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일본 유학을 결심했을 때, 한국에서 일본유학 입시학원을 다니며 시작했다. 


일본어도, 입시도, 전부 한국에서였다. 토플을 보고, 일본어 시험을 준비하고, 일본 대학 요강등 꼼꼼히 체크하며 나의 미래를 설계했다. 그때는 그게 꽤 체계적인 준비라고 믿었다.


다만 한 가지 착각이 있었다.

이 준비가 “짧게 끝날 거라는 착각”이었다.


일본어는 N1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입시에 필요한 만큼,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 만큼이면 된다고 여겼다. 


그래서 토플과 일본어를 병행했고, 일본어는 어디까지나 ‘수단’이었다. 그 수단을 갖추는 데 걸린 시간이 3년이었다. 학원, 모의시험, 서류 준비. 나는 그 3년을 한국에서 조용히 소모했다.


입학하고 나서야 알았다.

그 3년은 준비 기간이었지만, 동시에 이미 인생의 한 구간이 지나가고 있었다는 걸.


3년 합 5번의 EJU 도전 끝에

도쿄의 명문 사립대 문과 합격


학비는 연 150만 엔 정도였다. 생각보다 감당 가능한 숫자처럼 보였다. 문제는 생활비였다. 도쿄라는 도시에서 혼자 살아가는 비용은 매년 500만 엔에 가까웠다. 월세, 식비, 교통비, 각종 비용. 계산기를 두드리다 보면 학비보다 생활비가 훨씬 더 크게 다가왔다. 대학에 다닌다는 감각보다, 도쿄에 ‘거주한다’는 감각이 더 컸다.


수업 자체는 겉으로 보면 느슨해 보였다. 문과였고, 사립대였다. 하지만 한 번 흐름이 어긋나면 바로 회복하기 어려웠다. 필수 과목을 놓치면 다음 해로 넘어갔고, 제미 배정이 늦어지면 자연스럽게 졸업도 미뤄졌다. 일본어가 네이티브가 아닌 이상, 토론과 리포트는 항상 한 박자 늦었다. 그 한 박자가 쌓여 결국 1년이 늘어났다.


그래서 4년이라고 믿었던 대학 생활은 5년이 되었고… 

게속 유급을 하다 

총 8년이 걸렸다 졸업까지…



그동안 들어간 돈을 정리해본 적이 있다.

대학 8년간 쓴돈만…

생활비만 연 400만 엔 × 8년,

학비는 연 150만 엔 × 8년.

숫자는 점점 현실감이 없어졌고, 오히려 공허해졌다. 그 돈과 시간이 정확히 무엇으로 남았는지, 쉽게 대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졸업을 앞두고 일본 취업을 생각했다. 하지만 문과, 외국인, 애매한 일본어 실력이라는 조건 앞에서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결국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흔히 말하는 ‘리턴’이었다. 돌아오고 나서야 비로소, 일본에서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나는 한국에서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도서관 책상 앞에 앉아 문제를 풀다 보면, 도쿄의 원룸과 만원 전철이 문득 떠오른다. 그 시간들이 완전히 헛되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분명한 건, 그 시간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무겁고 비싼 시간이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말로 시간을 넘겼다.

지금은 하루, 한 과목, 한 점수를 숫자로 관리한다.

일본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이 있다면, 아마 이것일 것이다.


시간은 생각보다 쉽게 늘어나고,

늘어난 시간은 나중에 반드시 값을 요구한다는 것.


그걸 깨닫기까지, 나는 꽤 오래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