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비비빅- 삐비비빅-] 

[실제상황, 5단지 13번 골목...] 

"지금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도착까지 3분쯤 걸릴 것 같습니다." 

[...미확인 갱단 넷, 귀금속 훔쳐서 도주중. 포위를 위해 근처 치안관의 협조...네? 아, 넵. 괜찮으시겠어요? ] 

무전기 너머 치안관의 긴박한 목소리에서 당혹스러움이 묻어났다. 도대체 이 치안관은 내가 어디에 있든 간에 무조건 출동한다고 대답하는 걸까? 그녀가 무작정 대답할 때마다 정말로 사건 지점에서 가까운 다른 치안관이 대신 나서서 출동해주었지만, 이번에는 열정적인 이 치안관만이 대답에 응해주었다. 

"지금 가는 중입니다. 괜찮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가까우니까요. 루미나 광장에서 4시 방향 골목에 있는 훠궈 가게에서 출발했습니다. 2분이면 도착합니다." 

"주연, 골목길을 시속 60이상으로 가로지르면 충분히 2분안에 도착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 일은 가까이 있는 다른 치안관에게 맡겨도 됐을텐데." 

"제가 갈 수만 있다면 가야죠. 사건이 일어났을 때 출동하지 않으면 치안관이 존재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아니 내 말은..." 

(꾸르르르르르륵-) 

"...열기뿜뿜탕을 두 그릇이나 먹고 바로 출동해도 괜찮냐는 거지." 

  배에서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주연은 급히 두 손으로 배를 부여잡았다. 아무리 시민을 위해 낮이든 밤이든 뛰어다니는 그녀라도 식사를 거르면서까지 일할 수는 없는 법. 오히려 충분한 식사를 통해 에너지를 보충해야 시민을 위해 더 많은 힘을 쓸 수 있다는 주연 나름의 신념이 있어 맵기로 소문난 훠궈를 두 그릇이나 해치운 모양이었다. 

"두 그릇 시켰는데 선배가 못 드신다고 해서 제가 다 먹은 거잖아요..." 

"게다가 커피집에서 뉴에리두 스페셜 아샷추까지 맛있게 마셨지." 

청의가 검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강조한다. 놀리는 와중에도 태연한 무표정을 유지하는 청의가 주연은 더 얄밉기만 하다. 

"그건 사장님이 꼭 마셔보라고 권유해서..." 

주연이 발뺌하자 청의는 슬며시 왼손 중지도 들어올린다. 

"그것도 두 잔." 

뜨거운 훠궈 두 그릇, 차가운 음료 두 잔. 청의는 양손을 들고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오늘 주연이 야무지게 먹은 점심 식사를 상기시켜줬다. 뜨겁고 차가운 음식이 순식간에 섞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뻔했다. 복통을 참으며 운전하랴, 옆에서 쏟아지는 선배의 팩트 폭행을 견뎌내랴, 빨갛게 달아오른 주연의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원 플러스 원 서비스를 주시는데 그걸 어떻게 거절...
...도착했네요."

여전히 양 손으로 브이를 한채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던 청의는 급정거하는 차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가볍게 앞자리에 이마를 박은 청의가 볼을 부풀리며 주연을 쳐다봤지만 이미 주연은 차에서 내려 탄환을 장전하고 조준까지 마친 뒤였다. 

"꼼짝마, 너희들이 도망칠 곳은 없다!" 

도움을 요청한 치안관의 위치와 5단지의 지도를 조합해 갱단원의 도주 경로를 예측한 주연이 정확하게 골목 출구를 경찰차로 가로 막고 멈춤으로서 완벽하게 강도단을 포위할 수 있었다. 대장처럼 보이는 남자가 혀를 차더니 품속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어쩔 수 없다. 저 녀석들을 손봐주는 수밖에." 

고작 넷뿐이었지만 꽤 노련한 갱단이었는지 치안관을 보고도 쫄지 않고 오히려 싸움을 걸기 위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청의 역시 무기로 쓰는 곤방을 챙겨 전류를 서서히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한쪽이 덤벼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긴장되는 순간. 대장에게서 멀리 떨어진 갱단원 한 명이 나지막이 손을 들고 말한다. 

