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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은 이미 한 번 끓었다 식은 국처럼 눅눅했다. 테이블 위에는 빈 병이 두어 개 굴러다니고, 남은 건 미지근한 소주와 식어버린 안주뿐이었다. 형광등 불빛이 위에서 희게 번져서, 사람 얼굴을 더 창백하게 만들었다.

나는 잔을 쥔 채로 한참을 말이 없었다. 친구가 몇 번이나 눈치를 주고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나… 10년이야.”

목이 잠겨서, 처음엔 내 목소리도 낯설게 들렸다.

“10년 동안 아내만 보고 살았어. 진짜로. 딴짓 한 번 안 하고… 월급 받으면 300씩 꼬박꼬박 서울로 보내고. 나는 여기서… 그냥 살았지. 공장 기숙사에서. 기러기 아빠처럼.”

친구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괜히 입 열었다가 뭘 더 망칠 것 같았겠지.

“딸 있잖아. 걔 얼굴 보려고 버틴 거야. 사진 한 장 받으면… 그걸로 한 달 버티고. 영상통화 한 번 하면… 또 버티고.”

나는 웃으려고 했는데, 입이 이상하게 굳어서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다.

“지난주에… 그냥 가봤어. 말 안 하고.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잔을 한 번에 비워버렸다. 소주가 아니라 그냥 물처럼 넘어갔다.

“문이 열려 있더라.”

여기서 잠깐 멈췄다. 숨이 잘 안 쉬어졌다.

“남자가 있더라.”

친구가 그제야 눈을 크게 떴다. 나는 그 표정이 좀 웃겼다. 남의 일처럼 보이겠지. 원래 다 그렇잖아.

“처음엔… 뭐 친척인가 했지. 아니면… 뭐 수리하러 왔나. 근데 그게 아니더라.”

나는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그새끼가… 진짜 아빠래.”

말을 뱉고 나니까, 술집 안이 갑자기 조용해진 것 같았다. 실제로는 옆 테이블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는데도.

“내 딸 있잖아.”

“…….”

“걔가… 그새끼 보고 아빠라고 부르더라.”

친구가 뭔가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내가 고개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알고 있었대. 둘 다. 나만 몰랐대.”

웃음이 나왔다. 진짜로. 이상하게, 그게 제일 웃겼다.

“나는… 씨발… 내가 뭘 했냐 그럼.”

잔을 다시 채우다가 손이 미끄러져서 조금 쏟았다. 테이블 위에 소주가 번졌다.

“나는 진짜… 다 바쳤거든. 돈이든 시간이든… 그냥 다. 걔네 둘 먹고 살라고. 딸 학교 다니라고. 집 유지하라고.”

목이 다시 막혔다.

“그 여자는… 그 정도도 못 해준 거야?”

말 끝이 흐려졌다.

한참을 아무 말도 못 하고 앉아 있다가, 나는 결국 고개를 떨궜다.

“씨발…”

숨이 떨렸다.

“씨발… 이게 말이 되냐, 개…”

말이 끊겼다. 입을 열었는데 소리가 안 나왔다.

“씨발…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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