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키와 미츠하가 동갑이며 몸이 바뀌기 전에 타키가 이토모리로 전학간다면? 이라는 IF스토리
처음 온 이토모리의 번외편입니다.
시점은 본편 엔딩 이후입니다.
처음 온 이토모리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9081 (完)
‘쿠치카미자케는 절대로 건들지 말거라.’
할머니께서 마유고로의 대화재와 함께 버릇처럼 하신 말씀이다.
그저 우리가 쌀을 씹고 뱉었을 뿐인 물건 아닌가?
요츠하는 할머니께서 그렇게 엄격히 말씀하시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게 방치해둔다는 것만으로 술이 된다는 것 역시 요츠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할머니께 여쭤봐도 납득이 가지 않는 말씀만 하실 뿐이고 텟시 오빠나 사야 언니에게 물어봐도 어려운 말만 돌아올 뿐이었다.
이거, 정말로 술이 되기는 하는 걸까?
그래서 요츠하는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언니랑 같이 신사에 찾아오시는 마을의 어르신들에게 술을 따라드린 경험이 있기에 냄새만 맡아도 그것이 술인지 아닌지 파악할 자신이 있었다. 할머니와 언니 몰래 찾아가서 살짝 냄새만 맡고 오면 될 것이다. 언니는 한번 자면 세상 모르고 잔다. 할머니는 일찍 주무시기 시작한다. 조금 늦은 밤에 집을 빠져나가서 신사로 가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저녁을 먹고 할머니가 방에 들어가자 요츠하는 언니와 함께 씻었다. 씻자마자 언니는 휴대폰을 보고 실실 웃으며 방으로 달려갔다.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걸까?
씻자마자 밖으로 나가는 것은 좀 꺼려지지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
요츠하는 현관을 살살 열고, 곧장 신사로 향했다.
한밤중의 신사는 으슬으슬한 분위기를 풍겨 약간 소름이 끼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녀의 집에서 모시는 신사이기에 거부감은 없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조상님들이 지켜주겠지? 그런 막연한 생각이 요츠하를 안심시켰다. 방금 말했듯 미야미즈 신사는 그녀의 가문에서 모시는 신사이기에 요츠하는 금방 그녀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몰래 가져온 열쇠로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자 쿠치카미자케가 담긴 병이 두 병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기억이 맞는다면 오른쪽의 병이 그녀의 병이고, 왼쪽의 병은 언니인 미츠하의 병이다. 당1연하게 오른쪽으로 뻗어가던 손은 한 생각에 의해 멈추고 말았다.
‘냄새를 맡아야 한다면 차라리 언니의 것을 맡아보자.’
자기 것을 맡는 것은 괜히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남의 냄새를 맡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언니의 냄새라면 그런 느낌은 덜하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그녀는 뚜껑을 열고, 밀봉한 끈을 풀었다.
병의 주둥이를 막고 있는 마개를 살살 돌려 열어보니 약간 시큼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시큼하면서도 달콤한, 술인 것 같으면서도 술이 아닌 것 같기도 한 이 냄새는 도대체 이게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냄새였다. 그렇기에 요츠하는 한 모금만 마셔보자고 판단했다.
언니가 먹던 하겐다즈를 먹는 느낌으로. 그렇게 생각하면 의외로 가벼운 마음으로 마셔볼 수 있었다. 조심스레 병을 들고 살며시 입에 갖다 댔다. 아주 조금 기울여 내용물을 입에 살짝 덜어냈다.
은은한 단맛과 함께 씁쓸한 맛이 가득 퍼졌다.
입에 머금으니 이게 술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비록 술을 마셔본 적은 없지만 이게 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이 맛은 요츠하가 9년이라는 인생을 살아오며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맛이었다.
