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거의 임신 소식을 전해들은 진위는 먹던 카페라떼를 뿜어낼 뻔 했어. 이야기를 듣다가 눈을 크게 뜨는 걸 보며 바로 뒷걸음질 친 보람이 있었지. 더러워.
“진짜..?”
“그럼 가짜겠냐?”
“네가 임신... 너한테서 태어나는 애는 무슨 죄야?”
“죽을래?”
왜 놀라고 경악하냐 했더니 그런 생각이야? 진짜 이게 맞으려고. 다리라도 걷어차려고 했다가 태교. 태교 생각에 오늘도 화를 꾹 참았지. 진짜 내가 임신 중에 속 터져서 제대로 애는 낳을 수 있을까 몰라.
사실 진위는 후거가 임신을 했다니 기분이 좀, 조금 많이 묘했어. 고등학교 때부터 봐왔던 놈이 어느 날 갑자기 결혼 했다고 하더니, 이제 또 갑자기 임신 했다고. 통보야 뭐야. 진짜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좋게 생각하려 해도 후거는 철이 많이 든 편도 아니고, 뭐 나도 그렇긴 한데... 어리광도 엄청 심한데 곧 부모가 된다니. 대충 봐도 앞날이 막막해 보이는데... 진위야 무서워서 근처에도 가기 싫고 통화도 하기 싫은 무시무시한 분이긴 하지만 후거의 남편인 곽건화의 일이 수십 배로 늘어 날 것 같은 미래가 예감됐지.
***
다행히 무사히 시험은 치렀고. 최대한 아는 대로 쓰긴 썼는데 시험 한두 개는 영 망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시험을 앞두고 공부할 때 건화가 엄청 잔소리 할 줄 알았는데 후거가 임신한 상태라 그런지 딱히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것도 없고 옆에서 감시하는 것처럼 책 읽는 것도 없고 편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시험 결과가 걱정돼. 하지만 단순한 뇌는 모든 시험을 마치고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그런 고민을 모조리 잊고 방학의 기쁨만 만끽했어. 내년엔 휴학할 거니까 계속 쉴 수 있네! 애 낳고 애 키워야 한다는 현실을 망각한 채 일 년간 학교 안 가고 백수생활 할 수 있다는 단꿈에 젖어있었지.
진위의 생각대로 아직은 철이 덜 든 스무 살 후거도 이제 임신 두 달째를 접어들며 혼자서 배가 나왔다고 착각을 했어. 건화 앞에서 배를 까보이며 나 배 좀 나온 거 같지 않냐 묻는데 빈말로도 나온 배가 아니라 건화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지. 저 말은 배가 나왔다고 말해달라는 건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달라는 건가.
“으음.. 글쎄..”
“배 안 나온 것 같아?”
“아직은 잘..”
“흐음.”
후거의 말은 배가 나왔다고 말해달라는 거였는지, 나오지 않은 것 같단 건화의 말에 시무룩한 반응을 했어. 3개월쯤 되면 나오려나? 사실 임신했는지 안 했는지도 입맛 말고는 느껴지는 게 없어서 그냥 막살았는데. 언제부터 배 나오는 거지. 남자는 배 덜 나온다고 하던데.
그래도 이왕 임신한 거 지금 임신한 게 다행인 것 같아. 지금이 11월 말이니까 어, 음.. 여름은 여름이라도 한창 푹푹 찔 때 낳진 않겠다. 배부르면 점점 더 힘들어진다고 하는데 한여름에 막 배불러오면 진짜 짜증 날 것 같아.
전에도 그랬지만 후거는 아무래도 임신하면 잠이 훨씬 많아지는 편인 것 같아. 어제 11시에 잠들었는데도 건화가 출근할 시간이 돼도 눈 하나 뜨지 못하고 깊게 잠들어있었어. 건화도 딱히 후거를 깨우지 않고 식탁 위에 아침을 차려두고 집안 온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집을 나섰어. 그리고 건화가 출근한 지 한 시간 반 만에 깨어난 후거는 눈만 떴지 몸은 꼼짝도 못 해. 움직이기 싫다. 집 엄청 따뜻한데도 움직이기 싫다.
여름이 엊그제 같았는데, 가을은 눈 깜빡하는 사이에 지나가 버렸어. 가을에 워낙 정신이 없어서 어쩔 수 없었지. 추위를 좀 타는 편이라 아직 초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가벼운 후드점퍼를 위에 입고 다니다가, 집에 건화가 없으니 그마저도 귀찮아서 어깨 위에 담요를 덮어쓰고 다녔어. 배고픈데 침대에서 꼼짝도 하기 싫다. 정말. 아까 휴대폰에 문자 보니까 아저씨가 아침 차려놨다고 먹으라고 했는데. 겨울이라도 저거 더 오래 두면 다 상하겠지? 마음속으로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생각을 마흔다섯 번 정도 반복하고 나서야 뻐근한 몸을 일으켰어. 요새 일어날 때마다 어지러워. 약 챙겨 먹어야 하나봐. 약 먹는 거 싫은데..
