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누렁이 정리글 보러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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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회사 연차까지 써가면서 최신 고슴도치 인형을 손에 넣은 M양.

"T군도… 이렇게… 묶어버리면… 좋을 텐데…"

망상과도 같은 상상을 하다가 들려온 전기밥솥 소리에 M양은 인형을 그대로 내려놓고 부엌으로 들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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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녀왔어.”


오늘도 T군은 서류와 접대로 파김치가 되어버린 몸을 이끌고, 자신을 반갑게 맞이해 줄 그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문을 살며시 열었다.


“미츠하. 부엌에 있어?”


M양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음. 그제야 T군은 오늘 저녁당번이 M양이었음을 기억해냈다. 


“응! 배고프지? 조금만 기다려. 저녁밥 다 됐으니까∼”


부엌에서 얼굴을 빼꼼 내민 M양은 해맑은 미소로 T군을 맞이해주었다. 무슨 택배를 기다린다고 연차까지 쓰고는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거렸을 M양이 내심 부러워졌다. 넥타이를 풀러버린 T군은 거실 소파에 못 보던 물건이 굴러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이건가. 그 도치 군인지 뭔지 하는 게.’


인형에 통 관심이 없는 T군은 M양이 오매불망 기다렸다는 그 물건을 살짝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나 참. 이런 게 뭐가 좋다는 건지.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딜 봐서 27살인지, 나보다 3살 연상인 사람인지. 인형 사진만 보고도 꺅꺅거리지를 않나, 자기 실매듭을 인형에게 묶어주지를 않나.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주지를 않나. 여자는 역시 귀여운 것에는 사족을 못 쓴다는 건가. 구시렁구시렁. T군의 입에서 끊임없이 볼멘소리가 섞여 나왔다.

그런데……


“저기…… 미츠하.”

“응? 왜?”


M양의 목소리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 고슴도치 인형, 왜 이렇게 해놨어?”


고슴도치 인형의 상태가 좀 이상했다. 방금 전에 T군의 스마트폰에 전송되었던 사진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실매듭이 묶여있기는 한데, 뭔가 거칠게 칭칭 동여매어서는 힘껏 조여 놓은 듯한 모양새였다. 이 실매듭, 자기 머리 묶을 때 쓰던 것 아니었나? 왜 이렇게 방치를 해 둔 걸까.

부엌에서 M양의 머리가 빼꼼 모습을 드러냈다. 


“아, 그거! 그…… 뭐냐…… 실매듭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거기다 묶어놓은 거야!”

“그래?”

“으. 응!”


T군은 ‘그런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선지, 부엌으로 되돌아가는 M양의 얼굴이 새빨갛게 익어있던 것 같았지만, 기분 탓 내지는 잘못 본 것이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 ☆  


─군.

묶인다.

─키 군.

실에 묶인다.

─타키 군.

오렌지색 실이 몸을 칭칭 감아 묶는다.

저기요, 미야미즈 씨. 이게 무슨 짓이에요 라고 물어보려고 해도, 목구멍에 접착제가 발린 것 마냥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도망가지 못하게, 묶어놓을 거야.

실이 온몸을 동여매버렸다.

─이젠 어디에도 못 가. 

손도, 발도, 가슴도, 목도, 전부 포박당해 버렸다.

─후후후후후후……

어느새, 목 위쪽까지 오렌지색으로 칭칭─



으아아악─





“으헉!”


그 단발마와 함께, T군은 침대에서 튕겨져 나오듯이 잠에서 깨어났다.


“타키 군! 왜 그래? 무서운 꿈 꿨어?”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T군을 바라보던 M양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어…… 아니야…… 아무 것도……”


상체만 침대에서 일으킨 T군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스윽 닦아냈다. 등에서 물줄기가 흐르는 게 느껴졌다. 모처럼 M양과 그렇고 그런 밤을 보내서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었건만, 설마 그런 꿈을 꾸게 될 줄이야. 요새 야근이 잦아져서 그런가, 몸이 아주 허하네.


