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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 ~ 미정)「노란빛 하늘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2차 수요조사 진행중 ☜
─가슴이 쿵쾅거린다.
머릿속에서 뭔가가 비명을 지른다. 왠지, 이대로 보내면 안 된다고, 반드시 잡아야만 한다고, 나를 알고 있는 이 소녀를 놓아줘서는 안 된다고, 그렇게 온 몸에서 재촉하고 있는 것만 같다.
네가 누군데,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야?
네가 누군데, 나를 끌어안고 울어?
네가 누군데, 너를 잊어달라고 한 거야?
잊어달라고? 꼭 행복하라고? 그게 ‘처음 보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일 리가 없잖아. 어쩌면 나는 너를 알고 있을지도 몰라. 너는 나도 모르게 잊어버렸던,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되었던’ 사람일 지도 몰라.
참을 수 없다. 이 궁금증을 참을 수 없다.
대체 누구지? 누구야?
누구냐고?!
그 궁금증이 뇌를 뜨겁게 달구었다. 치지직 소리를 내며 어딘가가 타들어갔다. 증기를 내뿜을 것처럼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자신의 팔이 증기기관처럼 움직였다. 그 팔을 뻗어 소녀를, 소녀의 팔목을 있는 힘껏 붙잡았다.
소녀의 팔을 자신 쪽으로 잡아당겼다.
넌 대체, 누구야?!
“가지 마, ─!”
어라.
잠깐.
머리가 급속도로 식어버렸다.
자기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자기가 말하고서 자기가 잊어버린다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 소리인지는 잘 알고 있지만, 방금 전에 자기 입에서 나온 단어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뭐라고 말했지?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온 거지?
그러다가, 자신이 소녀를 품에 안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아차.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처음 만난 여자애를 이런 식으로 껴안다니. 빨리 놔주고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까딱하면 마음이 바뀌어서 안 보내주겠다고 으름장이라도 놓으면 큰일이잖아.
─놓을 수가 없었다.
“……불러……줬어……?”
품에 안긴 소녀의 숨소리가 가빠졌다.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소녀가 자신을 올려다보았다. 내려다 본 곳에서, 소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내 이름…… 불러줬어?”
소녀의 표정이 놀라움 반으로,
“내 이름……”
기쁨 반으로 물들어갔다.
“기억하고 있어……?”
미─뭐?
그게 이 소녀의 이름?
다시 한 번, 그 입모양을 흉내내보았다.
“―…… 츠…… 하…….”
흐릿하다.
한 글자씩 부르니까 의미를 알 수가 없다. 이번에는 또박또박 불러본다.
미, 츠, 하.
오. 말했다.
확실히, 사람 이름인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불러보았다. 미 츠 하.
부르기만 했을 뿐인데 입에서 웃음이 새어나온다. 착착 입에 감기는 이름이다. 이름을 입에 담을 때마다 소녀의 표정이 달라진다. 이 광경을 바라만 봐도 즐거워진다. 스위치를 누르면 까꿍 소리를 내며 튀어나오는 장난감을 보는 것과도 같은 즐거움이 느껴진다.
몇 번이고 불러줄 수 있을 것만 같다.
끝없이 그 이름을 입 밖에 꺼내어 본다. 미츠하.
미츠하.
미츠하. 미츠하. 미츠하.
너의 이름은──미츠하.
거기까지 불렀을 때야 깨달았다.
왜 이 소녀의 이름이 입에서 나왔는지를 깨달았다.
그럴 수밖에.
여기까지 오면서, 줄곧 그 이름을 되뇌었으니까.
모든 걸 걸고서 찾았던 이름. 모든 걸 걸고서 구하고자 했던 이름. 다시 나를 구하러 달려 온 사람의 이름. 그 이름을 끝도 없이 마음속에 새기려 했으니까.
머리는 기억하지 못해도 그 입이, 마음이 기억했다. 그 마음이 몸의 그 어느 기관보다도 더 먼저 본능적으로 그 이름을 외쳤다.
