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오카리나는 갓겜이지만 다들 입을 모아 최악의 단점이 조력자인 나비의 무능함과 시끄러움을 지적할 정도로 나비가 하도 팬들에게 밈화되며 안 좋은 쪽으로 욕먹으니까
정신 차린 제작진이 모든 비판점들을 수용하고 완성해낸 캐릭터가 바로 미드나임.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작진이 엄청나게 공을 들여 만든 완벽한 캐디와 능력치, 독특한 퍼스널리티, 속삭이는 듯한 이색적이고 매력적인 사운드, 서사로 역대 최고로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음.
1. 딥다크하면서도 유쾌하고 능글맞은 소악마 모습인데 본인의 이명 자체가 작품 부제일 정도로 진주인공 및 진히로인 포지션에다가 황혼의 세계를 통치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성군임. 거기다 본모습의 외모도 죽은 자들이 사는 저승의 여왕을 연상시키는, 젤다 저리가라 할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아름다운 절세미녀.
  
2. 빛의 공주인 젤다와 대비되는 이세계인 황혼의 세계의 또다른 공주라는 독특한 포지션

3. 링크에게 냉혹하고 까칠하게 굴다가도 한편으론 자신의 세계뿐만 아니라 하이랄도 지켜주고 싶어하고 도와줄 건 도와주는 츤데레성. 암울하고 숨막히는 황공 스토리를 환기시켜주는 풍부한 표정묘사와 유머감각과 리액션

4. 나비나 다른 파트너들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전투, 워프, 점프 이동, 인간과 늑대의 모습 자유자재로 오가기 등 엄청나게 유능한 능력자. 미드나 본인도 사실상 그림자 계열 마법사들 중 단일 최강자임. 거기다 많은 이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는데 한번 손댄 자를 절대반지마냥 타락의 길로 몰고 가는 석관 조각이나 거울 조각을 오랫동안 보관하고도 미드나는 한번도 그 사악한 힘에 굴복하거나 타락한 적이 없음. 조상들이 정령들에게 빼앗긴 석관도 다 모았겠다, 석관의 힘을 써서 점점 하이랄에 대한 야망을 키울 법도 한데 오로지 하이랄 성의 결계를 부수거나 현재의 만악의 근원인 젠트와 가논돌프와 대적할 때만 사용하고 끝임. 그리고 자길 빛으로 오염시키고 반죽음에 이르게 만든 라넬을 비롯한 빛의 정령들에게 원한을 품을 법도 한데 미드나는 자신이 죽어가는 그 순간 속에서 정령들을 탓하지 않고 하이랄을 구하려 했음. 그만큼 조상들의 과오를 알고 깊이 반성해온 미드나의 담대한 인품이나  어째서 그가 황혼의 왕이고 그림자 세계를 통치할 자격이 있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연출임.

5. 젠트와 가논돌프에 의해 왕위를 빼앗기고 자신의 것을 되찾기 위해 빛의 세계 용사인 링크와 협력한다는 주인공 같은 서사. 욕망만 가득하고 왕의 자질이 한 톨조차도 없는 젠트에게 적법하고 진정한 왕의 자격을 갖춘 황혼의 왕인 자신의 것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소악마의 모습으로 변형당하는 그 이상의 치욕을 당했기 때문에 링크나 젤다보다도 서사가 더 드라마틱함. 처음엔 황혼의 세계는 으스스하고 불길한 저승 같은 곳이라는 편견이 자자하고 (모이가 계곡에서 링크에게 황혼에 대해 말한 대사), 과거 조상들과 대적하기도 했던 하이랄에게 애증과 미움을 느끼고 조롱하고 깔봤지만, 자신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젤다와 링크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인격적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도 세심하게 묘사했음. 그리고 젠트를 무찌르고 되찾은 그림자의 석관을 써서 이번에는 본인이 젤다와 링크에게 은혜를 갚고자 둘을 워프시키고 가논과 직접 일기토를 하고 자기희생하는 것으로 미드나의 완성에 방점을 찍었음.
  