팔을 위로 쭉 뻗으며 기지개를 피고 앉아서 식탁보를 걷어보니 뒤집어놓은 유리잔이랑.. 웬 비닐이 이렇게 많아. 밥이나 빵 있을 줄 알았는데 반찬 통이 세 개나 있어서 당황스러워. 하나씩 열어보니 하나는 양상추랑 채소들 들어있고 하나는 햄…. 하나는 빵…. 뭐지…. 상상했던 비주얼과 달라 당황하는 것도 잠시, 옆에 식탁보에 달라붙어서 미처 못 봤던 포스트잇을 찾아내곤 후거의 입꼬리가 슬금슬금 말려 올라갔어. 아. 닭살 돋아 죽겠다.
으흐흐. 이상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포스트잇은 얌전히 떼서 냉장고 문에 붙여둔 후 식탁 의자에 앉아 시킨 대로 양상추 네장 올리고….
요새 토끼라도 된 것처럼 맨날 풀만 먹네..
후거가 고기 냄새만 맡아도 힘들어하니 건화도 자동으로 채식을 하고 있었어. 나 없을 땐 그냥 고기 먹어도 되는데. 미안하긴 한데…. 요샌 진짜 고기가 입에 안 들어가서. 혹시나 싶어 햄이 들어있는 반찬 통을 열어 코를 대어보는데 다행히 아무 반응이 안 와. 이쯤 되면 목구멍에서 토기가 올라와야 하는데. 오늘은 괜찮으려나. 몰라. 그냥 먹지 뭐. 슬라이스 된 샌드위치용 햄도 듬뿍 올리고 옆에 소스도 쭉쭉 짜고 치즈도 두 장이나 올려서 먹다가 목이 막혀 사과주스를 꺼내던 중에 안방에서 전화가 오는지 벨 소리가 들려. 귀찮아 죽겠네. 그냥 무시하고 먹던 거나 계속 먹으려고 하는데 끊겼다 싶었던 벨이 또 울려. 또. 누구야. 아저씨인가?
한입 남은 샌드위치를 입안에 몽땅 넣어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곤 주스를 담은 유리컵을 들고 안방에 가보니, 명대가 전화하는 거였어. 얜 또 웬 아침나절부터 전화야. 우물우물 씹으며 화면을 노려봤지. 귀찮아. 또 무슨 소리 하려고 전화한대. 요새 교수님이랑 데이트하느라 정신이 없으실 텐데.
입안에서 샌드위치를 크게 삼키고 주스도 두어 모금 마시니 화면에 뜨던 명대의 이름이 사라져. 드디어 포기했나 생각했을 때 명대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듯 또다시 전화를 걸었지. 못 살아 진짜. 얘 내 스토커인가봐. 위진위 퇴치하고 나니까 명대 스토커가 붙네. 인기가 너무 많아도 사는게 피곤하다.
튕기긴 해도 최근들어 제일 친하게 지내는 게 명대니 결국 후거도 휴대폰을 받아들었어. 예상대로 통화버튼을 누르자마자 교수님 이야기부터 튀어나왔지. 아, 얘 내 스토커 아니고 교수님 스토커였지.
-아니. 프랑스 가자는데 자긴 안 간다잖아.
“왜 안 가신대?”
-공부도 해야 하고 나랑 프랑스 가면 나 챙겨야 하니까 노는 게 아니라 일이래.
“맞는 말이네.”
-맞긴 뭐가 맞아?
눕고 싶은 충동에 들었으나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죄책감 들어. 뽀송뽀송한 이불이 후거를 반기는데, 그 품속에 뛰어들지 못하고 꾹 참아내 휴대폰만 달랑 들고 거실로 피신했어. 안 눕는다면서 소파에 길게 늘어져 휴대폰을 귀에 댄 채로 TV 리모컨 채널을 돌렸어. 명대의 투덜거림은 그냥 한 귀로 흘려듣고.
-근데 넌 대체 어떻게 임신했냐.
“나도 모르지. 알면 절대 임신 안 했지.”
음. 아기가 들으려나. 들었으면 미안해.. 하지만 사실인 걸..
-콘돔에 구멍 뚫었어?
먹지를 못하니 눈으로라도 감상하려고 맛집 투어 하는 프로그램을 틀어 보는데, 귀에 웬 말도 안 되는 헛소리가 들려서 뭐? 하고 되물어.
-교수님 콘돔에 구멍 뚫을까? 그럼 임신 되려나.
“미, 미친.. 너 그러다 경찰서 잡혀가.”
얘가 진짜 큰일 날 소리를 하네. 배불리 먹고 앉아있으니 또 졸음이 쏟아지고 노곤해진 몸이 번쩍 깨이는 것 같아 반쯤 누워있었던 몸을 일으키고 휴대폰을 고쳐 받았어.