이름을 불린 소녀의 눈에서, 수정구슬처럼 투명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소녀의 입에서 어린아이와도 같은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슬픔이 아닌, 기쁨으로 가득했다.
온 몸을 껴안은 팔은 아까보다 더 애틋했다.
가슴을 적시는 눈물은 아까보다 더욱 뜨거웠다.
타키도 그에 보답하기 위해, 자신의 품에 안긴 소녀를─
미츠하를, 더욱 힘껏 안아주었다.
왠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 뭉클함이 물방울이 되어 뺨을 타고 흘렀다.
서로에게 맞닿은 마음이, 서로에게 고동소리를 전해주었다.
그래.
이런 게 기적이지.
기적이란 게 시간을 넘어서 몸이 바뀐다든지, 그 시간 속에서 서로 만난다든지, 없어졌던 일기가 다시 돌아온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마을 하나를 혜성으로부터 구한다든지.
그렇게 거창할 필요까지는 없잖아.
그런 것만 기적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잖아.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는 것.
네가 나의 이름을 부르는 것.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단 한 마디의 말. 어찌 보면 하찮게 보이긴 해도, 그 작은 말조차도 우리에게는 커다란 기적이야.
마치, 갓난아기가 처음으로 '엄마'와 '아빠'를 부르는 것처럼.
자신의 마을을 구하기 위해 소녀가 이루어낸 혁명.
그 소녀를 찾기 위해 소년이 걸어온 여정.
조각났던 두 가지 기적이, 서로를 품에 안았다.
“……오래 걸렸네. 우리.”
“응…… 그래도…… 다시 만났잖아…….”
마침내, 우리는 다시 만났다.
몸이 바뀌거나 한 것도 아닌 서로의 모습으로.
바로 여기.
우리의 모든 게 시작된 이 장소.
─노란빛 하늘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근데…… 타키 군. 왜 아까는 날 못 알아봤어?”
궁금해진 미츠하는 물어보기로 했다. 왜 아까까지는 기억을 못했는데, 뒤늦게 기억이 돌아오기라도 한 걸까. 투명하게 노란색 빛을 흐트러뜨리는 미츠하의 두 눈이 ‘대체 뭘까?’라는 눈빛으로 타키를 쳐다보았다.
“어? 아. 그게……”
대답이 바로 나오지는 않았다. 무언가를 고민하는 뉘앙스로 한참을 ‘끄응…….’ 소리만 내었다.
“아, 맞아! 머리!”
머리……?
“……뭐?”
그 말에, 미츠하는 자신의 머리를 만져보았다.
왠지 머리카락이 짧았다. 병실 안에서는 긴 머리였는데? 아, 맞다. 복장도 3년 전 교복으로 되돌아갔었지. 그럼, 난 지금 머리도 3년 전의 그 짧은 머리였다고?
“머리 때문에 못 알아본 거거든. 너, 머리 모양 바꾸면 완전히 딴 사람이 되네. 하하하. 하마터면 계속 못 알아 볼 뻔─”
……되도 않는 변명은 그 끝을 맺지 못했다.
“너…… 너…… 너…… 이……!”
아까보다 더 새빨개진 얼굴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이를 악물고 분통 터진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바보 멍청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참다못한 소녀가 작디작은 손을 꼭 쥐고서 타키를 향해 달려들었다. 타키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그대로 뒤로 넘어졌고, 미츠하는 그 위로 올라타서 그 두 주먹으로 타키의 가슴팍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아니, 그게. 아까까지만 해도 정말 아무 기억도 안 났다고. 그런데 그렇게 말해 버리면 좀 그래서, 기운을 조금 북돋아주려고…….”
……그 변명도 결국 끝을 맺지 못했다.