“괜히 먹었네…”
요츠하는 재빨리 마개로 주둥이를 막고 병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이 정도면 들키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요츠하는 의식이 서서히 각성해감을 느꼈다. 어젯밤 쿠치카미자케를 마셨기 때문일까, 겨우 한 모금뿐이었는데도 정신이 멍했다. 멍한 정신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어? 머리가 마음대로 움직이네?]
어딘가 들어본 적이 있는 남자의 목소리. 요츠하는 손님이 있는지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요츠하의 방에는 요츠하 혼자만이 있을 뿐이었다. 가슴 쪽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어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요츠하의 손은 멋대로 자신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움직이는 그녀의 몸에 요츠하는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그녀의 비명은 방을 가득 채웠고, 또 다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지?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 애초에 내 몸이 아니기도 하지만 이런 건 또 처음이네..]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요츠하는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당신 누구예요? 어디서 저한테 말을 거는 거야? 내 몸은 왜 마음대로 움직이는 건가요?”
[너, 요츠하야?]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는 남자의 목소리에 요츠하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무섭기도 했지만 이 목소리는 아는 목소리다. 요츠하는 조심스레 다시 한번 말을 걸었다.
“네.. 그쪽은 언니의 남자친구 분이신가요?”
[어? 어.. 정답인데, 어떻게 알았어?]
역시, 어제 언니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방으로 올라간 건 이 오빠의 문자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오빠는 어디서 말을 걸고 있는 걸까?
[요츠하, 믿기 힘든 이야기를 할 건데.. 들어볼래?]
“말씀하세요.”
[나 지금 네 몸에 들어와있어.]
소름 끼치는 그의 말에 요츠하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장난치지 말고 모습을 드러내라는 요츠하의 말에 타키는 말없이 그녀의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걸로 설득력이 생기려나?]
“네.. 알겠어요. 그러니까 타치바나 오빠가 왠지 몰라도 내 몸에 들어와있다는 거죠?”
[응… 그런 것 같아. 이유는 나도 모르겠지만.]
[아우으… 피곤해. 어라? 나 왜 앉아있는 거지?]
머릿속에서 이번엔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츠하와 타키는 이 목소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미츠하?]
“언니?”
[뭐야? 타키 군? 요츠하? 어디 있어? 왜 우리 집에 이 시간부터 타키 군이 있는 거야? 그보다 나는 왜 요츠하 방에 있는 건데?]
이거 설마.. 요츠하와 타키는 생각했다. 그리고 둘의 생각은 슬프게도 정답이었다.
요츠하의 몸에 요츠하, 미츠하, 타키. 세 명의 의식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언니..”
[미츠하, 아무래도 지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 같다. 들어도 놀라지 말아줘.]
[응? 대체 무슨 일인데? 불안하게 하지 말고 빨리 말해줘.]
[일단 거울 앞으로 가줄래?]
타키의 말대로 미츠하는 어딘가 작아진 몸을 이끌고 거울로 향했다. 방 구석에 놓여진 전신거울에 비친 모습은 그녀의 동생인 요츠하의 모습. 미츠하는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은 요츠하의 목소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나 요츠하가 되어있어!]
“언니.. 내 몸으로 그러지 말아줘.”
[요츠하? 넌 어디 있는 거야? 타키 군은?]
[미츠하, 아무래도 우리 세 명이 요츠하의 몸에 같이 있는 것 같아.]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미야미즈 자매와 타키는 고민하고 있었다.
미츠하와 타키는 이전부터 서로의 몸에 들어가며 가끔씩 몸이 바뀌는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요츠하의 몸에 들어가는 건 미츠하와 타키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었으며, 더군다나 한 사람의 몸에 미츠하와 타키, 주인인 요츠하까지 세 명이 있는 일은 겪은 적이 없는 일이다.
몸의 주도권은 세 사람 모두에게 있었다. 요츠하가 걸으면 요츠하의 몸이 걷기 시작했고, 미츠하가 주변을 둘러보자 요츠하의 몸은 고개를 움직였다. 타키가 손을 들자 요츠하의 손은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타키 군! 뭐 하는 거야!]