“진짜 미쳤어?!”
-누가 날 신고해. 너만 입 다물면 되잖아.
“내가 가만히 입 다물고 있을 것 같아? 신고할 거야.”
-너 때문에 경찰서 가면 유치장에서 네 자식 나랑 성격 똑 닮으라고 고사 지낼 거야.
“미친놈.. 내가 잘못했어.”
진짜 그런 말은 하지 마라. 말이 씨가 될까 무섭네. 애 낳고 키우는 것부터 걱정인데 애가 명대랑 똑 닮는다니. 완전 악몽 아냐?
얼마나 무섭냐면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워. 아무리 빨리 독립시켜도 스무 살이잖아. 이십 년 동안 명대랑 같이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만 들어도 아득하다. 고작 그 한마디에 정신줄이 가출할 것 같아 대충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어버렸어.
잊자. 잊어.
근데 안 잊히는 거야.
아저씨랑... 중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 아저씨한테 마흔 살에 정신병원에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을 때 아저씨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갑자기 미안해지고 숙연해져서 고개가 절로 숙여졌어. 과거를 후회하며 어떻게든 태교를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에 거실 티비장에서 앨범을 꺼내 들었어. 곽건화 앨범. 후거가 임신한 걸 들은 후 시부모님이 주신 건데 그동안 정신없어서 앞 페이지만 보다 말았거든. 지금 봐야겠단 생각에 다시 소파에 앉아 펴보는데 으으으. 아저씨 어릴 때 너무 귀엽다.. 지금도 귀엽긴 한데 진짜 어릴 때 장난 아니다. 아기 아저씨랑 똑같이 닮았으면 좋겠어.
눈 커다래서 쳐진 거 봐. 진짜 귀여워.. 어릴 땐 이렇게 순하게 생겼는데 어쩌다 첫인상이 차가운 남자가 됐지. 유아 시절에서 어린이 때로. 그리고 중학생 때쯤인지 제법 어려 보이지만 교복 입은 사진을 보곤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게 접혀있던 후거의 두 눈이 뾰족하게 위로 올라갔어. 여자애랑 찍은 사진.
“흠.”
예쁘네. 어릴 때 여자친구인가. 곽건화는 여자한테 인기 많더라. 나도 인기 많았어. 학교 다닐 때 애들이 엄청 따라다녔어.
지금도 방학이라 그렇지 선배 누나들이 자꾸 밥 사줄까 묻는 거 거절하는 거 엄청 힘들단 말이야. 나 결혼한 거 알고는 좀 뜸해지긴 했지만.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혼자 토라져서 스스로 반박하다 짜증이나 앨범은 내려놓고 나오지도 않은 배를 어루만지며 아빠 말고 엄마를 똑같이 닮으라고 다섯 번 반복해서 혼잣말했어. 이래서 TV에서 임산부가 맨날 배에다 대고 이야기했구나. 나는 안 그럴 줄 알았지.
***
방학하면 교수님도 수업 안 하니까 시간이 많이 남을 줄 알았는데 공부한다고 안 놀아줘. 프랑스 여행은 사실 큰 기대도 없었어. 쉽게 간다고 할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포기하고 그냥 데이트라도 하는 거에 만족하려 했는데 학기 중이랑 다른 게 없어. 일주일에 한 번 데이트 하면 자주 하는 거야. 방학인데 뭐가 저렇게 바빠. 삐죽대도 막상 데이트 날짜 전날부터 호들갑을 떨었어. 명대의 감금은 누나가 출장을 끝나고 돌아오자마자 막을 내렸지. 하나부터 열까지 본인이 큰형 넥타이 몽땅 팔아치운 것만 빼고 다 일러바치자 누나가 엄청 화를 냈어. 약아빠진 큰형이랑 작은형은 누나 출장 끝난 날에 바로 출장을 떠났지. 어디? 뭐 어디더라? 하와이? 출장을 왜 하와이로 가? 놀러 간 거 다 알아. 누나 화 좀 누그러지면 돌아오겠지. 오랜만에 누나의 따끔한 손맛 좀 봤으면 좋겠는데 아쉽긴 하지만 덕분에 거실에서 교수님이랑 통화해도 아무도 혼낼 사람이 없으니 그건 좋았어. 마음 같아선 고청명을 집에 데려오고 싶은데 교수님은 아직도 부담스러운가 봐. 하긴 처가가 편하긴 힘들겠지.
“근데 교수님.”
“왜?”
“어, 어.. 교수님 누나가 저에 관해서 이야기 하진 않았어요?”