"대장, 아무리 그래도 총은 좀...쫄리는데요." 

"마, 맞아요. 총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도 있잖아요." 

"게다가 상대는 치안관인데 이 사람들 때렸다간 공무집행방해죄에 특수폭행죄까지...형님, 그냥 자수하죠." 

한 명의 용기있는 고백을 시작으로 다른 갱단원 역시 너도나도 발뺌하며 싸움에서 물러났다. 뒤를 돌아보자 자신의 부하들이 무기를 들고도 덤벼들 생각을 않자 골목 내부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소리쳤다. 

"시끄러! 이 멍청한 놈들! 2 대 4라고, 그것도 여자 둘에 남자..." 

(치지지지직-, 탕-) 

청의가 던진 전자충격곤방이 복부에 명중하자 그대로 주저앉은 갱단원의 관자놀이를 향해 주연의 돌려차기가 들어갔다. 유연하고 재빠르게, 그러나 묵직하게 들어간 발차기는 그대로 갱단원 하나를 골목 저 끝까지 날려버렸다. 순식간에 자신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 부하를 때려눕힌 여자 치안관을, 그 남자는 멍하니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갱단 두목의 넋을 앗아간 건 생각보다 강한 치안관의 신체능력이 아니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다리 덕분에 더욱 부각되는 부위가 있었으니, 바로 그녀의 엉덩이와 그걸 받쳐주는 허벅지였다. 갱단의 두목처럼 보이는 남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하체를 덮은 플라스틱 재질의 하이웨이스트 바지와 터질듯이 강조되는 엉덩이였다. 발차기의 반동으로 엉덩이가 큰폭으로 출렁이는 걸 보다보니 갱단 두목은 자신이 강도짓을 벌이고 도주중이라는 것조차 잠시 잊었다. 

"두목, 뭐하고 계세요. 빨리 도망치는ㄱ...끄아악!!" 

"...젠장, 도망쳐!!" 

두 번째 부하마저 주연의 옆차기에 당해 쓰러지고 나서야 두목은 남은 부하를 데리고 골목 안으로 도망쳤다. 주연은 허벅지에서 탄창을 꺼내 갈아끼우고 모퉁이를 향해 발포했다. 벽에 박힌 탄환에서 스으윽...하는 연기가 흘러나오자 도망치던 갱단원은 그대로 몸을 덜덜 떨며 주저앉았다. 

"히, 히익...!" 

"그 이상 움직이면 다음은 신체를 조준하고 발포하겠습니다." 

마지막 남은 갱단원이 그대로 두 손을 들고 벌벌 떨며 얌전히 있는 걸 확인한 주연은 총을 들고 바로 모퉁이로 달려갔다. 
그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뒤틀리는 느낌이 그녀의 아랫배에 몰려왔다. 어떻게든 참고 나아가려고 했지만 주연은 모퉁이 벽에 기대어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주연의 상황을 대충 눈치챈 청의가 주연의 배에 같이 손을 얹어주며 걱정어린 말을 건냈다. 

"주연, 화장실을 다녀올 거면 지금이 기회야." 

"선배, 윽...아직 한 명 남았는데 그럴 순 없죠. 먼저 앞장서주실 수 있나요?" 

잔당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달려온 청의가 주연을 지나 먼저 안쪽으로 들어갔다. 크게 숨 한 번 쉬고, 배에 힘 한 번 팍 주고 나니 주연은 금방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여전히 뱃속에서 뭔가가 구르륵 거리며 요동치고 있지만 못 움직일 정도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모퉁이를 돌아서자 주연은 그 잠깐의 머뭇거림을 바로 후회했다. 

"젠장, 인질을 잡을 생각은 없었는데...어이, 나랑 부하 녀석들을 얌전히 보내주면 이 꼬마애는 돌려보내주지." 

고작 몇 미터 앞에서 대치중인 남자의 한쪽 팔에는 절반도 안 되는 듯한 작은 체구의 남자아이가 매달려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축구공이, 저 멀리에선 도망치는 아이들이 언뜻 보인 걸로 보아 아무래도 운 나쁘게 갱단 두목을 만나 붙잡힌 듯 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꼬마애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조차 몰라 눈동자만 굴렸다. 남자아이와 눈을 마주친 청의와 주연은 침착하게 소년을 안심시키려 헸다. 