“뭐?! 기운을 북돋아?! 이런 애 때문에 내가 그 고생을……! 너, 여기서 나가면 실매듭 돌려받을 줄 알아! 내가 뭐에 씌어도 단단히 씌었지! 이 바보! 변태! 세상에서 둘도 없을 멍청아―앗!”
끝도 없이 “바보!” “멍청아!”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주먹을 휘두르는 미츠하를 보며, 타키는 ‘그것’을 원망했다.
‘네가 참고용 링크랍시고 남겼던 거에서 그랬단 말이야. <유머 감각이 있는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받는다.>라고. 역시, 되게 쓸모없는 링크였어.’
……수십 대를 얻어맞으면서 가만히 생각한 끝에, 타키는 자신의 유머 감각에 문제가 있었다는 걸 뒤늦게나마 깨달았다. 아. 내가 오쿠데라 선배와의 데이트를 말아먹은 건 이 녀석 탓이 아니었구나.
근데, 주먹이 전혀 안 아프다. 화가 잔뜩 나서 온 힘을 다해 때리고 있는 건 알 것 같기는 한데, 정말 말 그대로 솜방망이 주먹이다. 슬슬 타키는 오히려 이 소녀가 귀엽게 느껴졌다. 여자애의 주먹은 이런 거구나.
“그러는 너야 말로.”
맞고만 있던 타키는 반격의 찬스를 노렸다. 빈틈을 노려 미츠하의 이마를 ‘톡’ 소리가 나도록 중지로 튕겨내 버렸다.
“뭐가 ‘꼭 행복해야 해’냐? ‘나를 잊어줘’는 또 뭐고? 무슨 드라마 찍어?” 타키는 이참에 제대로 따끔하게 혼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저기가 어딘 줄 알고 멋대로 가려고 해? 너, 원래 이런 녀석이었어?”
알밤을 맞은 미츠하는 주먹질을 멈추었다.
“……미안해.”
한참 혼이 나서 시무룩해져버린 소녀는 울먹이는 눈을 한 채 입을 삐죽 내밀었다. 대화의 주도권을 잡은 타키는 몇 마디를 덧붙이기로 했다.
“그래도 나였으니까 그나마 이 정도로 끝난 거지, 방금 건 진짜로 위험했잖아. 네 할머니도 뭐라고 하시더라. 자기 운명을 남에게 막 쥐어주고 다닌다나?”
“어? 우리 할머니도 만났어?”
“응. 병문안 왔다가.”
“그러면 혹시, 요츠하도 만났어?”
“응. 너를 만나러 왔다고 하니까, 완전히 나를 잡아먹을 기세로 덤비더라. 마음고생이 엄청 심했었나 봐. 여기서 나가면 네가 위로 좀 해 줘.”
“요츠하, 이 녀석. 감히 타키 군에게 그랬단 말이지. 하겐다즈고 뭐고 없을 줄 알아…….”
“하겐다즈?”
“그, 그런 게 있어!”
혼잣말처럼 중얼대던 미츠하가 무언가를 숨기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손을 내젓는 미츠하의 얼굴은 확 달아올라 있었다.
타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이 반응도 꽤 오랜만에 보는걸.
“그래도, 그 두 사람 덕분에 이렇게 너를 만날 수 있었어.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고맙다고 얘기하긴 해야 할 텐데…….”
타키는 자기가 건네받은, 저 하늘 너머로 이어져있는 오렌지색 실을 바라보았다.
“너, 이걸 놓고도 멀쩡하네. 어떻게 한 거야?”
“무슨 소리야?”
“음…… 아무래도, 나도 이 실을 갖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근데 이 실을 놓치자마자 정신을 잃었고…… 그러다가 눈 떠보니 여기였고……”
“그래? 나는 멀쩡한걸. 원래 내 거였으니까, 주인을 알아본 게 아닐까?”
“되게 사람 차별하는 실이네, 이거.”
“아니 뭐, 꿈이니까. 꿈이라면 얼마든지 꿀 수 있잖아?”