삼 일 만에 만난 청명과 데이트하려 외출했더니 하필 연예인이 와서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어. 차에 타서 청명의 집까지 가는 길에 앞만 보고 있다 슬쩍 이야기를 꺼냈지. 전에 고청명 누나랑 만났던 거.. 혹시나 싶어서... 운전하던 청명은 명대 입에서 나오는 금운의 이야기에 눈썹을 들어 올리며 눈을 한 바퀴 굴리며 대답해.
“없는데. 왜?”
“아니 뭐 그냥요..”
“우리 누나랑 만난 적 있어?”
“뭐... 그냥 뭐...”
“어디서 만났는데?”
“교수님 집에서..”
“현관 비밀번호 바꿔야겠네.”
“바꾸면 기분 나빠 하시지 않을까요. 우리 누나는 그러면 삐질 거 같은데.”
은근히 걱정이 담긴 명대의 말에 어깨만 으쓱인 그는 “이미 내가 독립 결정했을 때부터 누난 삐졌어.” 하고는 운전에 집중했어. 그러고 보면 교수님 아까도 별로 안 놀랐네. 정말 누나한테 내 이야기 안 들은 거 확실한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지만, 굳이 물어서 사실을 듣고 싶진 않아...
청명이야 그냥 가는 곳 마다 사람이 바글바글하니 차라리 집에서 쉬자는 생각에 명대를 집으로 데려온 거지만 명대에게 다
른 이야기였어. 굳이 날 집에 데려간다는 건 하자는 이야기겠지? 그래서 조금도 빼지 않고 현관에 들어서서 문을 닫자마자 청명을 벽으로 몰아붙였어. 신발 벗다말고 갑자기 어깨와 등이 벽에 퍽 부딪히게 된 그는 놀라 입을 벌리고 뻐끔댔지.
“잠깐, 자, 잠깐 명..”
“이러려고 집에 온 거잖아요.”
“미치겠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집에서 영화나 볼 생각이었는데. 물론 음흉한 마음이 조금도, 손톱 만큼도 없었냐고 묻는다면 거기에 아니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그래도 청명은 정말 이럴 생각이...
“제가 이러는데 교수님은 진정이 돼요?”
청명의 청바지 위로 손바닥을 뭉근하게 문지르는 행위에 다문 입가가 들썩였지. 뇌 속이 뒤엉키는 것 같고 이성과 본성이 아주 가느다란 종이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다투는 것 같아. 정신 차려 고청명. 매번 명대한테 휘둘릴 순 없어. 서른 넘어서 이십대 때도 안 해본 폰.. 폰섹스.. 전엔 차에서도... 안 돼. 나라도 정신을 차려야..
정신을 차려야한다고 속으로 수 없이 되뇌지만 그게 그리 쉽게 되는 일이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명대와 눈이 마주치게 된 그는 유리구슬마냥 맑은 두 눈이 기대로 반짝이는 걸 보고 한숨 쉬고는 자신의 바지 속에 손을 넣는 명대의 손목을 붙잡아 당겼어. 우리 인간적으로 현관에선 하지말자.
반면 비인간적으로 현관에서도 한 적이 있는 후거의 경우에는 욕구불만에 시달렸지.
나처럼 금욕적인 사람이 욕구불만이라니. 이게 다 곽건화 때문이야. 물들어서 그래. 내가 얼마나 욕구와 거리가 먼 사람인데!
건화가 하루가 멀다 하고 덮쳐 대서 거기에 익숙해져 본인이 욕구불만에 시달린 거라 자위하는데 진짜 섹스 안 한지 한 달이 넘어가니 아침에 자다 깬 건화가 까치집에, 얼굴은 부어서 그 섹시한 뺨이 퉁퉁해져도 덮칠 수 있을 것 같아. 근데 안 되잖아. 후거는 이제 홀몸이 아니고, 아기 엄마고, 건화도 아기 아빠니까...
후거가 임신해서 자제하는 건지, 건화는 후거의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 뽀뽀나 키스만 했지 그 외엔 전혀 건드리지 않았어. 씻는데 몰래 쓱 들어오지도 않고. 그치만 그래도 너무하네. 삽입만 안 하면 되잖아.
오늘도 퇴근하고 들어온 건화는 후거가 아침과 점심을 잘 챙겨 먹었는지 묻고, 티도 안 나는 후거 배 위에 뽀뽀하고 씻으러 들어갔어. 더 이야기도 안 하고, 껴안지도 않고. 사랑이 식었어. 소파에 쪼그리고 앉아 날카로운 눈으로 안방 쪽을 쳐다보다 입을 동그랗게 내민 후거는 도저히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는 이 충동에 끙끙 앓았지. 사랑이 식거나 그런 거 아닌 건 나도 아는데... 솔직히 아저씨는 나 먹고 싶은 거 사다 나른다고 피곤해서 움직일 힘도 없을 거야.