"꼬마야, 착하지. 여기 있는 키 크고 쎈 누나가 구해줄테니까 겁먹지 말고 있어." 

"맞아, 치안국은 언제나 너를 지켜줄..." 

"이봐! 날 앞에 두고 뭐하는 짓이야? 이, 이녀석 다치는 거 보고 싶어?" 

  인질을 안심시키려 했던 말이 그를 자극했는지 칼을 빼들어 꼬마의 목을 향해 들이밀었다. 그제야 남자아이는 지금 사태를 깨닫고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주연과 청의는 하는 수없이 무기를 내려두고 뒤로 계속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갱단 두목은 끝까지 두 사람을 경계하며 뒷걸음질 치고 아이와 함께 멘션 뒤쪽으로 사라졌다. 모습이 서서히 건물 뒤로 사라지는 동안에도 그는 눈을 부릅뜨고 치안관을 노려보며 말했다. 

"걱정 말라고...내가 안전하다고 생각되면 이 아이를 바로 놓아ㅈ-" 

그러나 모습이 사라진 후 몇 초도 안 되어 협박을 일삼던 목소리가 별안간 뚝 끊겼다. 수상할 정도로 갑작스레 찾아온 정적에 곧바로 청의가 바닥에 둔 장대를 집고 담장 위를 뛰어올라 멘션 너머로 들어갔다. 주연 역시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권총을 걷어올려 전투 태세로 들어갔다. 

"선배, 그 녀석 어디로 도망...아..." 

뒤이어 청의를 따라온 주연은 굳이 청의의 대답을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공동. 뉴에리두 곳곳에 생겨난 거대한 돔 형태의 현상. 내부는 고위험 유해 물질인 에테르가 가득하고, 시시각각으로 내부의 공간이 뒤죽박죽으로 변하는 위험한 공간이다. 바로 그 공동이 골목 일대의 주거지역을 모두 집어삼키고 거대해진 채로 주연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소 뒷걸음질 치다 파리 잡은 격이네. 아니, 파리가 아니라 공동이려나. 자기가 어디로 들어갔는지조차 모르고 빨려들어간 모양인데." 

"아이는 아직 에테르 저항이 약해서 이곳에서 오래 버티기 어려울 거에요. 치안국에 공동의 캐럿을 요청했으니 전송받는대로 바로 진입하죠." 

청의가 먼저 공동을 향해 손을 뻗어 살짝 담가보았다. 손을 다시 빼내자 치지직 거리는 스파크 튀는 소리가 들리더니 타는 냄새가 나면서 왼손이 꺾여버린 듯 축 늘어졌다. 주연 역시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봤고, 공동 내부로 혼자서 들어가야한다는 걸 직감했다. 오토마톤인 그녀는 전자기파 방해도 제법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종종 주연이 혼자 작전을 수행할 때도 있어 놀라운 상황은 아니었다. 감각은 이미 차단했는지 평안한 얼굴로 자신의 손목을 들여다보던 청의는 그대로 주연에게도 보여주었다. 

"내부에 강한 EMP가 있는 것 같아. 아무래도 내가 들어가긴 어렵겠네. 미안, 혼자서도 괜찮겠어?" 

"걱정 마세요. 청의 선배는 남은 일당이 도망치진 않는지 감시해주세요. 코드 148 주연, 공동 내부로 진입합니다. 초소형 카메라 작동, 캐럿 활성화, 공동 내부 구조 확인했습니다." 

"아니, 혼자서도 괜찮겠냐는 말은..." 

마지막 청의의 말을 듣기도 전에 이미 주연은 공동 안으로 들어가버린 뒤였다. 머리를 긁적이며 남은 반당들을 들어서 한자리에 포박하며 그녀가 마지막에 전하려 했던 말을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방귀. 슬슬 나올 때가 됐을텐데." 

공동내부로 천천히 들어간 게 천만다행이었다. 공간의 뒤틀림 때문에 공동의 입구가 엘레베이터의 천장 윗부분에 생긴 바람에 발을 잘못 디뎠다간 엘레베이터 아래로 추락할 수도 있었다. 아래쪽에서 작은 목소리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걸로 보아 아무래도 갱단 두목은 운이 나빴던 것 같다. 

