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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마사에게 궁술을 가르친 스승의 행위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

특히나, 그것이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투쟁의 연속인 젠존제 세계관에서 싸우는 법인, 궁술이라는 것.


즉 스승은 하루마사에게 '미래'를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던 것이다.

따라서 하루마사 비화에서 '궁술'은 '삶'이라는 단어와 아주 밀접한 울림을 갖게 된다.







하루마사에게 있어서 궁술이란, 화살을 날려보내는 행위이다.

화살은 시위를 떠나 특정 궤적을 그리며 비행하다 떨어질 것이다.


어쩌면 바람을 만나 궤도가 바뀔 순 있겠지만, 단지 그뿐이다.



즉, 하루마사에게 있어 궁술의 의미는 화살이 어떤 궤적을 그리느냐에 있다.


화살이 시위를 떠난 순간(=탄생), 땅에 떨어지는(=죽음) 것은 정해진다.


다만 그 중간에 부는 바람이 화살을 정해진 궤도로부터 벗어날 기회를 주고,


자신은 다만 그 불어닥친 현재라는 바람을 타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며 자유롭고 유려한 곡선(=가치)을 남기는 것,


그것이 하루마사가 생각해온 삶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화살에게 있어 바람이라는 것은, 자기 바깥에서 우연히 불어들어오는 것이다.


마치 하루마사에게 자유를 준 스승이나, 운좋게도 같은 병을 지닌 사람들보다 비교적 건강하고 길게 살 수 있는 타고난 '천명'과도 같이 말이다.


하루마사가 그래도 운명론을 믿는 비관론자가 아닌, 현재에 최선을 바칠 수 있는 삶에 찬미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던 것도


어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바람'이 되어줄 수 있음을, 스승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 때문에 자기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바람이 되어 줄 수 있도록,


타인에 의해 멋대로 삶의 궤도가 정해진 아이들이 자유로운 궤적을 그릴 수 있도록


현실이라는 벽에 최선을 다해 부딪히며 산화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화살은 언젠가 반드시 땅에 떨어진다.


결국 현재를 긍정하며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하루마사도, 어딘가 한편으론 얼마 못가 닥쳐올 죽음을 초연하게 기다리고 있다.


갑자기 마음이 돌변해 위로 부는 바람이 화살을 띄워 올려도, 잠시간의 유예가 생겼을 뿐 낙하한다는 운명에는 변함이 없다.


그저 '운이 좋은' 바람일 뿐이다.









하지만 스승이 가르치고자 한 궁술은, 삶은 이러한 것과 조금 결이 달랐다.




하루마사는 생(生)을 세상이라는 풍파에 쏘여진 화살이라 생각한다.


'누군가'가 쏘아낸 화살인 것이다.


그 누군가는 타인의 생을 맘대로 목적에 따라 사용하려는 사람일 수도 있고,


혹은 천명을 부여하는 '하늘'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쏘아진 화살의 입장에선 쏘아낸 사람이든, 불어오는 바람이든 모두 '외부'의 것이다.



하지만 스승이 생각하는 자신의 생(生)이란, 혹은 궁술이란, 곧 나의 삶이라는 화살을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쏘아내는 것이다.


"궁술의 정수는 활시위를 당기는 그 순간에 있다",


다시 말해 활시위를 당기는 그 순간 내가 어떤 목표를 바라봤느냐, 어떤 의지와 각오를 담고 당겼느냐에 삶의 정수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내가 정한 목표를 향해, 내 삶을 다 바쳐 전력투구하는 것.


그것을 통해 완성된 궁술의 비의는 반드시 화살이 목표에 명중하도록 할 것이니.






암약한채로 거대한 권력을 휘두르는 흑막으로부터 도망치며,


불치병이라 불리우는 병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하루마사에게 그 치료제를 전달한다는 '목표'.


궁술의 정수를 통해 쏘아낸 화살은 닥쳐오는 그 모든 풍랑과 맞서 싸우며, 결국 목표에 닿았다.


'천운'이 아닌 한 인간의 집념어린 투쟁의 결과로.




그리고 이것이 하루마사에게 내리는 스승의 마지막 가르침일 것이다.


삶의 이유를 외부에서 찾지 마라. 자유롭게 미래를 바라보고, 목표를 정해 전력으로 쏘아내라.


그것을 스승은 자신의 '궁술'을 통해 하루마사에게 전수한 것이다.













사실 저번에 하루마사 비화 감상 쓴거 거의 동어반복이나 마찬가지긴 한데,


'궁술' = 삶 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서 되새겨보니 조금 다른 마음의 울림이 있어서


굳이 다시 써봤는데 읽은 사람도 약간 좀 다른 뭔가가 전해졌을지는 모르겠네.












TMI 1) 원하는 미래를 향해 싸워나가고자 하는 바람은 이미 전해진 것 같다.










TMI 2) 스승은 반다나를 건네주며 '그걸 한다고 쏘는대로 맞히진 못한다'고 말하는데,

마지막 중요한 순간에 하루마사가 화살을 쏘아 맞출 수 있도록 반다나를 통해 부들거리는 팔을 지탱해주는 장면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