마지막 메모까지. 하나하나가 그와의 소중한 추억들이다.
나는 편집 메뉴로 들어가 메모 전체 선택을 터치했다.
“미츠하, 혹시, 그……”
“왜? 텟시”
“진짜로 연애 문제야? 맘에 둔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사야의 질문에 대한 답을 때마침 불어온 세찬 바람이 갈대밭을 흔드는 틈을 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중얼거린다.
“응, 있었어. 과거형”
지금 내가 빌고 싶은 소원은……
이 마음을, 잊게 해 주세요.
삭제 버튼을 터치하며 나는 단 하나의 소원을, 둘로 갈라지기 시작한 별에게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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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츠하의 몸으로, 사당이 있는 산 정상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아무리 미츠하의 체력이 좋은 편이라지만, 미야미즈 신사에서 봉납하러 갈 때나 지나는 길인 탓에 정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등산로를 뛰어서 올라가는 데는 역시 체력 소모가 극심했다. 자전거는 중간에 절벽에 떨어져서 망가진 지 오래. 슬슬 숨이 가빠오는 것이 느껴졌다.
정상에 도착한 뒤도 문제였다. 때로는 돌아오고, 끊어지고, 다시 이어지는 것이 무스비, 그리고 시간. 그 말 하나를 믿고 해본 도박이 성공하여 나는 3년 전으로 올 수 있었고, 이번에도 그 말만을 의지하여 미츠하와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무턱대고 사당으로 향했다. 하지만 내가 그랬다 한들, 미츠하도 과연 3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올 수 있을까?
설령 만난다 해도, 미츠하가 과연 토시키를 설득할 수 있을까? 그렇게 오랫동안 갈라져 살아온 부녀가 고작 몇 시간 내로? 불확정 요소가 너무나도 많았다. 혜성 낙하를 앞두고 1분 1초가 소중한 지금, 나는 엄청난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수많은 불안은 이윽고 실체를 가지고 나의 체력까지도 좀먹기 시작한다. 정신적으로 내몰리니 숨이 더 빨리 차오르는 것만 같았다. 더 이상 달릴 힘이 나지 않았다. 흙투성이인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가쁜 숨을 고른다.
“헉…… 헉…… 아냐, 지금은 이럴 시간이……”
툭.
어떻게든 추스르고 일어서려 하는 중 들린 소리에 앞을 바라보니, 교복 앞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손을 뻗어 폰을 줍자, 어딘가에 부딪혀서 전원이 켜졌는지 화면에 새 메모가 있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보였다.
미츠하와 뒤바뀔 때, 미츠하는 자신의 메모를 꼭 내가 확인하게끔 하기 위해 아침마다 알림을 설정해두곤 했다. 아침부터 혜성 건으로 정신이 없어서 스마트폰을 확인할 겨를도 없어서 이제야 발견한 모양이다.
그럴 상황이 아님을 알면서도 저절로 손이 움직였다. 이윽고 메모 내용이 액정 위에 펼쳐진다.
「안녕, 타키.
혹시 아직 나를 기억 못 하니?
기억 못 한다면, 어제 요요기역 츄오선에서 네게 말을 걸었던 사람이 나야.
솔직히 모르겠어. 네가 왜 나를 잊어버렸는지.
뒤바뀌면서 보낸 수많은 시간도 역시 모두 꿈이었던 걸까?
오래 전부터 알던 그 목소리인데, 내가 좋아했던 너의 목소리인데.
날 태어나서 처음 보는 듯한 너에게 무슨 말을 할지 몰라서, 어제는 그대로 돌아와 버렸어.
이걸 네가 읽고 있다는 것은 다시 뒤바뀌었다는 거겠지?
기억에도 없는 낯선 풍경에 지금쯤 당황하고 있겠네.
너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준 너에게,
이토모리에서 내가 주변에 쌓던 벽을 깨뜨려 준 너에게,
매번 메시지를 통해 전해져 온 너의 상냥함에 지금까지도 감사하고 있어.
이제 와서 그 때 마음을 전해둘 걸 하고 후회하는 자신이 조금 미워지는걸.
설령 그랬더라도 결국 날 잊고 말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를 잊어버린 너라도 좋아해, 타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해서 혼란스러워할 너에게 갑작스레, 그것도 메시지 고백이라니, 미안해.
왠지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꼭 전해둬야 할 것만 같았어.
애초에 직접 만나서 말할라고 했더니 차버린 건 너니까 말야.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어.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지도 모르겠네.
설령 네가 다 잊어버렸다고 해도 괜찮아.
나에 대한 기억이 전부 사라졌어도, 다시 1부터 시작하자 」
“하하, 진짜…… 바보 같은 애라니까. 요즘 세상에 메시지로……풉”
어이없어하는 웃음소리를 흘리며, 나는 다시 일어선다.
다시 한 번, 있는 힘껏 달린다.
이제 아무 것도 무섭지 않다. 아무도 두렵지 않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필사적인 이유를, 겨우 알았다. 나는 사랑을 하고 있다. 우리는 사랑을 하고 있다.
그러니 구할 거야. 모두를 구할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별이 떨어지더라도, 죽게 놔두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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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세-이프
쳐내고 쳐낸데다가 마무리가 급해서 퀄 저하 심각...ㅈㅅ
그냥 쓰고싶던 소재 쓴 데 만족해야할듯
일단 이 만화를 보고 떠오른 이야기임
(출처: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yourname&no=604174 )
그리고 마지막은... 그냥 소설판 그 부분을 타키 버전으로 쓰고 싶었던 건데 날로먹은 걸로 보일수도... ㅈㅅ
아 저 만화 ㅠㅠㅠㅠ
시노센세 만화자나 저거 ㅠㅠㅠ
저 만화 ㅠ.ㅠ 잘 봤습니다
저 메시지 감동적이네요 ㅠ.ㅠ 불쌍한 미츠하 ㅠ.ㅠ
거의 같은 소재를 채용했는데 이렇게나 다른 글이... 역시. 잘 읽고 갑니다.
