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둑 모델 안 만듦


오늘 행사에서 바둑 AI 모델을 만든건 단 하나도 없음.

중간에 agent가 똑똑히 "오픈 소스 모델 갖다 쓰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진행자도, 이세돌도 듣지 못함 (아니면 알면서 일부러 무시했든가).


자꾸 "20-30분만에, 음성만으로, 그때의 알파고를 뛰어넘는 강한 바둑 AI를 만드셨는데요..." 이따위로 요약하려 하는데,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엔진, 미션, 프레임, 이런 핵심기술은 하나도 안 만들고,

중고차에 플라스틱 쪼가리 좀 멋있게 달아서는 새로운 차를 만들었습니다! 이러는거임.


뭐 원래 의도는 모델 바닥부터 새로 훈련하는 시간을 가지려는 거였을진 모르겠지만,

그러면 이렇게 1시간짜리 행사로 안 되는 것도 당연히 알 거임.

내부적으로 데모 시연하면서 준비했으면 당연히 알 거고

나는 너무 화가 나는게 자기들이 기술자라면 당연히 아는 내용임. 알면서 저렇게 하는거지.



2. 해설도 다 틀림


바둑선생이라고, 옆에 AI 해설을 띄워주는 기능 보고 감탄하는 사람들이 좀 있는데,

얘네는 한글을 모르거나 바둑을 모르거나 둘 중 하나다.


실상은 카타고의 블루스팟(아니면 확률) 위치를 보고,

바둑 기본룰(벽을 쌓고 집을 세워라)이랑 격언(넓은 곳 먼저 둬라) 몇 개로 겨우 설명해주는 거지,

바둑의 룰을 이해해서 하는 주장이 전혀 아님.


예를 들어볼까?


24b0d121e09c28a8699fe8b115ef046f5b4c9c9faccd


상대방이 S19에 돌을 놓아 구석에 있는 우리 돌의 숨구멍을 바짝 조여왔어요. 이게 어디가 숨구멍이 조여지냐? 놓고따내기 시키는 수에 가깝지

지금은 K17 자리에 두어서 상대방의 진영이 튼튼한지 살짝 찔러보는 것이 좋겠어요.

K17은 상대의 약점을 찾으면서 우리 돌들을 더 넓고 단단하게 연결해 주는 아주 똑똑한 수예요. 무슨 돌을 연결할건데 ㅅㅂ

바둑판의 한쪽이 주저리 걍 좋은말씀

당황하지 않고 차근차근 잘 따라와 줘서 정말 기특해요. 걍 좋은말씀 2


바둑 둘 줄 아는 사람이면, 바둑판을 전혀 안 보고 하는 소리라는걸 당연히 알 수 있음.

구석에 있는건 어케 아냐? 좌표가 T, 19에 가까우니까 ㅅㅂ...


바둑 룰 모르는 국문과 애들 데려다가 글 쓴 거랑 똑같은거임 ㅋㅋㅋㅋ "이전 수: S19, 현재 수: K17" 이 정보만 넣어준거임.



3. 그래도 오늘 뭔가 만들긴 했지 않냐?


ㅇㅇ 무에서 유를 창조한게 있긴함. UI를 만들었음.


나무 질감의 19x19 바둑판, 마우스 올리면 바둑돌 미리보기 뜨고, 클릭하면 플레이되고, 밑에 되돌리기 이런 버튼 있고, 배경 예쁘고,

이런걸 HTML+JS로 만들긴 했음.

여기에 오픈소스 모델을 연동한 것도 막 간단하진 않음. (라이브러리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코딩하는 동안 오래걸리네요 하면서 둘이서 썰풀었던 시간 한 10분? 그게 이거였음.




사람이 바닥부터 구상해서 작업하면 한 6시간? 반나절은 쓸 만한 분량이긴 함.



4. 그럼 성과가 있는거 아님?


와 사람이 반나절 쓸 일을 10분만에 해냈다?

인x스 AI 대단하네?



