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개를 들었어



그 한 방울은 알고 있었대



아주 멀리

6단지의 어느 화장실에서 수나의 응가가 


변기물에 퐁당 빠지던 순간을



그 물의 일부분이



도시의 소음과 


밤의 전철과 


네온사인 아래를 지나



이름 없는 흐름 속에서 떠돌다


어느 날 하늘까지 올라갔다는 것을



그리고 마침내 도시를 넘어


바다를 건너


구름의 몸속에 숨어 있다가



수많은 사람과 건물과 산과 바람을 지나쳐



하필이면 지금


하필이면 여기



내 입술 위에 도착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야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물방울이 있고


셀 수 없이 많은 입술이 있는데



그 먼 도시의 그 순간을 지나온 한 방울이


나라는 사람의 입가에 정확히 내려앉았다는 것



화장실의 변기에서 시작된 수나와 나의 미세한 인연이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고


비가 되어


내 입술을 두드렸대



나는 그 한 방울을 느끼며 잠깐 생각했어



세계는 어쩌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서로에게 닿고 있을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