아기 가졌으니까 더 착한 생각만 해야 하는데 자꾸 못된 생각만 폴폴 나는 것 같아 입술을 질끈 깨물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걸어 들어갔어. 건화가 퇴근하며 사왔던 회사 근처에 맛있기로 유명한 딤섬가게에서 사온 딤섬. 웨이팅 안 하려고 한참 전부터 예약했던 건데 이제야 먹게 되네. 의자에 앉아서 포장을 푸는데 지금 후거는 딤섬이 문제가 아니었어. 아까 영화 보지 말 걸. 영화에서 야한 장면 나와서 갑자기 이러나 봐. 꼭꼭 숨겨두고 참아왔던게 퍼엉- 폭발한거지.
건화가 들어간 안방의 욕실은 거리도 한참 떨어져 있어서 물소리도 안 들렸어. 포장지를 벗은 딤섬은 유명한 곳이라더니 피도 얇아 속을 다 비추고 윤기도 자르르 흐르는 게 맛있어 보이긴 하는데... 흐음.... 지금 먹고싶은 건 이게 아니란 말이야.
씻고 난 건화는 후거와 함께 딤섬으로 저녁을 해치웠어. 남들보다 입덧을 빨리 시작해서 그런지 아직 두 달째인데 입덧이 많이 가라앉는지 아까 딤섬 먹을 때도 못 먹겠다는 말없이 잘 먹어서 덩달아 건화의 기분도 좋아졌지.
“배는 안 아파? 어젯밤엔 아프다고 했잖아.”
“잠깐만 아팠어. 그건 뭐야?”
“동화책.”
어제 택배로 받았던 태교용 동화책이었어. 건화의 손에 들린 알록달록한 동화책을 보고 고개를 갸웃한 후거는 아직 들리지도 않을 것 같은데? 하고 반문했어.
“아니야. 책 보니까 보통 두 달째부턴 들을 수 있다더라.”
“흐음..”
“엄마 뱃속에 있을 때 태교 해주는 게 태어나는 아기한테 도움이 많이 된대. 태교 잘한 아기가 더 똑똑하고 건강하다던데.”
“흐으음...”
나랑 안 놀아주고 서재에 틀어박혀서 내내 책만 읽더니. 맨날 아기 이야기만 해.
“이게 마음에 안들어? 다른 책 가져올까?”
“내가 애야? 뱃속에 아기한테 들려주는 거라며. 아무거나 읽어.”
“.....”
무슨 내용인지 내가 알 게 뭐야. 한쪽 볼에 바람을 넣곤 고쳐 앉고 눈은 티비에 고정했어. 자. 읽어. 애는 듣겠지. 팔짱 까지 끼고 앞을 보는데 옆에 앉은 건화는 얇은 동화책을 만지작거리며 후거의 눈치를 봐. 전에도 그랬지만, 임신한 상태에선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어쩔 수 없나봐. 어디서 화가 났을까. 그걸 캐치를 해야 사과하고 다음부턴 조심하는 건데,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동화책 싫어? 다음에 읽을까?”
“아기한테 좋은 거라며.”
“아기한테 좋기도 하지만 이게 태아한테도 산모한테도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게 중요해서.”
옆에서 건화가 뭐라 뭐라 설명하는 게 들렸지만 후거한텐 하나도 머리로 전달이 안 돼. 내가 욕구불만에 시달리는 동안 애한테 정서적 안정감 따윈 없어. 그리고 아저씨도 그래.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아. 아무리 아기가 중요하지만. 어떻게 내가 욕구불만에 시달리는 것도 캐치를 못하고 맨날 배에다가 인사하지 내 얼굴 보고 인사는 안하고 하루 세 번 뽀뽀하는 것도 요샌 까먹은 거 같아. 아침이랑 저녁만 해. 왜 퇴근하고 와서 점심치 뽀뽀는 안 하는데?
엄마가 들었으면 사랑싸움도 그렇게는 안한다고 혀 찰 이야기를 속으로 생각하며 혼자 삐졌어. 불퉁하게 튀어나온 입에 전기라도 뿜어낼 것 같은 뾰족한 두 눈이 후거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나 평소 같으면 끌어안아 뽀뽀하며 온갖 감언이설과 귀여운 짓은 다 부렸을 건화가 눈치만 살피곤 가만히 있으니 더 속상하고 짜증나. 아니 아침에 포스트잇에는 사랑한다고 해놓고. 나한테 감정이 식은 건 아닐 거 아냐!
하... 곽건화가 저를 만지려 하지 않아요. 왜 일까요.
***
“흐으.. 더, 아... 아.. 더, 더 아프게 해도 돼요..”
청명이 잠깐 이성을 잃고 거칠게 움직였다가 도중에 정신을 차려 다시 속도를 늦출 때, 눈을 질끈 감은 채 헐떡이던 명대가 말했어. 가는 손끝이 땀방울이 맺힌 청명의 코끝을 스쳤지. "더 아프게 해도 돼요." 말 하나를 해도 사람을 쥐고 흔드는 소리만 하네. 넘어가면 안 돼. 이를 꽉 다문 청명은 최근 들어 살이 빠진 명대의 허벅지를 좀 더 옆으로 벌리며 고개를 저어. 아니. 하고 거절하는 것 보단 머리에 든 뭔가를 떨쳐내는 듯한 행동에 가까웠어.
