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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의 이름은 미츠하야

몇해나 흘렀을까. 그날로부터.

내가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찾아 산에 올랐던 그날부터, 내마음속 어딘가의 찜찜함은 도무지 떨쳐낼 수가 없었다.

정말로 나는 목적도, 이유도 없었던 걸까.

어딘가 끊긴 듯한 그날의 기억으로부터 6년이 지났을 때는 나도 그일을 까마득히 잊게 되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을 때에는 나도 한 집안의 가장이 되었다.

20후반이 다 되어 가도록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 하지 않은 나에게 친구들이 손을 써 준 것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요츠바. 나와같은 도쿄 출신이었다.

결혼과정은 무난했다. 나와 요츠바는 취미나 집안 사정도 비슷했고, 서로의 모습에 만족했으며, 이윽고 사랑에 빠졌다.

그렇게 1년간의 짧은 연애끝에 드디어 우리는 결혼에 성공했다.

그리고 결혼한지 1년째되던해의 그날, 대참사이후 12주년이라는 뉴스의 나레이션소리 사이로 우렁찬 울음소리가 퍼졌다.

딸아이였다. 핏기가 채 가시지 않은 그 아이를 내 품에 안았을 때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 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밖으로 뛰쳐나가 동네방네 소리를 지르고 싶을 판이었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만나야할 사람을 드디어 만난듯한 그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것이 아버지의 마음이란 걸까.

어떤 아버지든 당연하겠지만, 이 아이만큼은 항상 행복하도록 만들어 주겠다 다짐도 해 보았다.

\"타키씨, 아이의 이름은 무엇이 좋을까요?\"

내가 아이를 안아들고 정신없이 기뻐할 동안, 기운을 차린 요츠바가 나에게 물었다.

\"미츠하.\"

순간 나는 귀를 의심했다.

미츠하라니? 전혀 생각치도 않은 이름이었다.

평소에 아들이 생기면 토시키, 딸이면 사야라고 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던 나였다.

분명 아이가 딸 아이였으니 이름은 사야가 될 참이었다.

그런데 정작 내 입에서 나온 이름은 생전 처음들어본 미츠하라는 이름이었다.

\"아, 잘못말한것같...\"

\"미츠하... 그래요... 이 아이는 미츠하...\"

내가 말을 바꾸기도 전에, 요츠바는 떨리는 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미츠하. 너의 이름은...미츠하란다.\"

나도 내 품에 안겨 꼼지락 거리는 작은 아이를 보며 속삭였다.

품에 안긴 미츠하를 보자니 어딘가 마음이 아려왔지만, 이것이 아버지의 마음이라 생각했다.

#2 생일날, 불현득

시간은 어느덧 흘러 미츠하의 5번째 생일이었다.

생일이 이토모리 참사날인지라 생일 잔치는 성대하게 치루지는 않지만, 일년에 단 하루뿐인 미츠하의 생일이기에 최대한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퇴근길에 가게를 들러 미츠하에게 줄 생일선물을 사 집으로 가는길이었다.

비가 추적추적내리는 꽤 음산한 날씨였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이와 아내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지는 나였지만, 한 가게앞에서 발걸음이 멈추고 말았다.

진열장 사이로 보이는 붉은색 머리끈이었다.

분명히 미츠하 마음에 들거라 생각한 나는 가게로 들어가 머리끈을 사 집에 들어갔다.

\"아빠~! 늦었어?\"

미츠하가 생일상을 뒤로 한 채 현관문 앞으로 달려와 나를 반겼다.

\"자, 미츠하 선물이란다.\"

나는 미츠하에게 선물을 안겼다.

\"머리끈? 이거 어떻게 하는거야?\"

미츠하가 머리끈을 잡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아아, 머리를 뒤로넘겨서 자... 이렇게! 하는거란다.\"

\"와~! 엄마,엄마, 이거봐! 아빠가 해줬어.\"

미츠하는 곧바로 달려가 아내에게 머리를 자랑했다.

\"미츠하, 정말 예쁜걸? 그런데 당신, 머리 묶을줄 알았던가?\"

\"글쎄... 예전에 머리를 기른적이 있었나..?\"

사실 나도 의아해했다. 마치 몇번 직접 해본적이 있는 듯한 감각이었다.

하지만 다 생각해 보았다가는 머리가 복잡해 질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리고 머리끈을 한 미츠하를 어디선가 본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TV나 잡지에서 본거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당신이 준 선물이 맘에 들었나봐요.\"

요츠바가 잠든 미츠하의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

\"벌써 이렇게 자라다니, 금방 아빠곁을 떠나버릴것 같아 무섭네.\"

요츠바가 말없이 내얼굴을 보며 웃었다.

그날, 꿈속에서 교복을 입은 한 소녀가 어딘가로 뛰어다니는 꿈을 꾸었다.

소녀는 온몸에 상처를 입고 두 눈에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미츠하에게 선물했던 붉은 머리끈을 한 소녀는 계속해서 넘어지며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었다.

\"미츠하...? 왜 거기있니?\"

마치 미츠하와 같이 생긴 얼굴에,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소녀에게로 다가갔다.

그순간, 소녀가 나를 보고 멈춰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너...이름이 뭐니?\"

나는 소녀에게 물었다.

소녀는 대답대신 손바닥을 가리키더니, 이내 사라졌다.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온몸엔 식은땀이 가득했고, 창밖은 벌써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저 악몽이었을까.
어딘가 느껴지는 그리움에 나는 잠시 눈을감았다.
나는 오랫동안 잊고있었던 그날의 일을 다시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