[아.. 미안. 습관 때문에…]
“언니, 이런 남자가 정말 언니 남자친구야?”
[어? 응… 이래봬도 좋은 남자야. 변태긴 하지만.]
[변태 아니야!]
“그래서, 언니랑 오빠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거 같아?”
요츠하의 물음에 타키와 미츠하는 앓는 소리를 흘렸다. 아무리 몸이 바뀌는 경험이 있던 두 사람이라도 한 사람의 몸에 세 명이 들어오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알아내기엔 정보가 너무 적었다.
[일단 각자 어제 뭐했는지 말하자. 현재로써는 뭐가 원인인지 모르니까 부끄럽더라도 어제 무슨 일을 했는지 전부 다 말해야 돼. 알겠지?]
“네? 어제 했던 일 전부요?”
[응. 우리가 어제 했던 일들 중에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타키의 말이 끝나자마자 미츠하와 타키는 자기가 어제 뭘 했는지 말하며 투닥투닥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망했다. 큰일났다. 요츠하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어제 했던 일들 중에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요츠하에게는 짐작 가는 일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쿠치카미자케는 절대로 건들지 말거라.’
요츠하는 앞으로 할머니의 말씀을 잘 지키자고 다짐했다. 요츠하가 흐르는 땀을 닦자 미츠하와 타키는 요츠하에게 입을 모아 말했다.
[요츠하, 왜 식은땀을 흘리는 거야?]
[요츠하는 어제 뭐 했어?]
올 것이 왔다. 요츠하는 거짓말을 할까 했지만, 본인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 죄책감에 못이긴 요츠하는 사실대로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뭐? 쿠치카미자케를 마셨다고? 내 거를? 왜? 요츠하 네건 어디 가고!]
“처음에는 내 쿠치카미자케를 마시려 했는데… 왠지 내 거보다 언니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니까, 지금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어제 요츠하가 마신 미츠하의 쿠치카미자케라는 거지?]
[죄송합니다…]
[응.. 그런 거 같네. 나머진 너무 평범해서 도저히 이유라고 생각되지 않으니까 말이야.]
“언니.. 하나만 물어봐도 돼?”
[뭔데?]
“내가 마신 건 언니의 쿠치카미자케인데 왜 타치바나 오빠도 있는 거야?”
[어?]
요츠하의 질문에 미츠하 역시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말았다. 왜 자신의 쿠치카미자케를 마신 요츠하의 몸에 타키가 들어와 있을까, 일어난 지 얼마 안된 미츠하의 머리는 돌아가지 않았고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설마…]
타키의 신음소리에 요츠하와 미츠하는 귀를 기울였다. 귀를 기울인다고 해도 각자의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이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왜? 뭔가 짐작 가는 게 있어?]
“타치바나 오빠도 사실대로 말해주세요.”
[그 쿠치카미자케, 내가 만든 거 아니야?]
미야미즈 신사에 봉납된 쿠치카미자케는 두 병이 있다. 하나는 요츠하가 씹어 만든 술, 하나는 미츠하가 씹어 만든 술. 그러나 미츠하의 쿠치카미자케는 조금 특이했다.
“오빠가 만들었다고요? 분명히 언니랑 나랑 같이 의식을 지내면서 만든 술인데요?”
[요츠하도 지금 상황이라면 믿을 수 있겠지. 그때 미츠하의 안에 있던 건 미츠하가 아니라 나였어.]
“네?”
[아 맞다! 그거 타키 군이 만든 거였지?]
“타치바나 오빠가 만들었다니? 언니랑 나랑 같이 만들었잖아. 무슨 소리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와 타키 군은 한 달도 더 전부터 서로 몸이 바뀌는 생활을 보내고 있었어. 비정기적이지만 우리는 몸이 바뀌고 있어.]
“아, 그럼 평소에 가슴 만지던 언니가 오빠였던 건가요?”
[어? 그게 그러니까…]
[타키 군…?]