'그럼...아이는 어디에 있지? 설마...!' 

가까스로 균형을 잡아 건물 밖으로 떨어지는 걸 버틴 주연은 애써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려 했다. 만약에 남자아이가 여전히 갱단 두목의 팔에 감겨있었다면 추락해도 크게 다치지 않았을 터. 그렇다면 아이는 추락하지 않고 숨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곳에 있을 것이다.
주연은 바로 자신의 발 밑에 있는 엘레베이터 천장과 연결된 작은 문을 내려다보았다. 

"꼬마야, 혹시 엘레베이터에 있으면 최대한 구석으로 붙으렴!!" 

엘레베이터 아래에서 "네-"하는 눈물 섞인 목소리가 들리자 주연은 지체하지 않고 발로 엘레베이터의 녹슨 문을 강하게 내리쳤다. 한번의 발차기만으로 문이 찌그러지며 엘레베이터 안으로 투두둑 떨어지자 주연은 곧바로 엘레베이터 안으로 내려가 착지했다. 경찰복을 입은 듬직한 치안관을 보자 소년은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그녀에게 안겼다. 

"괜찮아. 이 누나가 꼭 너를 여기서 내보내줄테니까." 

이미 범죄에 휘말린 어린 아이들을 여럿 상대해 봤기에, 남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차분하게 안심시키는 주연. 이제 인질의 안전은 확보되었으니 여기서 탈출할 차례다. 엘레베이터의 문을 열어 젖히자 다행히 엘레베이터가 층보다 살짝 아래에서 멈춰있었다. 윗층의 바닥이 주연의 가슴 높이 쯤 와있었기에 벽을 딛고 올라서면 충분히 윗층으로 빠져나갈 수 있어 보였다. 주연은 시야 바깥에 있을 에테리얼을 우려해 남자아이보다 먼저 엘레베이터를 나와 주위 상황을 보고 아이를 끌어올려줄 생각이었다. 

"누나가 먼저 올라가면 바로 들어올려 줄테니까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줄래?" 

그새 남자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의젓하게 주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을 향해 대견하다며 미소 지은 주연은 잠깐의 심호흡 이후 힘차게 도약해 바닥을 집고 상체를 엘레베이터 밖으로 빼내는데 성공했다. 

[문이 닫힙니다.] 

"뭐라고...? 자, 잠깐! 윽-" 

그러나 이곳은 공동 내부. 건물 전체가 에테르 물질에 담가진 거나 다름 없어 엘레베이터가 에테르에 침식되지 않았을 거란 보장이 없었다. 중요한 순간에 오작동을 일으킨 엘레베이터는 주연의 힘으로도 버티기 어려울 만큼 그녀의 양옆에서 옥죄어 오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버티고 있지만 복부가 층 바닥에 짓눌려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힘을 주었다간 '실수'를 할 거란 생각에 주연의 팔에는 서서히 힘이 빠져나갔다. 

"몸이 안 움직여...윽, 으읏..." 

결국 엘레베이터는 조여들어와 주연의 양쪽 허리를 세게 짓눌렀다. 엘레베이터 바닥으로 다시 내려오자니 가슴이 걸려 나오질 못하고, 바깥으로 나가자니 주연의 커다란 엉덩이가 빠져나갈 공간이 충분치 않았다. 
소년의 입장에서 보자. 그의 눈에는 한 눈에 담기도 어려운 거대한 엉덩이가 보일 것이다. 게다가 끼인 높이가 애매하게 높아 치안관님이 까치발을 서서 겨우 서있는데, 그러다보니 더욱 허벅지가 바짝 붙여져 엉덩이를 높게 받쳐주는 상황이 되니 그 크기가 더욱 강조된다. 게다가 왠지 모르게 엉덩이골 사이의 라텍스 재질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해 소년의 시선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쏠리기 시작한다.
주연은 소년이 자신의 엉덩이 바로 앞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뒤를 돌아볼 수도 없을 뿐더러 당장에 아랫배는 눌리고, 옆구리는 조이는 탓에 참아왔던 가스가 당장이라도 터지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뒤에 꼬마가 있어서 참아야 하는데...참아야...흐윽?!" 

