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화: 10급의 탈을 쓴 사신(死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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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시인사이드 바둑 갤러리]**


**제목: 야 지금 타이젬 10급 구간에 미친놈 하나 떴다 ㅋㅋㅋ**

**글쓴이: 바둑은스포츠**


방금 부계정 파서 10급 애들 교육 좀 시켜주려는데 '구름처럼99'라는 놈 만남.

난 당연히 떡수 던지면서 놀아주려고 했거든?

근데 이 새끼가 두는 게 예사롭지 않음. 10급인데 정석을 하나도 안 써. 

그냥 내가 두는 족족 급소만 툭툭 치는데, 20수 만에 내 대마 다 잡힘;; 

핵 아니면 최소 아마 5단 이상 은둔고수다 이거.


ㄴ **ㅇㅇ:** 10급 구간에서 양학하는 게 하루 이틀이냐? ㅉㅉ

ㄴ **바둑은스포츠:** 아냐, 진짜 결이 달라. 인공지능 돌리는 느낌임. 

ㄴ **돌부처:** 인공지능이 10급 구간을 왜 감? 심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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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서는 모니터 앞에 붙은 채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몰랐다. 

'구름처럼99'의 성적은 어느덧 **30전 30승.** 승수가 쌓일 때마다 기력은 무서운 속도로 자동 승단되었다. 10급에서 7급, 7급에서 5급. 

진서의 머릿속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돌을 놓을 때마다 뇌세포 한구석이 찌릿하며 깨어나는 기분. 

분명 정석 책을 읽은 기억은 없는데, 상대가 걸쳐오면 손이 알아서 최적의 응수를 찾아냈다. 


"이 자리는... 답답해. 여길 씌워야 시원해질 것 같아."


그는 이론으로 바둑을 복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라진 기억의 빈자리를 **'압도적인 감각'**이 메우고 있었다. 


*딸깍.*


[시스템: 3단으로 승단하셨습니다!]


단 하루 만에 10급에서 3단. 

타이젬의 운영 서버에는 '비정상 이용자' 감지 알람이 울려댔지만, 진서는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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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평창동의 한 저택. 

한국 바둑계의 살아있는 전설, '검은 유령'이라 불리는 이태성 9단은 태블릿 PC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상하군."


그는 최근 바둑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구름처럼99'의 기보를 훑어보고 있었다. 

이태성 9단은 과거 신진서와 수많은 명국을 남겼던 라이벌이자 선배였다. 


"이 행마... 낯익어. 정석을 무시하는 듯하면서도 결국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아가는 이 파괴적인 직관."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신진서는 지금 병원에서 기억 상실로 투병 중이라는 것이 공식 발표였다. 

게다가 신진서라면 이런 3단 수준의 바둑판에서 놀고 있을 리가 없었다. 


"흉내쟁이인가? 아니면... 정말로?"


이태성 9단은 홀린 듯 타이젬에 접속했다. 

그의 아이디는 **'BlackGhost'**. 세계 대회 우승 경력자들만 가질 수 있는 'P(프로)' 마크가 선명하게 붙은 계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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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서는 어느덧 7단 구간에 진입해 있었다. 

상대들은 이제 제법 집을 짓고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서에게는 여전히 느리고 허술해 보였다. 


그때, 대국 신청 알람이 요란하게 울렸다. 


**[BlackGhost(P) 님이 대국을 신청하셨습니다.]**

**[조건: 호선 / 덤 6.5 / 제한시간 10분]**


진서는 'P'라는 글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프로...?"


그 단어를 보는 순간, 심장 부근이 날카롭게 조여왔다. 

본능적인 거부감, 그리고 동시에 차오르는 알 수 없는 투쟁심. 


진서는 마우스를 꽉 쥐었다. 

기억을 잃은 왕과, 그를 알아보려는 옛 라이벌의 대국이 온라인 바둑판 위에서 성사되었다. 


진서가 첫 수를 던졌다. 

기억은 없어도, 손 끝은 여전히 **'신공지능'**의 길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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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예고]**

"너... 누구냐?" 

BlackGhost의 집요한 추궁! 그리고 7단 구간에서 펼쳐지는 프로 급 대결. 

서서히 드러나는 신진서의 천재성에 바둑계가 뒤집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