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이 지났음에도 정확히 기억한다
6월 18일
생일이라 잊을 수가 없는 날짜
휴대폰을 켜보니 축하하는 메시지들 사이에 하나의 알림이 유독 눈에 띈다
[원하는 걸 다 말씀 해 보시오소서. #9기팬미팅]
참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자의식 과잉 최면에 걸려 생일인 걸 어필하며 무엇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짧게 고민하다가,
새로 고침을 눌러 반응들을 확인해 본다
지겹게 등장하는 타치부터 갤러리 폭격 예정인 아나바다, 그리고 약간은 도발에 가까운 인용까지...
이런 판이 깔리면 항상 벌어지던 일이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어지러운 것은 변함이 없다
더군다나 모두가 자신만의 사연이 있어, 정답이 존재하지 않아 더욱 그렇다
콘서트건 팬미팅이건 뭐건 간에 항상 기승전 셋리가 결론이다
이 지긋지긋한 셋리 방정식의 저주는 도대체가 끝날 줄을 모른다
항상 믿어 왔고, 항상 그 기대 이상을 보여주었지만
걱정되는 건 도대체가 고쳐지지가 않는다
아주 호위무사 납셨네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짓거리가 연예인 걱정이라고 하더라
틀린 말 하나도 없다
또 갤러리 뒤집어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던 내가 병신이다
고일대로 고여버린 갤러리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윤하 커뮤니티들까지 모두 만족하는 걸 보니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다
혹시나 남아 있는 커뮤들 또한 모두 고여서 그런 것은 아닌가 싶었는데
윤하가 언급한 발상의 전환 때문인가
처음 들은 곡이 대다수인데 모두 좋다고 하네
팬질 기간 적은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믿지 못하는 나는 병신이다
겉으로는 알아서 잘하겠지, 짬이 몇 년인데~ 라고 신뢰하는 척 하지만
정작 속으로는 제발 잘해라, 진짜 다른 거 필요 없고 큰 거 하나만 나오면 된다 제발!!
호위무사 ㅇㅈㄹ 걍 병신이다
진짜 늙었다
그냥 늙은것도 아니고 진짜 존나게 늙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곡들이 나오니까
인트로만 들어도 입에서는 개거품이 나오고 심장이 요동친다
정신 나갈 것 같네 진짜
이게 참… 노래를 들으면 어떤 노래인지, 언제 발매한 노래인지 등등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데
그 노래를 들었을 시기의 강렬한 기억들에 지배를 당해버린다
달리 말하면 윤하의 목소리가 뇌속을 후벼파고 들어와 오래된 기억을 강제로 적출하는 느낌이다
수험 생활, 대학 시절, 군대, 취준생, 그리고 지금
인생에서 언제나 빠지지 않고 항상 들었던 윤하의 음악들과 함께 한 기억들
한 곡도 빠짐없이 모두가 떠오른다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한꺼번에 몰아치니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네
덕분에, 굉장히 좋은 자리를 얻게 되어서 작정하고 흔들어 보겠다고 가져온
흑백 이도류 홀봉은 가방속에서 자체 봉인을 당해버렸고
함성이나 떼창은 한 번도 못하고, 좀비 시체마냥 양 눈깔 뒤집은 채로 입 쩍 벌리고 봤다
말도 드럽게 안듣네
왜 이렇게 늙어서 주책이지
윤하 말대로 나이 많은게 죄다
좀 이상한 곳으로 포인트가 잡혀서 눈물을 쏟은 구간이 있다
한국팬이 아닌 일본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그 짧은 시간
갑자기 며칠전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팬미팅 전 투표로 곡을 모집한다는 공지를 보고,
유튜브에서 오래된 일본 음원들을 발굴하던 중 발견한 일본어로 적힌 잊을 수 없는 한 덧글
[일본에서 데뷔하고,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다시 일본으로 돌아오는 날은 언제일까?
나의 청춘과 함께 계속 응원했던 사람이기에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슬픕니다
또한 ~에서 받았던 사인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다시 만나고 싶고, 일본어로 이 노래를 듣고 싶군요...]
덧글 작성 시기도 년단위가 아니라 몇 달 전에 달린 덧글이라 그 감동은 더 하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니 알아듣지도 못하는 일본어가 왔다 갔다 하는데
자신만의 사연을 모두와 공유하며 함께 과거를 발굴하는 코너가 있어서 그런가...
