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짚어야 할 건, 대학입시는 애초에 자유경쟁시장이 아니라는 점임.
자유시장의 가격은 동일한 재화를 두고 비교적 일관된 교환 규칙 아래 형성됨. 그런데 대학 입시는 그렇지 않음.
수시 비중이 매우 크고, 편입생도 존재하며, 정시 안에서도 대학마다 반영 과목과 반영 비율이 전부 다름.
어떤 대학은 국어 비중이 높고, 어떤 대학은 수학이나 탐구 비중이 높음. 영어나 한국사 처리 방식도 다르고, 가산점 구조도 다름.
이 정도면 이미 하나의 단일한 “가격”이라기보다, 대학마다 서로 다른 룰로 따로 형성된 숫자들에 가까움.
이런 상황에서 입결을 하나의 보편적이고 정밀한 시장가격처럼 취급하는 건 과장임.
게다가 입결은 대학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기에도 애매함. 왜냐하면 실제 대학을 구성하는 학생 집단은 정시생만이 아니기 때문임.
수시로 들어온 학생, 편입생, 다양한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함께 대학을 구성함.
그런데 흔히 말하는 입결은 대개 그 중 일부 전형, 특히 정시 중심의 숫자를 지나치게 대표값처럼 사용함.
즉 대학 전체의 실질적 학생 구성을 반영하지 못함.
대학을 평가한다면서 대학의 일부 입구만 확대해서 보는 셈임. 대표성이 약한 지표를 가장 본질적인 지표라고 우기는 건 무리임.
더 중요한 문제는, 입결이 측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들어올 때의 상태”일 뿐이라는 점임.
입결은 그 대학이 어떤 학생을 끌어모았는지를 보여줄 수는 있어도, 그 대학이 그 학생들에게 무엇을 해냈는지는 보여주지 못함.
다시 말해 입결은 선발력이나 브랜드의 순간적 흡인력을 보여주는 지표이지,
교육기관으로서의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는 아님. 대학이 진짜로 평가받아야 할 것은 학생을 받아놓고 난 뒤 무엇을 만들어내는가임.
교육, 훈련, 네트워크, 환경, 문화, 동문 인프라, 진로 지원, 학문적 분위기 등을 통해 학생의 4년 뒤를 어떻게 바꾸는가가 대학의 실질적 능력임.
이 지점에서 아웃풋이 훨씬 중요해짐. 학생과 학부모가 대학에 가는 이유는 입학 순간의 숫자를 감상하기 위해서가 아님.
결국 더 나은 직업, 더 높은 전문성, 더 좋은 진학, 더 강한 사회적 경쟁력, 더 넓은 기회를 얻기 위해 대학에 가는 것임.
즉 대학 선택의 목적은 인풋이 아니라 아웃풋에 있음. 입결이 아무리 높아도 졸업 후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그 대학의 실질적 가치는 떨어짐.
반대로 입결이 조금 낮아도 취업, 고시, 전문직, 대학원 진학, 연구 성과, 동문 파워, 사회적 영향력 등에서 강한 결과를 꾸준히 낸다면 그 대학은 분명히 경쟁력이 있는 것임.
여기서 흔히 나오는 반론은 “아웃풋도 결국 좋은 인풋을 받은 결과 아니냐”는 것임. 물론 일부는 맞음. 좋은 학생이 모이면 좋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올라감.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인풋만으로 대학을 평가해서는 안 됨. 인풋은 출발선이고, 아웃풋은 실현된 결과임.
대학의 진짜 능력은 좋은 재료를 데려오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재료를 얼마나 더 크게 성장시키는가에 있음.
같은 수준의 학생이 들어가도 어느 대학은 더 강한 성과를 내고, 어느 대학은 기대만큼 못 키워냄.
이 차이가 바로 대학의 가치임. 대학이 단지 상위권 수험생을 “확보”하는 기관이라면 입결이 핵심일 수 있겠지만,대학은 본래 사람을 선발하는 기관이 아니라 사람을 길러내는 기관임.
비유하자면, 기업을 평가할 때 원자재를 얼마나 비싸게 샀는지만 보고 판단하지는 않음.
최종적으로 어떤 상품을 만들었는지,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봄.
병원을 평가할 때도 환자가 처음 얼마나 멀쩡했는지만 보지 않고, 치료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봄.
헬스장을 평가할 때도 등록한 회원들의 원래 체형만 보지 않고, 실제로 얼마나 변화시켰는지를 봄. 대학도 마찬가지임.
입결은 원재료에 가깝고, 아웃풋은 완성품에 가까움. 원재료보다 완성품이 더 중요하다는 건 상식에 가까움.
오히려 입결 집착은 대학의 본질을 거꾸로 뒤집음. 입결을 중시하는 사고는 대학을 교육기관이 아니라 서열 보관함처럼 봄.
하지만 학생이 대학에 가는 이유는 “나는 입학 당시 몇 점짜리였나”를 평생 들고 다니기 위해서가 아님.
사회에 나가 어떤 능력을 갖추고 어떤 성취를 이루는지가 더 중요함. 그래서 대학 평가에서도 인풋보다 아웃풋이 우선해야 함.
인풋은 기대값이고, 아웃풋은 실현값임. 기대보다 실현이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말임.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수시 비중 확대와 편입생 존재, 대학별 상이한 반영비율 때문에 입결은 애초에 단일하고 공정한 서열 지표가 되기 어려움.
둘째, 입결은 학생이 들어오기 전의 선발 결과일 뿐, 대학이 실제로 무엇을 해냈는지를 보여주지 못함.
셋째, 대학에 가는 목적 자체가 더 나은 아웃풋을 얻기 위한 것이므로, 대학의 가치도 아웃풋 중심으로 판단해야 맞음.
따라서 대학을 평가할 때 더 중요한 지표는 인풋이 아니라 아웃풋임.
입결은 참고사항일 수는 있어도, 본질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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