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아이디어 떠올라서 프롤로그 형식으로 써봤는데,
처음 글 써보는거라 아쉬운게 많을거고 트랜드도 잘 모름
그냥 객관적으로 평가받았으면 함. 재미있다는 반응있으면 몇 펀 더 써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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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지광(悲劇之光)
-prologue 1부. <운명의 방문>-
"여긴 참, 바람도 까다롭군."
침묵을 깨는 낯선 목소리에도 사내는 허리를 펴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그저 손에 들린 약초 뿌리에서 흙먼지를 털어내며 조용히 대꾸했다.
"곧 해가 집니다. 지나가실 길이면 그리로 가십시오. 아래로는 계곡입니다."
"계곡... 계곡이라. 물 소리는 들리는데, 냄새는 흙뿐이군.“
말투는 취한 자 같았고, 발소리는 느릿했다. 사내는 조용한 기척으로 꿇은 무릎을 일으켜 세우며 투박한 약초 바구니를 어깨에 들쳐 멨다.
"어찌 이 골짜기까지 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이 근처엔 마을도 없습니다."
"허허... 그래서 자네가 여길 택한 거겠지. 그렇지 않나, 정결질?"
사내의 손끝이 잠시 멈칫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가 이미 그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사내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낡은 천을 둘러맨 백발의 노인이 바위에 한쪽 다리를 기대고 서 있었다.
숨은 거칠고 손은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져 있었으며, 얼굴엔 흰 수염이 길게 늘어졌다. 그러나 눈빛만은 옥을 박은 듯 어딘가 푸르른 빛이 가득했다.
"자네가 이 산에서 기껏 약초나 캐면서 살아간 지... 몇 해나 되었더라..."
노인은 혼잣말처럼 말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자네는 처음부터 입을 닫은 사람이었어. 말을 걸어도, 물어보아도, 아주 크게 소리를 질러도... 대답은 없었다. 그랬지."
"노공, 저를 아십니까."
"허허, 자네를 모르는 이가 이 무림에 얼마나 있겠는가. 자네를 알아본 것이냐는 질문이라면, 그 또한 틀린 질문이라네."
"..."
"지켜봐 왔다고 말하는 게 옳겠구먼."
노인은 툭, 무언가를 발치에 떨어뜨렸다.
"찾고 있었다고 하면 더 어울릴 테고."
붉은 천으로 감싼 기다란 물건. 그건 얇고 곧은, 죽간이었다.
"이걸 자네에게 주기 위해서, 한세월 지켜보고 있었지."
결질은 그것을 쳐다보지 않았다. 대신 노인의 손을, 눈빛을 보았다.
노인은 무공을 연마한 고수로 보이지 않았다.
사내를 위협할 만한 살기도 없었고, 무기를 휘두를 만한 힘도 남아 있어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결질은 바닥에 놓인 죽간을 바라보며 물었다.
"운명이지. 혼이고, 또한 빛이라네."
노인은 앉지 않았다. 가만히 두 손을 등 뒤로 모은 채, 저물어 가는 하늘만 바라보았다.
"왜 저에게 이것을 주시는 것입니까?"
"자네에게 주는 것이라 말한 적은 없네. 그건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거든. 다만..."
노인이 한숨 섞인 웃음을 지었다.
"이걸 들고 오랫동안 기다리기만 했더니, 이젠 왜 기다려야 하는지조차 잊어버렸어.“
결질은 조용히 노인을 응시했다.
"읽으라 말하지 않겠네. 억지로 넘기지도 않을 테고. 그냥... 거기 두고 갈 거야."
"기껏 여기까지 올라오셨으면, 이유라도 설명하고 가십시오."
노인은 처음으로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은 피곤했고, 오래 참은 웃음이었다.
"그대 같은 사람은, 이유를 들으면 더 멀리 도망칠 것 같아서 말이지."
노인이 고개를 들어 바람을 느꼈다. 멀리 해가 산마루 끝에 걸려 있었다.
"그러니 이제... 돌아가지 말게. 이제는, 자네가 남을 차례이니."