(북- 부욱-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욱-) 

조금의 새는 가스도 없이 다짜고짜 터져나온 폭음 방귀에 소년은 깜짝 놀라 넘어졌다. 주연은 그제야 꼬마가 생각보다 가까이 있음을 깨달았지만 참지 못하고 뒤이어 후끈한 방귀를 길게 뿜어냈다. 주연의 얼굴은 점심에 먹은 훠궈 국물 색깔만큼이나 빨갛게 달아올랐다. 

" 저기, 꼬마야. 방금 건 실수로 나온 거야. 금방 빠져나가서 꺼내줄테니까 기다ㄹ...!"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욱-  우우욱- 우우웅- 우웅-) 

주연이 내뱉은 말이 무색하게 엘레베이터 내부에 메아리치는 지저분한 소리가 엉덩이에서부터 터져나왔다. 주연의 입장에선 어떻게든 참아보려 엉덩이를 조이고 있던 게 오히려 독이 되어 엉덩이 살과 타이트한 바지를 비집고 더 큰 소리의 방귀가 뿜어진 것이었다. 
문제는 소리가 아니었다. 주연은 뒤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방귀 냄새를 맡았다. 뜨겁고 후끈하다못해 매운 느낌까지 드는 따가운 악취가 콧속으로 들어오자 기침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점심에 먹은 훠궈가 경이로운 속도의 소화과정을 거쳐 방귀 냄새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이런...으...싫, 싫다...빨리 빠져나가고 싶어..." 

큰 소동이 지나간 이후 그녀는 같은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다시금 엘레베이터의 문을 붙잡았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엘레베이터를 나와 윗층으로 올라가려면 어떻게든 힘을 주어 빠져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문이 열릴 기미가 없으니 주연은 문을 손바닥으로 집고 엉덩이를 빼내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다. 

"후우...후...하나, 둘...흡-" 

(뿌와아아아아악 부웁 뿌욱 부우우우우우우우우우룻) 

엉덩이가 빠지기는 커녕 오히려 아랫배가 바닥에 쓸려 다시금 농후한 방귀 세례를 엘레베이터 안으로 내보냈다. 엉덩이가 왼쪽으로, 그리고 오른쪽으로 뒤틀리는 게 아이러니하게도 방귀를 쥐어 짜내려 애쓰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아, 아냐...문을 열려고 힘을 줄 때마다 방귀를 참을 수가 없게 돼...어떡하지. 아까 커피를 한 잔만 마셨더라면 지금쯤 다 내보냈을텐데...' 

"우으읍...콜록, 콜록...치, 치안관니임...냄새나요오..." 

그러자 뒤쪽에서, 무시하지 못할 가엽고 여린 기침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아무래도 방금 전 세차게 뿜은 방귀가 구석에 숨어있던 남자아이를 정통으로 직격한 듯 싶었다. 그제야 혼자 부끄러움에 빠져 날뛰던 치안관은 자신이 애초에 누구를 지키려 이렇게 안간힘을 쓰는지 반성했다. 이대로면 남자아이가 탈출도 못 하고 에테르에 침식될 때까지 자신의 방귀만 맡게될 거라는 걸 깨달았다. 커피를 몇 잔 마셨는지 후회할 시간은 없다. 
주연은 결국 용기내어 소년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건냈다. 

"꼬마야. 미안, 아무래도 그게...누나가 속이 많이 안 좋은 것 같아...그러니까 하나만 도와줄래?" 

"...코 꽉 막고 있어줘." 

(푸스으으으으으으...뿌우우욱- 뿌우오오오오옥- 푸수으으으으윽- 부오오오오오옥-) 

지금까지 그렇게 뀌어놓고 또 나올 가스가 남았다는 사실을 그녀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었으나, 애초에 배를 자극하는 아샷추를 두 잔이나 들이켜놓고 방귀가 이만큼밖에 안 만들어질 거라 생각한 게 어리석었다. 방귀를 조절해본 경험이 부족해 무작정 엉덩이에 힘만 주다보니 엉덩이살이 눌려서 방귀의 양은 줄고 오히려 소리만 더 기분 나쁘고 지저분하게 변했다. 
그래도 작정하고 힘을 준 덕분에 복압을 이용해 더욱 양 팔에 힘을 집중시킬 수 있게 됐다. 그 결심이 통했는지 엘레베이터의 문 틈은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소년은 두 손으로 코를 꽈악 막고 최대한 구석에 숨어 문이 열리기를 기도했다. 

