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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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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
2026. 4. 16. 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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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장년의 사내가 바닷가 둑방길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었고, 눈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향해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그는 무심히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품 안에서 권총을 꺼냈다.

차가운 총구를 이마에 댔다.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문득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투표 잘못해서 인생 망할 확률은 반도 안 된다.

하지만 여자 잘못 만나면 망할 확률은 99.9%다.”

사내의 손이 멈췄다.

그는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천지신명, 조상, 귀신, 떠오르는 모든 존재에게 매달렸다.

“딱 한 시간만… 과거로 보내줘.

그 다음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아무 말도 안 할게.”

그 순간,

의식이 끊겼다.

눈을 떴을 때, 그는 빌딩 안에 서 있었다.

눈앞에는 웨딩홀이 있었다.

사내는 멈칫했다.

곧장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했다.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본 순간,

그는 숨을 멎을 듯 놀랐다.

중년이 아니었다.

청년의 얼굴이었다.

손목시계를 보았다.

이미 5분이 지나 있었다.

“시간이 없어…”

그는 품 안의 권총을 움켜쥐었다.

그러다 멈칫했다.

‘잠깐… 지금은 그 여자가…’

아니다.

지금은 아직—

새신부였다.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다시… 잘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야. 여기까지 와서.’

시계는 이미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결심했다.

결혼식장 문이 거칠게 열렸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

주례가 말을 잇고 있었다.

“이 둘의 결혼을—”

타앙.

총성이 울렸다.

허공을 향한 발포였다.

순간, 장내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비명과 혼란이 뒤엉켰다.

그는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앞에 서 있던 과거의 자신의 손목을 붙잡았다.

“가자.”

청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끌려갔다.

둘은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왔다.

마침 지나가던 택시를 세웠다.

“멀리 갑시다. 최대한.”

차는 빠르게 멀어졌다.

차 안.

청년은 숨을 고르며 물었다.

“당신… 누구세요?”

잠시 침묵.

“이복형제? 쌍둥이?”

“그런 거 없어…”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시계를 봤다.

남은 시간, 15분.

무엇을 말해야 할까.

수많은 말이 스쳤다가 사라졌다.

결국 그는 입을 열었다.

“저 결혼하면—”

숨을 삼켰다.

“너 죽어.”

청년의 얼굴이 굳었다.

공포가 번졌다.

“당장 파혼해.”

청년은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때,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1분.

청년이 입을 열려는 순간—

“야 인마.”

그가 말했다.

“너 똑바로 좀 살아.”

그 말이 끝나자,

모든 것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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