노인의 발끝은 이미 하산을 향했지만, 작은 미련이 남아 보였다. 이윽고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결질을 바라봤다.
"참, 한 가지만 더 말해두지.“
결질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죽간을 펼치는 순간, 자네는 자네가 가진 어떤 기억을 선택해 대가로 삼게 될 걸세."
"기억을... 선택한다고요?"
"그래. 직접 골라.
무엇을 잊고 싶은지, 무엇을 지우고 싶은지. 그건 자네 몫이니까."
결질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노인의 선명한 목소리에는 거짓이 없음을 느꼈다.
"허나, 그 거래가 끝나는 순간— 자네는 어떤 기억을 지웠는지도 잊게 될 걸세."
"..."
"선택은 자네가 하지만, 그 대가는— 지워진 기억이 아니라, 그 기억이 비어있다는 감각일세."
노인은 허허, 하고 웃었다.
"그게 왜 무서운 일인지, 곧 알게 될 걸세. 어쩌면, 그게 자네의 운명일지도 모르지.“
노인의 뭉툭한 발끝이 마침내 걸음을 뗐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로 돌아보지 않았다.
노인의 그림자가 언덕 너머로 사라진 후, 결질은 바람이 불어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가 머물던 자리엔 이끼 낀 돌 하나와 붉은 천에 싸인 죽간, 그리고 날이 빠진 칼자루 하나가 남아 있었다.
그 자리를 오래도록 바라보며, 결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결질’
스산한 바람 속에, 그 이름이 메아리처럼 맴돌았다.
그 이름은, 많은 이들을 죽게 했고 많은 것들을 정당화했던 시절의 흔적이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치듯 숨어든 세월.
누군가의 음성, 누군가의 손끝이, 바람 속 흙먼지 안에서 절규하는 듯했지만, 이젠 그런 악몽조차 흐릿했다.
약속도, 사랑도, 야망도— 모두의 주검처럼 끝내 흙 속에 묻어버렸으므로.
죽간은 마치 숨죽인 듯 조용히 누워 있었다.
무언가를 말하려 애쓰는 듯했지만, 도리어 말하는 법을 잊은 것 같기도 했다.
결질은 바구니를 내려놓고, 천천히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운명이라."
그는 천을 걷었다.
죽간은 피처럼 검게 바랜 죽편으로 엮여 있었고, 무늬인지 균열인지 알 수 없는 선들이 표면을 감고 있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첫 장을 넘겼다.
순간ㅡ
호흡을 멈추는 고통이 그에게 밀려들어왔다. 아니ㅡ, 그것은 사라짐이었다.
폐 깊숙이 박혀 있던 기억 하나가, 산산히 찢겨져 나가고 있었다.
사랑했던 얼굴, 절규하던 목소리.
누군가가 엉망진창으로 울고 있었는데...이름이 떠오르질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사라진 자리에는 감각이 남아 있었다.
무엇을 잊었는지도 모르는 망각의 냉기.
결질은 이를 악물고 죽간을 덮었다.
심장은 불쑥불쑥 뛰었고 손끝은 떨려왔다.
이것이 분노인지, 공포인지조차 분간이 되질 않았다.
그럼에도 어째서인지 결질의 두뺨엔 차가운 눈물이 끝없이 흘러내렸다.
-prologue 2부. <기억을 먹는 책>-
-30년 후...-
“이보게, 주모! 또 저 미친 노인이 밥 달라고 기어들어왔어!”
장터 끝 허름한 주막, 며칠 새 쉼 없이 내린 소낙비 덕에 바닥은 질퍽하게 젖어있었고, 노상에는 설익은 고기와 술에 취한 사내들이 늘어앉아 있었다. 그 틈에, 낡은 옷자락을 질질 끌며, 한눈에 봐도 행색이 초라한 왠 거지 한 명이 주막 안으로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허허, 허기가...허기가 사람을 멍청하게도 만드는구먼...”
노인은 흐느적거리며 주막 안쪽으로 들어섰다. 등은 휘었고, 눈동자는 풀려 있었으며, 조금만 거센 바람이 불어도 자꾸 고개가 젖혀져 금방이라도 뒤로 고꾸라질 것 같았다.