[3층, 문이 닫힙니다.] 

"됐다! 엘레베이터가 다시 열...
...어, 어라. 점점 올라오잖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주연의 노력이 빛을 발해 엉덩이가 빠져나가기 직전까지 엘레베이터의 문틈이 벌어지긴 했다. 그러나 완전히 침식되어 그대로 멈춘 줄로만 알았던 엘레베이터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하더니 매우 느린 속도로 윗층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그녀가 엘레베이터문에 여전히 끼인채로 엘레베이터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첫째 문제고, 애초에 멈춰야 할 층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간다는 게 둘째였다. 

(뿌와아아아아악 뿌르르르륵 뿌워어어어억 뿌드북 뿌우우우우우욱-!!) 

까치발로 겨우 엘레베이터 바닥에 서있던 주연은 엘레베이터 바닥이 위로 올라옴에 따라 무릎을 서서히 접고 스쿼트하는 자세를 취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연달아 방귀를 큰소리로 배출하면서 그자세 그대로 버티다가 엘레베이터가 더욱 위로 올라오자 결국 무릎을 대고 주저앉았다. 엘레베이터가 4층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주연의 엉덩이는 가슴 높이보다 더욱 위까지 올리가 점차 천장을 향해 쭉 빼올린 자세로 변해갔다.
우연하게도 방귀 배출에 용이한 자세로 바뀌어 가니 이제는 그녀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어 터져나오는 방귀를 그대로 나오는 족족 내보낼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엘레베이터 내부를 무너뜨릴 듯한 풍압과 그에 걸맞는 지저분한 폭음, 그리고 이미 자욱하게 엘레베이터 내부를 채우고 주연의 등을 타고 흘러나오는 누런 냄새 연기까지...주연은 모범적이고 정직한 자신의 모습과 닮은 매우 정석적인 방귀를 시원하게 배출해냈다. 

"후우, 마지막으로 세게, 빠르게 끝내는 거야. 읏, 윽, 으아아...!" 

  4층에 도착하자마자 주연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문을 뜯어버릴 기세로 손바닥으로 지탱해 상체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문이 열립니다.] 

"...우와앗!?" 

(꾸르르르르르륵...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욱 뿌구루루루루루루루룩 뿌우우우우우우우우웅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뿌우우우욱 뿌부부부북 뿌궈어어억 뿌워ㅓ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원래 문이 열리던 타이밍에 맞춰 문을 열려고 하니 생각보다 쉽게 열려버린 문. 그덕분에 엘레베이터 바닥으로 철푸덕 쓰러진 주연은 완벽한 고양이 자세와 함께 엘레베이터 천장을 향해 묵혀뒀던 잔혹한 잔류 가스를 뿜어냈다. 갇혀있던 숙성된 가스가 이제야 터져나온 걸까, 아니면 공동을 탈출할 수 있게 되어 안심했던 걸까. 어느 쪽이든 기세 좋게 뿜어지는 방귀는 엘레베이터 내부에 남은 남자애를 뒤덮고 퍼져나와 계단을 타고 아래로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배출감에 잠시 몸이 늘어진 주연은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흉악하고 매콤한 냄새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엘레베이터에 있는 남자아이를 들춰매고 그대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구려어요오...맵고...콜록, 웁, 으에..."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애...!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꼬마야. 아래로 가면 신선한 공기가 있으니까..." 

