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만 하다가 글을 써볼게요. 자기소개 안 궁금하신 분들은 점선 밑부터 읽어주세요. 저는 이제 6개월만 더 하면 집가는 군인인데, 운 좋게 휴가 나오기 전 일반예매 폰켓팅 성공해서 보러왔습니다.
저는 걱정도 많고 후회도 많이 하는 사람이였습니다. 이런 저런 일이 겹치게 되어 재수를 했습니다.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 자신을 다독이며 패기롭게 시작했지만 재수를 하며 '조금만 더 열심히 했더라면, 결과가 달랐을까?', '나는 정말 멍청한 사람인걸까?', '왜 내가 이런 시간을 겪어야 하는거지?' 같은 생각들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그러던 중 스포티파이를 쓰던 제게 윤하의 Black Hole이 추천곡으로 떠서 우연히 듣게 됐는데, 멜로디가 강렬하고 유려해서 속으로 '음... 좋네...' 하다가 가사가 궁금해져서 가사를 보게 됐습니다. 가사도 너무 좋았습니다. '이 사람 뭐지? 대박인데?' 하면서 6집 리팩 전체 재생을 하게 됐고, 그게 저의 입덕 루트가 되었습니다.
이후부터는 재수를 하면서 6집 리패키지가 있어서 그렇게까지 고독하고 힘들진 않았습니다. 결국 재수에 성공했고, 두 번째 캠퍼스를 거닐며 반짝, 빛을 내를 듣고 펑펑 울었습니다. 이후 7집이 나왔고, 6집과 7집은 저에게 어떤 시련이 있어도 버텨내고 돌파해낼 용기를 준 앨범이였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제 군생활에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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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연을 볼 때 스포를 당하고 보는 걸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윤하 누님이 권장하신 방법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곱씹어보면서 음미하는 걸 즐기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세트리스트를 눈팅하면서 5, 6, 7집과 내 마음이 뭐가 돼, 괜찮다, WINTER FLOWER 등등 제가 좋아하는 곡이 너무 많아서 기대가 됐습니다.
지금부터는 후기입니다. 장문이니 미리 죄송합니다. 모든 곡이 다 좋았지만 ☆은 다른 곡보다 더 좋았던 곡.
1. Intro
아픔을 마주할 용기를 내고 서서히 두드려본 뒤 연 문. 신비로운 느낌에 나도 모르게 이끌렸다.
2. 괜찮다
지금 계절과 딱 맞는 노래라고 생각했다. 음원보다 절제된 세션분들의 반주가 이 공연의 추구미를 제대로 살린 것 같다.
3. 없던 일처럼☆
윤하 누님한테 입덕하기 전에도 알고 있던 곡. 보컬의 전달력이 너무 좋아서 눈물이 찔끔 났다.
4. Interlude 1
문을 지나 마음 속 정지된 시간의 무기력한 나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5. Airplane Mode☆
원래도 새벽감성 내지는 비 오는 날 카페에서 창가에 앉아 혼자 사색에 빠질 때 듣기 좋은 노래였다고 생각한다. 근데 편곡이 더더욱 고독해서 이입이 잘 됐다. 군생활을 하면서 든 감정에 이 곡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도 있었어서일까?
6. 내 마음이 뭐가 돼☆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에서 윈플에 버금가는 노래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넬의 노래도 좋아한다. 특유의 서정적 가사가 심금을 울리는 느낌이 있다. 편곡이 원곡을 초월할만큼 좋았다. 기대했다가 실망하게 되는 순간이 살면서 여러번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텐데. 그런 생각에 이입하며 들으니 윤하 누님의 감정선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도 눈물이 날 뻔 했다.
5. 없어
가사와는 다르게 묘하게 힘차고 밝은 느낌이 나서 기분이 이상했다. 뭔가 엔드 띠어리에서 얘기하는 산뜻한 안녕과는 다른 느낌의 안녕이랄까.
6. Interlude 2
무기력한 지난 날의 모습을 마주한 뒤 드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연주한 느낌이였다.
6. Drive☆
원래 자주 듣던 노래였다. 운전병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운전할 수 없는 까닭에 그닥 자유롭다고 느끼지 못했다. 콘서트에서 듣게 되어 너무 반가웠다. 도망치려 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이 생각났다. 가사에 너무나도 공감하며 들었다.
7. 답을 찾지 못한 날☆
듣고 울었다. 재수할 때 너무 힘들었던 날 이 곡을 듣고 펑펑 울다가 잠든 날들이 있었다. 원곡보다 더 서정적으로 바뀐 편곡에 그 때 생각이 나서 울었다. 나중에 다른 분들이 찍은 직캠을 돌려보게 될 때 나의 눈물 버튼이 될 것 같다.
8. 다음에 봐☆
들을 때마다 차갑게 식어버린 마음 속에서, 그럼에도 여전히 바보같이 상대를 배려하는 착해빠진 화자가 건네는 말같다고 생각했다. 차갑고 서늘한 느낌을 바이올린과 첼로가 더 잘 살려줘서 이 노래의 킥이였던 것 같다.