[미츠하? 이건 예전에 해명 했잖아? 지금은 안 만지고 있어!]
[그건 그거대로 기분 나쁘단 말이야…]
[뭐?]
[아무것도 아니야…]
요약하자면 미츠하와 타키는 오래전부터 몸이 바뀌고 있었고, 미츠하의 쿠치카미자케는 그 몸에 들어와 있던 타키가 만든 것. 그것을 요츠하가 마셨기 때문에 요츠하의 몸에 미츠하와 타키가 들어온 것이다.
요츠하는 비록 9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상황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인지는 이해하고 있었다.
“언니… 이거 어떡할까, 일단 할머니한테 가보는 게 좋겠지?”
[할머니도 할머니인데 말이야… 나랑 타키 군의 몸은 지금 어떻게 된 거지?]
[어?]
그때, 방문이 덜컥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요츠하! 일어나있으면 나와서 밥이라도 먹던가! 씻던가 해야지! 할머니한테 혼났잖아!”
“어… 언니? 언니가 왜 거기 있어?”
“뭐야? 아직 잠이 덜 깼어? 빨리 세수하고 밥 먹으러 와. 할머니 기다리셔.”
방문을 열었던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미츠하. 요츠하는 또 한 명의 미츠하에게 혼나고 말았다. 분명히 미츠하는 자기 안에 있는데, 미츠하의 몸은 멀쩡히 돌아다니며 말하고 있었다.
[뭐야? 왜 내가 저기 있어? 저거 누구야? 정말 나 맞아?]
[말이나 행동을 보면 미츠하가 맞는 것 같은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또 다른 미츠하의 등장은 요츠하 속의 세 명에게 형용하기 어려운 당혹감을 주었다. 도저히 머리가 따라와주지 않는 이 상황에, 요츠하는 일단 밥이나 먹자고 생각했다. 자기 안에 언니뿐만이 아니라 언니의 남자친구까지 있다는 생각에 요츠하는 세수만 가볍게 하고 거실로 향했다. 거실에서는 이미 언니와 할머니가 밥을 먹고 있었다.
“요츠하~ 늦었잖아. 난 다 먹었으니까 먼저 나갈게. 타키 군이랑 같이 가기로 했거든”
“타치바나 오빠?”
“응. 왜? 언니를 뺏긴 것 같아서 슬퍼?”
“아.. 그런 거 아니야.”
“부끄러워하긴~ 언니 먼저 갈게. 다녀오겠습니다!”
[역시 나도 멀쩡히 돌아다니는 건가?]
이게 어찌된 일일까, 미츠하가 한 명 더 있다는 걸 알았던 시점부터 예상은 했지만 타키 역시 한 명이 더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요츠하의 몸에 있는 타키와 미츠하는 대체 누구일까, 요츠하는 그 사실을 알기 위해 할머니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했다.
“요츠하. 너, 혼자가 아니구나?”
“할머니?”
요츠하가 모든 것을 말하기 전에 그녀의 할머니, 히토하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싱긋 웃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얘기를 해보려무나. 할머니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할머니의 따스한 한마디에, 요츠하는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어젯밤 몰래 신사에 들어간 것. 쿠치카미자케를 마신 것. 그로 인해 타키와 미츠하가 자신의 몸에 들어와 있다는 것까지. 히토하는 요츠하의 말을 그저 가만히, 차를 마시며 듣고 있었다.
“요츠하.”
“응?”
“쿠치카미자케는 절대 건들지 말라고 그렇게 일렀거늘.. 오늘은 일단 학교에 가려무나. 이번 일은 할미도 놀랐지만 금방 해결 될 게야.”
“정말?”
“물론. 요츠하는 할미의 감을 못 믿는 게냐?”
“그런 거 아니야. 할머니가 그렇다면 그런 거잖아? 일단 학교 다녀올게!”
