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은 무당파 직전 제자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무당의 문파에 속해 있었으나, 가문의 기운이 쇠락하고 더 이상 무당에 자리를 잡지 못하게 되었다. 그의 부모는 이균을 위해 무당산을 떠나 화산으로 이사하여 더 나은 미래를 찾고자 했지만, 그 과정에서 이균은 가문의 전통과 정체성,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화산파로 들어간 이균은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며 화산의 적전제자 중 하나가 되었다. 무당 출신인 그가 적전으로 뽑힌 것은 순전한 그의 실력 덕분이었다. 그의 검술은 번뜩였고, 심법은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왠만한 노고수도 쉽지 않은, 자신의 깨달음을 담은 무공서를 쓸 정도로 화산에서 그의 실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다른 화산 제자들도 그의 출중한 실력과 성품을 인정하고 부러워했다. 하지만, 이균은 늘 화산의 다른 제자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화산은 변화하는 검법이다. 화산의 모든 이들이 추구하는 변의 묘리는 이균이 가진 검리와는 본질적으로는 달랐다. 어릴 적 보고, 듣고, 익힌 정중동의 태극의 이치는 심법으로 이균의 기혈에 흐르는데, 이를 화산의 술기로서 가두는 것은 방 안에서만 날 수 있는 새, 마음껏 달리지 못하는 말과 같았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이균의 검술을 진정하게 이해하지 못했고, 이균 역시 그들의 사고 방식에 동화되지 못했다. 같이 있지만 섞이지 못하는 군중 속의 고독과 같았다.
이균은 무공을 갈고 닦으며 느끼는 미묘한 불협화음을 잘 알고 있었다. 동시에 자신이 추구하는, 쫒고자 하는 검리가 무엇인지 진정한 자신을 알고자 했다. 그래선지 그의 검법은 언제나 정체된 듯하면서도 계속해서 변하고 움직이는 기이한 느낌을 주었다.
시간이 지나 무당산에서 극락회가 주최한 흑백 비무대회가 열렸다. 백도와 흑도를 가리지 않고 재야의 고수들이 참석했으며, 사람들은 대회명 앞에 백흑이냐 흑백이냐로 논쟁을 벌이거나 참석자의 성비가 맞지 않다며 기울어진 비무장을 운운하는 둥 말들이 많았다. 이균은 비무대회에 참가하며 자신의 본래 이름 대신 화산 적전제자 “에덕위(艾德威)“로 참석하게 되었다.
이균은 화산파의 검법을 봉하고, 자신만의 묘리와 무당의 술기로 대결에 임했다. 면면히 이어지는 검의 흐름 속에서 타 문파 제자들은 그의 움직임을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고, 그 결과 에덕위는 단계별 대결들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 중간에는 무리를 결성해 단체 논검을 하는 과정이 있었다.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아는 변검을 선택한, 말많은 아미파 무리를 손절하고 고요한 물과 같은 정검인 해남파의 무리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그들은 에덕위의 검술에 매료되었고, 에덕위 역시 그들의 자유로움을 탐닉하며 일시적으로 그들과 함께했다. 하지만 그는 정검을 고집하는 이들에게 그들을 위한 진실어린 조언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여기서도 진정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고, 여전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휩싸여 있었다.
결승에 가까워져 가며, 에덕위는 무당의 장로들과 수많은 무인들 앞에서 검을 들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지금까지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화산의 제자도, 무당의 후손도, 해남의 동료도 아닌 자신은 누구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그는 검을 들었다. 그의 검법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술기가 아니었다. 비무대회 단계를 통과하기 급급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이자 나 자신을 온존히 드러내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는 비무대회의 여섯 단계에서 심법, 보법, 그리고 정, 중, 동의 묘리에 이어 마지막에는 변의 묘리를 보여줬다. 특히 마지막에서는 무당도 화산도 아닌 자신만의 독문무공을 만천하에 알린다. 자신의 정체성과 세상의 이치를 동시에 담아낸 그의 검은 공허하게도, 그러나 유려하게 상대들을 제압해 나갔다.
결승에서 우승하며 에덕위는 한손에는 검을, 다른 한손에는 막걸리를 높이 들어 올리며 우승한 소회를 밝힌다. 자신의 본명은 화산의 에덕위가 아닌 무당에게서 받은 자랑스러운 “이균”이라는 이름임을 말이다.
그는 무당이 낳은 최고의 후지기수 중의 하나인 이균이며 화산의 에이스 에덕위로서, 비무대회 우승자로서의 명성이 극락회를 통해 세상천지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고, 세간의 경외와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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