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90f719bd816af420b5c6b236ef203e2fbad6c040164d72b7

1. 두 번째로 간 소극장 콘서트였다. 여름 소극장 콘서트인 <빛나는 여름>과 구성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건 여러 후기를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총 12번의 공연 중 7번째 공연이었기에 스포를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었다. 나는 오히려 그것이 공연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가수가 직접 쓴 두 편의 글도 꽤 유익했다.


2. 촉박하게 가는 걸 선호하지 않아서 2시간 30분 전에 도착했다. 이화여대 캠퍼스에는 정말 오랜만에 들어왔다. 대강 짐작해도 10년이 넘었다.

ECC 푸드코드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공연장이 있는 지하 4층을 걷다가 밖으로 나왔다. ECC를 중심으로 해서 캠퍼스를 한바퀴 산책했다. 바람이 차고 쌀쌀했지만 고풍스러운 건물이 주는 단정함과 차분함, 그리고 ECC와의 조화가 훌륭했다. 겨울의 이대 캠퍼스는 꽤 괜찮았다.

0490f719bd816af320b5c6b236ef203ee69d3a1572b3b7c660

3. 산책 다녀와서 찍은 현수막. 나는 이런 디자인의 포스터를 선호한다. 딱 들어갈 것만 있는 기능에 충실한 것 말이다. 공연을 끝나고 다시 보니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신경 쓴 흔적이 보였다.

4. 일반 공연장과 다르게 학교 안에 있다보니 앉아서 대기할 곳이 있었다. 내 자리는 정해져있고, 맨 앞자리 가운데 왼쪽 통로석이니까 10분전에만 들어가면 되겠다 싶어 자리에 앉아 30분 가까이 되는 유튜브를 시청했다. 그리고 입의 텁텁한 느낌을 지우기 위해 양치를 하고 공연장 앞으로 이동했다.

5. 공연장은 생각보다 경사가 있었다. 단차가 있어서 뒤에서 봐도 잘 보인다는 후기가 한 번에 이해되었다. 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 1열은 무대를 올려다봐서 목이 아프다고 했는데, 내 눈높이와 딱 맞았다. 그래서 부담이 전혀 없었다. 1열에 앉아보니 왜 여기인지 알겠더라. 가수의 표정과 제스처, 소리를 내는 것이 잘 드러난다. 그리고 악기 연주자의 움직임도 볼 수 있었다.

0490f719bd816afe20b5c6b236ef203e4fe869b52d65fb7ac9

6. 입장 선물을 준다. 핫팩과 파우치, 그리고 포카다. 포카는 주마다 바뀌는 것 같다. 그래서 한 주에 한 번은 오라고 했던 것 같다. 핫팩은 겨울이 되면 손이 차가운 내게 도움이 되었다. 온기를 크게 전달해주지는 못했지만 공연 내내 손에서 온기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나고 보니 이 입장 선물은 공연을 이해하는 데 좋은 도구가 되었던 것 같다.

7. 셋리스트. 가수가 변경이 없다고 했다. 입덕한지도 그리 길지 않지만 조금 연차가 쌓였고, 모르는 노래가 없어서 공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데 1부 마지막과 2부 첫 곡이 2주차까지와는 달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사정이 있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원래의 셋리스트와 변경된 셋리스트 모두 설득력이 있었다. (이전 셋리스트에 의한 공연도 들어보면 더 정당한 평가가 가능할 듯 하다.)

이 공연 자체가 가수의 마음의 지형도를 그려냄으로 그것을 팬, 더 나아가 반복되는 '겨울'을 통과하고 있는 모든 사람의 보편적인 경험, 그러니까 자신을 이해하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러한 변경은 이해할 만하다. 그래도 셋리스트는 약속이니 정확한 곡 제목은 아니어도 변경이 있다고 미리 말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0490f719bd816aff20b5c6b236ef203e66dd34ac8c0080b7f8

8. 마음의 지형도를 그리고 이해하는 장치는 무대의 조명과 악기의 사용으로 드러난다.

먼저 조명 색은 주로 파란 빛이 사용되었다. 파란 빛은 해석하기에 따라 우울, 불안함, 차분함, 단정함을 상징하는 것 같다. 1부에서는 우울과 불안함을 상징하는 것 같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답을 찾지 못한 날'에서는 파란 빛이 마음 속에서 올라오는 따뜻하고 차분한 마음을 압박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 노래를 부르는 가수도 그런 압박을 받는 것을 표현한 것 같다. 따뜻한 색은 차분함, 단정함을 상징한다고 했는데, 2부에서는 내가 느끼기엔 파란색보다 더 많이 사용되었다. 물론 같이 사용되긴 했다. 이것은 빛나는 시절이라고 할지라도 차가운 부분이 일정 남아있고, 그 차가움이 차분함과 단정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드럼. 특히 1부에서는 심장 박동을 묘사한 것 같다. 피치 못한 상황, 어둡고 캄캄한 상황에 처한 사람의 마음을 둔탁한 소리로 표현한 것 같다. 자리가 드럼과 가까워서 몇번은 가수의 노래를 듣는데 조금 방해되긴 했지만, 그것은 자리 문제였을수도 있겠다. 바이올린과 첼로. 중저음에서 고음을 내는 바이올린은 마음 깊은곳에서 터져나오는 것을 표현하기에 좋은 악기인 것 같다. 중저음에서 저음을 담당하는 첼로는 마음 깊은 곳의 흐름을 묘사한 것 같다. 모든 편곡은 마음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현악기를 중심으로 한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음악 전공자가 아니기에 더 많이 쓰지는 않겠다.

9. 주목해서 들어야 할 곡. 내가 선호하는 것을 적어본다.

* Airplane Mode - 여기서만 기타 연주자가 일렉기타로 연주한다

* 답을 찾지 못한 날 -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다. '답을 찾지 못했다는 답'을 찾은 날이라고 나는 이해했다.

* 다음에 봐 - 겨울의 정서를 떨어버리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 별의 조각 - 자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표현한 곡. 편곡이 좋았다. 오랜만에 들었다.

* 포인트 니모 - 친한 친구가 차분한 말로 달래고 위로하는 느낌이었다.

* Winter Flower - 이번 공연의 백미. 조명과 악기 사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랩 부분을 잘 처리했다.


0490f719bd816af420b5c6b236ef203e2fbad6c040164d72b7

10. 공연 시간은 두 시간을 채웠다.

밖으로 나오니 눈이 많이 오고 있었다. 끝까지 오감으로 공연의 여운을 즐길 수 있었다고 할까?

11. "갓 개봉한 핫팩같은 공연"

전철을 기다리면서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비유였다. 갓 개봉한 핫팩은 한기를 다 사라지게 하지 못하지만, 온기를 천천히 전달한다. 이번 공연이 그러했다. 1부의 여운이 2부에도 남았다. 이는 빛남에도 겨울이 있고, 겨울에도 빛남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우리 마음은 겨울에 가장 잘 자란다고 생각한다. 겨울은 한 번만 오지 않는다. 법칙처럼, 때로는 예고하지 않고 올 수 있다. 그러나 수많은 겨울을 통과하면 마음은 자란다. 그러한 겨울에 힘 없이 넘어지지 않는 단단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12. 후기를 길게 적었다. 공연의 주제와 메시지가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유형의 겨울을 통과하든지 그것은 끝이 있음을. 그것은 곧 내게 유익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기억하려 한다. 고맙고 좋고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요약>

1. 두 번째 소극장 콘서트. 구성과 편곡이 좋았다.

2. 셋리스트 변경은 처음부터 미리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듯

3. 각자의 겨울을 잘 통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