“아니, 먹을건 줄 수가 없다고 몇 번을 말했소! 여긴 주막이지 자선소가 아니라니까요!”
주모가 노인을 향해 삿대질을 하자, 사내들은 키득이며 잔을 들었다.
“아니,저 망할 노친네, 오늘도 왔네”
“벌써 여세째지? 아니, 그럼 우린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셨단 말인가”
“허허 그렇구먼. 우리가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시는 동안 저 미친놈은 매일 구걸을 했던 거구먼 핫핫하”
노상에 사내들은 유쾌한 듯 호탕하게 웃어댔고 웃음소리에 동화된 노인도 다 썩은 검은 이를 드러내며 바보처럼 히죽거렸다.
무리의 한 사내가 그런 노인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물었다.
“이봐 노인장. 거 이름이 뭐요?”
술에 취한 그 사내는 넘치는 잔을 들고 일어서며 시비를 걸어왔다.
“아니, 그렇지 않은가. 이름도 안 밝히고 공짜 밥을 얻어 먹겠다는데...거 아무리 부처 공양 대신 거지 밥을 맥이라 해도, 이거 부처님이 직접 보시면 다리라도 차 넘겨서 밥그릇이라도 뺏지 않겠느냔 말이야”
사내는 말을 마치자마자 노인의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고는 이내 호쾌한 듯 웃어 재꼈다.
진흙으로 얼굴이 엉망이 된 노인의 꼴을 보며 사내들은 연신 ‘잘한다’며 사내를 치켜세웠다.
“어떠시오 노공, 내 어디어디 사는 아무개인데, 밥 좀 구걸하러 왔습니다, 하면 내 우리 남은 고기라도 조금 덜어드릴 수 있는데ㅡ”
“아- 아- 고기 말입니까. 저는 저 ...저 너머에 사는 그...그...”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얼굴에 웃음끼 가득했던 노인의 눈동자는 순간 초점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모욕에 대한 반응도 아니고 생존에 대한 두려움도 아니었다.
“그...이름이...”
노인은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괴로운 듯 중얼거렸다. 그는 방금 전 잃어버린 물건의 행방을 찾는 사람처럼 미치도록 괴로워하며 무언가를 기억해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정...결...”
머릿속 어딘가, 잿더미 밑에서 자꾸만 불길처럼 기어오르는 그 이름. 그러나 끝내 입술 끝에서 맴돌다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대신 튀어나온 단어는 낯설고도 익숙한 단어였다.
“창결진...창결진이다..!”
노인은 자신감있게 말하고 나서도 방금 스스로 무엇을 말했는지 낯설어했다.
순간, 주막 안에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러더니 터지는 박장대소.
“푸하하하! 창결진이라니!! 그 소문의 미친 검귀가 저자란 말인가!!”
“핫하하, 내가 봤지, 암 봤고말고. 저 노인이 수년전에 검으로 산을 쪼갯다는 그 전설의 창가무인 아닌가!”
“이봐, 어르신! 이 검으로 뭐 좀 보여줘봐! 휘잉~촤악~팍! 이런거!!”
조롱은 점점 더 커졌고, 노인은 그 소란 속에서 고개를 까딱이며 따라 웃었다. 그 웃음엔 기쁨도 분노도 없었다. 마치 오래된 인형이 한번쯤 웃는 법을 흉내 내듯, 다 비어버린 입안을 드러낸채로 노인은 텅 빈 웃음소리를 쏟아냈다.
“그래, 허허허, 그래 허허 맞지. 내가 산도 쪼개고 바위도 잘랐지 허허허”
그러고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덩실거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사내들은 바닥을 뒹굴며 웃었고, 시비를 걸던 사내는 다시 노인 앞에 다가와 노인의 멱살을 잡고는 땅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그 순간 노인의 등에 걸쳐있던 보자기가 떨어지더니 그 속에서 칼자루가 함께 굴러나와 땅에 나뒹굴었다.