“괜찮아? 또 보리차 타줄까? 설탕 넣어서.”

“응…… 부탁해.”


고개를 돌려 바라본 창가는 ‘푸르다’기보다는 ‘푸르죽죽한’ 하늘이라고나 할까, 바깥은 아직 어둑어둑했다. 머리를 긁적이면서 이불 밖으로 나와 침대 옆으로 벗어던졌던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챙겨 입은 T군은 새하얀 셔츠만 입고서 부엌으로 향하는 M양의 뒤를 좇았다. 

그리고 침실 밖으로 나와 거실을 지나가려는 순간,


“으아아악!”


T군은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거실 탁자 위에, 꿈속에서의 자기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 물건이 큼지막한 눈동자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 미츠하.“

“응?”

“이런 말 하면 이상할 지도 모르는데…… 저 실, 그냥 풀어주면 안될까?”


그건, 실에 칭칭 동여매어진 채 탁자 위에서 놓여있던 고슴도치 인형이었다.


“왜?”

“그…… 뭐냐…… 불쌍하잖아. 고슴도치.”


T군의 기묘한 말에, M양은 하마터면 함박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손으로 입을 막고 배를 움켜쥐지 않았더라면 꼭두새벽부터 깔깔대며 웃을 뻔했다.


“푸후훗…… 불쌍하대…… 푸하하흐하하흑……”

“뭐가 그렇게 웃겨?”

“아니…… 타키 군이 그렇게 말하니까 되게 웃…… 푸하하하하핫!”


M양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보를 터트렸다.


“저, 미츠하. 아직 새벽이잖아. 옆집에 다 들릴 텐데……”

“그렇게 옆집 생각하시는 분께서 어젯밤엔 왜 그러셨담?”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그거야…… 타키 군이 워낙……”


말을 끝마치지 못한 M양은 에잇 몰라 라고 너스레를 떨듯이 손을 내저으며 도치 군을 실매듭 고문(?)에서 해방시켜주었다. 도치 군을 포박하고 있던 실매듭은 원래 자리인 M양의 머리카락으로 되돌아갔다.


“저…… 타키 군.”

“왜?”

“……정말로, 계속 내 곁에 있어줄 거지?“


M양의 깊은 곳에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주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았다’라는 감정을 느꼈을 때부터 M양은 그 감정을 두려워했다. 홀로 남겨지는 두려움. 버려진 자가 느끼는 공포. 자신을 버린 자가 남기고 가는 상처. 언젠가는 자신의 옆에 있는 T군도 그렇게 자신을 버리고 가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아픔을 또 느끼게 된다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응. 어디에도 가지 않을게. 계속 네 옆에만 있을게.”


T군은 M양을 뒤에서부터 부드럽게 끌어안아 주었다. 어째선지 M양을 끌어안을 때마다 그리운 향기가 났다. 언제 맡았기에 ‘그리운 향기’라고 표현하게 되었는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하지만 뇌의 어딘가 혹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각인되어있는 이 향기…… 이 향기를 간직하고 있는 이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응.”


M양의 뺨 옆으로, T군의 부드러운 숨소리가 들려왔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두 사람의 출근 시간은 오전 9시. 


통근 시간은 약 1시간. 씻고 밥 먹고 하는 데에는 1시간이면 충분하고.


지금 시간은 6시.


그럼 나머지 한 시간은……? 








묶고싶은 것, 묻고싶은 것

─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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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코멘트]

버려지다시피한 노스텔지어에 비해서는 양호하게 완결났습니다.....


[작가 코멘트 2]

노란빛 추가콘텐츠 진척도

12월 ─ 100%

1월 ─ 90%

2월 ─ 75%

3월 ─ 60%


[작가 코멘트 3]

디시는 알바가 아니라 봇을 쓰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