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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평소처럼 일하고 있는데 미야비 씨에게서 갑작스러운 DM이 왔다.
호시미 미야비: 점장님. 긴급입니다.
벨: (뭐야, 테러라도 난 줄…)
호시미 미야비: 백합 드라마 신작 오디션 공고를 발견했어요.
벨: ...네!?
호시미 미야비: 같이 나가죠. 우리, 감상 수행 덕분에 감정선 일치했잖아요.
벨: …네에!?
호시미 미야비: 어차피 얼굴은 가면 쓰는 설정이래요. 정체는 안 알려져요.
'왜 그런 데까지 조사했냐고…'
.
.
.
며칠 뒤,
나는 본의 아니게 오디션장에 서 있었다.
옆에는 진지한 얼굴의 미야비 씨.
그리고 우리 둘 앞엔 심사위원 셋.
"자, 그럼 준비되셨으면 시작해주세요.
지금부터 '운명적인 고백' 장면입니다."
운명적인 고백?
"아하하-... 미야비 씨, 우리 이거 연습 안했죠?"
"괜찮아요. 이미 감상 수행으로 시뮬레이션 충분히 됐어요."
'그게 무슨...!'
그 순간,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점장님… 아니, 벨."
"네네... 네?"
"사실은… 당신과 함께 본 모든 순간이, 나에겐 전부 의미 있었어요.
처음엔 그냥 비디오 감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당신과 감상하지 않으면 집중이 안 돼요."
심사위원: 오오…
'…그거 집중력 부족이 아니라 그냥 저를 좋아하는 거잖아요!'
심사위원: 리얼하다… 감정선 좋습니다…
나는 머릿속이 새하얘졌고, 본능적으로 외쳤다.
"나도.. 나도 그래요!"
"…그럼 키스씬도 가능하시겠어요?"
"아뇨! 거기까진 아직... 에에에에에?"
그날, 우리는 오디션 예선을 통과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 감상 수행… 무서운 길이다.
.
.
.
예선 통과 이후, 미야비 씨는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전국 백합 감상 수행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 대회 뭐야, 진짜 있었던 거야? 누가 만든 거야? 왜 나가야 해?'
그런 내 혼란과는 무관하게, 미야비 씨는 진지했다.
오늘도 훈련이라며 우리 집으로 찾아왔다.
"벨, 오늘은 '고백 실패 후의 화해' 장면을 집중적으로 연습할 거예요."
"어제는 '무의식적 스킨십' 아니었나요?"
"복습입니다. 수행에 복습은 필수죠."
'감상 수행이 이렇게 하드한 거였나...?'
그런데 그때였다.
띵-동.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낯선 인물이 서 있었다.
은발, 날카로운 눈매, 살짝 곱슬머리.
그리고 — 여우귀.
"…여기, 호시미 미야비 있지?"
"네? 누구세요?"
"나는 쿠로네 리코. 전국 백합 감상 수행 랭킹 2위.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 겸, 미야비의 전 파트너다."
"……네?"
그 순간, 미야비 씨가 거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리코? 여긴 어떻게…"
"나 없이 백합 감상 수행이라니. 배신감 느꼈어."
"그건… 어쩔 수 없었잖아요. 당신, 감상 중에 매번 울잖아요."
"감정이입이 강한 게 뭐 어때서!"
나는 점점 머리가 아파졌다.
"자, 선택해. 벨.
지금의 감상 수행 파트너로 미야비를 계속 택할 건지…
아니면, 나와 새로운 감상의 길을 열 건지."
미야비: "벨은 저랑 감상할 거예요. 그렇죠?"
리코: "벨, 너의 감상 집중력… 테스트해보자."
'아아… 백합 감상 수행이 왜 이렇게 배틀물처럼 변한거야..?'
그리고ㅡ. 잠시후 사작된,
백합 감상 수행 대결.
말만 들어도 어이없지만, 이미 현실이었다.
세 명은 원탁에 둘러앉았다.
리모컨은 중앙에 놓여 있고, 화면에는 백합 드라마 고전 걸작 『그 여름, 그녀와 나』가 재생 중.
"룰은 간단해. 장면마다 감상 후, 즉석으로 해설과 몰입 리액션을 해.
심사위원은―― 이 고양이."
리코가 꺼낸 건, 작고 귀여운 치즈 고양이.
목에는 '심사위원: 시라스' 라고 적힌 푯말이 달려 있었다.
"미야비 씨… 우리 진짜 이거 해야 돼요?"
"…진지하게 임하세요. 저, 질투나요."
"질투…!?"
영상이 시작되자마자, 두 소녀가 벚꽃 아래서 손을 맞잡는 장면.
먼저 나선 건 리코였다.
"이 장면은, 그녀가 마음을 전하지 못한 죄책감과 동시에, 손을 놓지 않겠다는 각오를 표현하고 있어."
"…먀."
"다음 점장님, 갑시다."
"나, 나요!? …그럼!"
"이 장면… 벚꽃이 떨어지는 건, 그녀들의 첫 만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의 상징이에요!
그래서 이 손잡음은――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아'는 외침!"
"…먀아!"
"좋아요, 점장님. 감상 수행 성장했네요.
하지만 제가 더 잘해요."
미야비는 천천히 화면을 보며 말했다.
"…이 장면, 실제로는 서로에게 첫 고백의 순간이었을 겁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
백합이란, 말보다 앞선 감정의 흐름이 중요하죠."
우다다다다!!
갑자기 시라스는 방 안을 질주하더니, 미야비의 무릎 위에 착.
"…졌네."
"우승은… 미야비 씨…?"
"…당연하죠."
그녀는 살짝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다음엔, 둘이서만 수행합시다. 리코 씨는… 감정이 과해요."
"크윽… 인정은 못 해! 다음 대회에 또 만나!"
리코는 울면서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남은 건,
TV 앞에 나란히 앉아 앙코르 감상 수행을 준비하는 두 사람.
"……근데 우리, 뭔가 점점 이상한 길로 가고 있지 않아요?"
"이건 문화예요. 진지하게 임하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미야비 씨는 슬며시 손을 잡았다.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더니, 그녀가 낮게 웃었다.
"그 장면 생각나요? 손 잡는 장면."
"…너무 몰입하시는 거 아닌가요?"
"몰입이 부족한 사람은… 시라스한테 선택 못 받아요."
시라스가 ‘먀아’ 하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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