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의지할 가족도 없고 고졸에 머리가 좋은 것도 손이 엄청 빠른 것도 요령이 좋은 것도 아니야.

내 단점 커버하면서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 하니까... 어떤 일을 하든 이 직장에서 나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어야한다는 마음으로 일하면서 살았음.

일은 절대로 꾀 안부리고 정해진 대로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남는 시간에 다른 사람 일 도와주고 남들이 기피하는 힘든 일도 내가 도맡아 했어. 

내가 일 좀 더한 걸로 생색낸 적도 없고 그냥 열심히 사는 게 당연한 거라고 여기면서 살았었어.

그러다 중견기업 생산직으로 취직해서 일한지 좀 됐는데 관리자들도 내가 일 열심히하는 거 다 알고 교대근무 나한테 인수인계 받는 사람들도 내가 항상 정리 잘 해줘서 편하게 일한다고 말하거든.

근데 직급있는 직속 선배가 자꾸 일 대충하는 거 강요하고 너가 열심히하면 관리자 기대치가 높아져서 힘들다. 내가 선배인데 너가 그렇게 해버리면 내가 더 잘해야 할 거 같아서 부담이다 이런 식으로 말함...

처음에는 내가 고생하는 게 마음이 안 좋아서 말한단 식이라서 나도 무리가지 않는 선에서만 하겠다 얘기했었는데 갈수록 안해도 되는 걸 왜 했냐고 자기 말을 안 들어서 기분이 나쁘다는 식이라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음... 근데 그걸 하느라 내가 내 일을 빼먹거나 남에게 피해준 게 단 하나도 없거든. 그리고 남들한테 나처럼 일하라고 강요하지도 않음.

대부분 그 선배가 하는 말에 네네 하고 따르는 편인데 일을 열심히하지 말라는 건 그냥 내 세상에서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라 못 받아들이겠어. 나도 이게 남을 위해서 희생한 게 아니고 이러이러한 이유로 좀 더 편하고 효율적인 방법 찾다가 이렇게 됐다 설명했더니 그 뒤로 투명인간 취급 당하는 중...

내가 너무 꽉 막힌건가... 맨날 일 열심히해도 누가 안 알아준다. 속물 같겠지만 라인을 잘 타야한다. 일만 열심히 하지 말고 친목질 같은 거 해라 이런 말 듣는 거 너무 역겨운데 어떡하냐...

솔직히 나 일 열심히 하는 거 말고는 아무런 스펙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라 일 대충하란다고 대충하면 진짜 자괴감 들 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