미츠하는 뭔가 놀랐다는 듯이 입을 황급히 다물고는 ‘이거, 어디선가 들어본 거 같은데.’ 라는 표정을 지었다.
“근데…… 우린 어쩌다가 만나게 된 거야?”
“맞아. 너! 내 쿠치카미자케 훔쳐마셨지!”
“어……”
“대체 그걸 왜 마셔! 너야 말로, 진짜로 위험했잖아! 나와 몸 바꿀 생각은 왜 한 거야!”
“아니, 그게…… 넌 계속 잠만 자고 있었잖아. 그래서 몸을 바꾸면 너는 내 몸에서 깨어날 거고, 그러면 다시 되돌아갔을 때 네 몸에서 바로 깨어날 줄 알았지. 내가 네 몸에서 깨어났으면 더 좋았을 거고.”
타키는 그제야 자기의 원래 계획을 털어놓았다. 그 계획의 가장 큰 문제는 3년 동안 의식불명으로 지낸 몸을 얕잡아봤다고나 할까, 아니면 일어나지 못하는 원인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몰랐다고나 할까. 아무튼 미츠하의 상황이 타키의 예상을 한참 벗어나 있었다는 거였다.
타키의 변명을 들은 미츠하는 하마터면 웃음보를 터트릴 뻔했다. 간신히 꾹 참고 ‘피식’ 소리를 내었다. 정말, 자기 목숨이 어떻게 될 지도 모르고 그 난리를 피우다니. 이 남자도 바보구나.
“그런데, 넌?”
“어? 내가 뭐?”
“나는 그걸 마셨다가 여기로 왔다고 치자. 그럼 너는 어떻게 온 거야?”
으엑.
“그, 그게…….”
잠시 식었던 미츠하의 얼굴이 다시 달아올랐다. 입술을 우물거렸다. 애초에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너 말이야…….”
타키의 손가락이 한 번 더 미츠하의 이마를 강타했다.
“여전히 답답하네. 빨리 말 안하면 더 때릴 거야.”
“알았어! 말하면 되잖아!”
이번 알밤은 아까전보다 더 세게 날아왔다. 그 아픔에 미츠하는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쥐어야만 했다.
“그…… 마셨어.”
“뭘?”
“쿠치카미자케…… 나도 마셨다고.”
푸웁. 타키의 입에서 웃음보가 터져 나왔다.
“자기가 씹어서 만든 술을 자기가 먹을 생각을 하냐? 그렇게 안 봤는데, 너도 꽤 재밌는 녀석이네.”
“웃지 마! 난 심각했다고! 게다가, 어차피 마신 건 네 몸이거든?!”
“그렇긴 하네. 근데, 용케도 별 탈 없이 서로 만나게 됐네? 다른 방법이라도 쓴 거야? 아니면 이게 무녀의 신통력?”
헉!
이건 더더욱 말할 수 없다.
말 못해! 안 해! 절대로!
…….
미츠하의 눈에 들어온 타키의 눈초리가 점점 매서워졌다. 말 안 하면 알밤 한 대 더 먹일 기세다. 아니, 한 다섯 대는 더 먹겠는데.
“……먹였거든.”
“먹여? 누구한테?”
“……………………나한테.”
“뭐?”
타키는 순간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가 먹고 자기한테도 먹여? 그게 무슨 소리지? 자기가 두 번 먹었다는 소리인가?
한참을 생각하던 타키의 머릿속에……
“……너.”
……무언가 이미지가 잡혔다.
“어?”
“너 진짜─!”
“자, 잠깐! 그 방법밖에 없었단 말이야!”
“난 그래도 네 몸에는 손 안 댔어!”
“잠깐! 내 가슴 실컷 만진 건 쏙 빼놓고! 그리고, 내 몸도 첫 키스였거든?!”
“……뭐?”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앗!”
미츠하는 다급해진 나머지,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을 해버렸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
“……키스는 또 뭐야?”
