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는 것



과연 내가 이렇게 힘들 자격이 있을까?

나는 대단한 성과를 이룬 것도 아니고, 남들에 비해 더 노력한 것도 아니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쁜 상태도 아닌데
과연 내가 이렇게 괴로워해도 되는 걸까?

설령 힘들어해도 된다 해도, 내가 휴식해도 되는 걸까?

이미 휴식했는데도 이렇잖아
난 이미 휴식을 했는데 어떻게 또 휴식을 해
조금도 전진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쉴 수가 있어
그러다가 시간이 다 지나가버린다고
설령 또 쉰다고 해서 나아질 거라는 보장은?

무엇보다, 애초에 내가 힘든 건 사실일까?

객과적으로 전후상황 다 따져봤을 때 솔직히 내가 힘들만한 이유가 전혀 없잖아
분명 미치도록 슬프고 무기력하기는 하지만
이건 그냥 내가 게으름 피우고 싶어서 엄살부리는 건 아닐까?
어차피 다른 이런 기분 느끼면서 살아가는 거 아닐까?

근데... 다른 사람과 달리 나는 아무것도 못 하겠어

뭐라도 하려고 일을 시작하기는 하지만 도저히 못 하겠어
이게 나태 때문인지 착각 때문인지 진짜 문제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는데
기력도 욕구도 의지도 희망도 에너지도 전혀 안 느껴져
약간의 복잡한 생각도, 조금 힘 쓰는 일도 못 하겠어
몸과 마음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하면 좋지?

힘들어해도 돼? 쉬어도 돼? 내가 안 좋은 상태인 건 맞아? 아무것도 못 하겠는데 그럼 뭘 해야 해?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되잖아?
결국 아무것도 못 해냈고 앞으로도 못 할 거라면, 난 힘들어할 자격이 없는 거 아니야?

그럼 지금 내 생명을 짓누르는 절망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나는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그래서 그냥 뭐라도 하려고 시도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 하고 하루를 낭비한 후
별 하나 뜨지 않은 칠흑의 밤하늘 아래에서 스스로를 질책해

매일 매일 매일이... 똑같아...



어쩌면 우울이 영혼을 뒤덮은 게 아니라
이미 영혼이 우울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게 아닐까

그래서 그 어떤 질문에도 답을 하지 못 하고 더 슬픈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 아닐까

이쯤 되면 마치 말기 암처럼 우울을 제거할 수 없게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영혼을 제거하는 것 뿐일지도 몰라



며칠 전에 다시 시작된 우울증이
이전과는 달리 좀처럼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무겁고 까매지고 찐득거린다
어쩌면 이번 우울증은 절대로 떼어내지 못 할지도 몰라
이게... 내 끝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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