건물을 빠져나오는 내내 주연의 등에 업힌 남자아이는 온몸으로 맞은 방귀가 얼마나 지독했는지 열심히 설명해댔다. 그것마저도 상당히 버티기 힘든 그녀가 3층에 내려오자 펼쳐진 풍경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공동이 위험한 결정적인 이유는 단연코 에테리얼 때문이겠지만, 사람들이 실종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공동 특유의 공간 뒤틀림 현상 때문이다. 이 곳 역시 공간이 왜곡되어 바뀌기 시작한 탓에 건물 4층의 구조가 다른 층의 구조와 바뀌어버렸다. 그 과정에서 4층에 자욱하게 퍼진 그녀의 방귀 역시 통째로 3층으로 전송되었고, 그곳에서 퍼진 방귀 연기가 다시금 2층, 1층으로 연쇄적으로 워프되고 뒤죽박죽 꼬여버려서 한순간에 건물 전체를 싯누런 자신의 냄새로 매워버린 것이다.
냄새만 났으면 얼마니 다행인가. 에테르 물질조차 아직까지 침식하지 못했던 시멘트와 콘크리트 벽에 주연의 방귀 냄새가 스며들어 누렇게 삭고, 갈라지는 현상이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건물 전체가 당장에 가라앉을 정도는 아니었으나, 냄새를 머금은 페인트 자국이 뜯겨져 공중을 떠다니는 광경은 주연의 마지막 남은 수치심조차 탈탈 털어내 쥐어짜내기 충분했다. 

"아, 아으...으아....이, 이게 다 내가 뀐..." 

시각적으로도 상당한 수치심을 자극하는데, 설상가상으로 멘션 복도로 우글대는 에테리얼조차 냄새 연기를 맡고 고통스러워 멘션 바깥으로 추락하거나, 아예 연기쪽으로 다가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연은 머릿속은 당장이라도 이 곳을 빠져나가 퇴근하고 곧바로 침대 이불속으로 파고 들어가 소리지를 생각만 가득했다. 그녀는 재빨리 남자아이의 눈과 코를 가리고 출구가 있는 1층까지 전력으로 달렸다. 

"후우, 하, 이제 숨 셔도 돼." 

드디어 두 사람은 어두웠던 건물 내부에서 벗어나 햇빛이 내리쬐는 바깥으로 나왔다. 아이는 주연의 등에서 내리자마자 숨을 크게 몰아쉬며 신선한 공기를 만끽했다. 행복할 정도로 숨을 몰아쉬던 아이를 보니 주연은 남자애한테 했던 모진 냄새 고문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미안한 마음에 뭐라도 말을 꺼내야 했지만 차마 입밖으로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얼굴에다 대고 방귀를 몇 분동안이나 뀌어서 미안해-'라고 말하는 순간 정말로 얼굴이 붉어지다 못해 터질 것이 분명했다. 

"그, 그래도...아이는 안전하니까...그걸로 된 거야..." 

아이를 내려다보며 주연은 슬쩍 공동을 올려다보았다. 분명 보랏빛을 띄던 공동이 누런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탁한 남색 공동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그녀의 엉덩이에 여전히 들러붙어 피어오르는 지독한 잔향과도 같았다. 


<에필로그> 

"코드 148 주연, 인질은 무사히 구조했습니다. 대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골절이 심해 우선 병원으로 이송했고, 절도범 셋은 모두 현장에서 체포했습니다. 넵. 그러면 바로 복귀하겠습니다." 

"수고했네. 그나저나 그 구역에 아직 파악되지 않은 공동이 생긴걸로 아는데." 

"넵. 청의 선배님이 몸에 이상이 생기고, 건물 내부에 있던 엘레베이터가 오작동을 일으킨 걸로 보아 전자기기 침식에 특히 영향을 주는 공동인 듯 싶습니다," 

"그래. 괜찮다면 다음 브리핑 때 공동 내부를 촬영한 자료 첨부해줄 수 있나? " 

"넵. 그럼 다음 브리핑 때 잠깐잠깐잠깐 영상 자료요?" 

"사건 당시 무전을 받은 다른 치안관한테 들었네. 초소형 카메라를 작동하고 공동에 진입했다지? 역시 자네의 철저한 준비성이 이번에도 빛을 발하는군." 

"하, 하지만 카메라도 에테르 침식에 영향을..." 

"그건 걱정 말게. 자네가 공동에서 나오자마자 치안국 클라우드로 영상 파일이 자동 업로드 되었다는군. 이미 치안국 계획과에서 저장해서 보관중이니 내일 받아가면 된다네." 

"...네?" 

"그럼 앞으로도 뉴에리두와 시민을 위해 열심히 힘써주길 바라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