“아으, 아흑.. 앗, 교, 수님 아, 아아으응..”
처음 청명과 몸을 섞을 때 이후론 명대는 부끄럼이란 게 없었지. 주로 먼저 하자고 달려드는 것도 명대였어. 애초에 고청명은 보리수 아래 스님과 같은 남자니 눈앞에서 명대가 알몸으로 춤을 춰도 꼼짝도 안 할 거야. 비록 두 눈은 지진이 6.9진도로 몰아치고 있어도.
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연구실에서 활자만 읽으면서 청명의 피부는 보기 좋게 그을린 것 같아. 연한 카라멜색 어깨 위를 하얀 손가락 끝으로 붙잡으며 허리를 들어 올리자 꾹 다문 그의 잇새에서도 신음이 흘렀지. 곧이어 아래를 파고든 성기가 짧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명대의 신음성도 따라 올랐고, 내던져진 옷더미들 사이에 가려진 청명의 휴대폰의 화면이 하얗게 빛나며 진동을 울려대도 둘 다 듣질 못했어. 땀에 젖은 살갗끼리 부딪치는 소리와 명대의 신음성에 완전히 가려져서.
둘다 점심도 저녁도 들지 않았던 터라 길게 끌지는 않았는데, 물수건으로 대충 몸부터 닦고 일어선 명대는 자기가 저녁을 해주겠다는 소리를 해. 청명이 거절해도 부득불 자기가 저녁을 해주겠다는 거야. 무슨 바람일까. 고마운데 전혀 고맙지 않아. 안 먹어도 될 것 같은데. 그냥 사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어떤 결과물이 나올진 불 보듯 뻔한 일이라 애초에 시작부터 안했으면 좋겠는데. 명대가 들으면 기가막혀 뒤로 넘어갈 소리였지. 누가 누구한테 하는 말이야 저거?
먼저 씻겠다고 떨어진 옷을 주워 욕실로 향하던 명대는 새치름하게 눈가를 좁히며 원한다면 따라 들어와도 된다고 친히 허락했으나 청명이 단칼에 거절했어.
“안 들어가.”
“치. 이런 기회 쉽게 오는 거 아니에요.”
“빨리 씻고나와.”
“떠먹여줘도 싫대.”
안 먹어도 되니까 그렇지.
혀를 찬 그는 경첩이 떨어뜨릴 것 마냥 콰앙 닫히는 문에 숨을 깊게 내쉬며 바닥에 떨어진 옷들을 마저 주웠어.
무슨 옷을 바닥에 이렇게 떨어뜨려놨어. 하여간 명대랑 있으면 내가 나잇값을 못하게 돼. 아니.. 명대 탓해서 될 일은 아니지만...
겸연쩍은 듯 눈썹 위를 매만지고 왼손으로 자켓을 집어 드는데 휴대폰이 아래로 툭 떨어져. 어쩐지 안 보인다 했더니. 자연스레 폰을 들어 잠금을 풀자마자 누나와 아버지에게 온 통화가 합해서 아홉이야. 거의 5분 간격으로 온 부재중 전화를 망연히 내려다보던 그의 낯빛이 시간이 흐를수록 참혹해졌지. 오늘 며칠, 오늘 무슨 요일이더라. 금요일. 아.... 아 금요일... 매주 금요일은 본가가서 저녁 식사하는 날인데.
“하...”
청명이 독립하는 대신 일주일에 한번은 무조건 집에서 저녁을 먹거나 자고 가는 게 조건이었어. 그도 동의한 내용이었고. 독립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이걸 잊어서... 어쩐지 오늘 하루 종일 뭔가 부족한 거 같고 뭔가 빠뜨린 기분이 들더라.
“미치겠네..”
뭐라고 해명, 아니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하지... 누나는 내가 명대랑 만나는 걸 아니 분명 명대 때문이라고 생각 할텐데.
***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유치한 것 같아 삐진 마음을 풀었어. 건화에게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했지. 아슬아슬했던 분위기가 조금 나아졌는데.. 사실 그거보단 다시 배가 아픈 것 같아 좀 끙끙대다보니 삐졌던 것도 다 잊어버렸어. 아직 배가 무거운 것도 모르겠고, 입덧도 좀 나아져서 임신한건지도 잊게 되는데 이렇게 배 아플 때 마다 내가 임신했다는 걸 깨닫게 돼. 근데 아파 죽을 것 같다 진짜.. 임신하는 내내 아플 거라는데. 우리 엄마는 대체 이런 걸 어떻게 견디고 살았을까. 근육통이면 찜질팩이라도 해보는데 그게 아니니까.. 푹신한 베개를 끌어안고 웅크리고 있으니 옆에 앉은 건화는 내내 안절부절못하고 후거의 어깨와 등을 쓸어내렸어. 많이 아파? 너무 아파? 병원 갈까? 후거는 최대한 참아내려 애쓰는데 옆에서 더 난리였지. 괜찮다고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아파서 혼자 숨죽이고 버텨내다보니 무슨 연유로 건화에게 툴툴 댔는지 깜빡한 거야.