아 중간에 사야카가 묻는걸 텟시라 대답하는부분 있는데 오타임 ㅈㅅ.. 윾식아 수정좀풀자.. - dc App
우럭따.... 몰입이 잘 됐습니다. 미츠하의 시점으로 바라본 혜성낙하 전날의 이야기가 아주 감명깊었습니다.
그래 이거야.... 다레오마에 이후의 이야기!!! 정은콘이 모든걸 말해주지만 그래도 댓글로 다시 남기고 갑니다. 잘 읽었어요.
만화랑 연계시키니 정말 잘읽힙니다.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은 장면을 이렇게 글로 접하는 것도 새롬네요. 잘봤습니다.
마지막 메세지에서 소름 돋았습니다 진짜 잘 읽었습니다
이거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마음에 들어서 신중하게 댓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에 자꾸 미루다 영영 댓글을 안 달게 되겠더라고요ㅜㅠ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만화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원작에서 다루지 않은 시간에 일어났을 법한 사건과 심리를 다루는 것도, 소설판 미츠하와 대비되는 타키의 입장을 서술한 것도 좋았어요.
끝날 거라고 생각한 곳에서 끝나지 않고 타키사이드가 나와버리니 적잖게 놀랐습니다. 미츠하의 테마 이후부터 사망 전까지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IF가 나와버리니 꽤 많이 놀라버렸네요. 잘 읽었습니다.
거기 좀 갑작스러운게 마감에 쫓긴 마무리의 폐해임 - dc App
미츠하 사이드의 마지막이 너무 글이 끝나는 분위기였음 글의 순서를 살짝 바꿔서 중간에 타키 부분을 집어넣고 미츠하 사이드 마지막과 타키사이드 마지막을 동시전개하는 느낌으로 하셨다면 더 좋았을 듯
아 근데 생각해보니 제대로 썼어도 거기 넘어가는건 별로 변한건 없었을듯 첨부터 그부분은 정해뒀던 내용이어서 - dc App
타키 사이드의 '액정 위에 펼쳐진다' 부분 뒤에 미츠하 사이드 마지막 부분이 나오고 타키 사이드의 미츠하 메시지로 엔딩! 제 취향의 연출이지만 그렇기에 이런 형식이 더 좋았을 거 같아요
그생각 안했던건 아닌데 미츠하의 심리가 상심 -> 일말의 희망 가지고 메시지 남김 -> 아침에 단가 보고 역시 꿈이었겠구나 하고 한탄하고 혜성보러가서 메시지 지움 인데, 그러면 너무 분위기가 희망찼다가 다시바닥찍다가 하고 기복심해질거 같아서 본문대로 했었음.. 그냥 해도 괜찮았을거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 dc App
저도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 저한테 더 좋았을 것 같은 연출을 말했을 뿐이니까요. 님한테 좋았다면 그게 좋은 것!
도쿄를 떠나 이토모리까지의 부분에서 과장되지 않고 절제된 감정 표현들이 좋았다. 그러면서도 부족하지 않은, 미츠하의 슬픔은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점. 그리고 가을 축제날의 미츠하의 심정이 좀 더 자세히 나온다는 점이 좋네. 다만 역시 시간에 쫒겨서 그런지 타키 사이드가 뭔가 아쉬운 느낌
감독이 쓴 소설판을 아직 읽지 못해 소설 본편의 묘사가 어떠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글이 주는 느낌이 그와 흡사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영화의 해당 장면들과 감정을 글로 잘 옮겼다고 생각합니다. 글쓴이와 일부 독자들이 지적한 용두사미 문제는, 글쎄요, 전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잘 읽었습니다!
굳이 지적하자면, 타츠하 시점 세 번째 문단의 어색함? 사건의 시간순 배열을 생각했을 때 조금 뜬금없어, 술술 읽다가 탁 막히는 부분. 이 부분 때문에 뒷부분 어쩌구 이야기가 나온 거라면, 그럴 수 있겠네요.
감상들 감사합니다 탈고때 열씸히고쳐볼게용 - dc App
작품의 배경과 시점이 아주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작품 하나 나왔으면 했는데 여기 있었네요 머리속에서 원작과 대비되어 다른 시점이란 생각으로 보게 되는데 자동으로 미츠하 테마가 재생되더니 정말 너무 애잔하고 가슴이 아려왔습니다ㅠ... 눈물까지는 막아주지 못했지만 아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고전문학시간 흑흑ㅠㅠㅠㅠㅠㅠㅠㅠㅠ 코믹스에 유카타 혜성씬에서만 언급된 '이 하늘 타키도 보고있을까' 라는 문장이 생각났습니다 '이 마음 잊게 해주세요' 아래 흰 글씨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 마지막 메모도 그렇고 원작 소설에 스키다 부분에서 미츠하의 감정을 표현한걸 활용하는것도 그렇고 정말 뽕 최대치의 작품이 아니였나 싶었습니다 워낙 몰입하며 읽어서인지 평가같은건 생각도 못하고 심취해서 봤어요
다만 다 읽고서 생각해봤을때 후반부가 좀 더 세세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갑자기 너무 급박하게 전개된거 같다는 느낌이 있어요 그리고 정말 심취했던 미츠하 사이드와는 달리 타키 사이드에 약간의 위화감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감명깊은 작품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7점 드렸었어요
감사합니다 MUSUBI.. 후반부는 순전히 마감에 쫓긴탓ㅜㅜ 퇴고때 열심히손봐야..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