9. 바다아이
더욱 더 깊은 마음 속의 심연으로 잠수하려면 그에 걸맞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를 결연하게 표현한 느낌이였다. 보컬이 힘차고 단단해서 뭔가 이래서 사람들이 락윤 락윤 하는구나... 하는 잡생각도 했다.
10. 기다리다
너무 유명한 노래라 티비로 보는 듯한 기분...? 감흥이 다른 곡보다 떨어졌다. 물론 편곡과 가창은 매우 좋았다.
11. 느린 우체통☆
진통을 겪는 청자, 그런 너와 나에게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한 마디를 건내는 화자. 진심으로 상대의 행복을 빌어주는 듯 했다. 감동적이였다.
14. 별의 조각
처음에 첼로로 시작하셔서 오케스트라를 보는 듯한 느낌이였다. 보컬보다는 세션에 집중하게 되었다. 맨 마지막 보컬 파트가 끝나고 세션 연주만 지속되다가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듯이 끝나는게 날 미치게 만들었다. 너무 좋아서 눈물 줄줄 흘릴뻔.
15. Interlude 3
조명이 하나하나씩 순차적으로 켜지고 꺼지는 걸 보며 나 말고도 아픔을 겪는 선대의 누군가가 존재했구나, 그런걸 표현하고 싶었구나(물론 아닐수도 있겠지만...?)라고 생각했다. 라이프리뷰의 '잔혹한 동화의 주인공은 그대 하난 아니니'라는 가사가 생각났다.
16. 맹그로브
원곡과는 다르게 인터루드 뒤에 배치되니 이제 바닥까지 떨어져봤으니 올라올 일만 남았다고 해주는 듯한 느낌이였다. 맹그로브도 편곡이 되게 좋았던 것 같다.
17. Black Hole☆
나의 입덕곡답게 어떤 버전으로 들어도 좋은 것 같다. 원곡이 뭔가 별에게 아름다운 종말을 고하는 느낌이라면, 이 편곡은 블랙홀이 된 별의 과거를 세심하게 느끼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는 화자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덕분에 나의 빛났던 과거도 생각났다.
18. 코리올리 힘☆
7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우리 인생과 별 다를 바가 없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군생활 중에도 수도 없이 들었다. 근데 이걸 소극장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원곡은 락이여서 소용돌이치는 화자의 내면을 잘 표현하는 느낌이였다면, 편곡은 방금 전 블랙홀이랑 마찬가지로 코리올리 힘이라는 주제보단 가사 그 자체의 전달에 조금 더 집중한 느낌.
19. 포인트 니모☆
7집 리팩이 나오자마자 듣고 울었을 정도로 이 곡은 내 눈물버튼 곡이다. 그띠 발매 기념 콘서트에서도 듣고 울었고, 뷰민라에서도 듣고 울었다. 갈망하는 모든 것들이 전부는 아니라는 메세지, 그리고 모두를 향한 조건 없는 자애, 다 내가 살아가면서 꼭 실천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역시 듣자마자 눈물이 났다. 원곡에 비해 위로의 감정선이 더 잘 살아있는 느낌이였다.
20. WINTER FLOWER (雪中梅) (Feat. RM)☆
내가 살다살다 이걸 라이브로 들을 줄이야... 그냥 말 그대로 미쳤다. 원곡보다 기계음을 빼서 더욱 더 웅장하게 들렸다. 후반부 초고음에서 켜지는 하얀 조명에 1차로 충격을 받고, 온 힘을 다해 '피어나길 바래'라고 열창하는 윤하 누님의 모습을 보며 2차로 충격을 받았다.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행복을 빌어주고 싶다고 생각했고, 콘서트가 끝나고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돌리게 되는(?) 곡이 되었다.
21. 오르트구름☆
난 역시 복이 많은 사람인가보다. 이걸 앵콜로 해준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앵콜은 앵콜인가보다. 본 세트리스트 노래들보다는 조금 더 신나게 즐기는 분위기를 위해 들고 온 느낌. 음원보다 더 좋았다.
22. 사건의 지평선☆
앵콜이 주마다 바뀐대서 별 기대를 안 했지만, 군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분명히 있었기에 꼭 이 노래를 듣고 산뜻한 안녕을 비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다. 근데 이 날이 그 날이였다. 이걸 불러줘? 2. 그냥 올해 운을 여기 다 쓴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 그리고 Q열에 앉아있었는데, 내가 손 흔들었을 때 윤하 누님이 나와 눈을 마주치며 화답해주셨다. 정말 여러모로 산뜻한 안녕이였던 듯.
총평하자면, 그동안 대형 콘서트와 페스티벌만 다니던 나에게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꼭 필요한 공연이였던 것 같다. 덕분에 윤하 누님이 추구하는 것들과 전달하고 싶은 바를 더 이해하기 쉬워졌다. 본인은 컨디션이 100%는 아니라고 했지만, 보컬도 짱짱하고 실수도 거의 없었던 회차여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여름에도 소극장콘을 한다면, 그때는 말출이니까 꼭 가야겠다.
(제 휴대폰에서 제일 잘 찍은 사진이 이거밖에 없네요...)
군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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