다행히 배앓이는 오래가지 않아서 금방 안정을 취했어. 누워서 휴대폰만 깔짝깔짝 만지고 있는데 명대한테 메시지가 왔어. 자기 지금 교수님 집인데 요리할거래. 뭐 하는 게 좋냐고 묻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냥 밥반찬이나 해. 하고 답장하고 아까 원홍이 보냈던 문자에도 답장하다보니 아까 왜 삐졌는지 떠올랐어. 자연스레 눈이 휴대폰에서 떨어겼지. 옆자리에 누워 몸을 뒤척이며 임신출산 책을 읽고 있는 곽건화의 옆얼굴을 멀거니 보다 휴대폰을 협탁 위에 올리곤 이불 속에서 꿈틀대자 책에 집중해있던 건화의 시선이 후거에게 닿아. 왜. 또 배 아파?
“아니.”
“추워?”
“아니..”
괜찮다면서 이불 속으로 머리까지 집어넣고 한참을 꿈틀꿈틀 대다가 다시 이불 밖으로 머리를 쏙 내밀었어. 정전기에 가는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서있는 걸 보며 건화가 입꼬리를 당겨 웃고는 머리카락을 손가락 사이로 넘겨가며 정리해주는데, 후거는 입술을 안으로 말며 건화를 올려다보다 눈을 이쪽으로 저쪽으로 굴려대곤 조심스레 말을 꺼냈어.
“있잖아..”
“응?”
쉽사리 꺼내기 힘든 말인지 “있잖아..” 하고는 바로 이어지지 않아. 왜? 건화가 다시 되묻자 눈꺼풀을 깜빡인 후거는 손가락으로 건화의 팔뚝 위에 동그라미를 그리고는 소곤소곤 이야기했어.
“나 요새 욕구불만이야.”
“하아?”
“이런 것도 못 알아차리다니 남편으로 실격이다.”
퉁명스럽게 대꾸하나 얼굴은 불타오르기 직전이었어. 내가 이런 거 까지 말 해야해?
“왜 요새 나 안 만져?”
“안 만지긴 왜 안 만져.”
“아니 그런 거 말고.”
알면서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팔을 퍽 때리며 묻자 건화는 과도하게 아프다고 엄살을 피며 눈가를 찌푸렸어. 빨리 대답해봐! 후거가 재촉하며 때렸던 부분을 잡고 흔드니 “으윽, 진짜 아프다니까.” 신음하더니 눈썹을 들어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어. 반응이 왜 저래.
“나도 욕구불만이야.”
“딱 좋네. 하자.”
“임신 중이잖아. 초기엔 안 하는 게 좋댔어.”
“누가?”
“얘가.”
읽고 있는 두꺼운 출산서적을 가리키며 대답해. 후거의 두 눈이 책을 불태울 것 마냥 화르륵 타올랐지. 그 책 버려!
“안 돼. 세 번 읽고 다 외울 거야.”
“저번에 찾아봤는데 임신 중에 해도 된대.”
“어느 정도 자리 잡혔을 때지. 아직 초기라서 안 돼.”
“맙소사. 이게 곽건화라니.”
하자는 데도 안 하려는 곽건화라니! 졸라도 들어주지 않아 심통이나 입을 빼쪽 내밀곤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꿍얼꿍얼 댔어. 내가 아까 그 말 하려고 얼마나 고민을 했는데 그렇게 쉽게 거절할 수가 있어. 진짜 사람이 그러면 안 돼.
“몸 때문에 그런 거잖아. 조금만 참자. 응?”
“됐어요. 버스 지났어요, 아저씨.”
“버스 다음에 또 오나요?”
“안 와요. 막차예요.”
후거가 뒤집어 쓴 이불을 거두고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묻는데 후거는 쳐다도 안 봐. 사랑스럽게 쳐진 두 눈이 얼마나 시퍼렇게 날이 서있는지. 임신했을 때 속상한 건 평생을 간다는데. 그 생각을 하니 간담이 서늘하긴 하나 아직 초기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등을 토닥이고 달래도 후거는 시큰둥한 반응을 하며 대답도 잘 안 해.
“우리 월요일에 병원 가니까 그 때 물어보자.”
“아, 기다리다 죽겠네.”
“그래도 안 돼.”
“너무해. 아저씬 나보다 애가 더 중요하지?”
이런 말 안 하려 했는데 자꾸 이런 말이 나오게 하잖아!
