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오면
어디선가 실려오는 가을 안개는
조용히 이곳을 감싼다
나뭇가지 사이로 흐르는 회색빛 숨결이
모든 것을 흐리게 만든다
나무들도 길가의 낙엽들도
안개의 품 안에서 잠시 멈춘 듯이
세상은 흐릿한 경계 속에 묻혀 간다
가까이 있어도 멀리 느껴지는 순간들
가을은 그렇게 나를 감싼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을까 두렵지만
그 속에 감춰진 고요함이
마음을 차분히 적신다
사라질 듯 머무를 듯
안개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잠시 흐릿해진 세상 속에서
나는 잠깐의 쉼을 얻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