그냥 단순히 술을 서로의 몸에 들이붓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타키의 두뇌가 그 단어를 듣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 이미지에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너, 바른대로 다 말해. 무슨 짓 했어?”
“아니, 저, 그게 아니라, 저기……!”
“……너, 내 몸으로, 내 첫 키스에 무슨 짓 했어?!”
이건 대체 이건 무슨 발상이냐고?!
경악스러운 이미지에 몸을 부들거리는 타키를 바라보며, 미츠하는 일단 변명이라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변명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자기가 생각해도, 그 발상은 정말……
“서, 서로 그, 그 뭐냐! 그…… 교환한 셈 치면 안 될까?”
“그게 말이 되냐! 누가 누구더러 변태라는 거야, 이 변태 무녀가!”
“아뇨, 저, 그게, 그게 아니라요……”
“이 변태! 불여우! 음란마귀!”
타키에게 했던 공격을 자신이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 바람에, 기세에서 밀린 미츠하의 목소리는 점점 쥐꼬리만해져갔다. 조금만 더 했다가는 얼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이렇게 된 이상 남은 건 하나.
“으으…… 몰라! 흥!”
그 말과 함께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타키는 그 모습을 기가 막힌다는 듯이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
………….
…………………….
결국, 마지막에 웃음을 터트린 건 미츠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타키도 결국 함께 웃어버렸다.
한참을 웃은 끝에, 두 사람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일어난 타키가 미츠하를 일으켜 세워줬다.
“여긴 대체 어디야?”
“글쎄?”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황홀경. 여기 있는 미츠하는 3년 동안 의식불명. 설마……
“……저승?”
저승이라니. 아뇨. 저기요. 잠깐만요. 이건 아니지. 뭔가 잘못되었는데. 진짜로 우리 둘 다 사이좋게 이 다리를 건너야 하는 거야? 이게 그 삼도천을 건너는 다리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고?
그 순간, 노란색으로 아름답게 반짝였던 하늘 너머에서 날아온 어두운 그림자가 다리 위에 서 있던 두 사람에게 드리우기 시작했다.
“카타와레도키가……”
“끝나가네……”
서로를 바라본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그때도 이 시간에 만났다가 서로 헤어졌듯이, 이 시간이 끝나기 전에 꿈인지 저승인지 알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빠져나가야 한다. 안 그러면 정말로 사이좋게 이 다리를 건너든가, 어둠 속에 파묻히든가, 이 꿈 속에 갇히든가……
“뛰어내려 버리자.” 타키는 아이디어를 냈다.
“뭐?!” 미츠하는 그 아이디어에 크게 놀랐다.
“어차피 꿈이잖아. 뛰어내린다고 별 탈 있겠어?”
“그렇긴 한데…….”
“무서워?”
“전혀.”
미츠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도 했던가.
아냐.
이제는 두렵지 않다. 내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옆 사람을 바라보았다.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다시, 서로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말이지, 남이 뱉어서 만든 술을 마시지 않나, 뛰어내릴 생각을 하지 않나,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거니?”
“그러는 너야말로…… 아, 다시 생각해도……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난 이번 한 번이고, 너는 매일이잖아.”
“……저, 미츠하. 우리, 이럴 시간 없잖아.”
“아. 그렇지, 참.”
타키는 절로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저 옥신각신하면서 떠들기만 해도 즐겁다. 이 사람과는 몇날 며칠 말싸움을 해도 즐거울 것만 같다. 이 사람의 옆에 있으면, 평생 지루하거나 할 일은 없을 거야.
“타키 군. 잠깐 손 좀 빌려줘.”
미츠하도 뭔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듯이 자신의 손을 건네었다. 그 아이디어를 믿으며, 타키는 자신의 손을 미츠하에게 맡겼다.
“이젠 어디에도 가지 않을 거야.” 하늘에서 내려온 오렌지색 실로, 그 두 손을 팔목에서부터 둘둘 둘렀다.