시계를 보니 어느새 지각까지 아슬아슬한 시간이었기에 요츠하는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요츠하의 머릿속에서 타키와 미츠하가 쉴새 없이 떠들고 있었지만 요츠하는 그 소리를 필사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다.
학교에 도착하자 이미 종이 치고 있었다. 가까스로 지각을 면한 요츠하가 자리에 앉자 요츠하의 친구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요츠하, 오늘은 늦었네? 무슨 일 있었어?”
“그냥 좀 이상한 일이 있었어.”
“이상한 일? 별일 아니지?”
“지금은 괜찮아. 그보다 곧 선생님 오시겠다.”
요츠하의 말이 끝나자마자 교실의 앞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요츠하의 담임선생님은 교실에 들어와 평범하게 아침조례를 했고, 그대로 1교시가 시작되었다.
[요츠하에게 친구가 많아서 언니는 행복해.]
[미츠하, 요츠하가 너인 줄 알아?]
[나도 친구 많거든! 타키 군이야 말로 텟시 말고는 딱히 같이 안 다니잖아!]
[그야 미츠하 너랑 하루 종일 같이 있으니까 그렇지…]
[나도 마찬가지거든? 그래서 싫어?]
[그럴 리가 없잖아? 너랑 같이 다니는 게 좋아.]
[두 사람 다 조용히 해주세요… 수업에 집중이 안 되잖아요.]
[죄송합니다…]
요츠하는 도저히 수업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이상사태에 혼란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머릿속에서 계속 떠들고 있는 타키와 미츠하의 존재가 가장 큰 방해였다.
[와~ 요츠하는 이런 거 배우는구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있어.]
[우리랑 교육과정이 좀 바뀐 거 같은데?]
[아! 저 선생님 아직도 은퇴 안 하셨네? 하긴.. 저 선생님 나가시면 다른 선생님을 구하기가 힘들겠구나.]
[이토모리 초등학교는 겉모습이 멋져서 한번쯤 들어와보고 싶었는데, 내부는 의외로 심플하네. 평범한 학교야. 이건 조금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는걸?]
수업이 도저히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요츠하의 머리에 들어오려는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타키와 미츠하가 열심히 튕겨내고 있었다. 요츠하는 처음엔 필사적으로 수업에 집중했지만, 결국 다 포기한 채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앗! 요츠하! 수업에 집중해야지! 천장만 보고 있으면 어떡해!]
[이게 다 당신들 때문이잖아…]
[요츠하? 말이 좀 사납다?]
[내 마음을 읽지 마!]
[들리는걸 어떡하니? 우리도 좀 조용히 해줄 테니까 수업에 집중해!]
[네 알겠습니다.]
타키와 미츠하가 조용해졌다. 그러나 수업은 금방 끝나버렸고, 결국 요츠하는 수업을 하나도 듣지 못한 채 숙제만 받고 말았다.
[언니랑 오빠 때문에 하나도 못 들었으니까 나중에 이거 도와줘.]
[미안.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해줄게.]
[오빠가 중간고사 더 잘 봤으니까 오빠한테 물어봐도 되는데?]
[진짜요?]
[타키 군… 기말고사 때 보자.]
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은 평소와 다름없이 요츠하의 친구들과 적당히 대화를 맞추며 보냈다. 요츠하와 친구들의 대화에 미츠하가 필요 이상으로 관심을 가지기는 했지만, 요츠하는 그 사실을 필사적으로 무시했다. 쉬는 시간이 지나고 2교시가 되자 선생님이 다시 들어왔다. 2교시는 수학. 게다가 쪽지시험을 보겠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요츠하는 절망했다.
[요츠하.. 수학 못해?]
[아슬아슬하게 낙제점을 넘을까 말까 하고 있어요.]
[요츠하는 공부 별로 안 좋아하니까..]
“참고로 오늘 쪽지시험에서 낙제점을 받는 녀석들은 모두 쪽지시험 열 장 더 줄 테니 각오하고 풀도록!”