6. 감동적인 엔딩과 이별 장면. 보통 젤다 시리즈에서 모험이 끝나고 하이랄이 구원받으면 링크와 조력자들도 각자의 길로 가거나 이별하는 장면이 묘사되지만, 미드나의 경우는 지금껏 플레이어들과 함께 생사고락도 나누고 그 안에서 서사도 부여받아 극적으로 성장해와서 오래 정들 수밖에 없음. 그래서 이별은 역대 파트너들과의 이별 신 중에서도 슬픈 BGM과 어우러져 가장 감동적이고 눈물이 쏟아짐.

특히 링크는 이번 작에서 미드나와 엮이는 장면에서는 감정을 많이 드러내는 편임. 늑대 모습으로 처음 만난 미드나에게 도발하고 셔틀로 부려먹을 때마다 매섭게 노려보는 살벌한 관계였지만 전개를 거듭할수록 미드나를 향한 우정과 동료애가 잘 드러남. 중반부의 사건 이후로 변하기 시작한 미드나가 함께 거울을 되찾아달라고 부탁하거나 결계를 다 부수고 탈진한 미드나를 공주님 안기로 부둥켜 안거나, 막판에 희생을 선택한 미드나에게 가지 말라고 필사적으로 손을 뻗고, 옆에 있는 젤다 공주를 냅두고 부활한 미드나를 향해 가장 먼저 달려가는 등, 유독 역대 링크들 중에서 파트너와의 유대관계나 애착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링크임.
7년 후 세계선의 젤다와 나비와 이별하는 순간에서도 표정에 한 치 미동조차 없을 정도로 (기술의 한계 때문에) 차갑고 기계적이었던 아버지이자 스승 시오 링크와 대비됨. (그래서 난 시오 링크가 후속작(무쥬라의 가면)에 나비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친구'라고 여행 떠났을 때 도무지 납득이 안 갔음... 전작에 링크가 본인만의 감정으로 나비를 아끼는 장면은 컷신 전체를 통틀어봐도 안 보였으니까.) 링크가 미드나를 향해 드러내는 감정들은 제작진의 의도 대로 플레이어들의 감정과 일치하기 때문에 우리도 링크의 반응에 이입하고 희생을 더욱 처절하게 부각시킬 수 있었음

모두를 참혹한 고통에 빠트린 만악의 근원 가논돌프는 링크에 의해 처형당하고 미드나는 그의 희생을 인정한 정령들의 축복 속에서 진정한 황혼의 공주의 모습으로 부활함.  처음엔 본모습이 아닌 모습(소악마와 늑대)으로 관계를 시작했지만 엔딩에선 미드나와 링크 모두 각자의 본모습(황혼의 공주와 빛의 용사)으로 마주하니까 그 대비도 명확해짐.
모든 것이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야 하듯 미드나는 빛과 그림자는 함께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치를 따라야 하지만 젤다는 조상들이 남겨준 거울이 있기에 우린 형제처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희망의말을 던짐.
  
이별에도 만남의 희망을 심어주는 듯한 훈훈한 분위기였지만, 미드나는 눈물의 빛을 흘려 끝내 두 세계를 잇는 거울을 파괴하고 자신의 세계로 돌아감. 플레이어들과 함께 충격받은 젤다와 링크에게 아련한 미소를 보낸 채. 그 위로 빛과 어둠은 언제나 함께라는 메시지를 보낸 듯, 아름답고 아련한 황혼의 하늘을 비추면서 유종의 미와 함께 황혼의 공주, 미드나의 이야기는 완전히 막을 내림.
  
어디까지나 링크를 위한 비서 혹은 조수이거나 조연에 지나지 않았던 역대 파트너들과 달리 황혼의 공주로서 서사에 녹아들면서 부딪히고 성장해나가는 캐라서 더욱 정이 듦. 야숨 2에도 미드나 같은 조력자는 나오긴 힘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