“계속, 네 옆에 있고 싶어.” 이리저리 묶었다.
어느새 두 사람의 손은, 나비 모양으로 매듭지어진 오렌지색 실뭉치에 파묻혔다.
“이렇게 하면, 서로 놓치거나 하는 일 없겠지?”
“이제는 생각하는 것도 같아졌네.”
“응? 뭐가?”
“나도 실은, 너와 똑같은 생각을 했거든.”
“정말. 이제는 생각하는 것까지 같아졌네. 혹시, 우리는 전생부터 이어진 사이 아닐까?”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책에서 봤는데, 옷깃 한 번 스치는 데만 해도 전생에 수백 번은 만나야 된대. 근데 우리는 몸까지 바뀌고 꿈도 같이 꾸잖아?”
타키의 눈에 비친, 그렇게 말하는 미츠하의 미소는.
사그라지는 노란빛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혜성 같은 것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정말이지,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우리, 이대로 깨어나면 다 기억하고 있을까?”
미츠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타키에게 물어보았다. 꿈속에서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잠에서 깨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를 잊어버리거나 하지는 않을까. 어떻게 할까. 확인하는 방법은 없을까?
“정말로 깨어나게 되면, 서로 이름을 불러주는 건 어떨까?”
타키는 자신의 행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기억을 되찾았다는 증거를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걸로 보여주자. 서로를 위해 달려왔다고, 너를 기억하고 있다고, 그 약속의 증표와도 같은 말을 나누기로 하자.
“응!”
미츠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충분해. 외울 수 있어. 꿈에서 깨어나도 기억하고 있을 거야.
두 사람은 육교의 난간에 올라가, 하늘 위의 빛을 바라보며 나란히 섰다.
그래.
너와 내가 이렇게 서로에게 묶여있다. 서로를 묶고, 서로에게 묶인다. 우리가 이렇게 나란히 선다. 나란히 서서 함께 저 멀리, 하늘에 있는 저 빛을 향해 나아간다.
앞으로도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를 거야.
앞으로도 네가 나의 이름을 부를 거야.
이것이, 너와 내가 함께 이루어낸 기적. 함께 도달한 완성된 운명.
“하나, 둘 하고 뛰는 거야. 알았지?”
아니.
이제 운명이니 뭐니 하는 말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우리는 이제 그런 단어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이제 우리 앞에 펼쳐질 세상에서, 그런 단어는 쓰지 않으리라.
그렇게 마음먹어도 괜찮겠지.
“하나……!”
우리의 이야기는,
아직 시작도 안 한─서장 중에서도 서장이니까.
“둘─!”
그 외침과 함께, 두 사람은 동시에 난간에서 뛰어올랐다.
다리에서 몸을 날린 두 사람은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그런데.
머리위에 있던 빛이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두 사람은 동시에, 그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빛에 닿은 손이 빛 속으로 녹아들어갔다.
천천히, 그 빛이 온 몸을 감쌌다.
포근히 자신을 감싸는 빛에 몸을 맡긴 채, 그대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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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코멘트]
드디어 끝났다.......
[작가 코멘트 2]
윾식아 서버 관리좀
[작가 코멘트 3]
이번주 내로 제대로 된 구매 설문양식을 올릴 예정입니다.
진짜로 만들 겁니다.
감상은 아맥보고 나서 꼭 하겠읍니다... - dc App
잘 봤습니다. 구판에서 많은 수정이 보이네요 구판보다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중간 타키미츠하 이야기 하는것은 유쾌하고요 그리고 대화간에 줄 바꿈이 몇개는 안 되어있는것이 보이네요
ㄴ 폰트 문제 때문에 메모장으로 옮겼다가 올리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가끔가다 줄바꿈이 간혹 안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수정했습니다.
아 념글가서 수정이 안 되네... 여러분 단행본을 구입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