[망했다! 언니! 도와줘!]
[요츠하의 시험이잖아? 이건 부정행위야. 그리고 나보다 공부 잘하는 타키 군을 놔두고 왜 나한테 그러니?]
[미츠하.. 그거 아직도 신경 쓰고 있었어?]
[오빠… 언니의 비밀 하나 알려드릴 테니까 저 좀 도와주세요.]
[좋았어. 나한테 맡겨! 목표점수는 몇 점?]
[요츠하 지금 뭐 하는 거야! 타키 군! 진심인건 아니지? 요츠하 도와주면 타키 군이랑 상종도 안 할거야!]
[미안… 못 도와주겠다.]
[그럼 어쩔 수 없죠… 언니, 이거 도와주면 냉동실에 있는 하겐다즈 내 거 줄게.]
[진짜?]
[미츠하 씨?]
[아… 뭐 살면서 언제나 깨끗하게 살 수는 없는 법이고… 어차피 쪽지시험인데 나중에 요츠하가 직접 풀 수 있게 되도록 내가 책임지면 되잖아?]
[난 모르겠다… 너네 마음대로 해라.]
[그렇게 됐으니까, 요츠하! 언니한테 맡겨!]
집에서 하겐다즈를 먹을 생각에 신이 난 미츠하는 초등학생 수준의 수학문제를 신나게 풀어나갔고,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풀어서 제출했다. 선생님은 요츠하의 달라진 태도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시험지를 받고 요츠하를 자리로 돌려보냈다.
[언니, 들키지 않게 낙제점 아슬아슬하게 했지?]
[어? 그냥 다 풀었는데…]
[미츠하, 나중에 요츠하한테 물어보면 어쩌려고 그래?]
[요츠하 혼자 풀 수 있도록 내가 가르치면 되지.]
[뭐.. 그건 그러네.]
뭔가 잘못되고 있다. 요츠하는 그렇게 생각했다. 낙제점을 확실하게 피하겠다는 욕심이 그녀의 공부를 늘려버리고 말았다. 다시는 부정을 저지르지 말자. 이것이 요츠하의 오늘 두 번째 다짐이었다.
수학시간이 지나고 체육시간이 찾아왔다. 요츠하는 체육복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향했고, 머릿속에서 또 다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꺄악! 요츠하! 타키 군이 있는데 탈의실에 들어가면 어떡해! 타키 군! 눈 감아!]
[어떻게 감으란 거야! 감으면 요츠하 눈이 감겨버리잖아!]
[그럼 그냥 보겠다는 거야? 어떻게든 보지마 이 로리콘아!]
[요츠하, 이 오빠는 아무것도 신경 안 쓰니까 빨리 갈아입고 나와줄래?]
[그거 믿어도 돼요?]
[난 미츠하 말고 관심 없어.]
[타키 군…]
다 싫다. 이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요츠하는 오늘 들어 가장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어찌어찌 체육복으로 갈아입은 요츠하가 운동장에 나가자 농구공을 들고 있는 반 친구들이 보였다. 오늘 체육은 농구인 모양이다.
예상대로 선생님은 나오자마자 농구공을 들고 공을 다루는 법과 농구의 규칙을 설명해주셨다. 초등학생에겐 공이 좀 컸지만, 요츠하는 공을 이리저리 굴려보고 튕겨보았다.
[요츠하, 잠깐 내가 해봐도 될까?]
[네? 괜찮긴 한데…]
요츠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타키는 요츠하의 몸을 마음껏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나게 드리블을 하다가 반대편 골대에 슛.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그대로 골대에 빨려 들어갔다. 타키는 작은 몸으로 성공했다며 기쁨의 제스처를 취했지만 주변의 뜨거운 반응과 미츠하, 요츠하의 차가운 반응에 흠칫 놀라고 말았다.
“요츠하 멋지다~”
“요츠하 너 농구 잘하는구나!”