“그럴 리가.”
“몰라, 됐어. 임신 책이나 계속 보세요.”
확신에 찬 아니란 대답도 마음에 안 드는 듯 건화를 노려보더니 등을 팩하니 돌리곤 돌아누워 버렸지. 그 반응에 소박맞은 남편처럼 기가 죽어 눈치를 살피던 건화는 슬그머니 책을 놓고 따라 누우며 후거의 등 뒤에 바짝 붙었어.
“화났어?”
“버스 떠났다니까.”
임신 중에 화난 건 평생 간다.
평생 버스 떠났다고 몸에 손도 못 대게 하는 후거를 떠올리자 그야말로 죽을 맛이지. 지금도 어떻게 참고 있는데. 아까 후거가 왜 안 만지냐고 했지. 안 만지는 게 아니라 못 만지는 거야. 참느라 병 걸릴 것 같아.
“후거.”
“왜.”
“내가 안 만지는 게 아니라, 한 번 만지면 계속하고 싶을까봐 그래.”
“됐다니깐.”
제대로 삐지긴 했는지 설득하려고 해도 씨알도 안 먹혀. 건화는 입 끝을 들어 올리며 애써 웃었지. 어떡하지. 임신 극 초기 땐 임신 중인지도 모르고 했지. 아예 몰랐으면 몰랐지 아는데 할 수는...
갈등에 빠진 건화는 한참을 고민하다 이불 속에 감춰진 후거의 허리를 끌어안았어. 미끈한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 있는 걸 보고 ‘어린애도 아니고.’ 라고 속으로 생각을 했으나 곧바로 어린 게 맞다는 사실이 떠올라 입안이 썼어.
“후거어.”
길게 후거를 부르며 이불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어. 끝까지만 안 하면 되지 않을까. 도톰한 이불 속으로 손을 넣어 후거의 다리에 닿는데 매끄러운 잠옷 바지가 아니라, 적당히 따뜻한 후거의 피부가 손가락에 닿았지. 순식간에 건화의 눈이 크게 뜨이며 입술이 벌어졌어. 아까 이불 속에서 꾸물꾸물대더니.
“언제 벗었어?”
“알아서 뭐 하게.”
“화 내지 말고.”
틱틱 대도 부끄럽긴 한지 자꾸 베개 속으로 얼굴을 파묻어. 이렇게 대놓고 유혹하는데 정말 참으면 곽건화가 아니겠지. 그렇겠지? 삽입만.. 삽입만 안 하면...
“손가락만 넣자.”
“응?”
상체를 조금 일으킨 건화가 협탁을 꺼내 루브를 들곤 손바닥에 쭉 짜냈어. 얘 안 쓴지도 그러고 보니 한 달 째네. 삼분에 일도 남지 않은 통을 다시 서랍 안에 넣고 이불을 걷어내자 팬티까지 벗어던지고 잠옷 상의만 입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지. 최대한 착하고 순한 표정을 지으려 눈썹을 축 늘어뜨린 건화의 표정이 삐끗삐끗해. 이러고 있는 걸 진짜 어떻게 참냐.
“손가락만 넣으면 되잖아. 그렇지?”
"되긴 뭐가 돼.”
흥흥. 싫은 척 하면서도 건화의 손을 내치지 않고 얌전히 누워있어. 불을 끄러 가야할까 싶었지만 그러다간 후거에게 혼이 날 것 같아 포기하고 다리 사이에 손을 가져갔지. 후거의 오른쪽 무릎을 잡아 세우고 깨끗한 무릎 위에 입 맞추며 중지를 다문 구멍 위로 천천히 문질렀어. 읏.. 오랜만에 닿는 감각에 발가락부터 찌릿찌릿한 것 같아. 아르르하게 아래에서 부터 올라오는 기분을 느끼며 후거가 몸을 웅크리자 건화의 쳐진 눈썹이 도로 위로 솟아올랐지. 실크 잠옷을 사지 말걸. 매끄러운 광택을 뽐내는 실크 잠옷이 몇 달 새 부쩍 커진 후거의 가슴 아래 그림자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지. 내가 왜 안 만지고 참고 있었는데. 저 가슴 주인은 알까.
내 시엔셩 성실수인ㅜ
둘다 존커 ㅋㅋㅋㅋㅋㅋ 야함과 존커의.콜라보 ㅠㅠ
어흑 연달아 읽는 즐거우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흣
건화가 이래저래 고생이 많다ㅠㅠㅠㅠ
하 시발 시엔셩 사랑해요
갓띵작 존잼ㅠㅠㅠㅠㅠㅠㅠㅠ 몰아보니까 더 좋다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이젠 다신 미국 가지 말아요 시엔셩ㅠㅠ
시엔셩 ㅣㅜㅜㅜㅜㅜㅜㅜㅠ존잼 존꼴이에요ㅜㅜㅜ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