저 덧글 단 하나가 오버랩 되어 가장 크게 눈물을 쏟았었다
Y2K 이벤트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용기와 노력도 대단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늘 참석한 일본인이 가장 용기있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해당 덧글을 단 사람이 정말 진심으로 오늘 이 자리에 왔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살다살다 콘서트도 아니고 팬미팅중에,
심지어 노래도 아니고 멘트에,
그것도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감동을 받은 것은 또 처음이네
여담이지만, 한국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일본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에나 계속 있지 일본 왜 감? 두마리 토끼 잡으려다 다 놓친다라고
갤러리에 지랄 염병을 떨었던 10대 시절 나의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한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진짜 이정도면 셋리스트 관련으로 PTSD 오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
년단위로 기다려온 신곡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레어곡, 씹덕곡, 일본 노래 한번만 불러달라고 징징거린다
항상 매년 그래왔다
심지어 결과도 중구난방이다
큰 공연이 예정되어 있으면 ~ 기대해도 되는 부분? 의 글들이 올라오는데
저번에 들었는데 왜 또 하냐 / 내가 못 들었는데 무슨 상관이냐
꼬우면 일찍 입덕 하던가 / 늦덕 배려는 없냐
창법도 많이 변화하여 원곡의 느낌이 안 산다 / 원곡이고 나발이고 그냥 듣고 싶은거다
이래서 개미털기가 시급하다 / 틀딱들 버리게 지게 좀 가져와라
적당히 WWE 하면 모르겠는데 서로의 발작 버튼 눌리는 순간
바로 이래서 투표는 범죄다 / 아직도 과거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가수의 앞날을 막는구나
등으로 양극화에 불을 지른다
더군다나 각자의 역린이 어디인지 알아서 기싸움도 오지게 잘 한다
물론 당연히 나도 포함이며, 나의 얘기이기도 하다
겉으로는 싸우는 꼴 보기 싫어서 본인이 알아서 잘 조율하겠지, 셋리 마음에 안 들면 가지 마라 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함께 했던 추억이라는 사연을 인질로 삼아 옛날 윤하 한번만 보자고 찾고 있으니…
위선도 이런 위선이 없다
심지어 투표 곡도 혜성이 아니라 근본 원곡 ほうき星 불러 달라고 썼다
타 가수 곡은 옛날에 '옛날 윤하' 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지금의 윤하랑은 다르다 심지어 본인도 인정한 부분ㅇㅈ? ㅇㅇㅈ)
인생 최초로 들은 라이브곡이 '옛날 윤하'가 부른 マイ☆ラバ였기 때문에 그거 추천한다고 적어서 냈다
다시봐도 좀 미친놈 같네
그런데 사실 모두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많이 듣던 노래건 아니건 뭐가 중요한가
각자의 계기, 추억,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
유독 여운이 많이 남는 팬미팅인 이유가 이 때문이다
단순히 라이브로 들어보지 못한 곡, 오랜만에 들어본 노래가 나와서 좋았던 것도 있지만
대놓고 판을 깔아 코너를 만들어 모두의 이유있는 사연을 하나하나 직접 소개해 주니
그제서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고 서로를 이해한다는 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옳게 된 팬미팅이라고 하기에는 과거의 본격 윤하 원맨 캐리쑈 팬미팅과
투표 관련으로 약간은 잡음이 있던 최근의 소극장을 저울질 하는 것 같아 언급하기 싫지만
윤하의 음악으로 하나 되어 함께 추억팔이를 하는 이런 콘텐츠가 더 의미 있고 좋게 느끼는것을 어떻게 하리...
편곡을 광적으로 싫어하던놈이 어디가 바뀌었는지 기대를 하고
소극장에 2521이 웬말이냐 라고 했던 놈은 아나바다를 그리워하며 이해를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올비건 뉴비건, 한국인이건 일본인이건, 과거의 윤하건 현재의 윤하건,
오늘을 계기로 한명 한명 모두가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늙기 싫은데 또 하루만큼 어른이 되는 느낌이다
좋은 의미로 말이지
엔딩곡이 내일의 문이었다
첫 여정의 시작이자 가장 오래된 기억이
시간을 건너, 몇 번의 계절을 지나, 오늘이라는 앞으로 걸어온다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저는 이렇게 성장하며 컸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시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가요?]
마치 이렇게 묻는 것 같다
오늘의 핵심 키워드인 가장 좋아했던 과거, 가장 의미 있던 과거라...
풀 수 없는 난제들로 가득했던 지금과 다르게 유일하게 정답이 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지금껏 그랬듯이 언제나 좋을 거다
항상 함께하고 있는 지금이 제일 좋다
정성추
갤버지의 절절한 후기추
큰 거 한 방 캬
아버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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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씨발끝까지정독하고실실쪼개면서추천눌렀는데뺏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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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클추 - dc App
감동...
틀딱 버리게 지게 가져와라 ㅋㅋ 그리고 호우키보시는 23년도에 일본에서 세번 불러주셨습니다 갤버지께서 오셨어야죠
그때 틀렸잖아!!!!!!
오프닝곡과 엔딩곡 참 잘 정하셨다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듭니다 후후 - dc App
멋있습니다 갤버지..
감동의 추
요동치는 감정변화가 체감되네 이게 올비(아저씨)라는거겠죠
장문추
갤버지시여
역시어른이십니다..
갤버지시여...
바보병신,늙은게죄 포인트 짚어봤습니다
감동추 - dc App
명문이네요
감동추 - dc App
세줄요약 없으니 비추 드립니다.
지게추
진짜미안한데안간애가댓글이제일깁니다형님
그래도 소극장은 지금 생각해도 아닌거 같습니다 - dc App
갤버지님 절절후기공감추
감동이에요
기특해가 댓글 씹창내놨네여
기싸움하는 늙은이추
이글 보고 눈물 줄줄 흘렸다
갤버지여.. - dc App
또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