“야! 앞으로 우리 농구할 때 같이 할래?”
[오빠… 잘하시는 건 알겠는데 이건 좀 곤란해요…]
[타키 군… 내 몸으로도 이래서 내가 얼마나 곤란했는데 이젠 요츠하까지…]
[면목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남은 체육시간은 모두 타키가 움직였고, 점점 뜨거워지는 주변의 반응에 요츠하와 미츠하는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초등학생에 어울리지 않는 농구실력을 보여주고도 한숨을 내쉬는 요츠하의 모습은 주변 친구들이 보기에 굉장한 충격을 주었다.
수학시간과 체육시간을 떠올리며 반성한 타키와 미츠하는 앞으로 요츠하의 움직임에 일절 간섭하지 않았고,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들기는 했지만 더 이상 요츠하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언니오빠… 오늘 일은 반드시 책임져주세요.”
[요츠하, 타키 군은 당연히 보상을 해야겠지만 수학시험은 자업자득이다? 돌아가서 공부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이 상태가 계속되는 이상 도망도 못 치는 건 알지?]
“귀찮은데 내일 하면 안될까?”
[내일은 나랑 타키 군이랑 데이트 해야 돼.]
[진짜? 난 처음 듣는데?]
[지금 정한 거야. 요츠하가 도망치려고 하니까.]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을 꼭 듣자고, 요츠하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결국 요츠하는 집에 돌아가서 미츠하가 풀어줄 때까지 계속 공부했고, 날이 지나고 잠에서 일어나자 타키와 미츠하는 본인의 몸으로 돌아갔는지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요츠하는 어제의 복수라도 할 겸, 언니를 조금 거칠게 깨우기로 마음먹었다. 계단을 살금살금 올라가 언니가 있는 방문을 거세게 열었다.
드르륵 쾅 소리와 함께 열린 문의 너머로 보이는 것은 이미 일어난 언니가 가슴을 만질지 말지 고민하는 모습. 그 모습을 본 요츠하는 방긋 웃었다.
“오빠, 언니의 비밀이 궁금하지 않아요?”
단편] 링크 모음집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19525
장편] 너를 위해서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0874 (完)
장편] 네가 없는 3년 / 내가 없던 3년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0900 (完)
장편] 처음 온 이토모리 - http://gall.dcinside.com/yourname/409081 (完)
장편] 두 사람의 이야기 - http://gall.dcinside.com/yourname/982504
처음 온 히오스-초갈 "-"
길 잃은 바이킹인가? "-"
ㄹㅇ이거 실화냐
ㄴㄴ윾동//무슨 소리임?
히오스에 초갈이라고 둘이서 하나 조종하는 캐릭터 있음 "-"
길잃은 바이킹은 혼자서 세 마리 조종해야 됨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읽는 속도 엄청 빠르시네
좋아한다고요 읽을 때 다 읽었는데 스파클 반도 안 지나갔음 힝힝 "-"
그거 생각나네 머리 3개달린 개
어 음..
개재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히오스충 좋아하죠? "-"
뭐야이겈ㅋㅋㅋㅋㅋ
타츠하의 쿠치카미자케가 나름 중요한 떡밥이었는데 안쓴게 아쉬워서 이걸로 표출했음..
몸 바뀌는 걸 넘어 아예 한 몸에 영혼 셋을 넣네ㅋㅋㄱㅋㅋㅋ - dc App
다음편..다음편을 달라...
초갈ㅋㅋㅋㅋㅋ
혼란스럽네요 ㅋㅋㅋ 요츠하에 안에 들어온 타키 미츠하는 어디서 왔을까 궁금하네요
쿠치카미자케는 만든 사람의 절반이잖아요 쿠치카미자케에서 온 타키미츠랍니다
언니의 비밀은 그래서 무엇인가여
그건 요츠하만 알고 있어요!
소재가 참신해서 재밌게 봄ㅋㅋㅋㅋㅋ - dc App
혼란하다 혼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