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래희망은 영화감독. 영화감독은 정년이 없으니 언제든 희망할 수는 있으니까!

내가 인류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나이이자 영화감독인 기타노 다케시 형님께서는

꼭 영화에 넣고 싶은 임팩트 있는 이미지 몆 장을 찍어놓고 그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구상한다고 한다.

영화라는 것도 결국 연속된 사진의 나열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지이고

아무 장면을 캡쳐하던 멋진 사진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에 신경을 쓴다고.

100% 동의하는 바는 아니지만 영화 작업의 동기가 임팩트 있는 이미지 라는 것에 너무 동감했고,

나는 오리지널리티가 느껴지는 인간의 이미지에 동하는 사람으로써 그동안 이 장면 넣고 싶다!라는 감정을 느꼈던 사진을 올려봄.







아주 오래전 태풍이 불던 날 변전소에서 펜탁스 me로 사진을 찍었다.

변전소 근처 다세대 주택에 살던 친구네 집 지하실에서 음악을 들으며 셋이 술을 마시다가 친구 둘이 말싸움을 했었는데

사진 속 친구가 갑자기 자기 팔에 담배를 지져버렸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남.

거의 15년이 넘은 일인데 태풍때문에 꿉꿉하고 스산했던 분위기와 지하실 장독에 친구 할머니가 담근 짠지 냄새까지 얼마전의 일처럼 느껴짐.

그냥 친구끼리 싸우다가 한 명이 자기 팔에 담배빵 지진 별것 아닌 사건인데도 이상하게 꽂혀버린 이미지가 되어버렸다.

원본 필름은 찾을 수가 없어 학생 때 포트폴리오로 만들었던 프린트를 스캔하였음.














프리랜서? 장례지도사와 구형 아반떼로 전국을 돌며 마트에서 볶음용 쭈꾸미를 팔던 친구.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쭈꾸미를 팔다가 일을 마치면 마트 근처 모텔에서 매일 술상을 차려 남자친구와 소주를 마셨다.

사고로 두개골이 다 부서진 시체와 심한 간경화로 장기가 다 썩어버린 시체의 수습도 씩씩하게 해내던 친구.

이 친구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오리지널리티로 가득 차있었기 때문에 한때는 저 친구와 저 친구의 남자친구를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열심히 찍었었다.

공주의 폐건물과 계룡산에 놀러 가서 재미있는 사진들을 많이 찍었었는데 그때 같이 다녔던 2박 3일의 일정이 꿈속의 로드무비같이, 역시 엊그제의 일처럼 느껴진다.

요즘은 여러모로 상황이 많이 좋아져서 힘든 일 안 하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 기쁘다.

(핫셀블라드 500cm 포트라 800. 콘탁스 g2와 썩은 rvp100, 프로비아로 찍음)

이제 저 친구를 데리고 영화를 찍으려면 연기를 시켜야 함 ㅎㅎ




이마무라 쇼헤이의 1979년도 작 복수는 나의 것 화면 느낌을 너무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필름 프로비아 100f로 찍은 것 같은 톤이라 그 영화는 몇 번을 봐도 새롭고 좋음.

이 사진은 2018년 일로 촬영을 하다가 시간이 좀 남길래 챙겨온 ga645zi에 프로비아로 촬영을 했었다.

리와인딩이 잘못되어 필름이 느슨하게 말렸길래 고무줄로 묶어 책상 구석에 박아놓았다가 얼마 전 다른 필름들과 같이 현상을 했다.

역시 거의 대부분 죽어있었지만 살아남은 이 한 컷을 보고 언젠가 꼭 다시 이 친구를 섭외하여

단발머리에 얇은 메탈 안경을 쓴 여자 캐릭터가 나오는 미스터리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뭔가 하루키 소설 속의 인물 같기도 하고..






2009년에 과제 때문에 pd150으로 찍었던 단편 ㅎㅎㅎ

야밤에 산속으로 작품 사진을 찍으러 간 남자가 우연히 귀신 사진을 찍게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저 때도 필름 엄청 좋아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