뒷북ㄴㄴ


상용화된지 이제 년 단위가 되어가는 기술이고


클로드 이런 애들이 진짜 미친놈처럼 떼돈 벌고 있음.

UI도 지가 설계하고, 버튼에 기능도 넣고, 수정요청도 바로바로 쳐줘.


이건 openai (챗지피티), anthropic (클로드) 이런 회사들이 모델을 잘깎아서 가능해진 거지,

인x스 AI가 일을 잘해서 그런건 아님.





물론 "챗지피티/클로드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agentic flow 설계)을 인x스 AI가 개발했다고 하면 기여분이 없진 않지만,

오늘 바둑 AI 쇼에서는 솔직히 얘네 잘했다 싶은 부분은 거의 보이지 않음.


음성? AI PM? 이걸 잘했다고 주장한다면,

음성만으로 일할 수 있다고 했는데 STT에 버젓이 오타가 박히고,

그래서 만든 결과물이 원래 의도(모델 훈련)랑 다르게 오픈소스 모델의 프론트엔드 작성에 그친다?




내가 이런데 관심이 있어서 그런진 몰라도,

오늘 데모에서 얘네의 강점이나 새로운 기술은 하나도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음.




5. 결론: 이런데 끌려나오는 바둑이 불쌍하다


이세돌도 말하는 거 보면 이해가 한참 얕아서, 이거 다 헛소리라는걸 짚어줄 마지막 희망조차 사라졌다.


역사적인 장소와 인물의 이미지를 이렇게 소비하냐? 바둑 애호가로서 피눈물이 남.




의미가 하나도 없는 승부임. 이세돌이 오늘 바둑 AI를 만들어서 대국을 해서 이기든 지든,


그냥 이세돌이 집에서 sabaki 다운받아서 코파면서 딸깍딸깍 눌러본거랑 아무 차이가 없음


여기에 자꾸 무슨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를 제발 멈춰..






이미 수십, 수백 개의 기업이 뛰어들어 활발히 매출을 올리는 agentic workflow 시장에서,


부족한 제품에 이런 바이럴 행사로 스토리 붙이지 말아줬으면 한다.


진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겠다면 얼마든지 응원해주고 싶다.




돈 있으면 차라리 바둑기전 열어주시면 ㄱㅅ





번외 - 근데 AI가 해설하는거 가능하지 않음?


충분히 가능함.

대신 지금 나와있는 모델이나 방법론으론 한참 부족한, 미래의 얘기임.


바둑기사들이 어디를 두라고 할 땐 단순히 그 수 하나만 보고 하는 말이 아닌거 알지? 바둑 18급이 아닌 이상

그 옆에 두면 어떤데? 상대가 바로 전투 걸면 어떤데? 반상의 반대편이나 구석과의 조화는 어떤데?

이런걸 다 따져보고 판단을 내려서 그렇게 두는거임.

실제 바둑 AI 모델도 똑같은 과정을 거치니까 그렇게 강한거고.


근데 "볼 줄 아는게 바둑판뿐인 AI 모델"이랑 "현상을 말로 설명할 줄 아는 LLM AI (챗지피티 등)"


오징어만큼이나 공통점이 없는, 한참 떨어진 존재임.

생긴게 비슷한 것뿐임.


같은 AI니까 호환된다? 이런건 하나도 없다.



"바둑판을 보는 모델에서 나온 정보를 요약하고 정제해서,

LLM (챗지피티) 한테 던져줘서 걔가 글을 쓰게 만들기"


이게 미래에 AI 해설이 가능하려면 필요한 최소 조건

그리고 여기서 의미 있는 성과 낸 작품은 아직 없다. 뭐 어디 중국 국대실에선 하고있을지도 모르지만


챗지피티한테 사진 넣는거랑 비슷한 원리인건데,

문제는 바둑은 수천-수백장의 비슷비슷한 사진을 보는 거고,

이걸 설명하는 방법 (날일자, 붙임, 세력 등등) 역시 빡세게 훈련하지 않으면 어중이떠중이는 못하잖음??

그래서 아직 덜 풀린 문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