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후기


나는 미술을 잘 모른다
미술 전시회에 온 것도 오랜만이다
마지막이 국립중앙박물관의 합스부르크 특별전이었다 (그나마 이건 다른 경로를 통한 지식이라도 있었다)


설치 미술 형식의 전시회는 처음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른 채 왔다

아마 윤하가 아니었으면 이런 전시가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지하철을 1시간 정도 타고 전시장이 있는 곳으로 왔다

지하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오니 비가 왔다

비가 올 것을 예상해 우산을 가져왔다

잠시 걸어서 전시장에 도착해 티켓과 도슨트를 수령했다

도슨트에 자잘한 오류들이 있었지만 한 두번 사용해보고 나서 대처하는 방법을 알았다


전시물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평을 요약하자면

한국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숲은 아니었다

다큐멘테리에서 접했던 동남아나 남미의 열대 정글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의미를 해석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7집 앨범이 발매되고 난 뒤에 다시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 전시물에서 들었던 느낌을 적어보자면

사람 얼굴 형상을 한 마스크가 목재의 흔적을 한 바닥에 같이 있었다

아마 여기서 한국의 숲이 아닌 원시 부족들이 살 법한 정글을 떠올린 것 같았다

해석하기에 따라 조금 섬뜩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백색의 숲 전시장에서는 빛을 반사 시키기 위한 장치였지만 가까이에서 자세히 봤을 때는 얼음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냥 모양이 그랬다 아마 얼음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울림에서 전시물을 보자마자 죽은 벌집의 모양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살면서 몇번 봤던 살아있는, 죽어있는 벌집의 모양이 가장 비슷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터전의 숲에서 나무 한 그루만으로 숲을 지칭한 것이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다
거기서 무언가 영감이 온 건지, 의자가 있어서 그랬는지 여러 방향에서 감상했다
숲인지 나무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에필로그에 있는 그림들을 보았다
실제 그림과 그 그림을 그리기 위한 연습 스케치들이 있었다
여기서 내가 어릴 때 했던 게임에 등장하는 나무형상의 몬스터가 떠올랐다

나는 미술을 잘 모른다
하지만 그 그림에 넘어가서 오기 전에 생각했던 안경 닦기만 산다는 계획을 버리고 A3 포스터를 하나 구매했다
인터파크 전시회 안내 대표 그림이었다
나에게 어떤 영감을 줄 것 같다

구매도 마치고 퇴장하는 길에 다른 기념전 홍보가 있었는데 이머시브라는 단어가 바로 눈에 보였다
스물 콘서트에서 이머시브 공연한 것을 그 기념전 홍보 담당자가 의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시를 보고 도슨트를 반납할때 안내 직원에게 저녁 메뉴 추천을 받아 그곳으로 가서 비싼 햄버거를 먹었다 맥주도 같이 마셨다

그리고 소화를 할겸 전시장 옆에 있는 서울 숲에 갔다
아마 이 전시회의 의도는 이 전시를 본 관객이 서울숲을 산책하는 것인 것 같다
전시회를 보고 나와서 그런건지 평소 숲을 걸을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번 산책할때 만큼은 숲의 풍경과 소리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많이 걷지는 않았다
며칠째 비가 와서 그런가 바닥이 많이 질척거렸기 때문이다
유독 그날 걸은 숲은 울창한 산이 아닌데도 숲의 냄새가 느껴졌다

나는 사실 전시물의 의도를 해석해낼 재능이 있거나 경험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무언가 느낀 점은 있는 것 같다
사실 그 느낌을 잘 풀어 쓸 능력도 없다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윤하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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