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들은 향후 어떤 유형의 대학으로 발전해 나갈지, 그 재편의 판이 짜여지고 있고,

그에 맞춰 각 대학들은 혹은 어쩔수 없이 끌려가기도 하고 혹은 스스로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아직은 잘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2. 국립대 vs 사립대, 역할분담은?

 

우리나라는 서울대나, 연세대 등 사립대나 학과 라인업이 비슷하고 투자의 선택과 집중도 큰 차이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국립과 사립 간에 별 다른 특성이 없다.

 

그러나 국립대와 사립대 간에는 서로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 서로 간에 역할분담이 없다면 국가적으로 매우 비효율적인 대학 시스템이 될  수 밖에 없다.

 

국립대는 국가가 재정을 투자하는 곳이다.

따라서 국립대는 수요가 매우 부족해도 학문적으로 반드시 유지하고 후속세대를 키워야 하는 분야나,

또는 당장 현재보다는 보다 장기적이고 먼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분야에 공급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문과에서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같은 곳은 수요도 적어서 사립대가 하기에는 인기도 없다.

사학과에서 전공자가 나오겠지만 서울대가 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과에서도 기초학문 분야나 당장은 산업적 수요가 적은 곳에도 국립대들이 리스크를 안고 먼저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사립대는 공적인 연구지원이야 당연히 받겠지만 사적 재단이 운영하는 곳이다.

수요가 매우 한정적인 학문이나 리스크가 큰 곳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없고, 그런 리스크를 감당할 수도 없다.

 

그리고 경영학이나 법학 같은 곳은 사립대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다.

굳이 국립대가 뛰어들지 않아도 되는 분야다.

수요가 확실한 곳이고 리스크도 없다.

 

이와 같이 사립대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와 국립대가 역할을 보다 더 해야 할 분야를 나누고,

그에 따라 사립대에는 규제를 풀어 스스로 더 잘 할 수 있도록 하고,

국립대는 국립대가 꼭 해야 할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공대는 주로 주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원을 받아서

주립대들이 수행한다.

일부 사립대 중에서 명문 공대가 있기는 하지만 매우 매우 소수이다.

그런 곳은 대규모 산학연을 배경으로 재정이 매우 튼튼한 대학들이 하고 있으며

역사가 오랜 아이비리그 같은 사립대는 공대 쪽으로는 투자가 한정적이다.

미국에서 재정이 가장 좋은 대학은 하버드이고 두번째가 예일대이다.

이들 대학들은 모두 경영학, 법학, 역사학, 영문학, 사회과학 등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다.

제대로 된 박사과정은 문과쪽도 많은 돈이 들어간다.

물론 공대쪽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