순간 노인의 눈빛에 차가운 한기가 돌았다. 손을 더듬어 칼자루를 다시 쥐려 하자, 취객은 앞질러 그것을 낚아채려 들었다.
“검도 못 쓰는 늙은이! 자루나 넘겨, 장식으로 쓰게!”
사내의 손이 칼자루에 닿으려는 그 순간
촤아-
순간 노인에게서는 찰나와 같은 섬광이 번뜩였고 자루에 다가서던 사내의 몸은 이미 바닥에 내리꽂힌 상태였다.
“안되지..안돼안돼. 이 검은 매우 위험해..안좋아..정말 안좋아ㅡ”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느새 노인의 손끝은 칼자루를 움켜쥐고 있었고, 자리에 있던 사내들도 무슨 일이 벌어 진 건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으윽ㅡ”
온 몸이 진흙투성이가 되어버린 취객을 보고는 이제는 사내의 친구들이 폭소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런 세상에, 자네 지금 저 노친내에게 내동댕이 쳐진겐가”
“아니 무슨 소리야, 방금 노인의 칼자루를 잡으려다가 혼자 자빠지는거 못봤는가. 아주 예술적으로 엎어지던데”
“하하 아니, 갑자기 바닥에 엎어져서는 제 몸에 진흙을 바르다니. 이 무슨 망칙한 짓인가”
“아휴! 못살겠네, 못살겠어ㅡ”
상황을 지켜보던 주모가 탄식섞인 한숨을 내뱉더니 이내 조롱박에 밥을 담아 나왔다.
“노인장, 그냥 이거나 드시고 가요. 진짜...이번이 진짜로 마지막이오!”
그때였다.
쓰러진 취객이 다시 일어난 주모의 손에서 조롱박을 투박하게 낚아채더니 밥알이 들어있는 박을 노인에게 거칠게 집어 던졌다.
“이 미친새끼가 무슨짓을 한거야..아이고 아파..너 오늘 잘 걸렸어. 당장 그 칼자루 내놔!”
그리고는 칼자루를 강제로 빼앗으려고 팔을 뻗었다.
그 순간ㅡ
‘파박’
순간 핏빛 안개가 폭발하며 주막 천장이 울렸다. 사내의 찢긴 살점이 눈처럼 흩어졌다. 그 누구도 비명을 지르지 못했다. 바람조차 제 갈길을 잃은 듯, 붉게 핀 광휘가 노인의 주위를 맴돌았다. 마치 그 자리에만 벗어난 시간이 있는 듯 했다.
노인의 손끝에서 칼자루가 울었다. 그는 섬뜩한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웃음은 목소리와 따로 놀았다.
그의 눈빛 안에서, 마치 오래된 심연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위험해..이건..아주 위험한 검이지..”
“자네는...자네를 죽이고...
이 검을 깨우려고 하는가..?”
노인의 말끝이 닿는 자리마다 칼자루가 옅게 떨렸다. 마치 오래도록 잊혀졌던 무언가가, 다시 깨어날 준비를 하는 듯이.
-prologue 3부. -잠혈곡(潛血谷)-
“마을을 불태워라. 도망쳐 나온 자들은 모조리 끌고 나와 한곳으로 모아라!”
검은 도포를 입은 무리의 선두가 냉혹하게 말했다.
수장의 말이 떨어지자, 삼천의 병력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씨가 던져졌고, 지붕 위에 올려진 짚 더미가 먼저 불길을 품었다. 불은 마치 바람을 기다렸다는 듯 빠르게 번졌고, 한 채, 또 한 채 마을이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갑자기 무슨 일이야…!”
“불이야! 불이 났어!”
사람들이 집 밖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검은 도포를 입은 자들이 사방에서 몰려와 그들을 향해 무표정한 얼굴로 칼을 들었다.
“무릎 꿇어라. 저항하면 바로 죽는다.”
“대체 왜…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제발… 아이들만이라도…”
“질문은 허용하지 않는다.”
검은 허공을 가르지도 않았다. 달빛에 검광이 스쳤고, 붉은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무릎 꿇은 여인의 목이 그대로 떨어졌다.
“총기(總旗)님, 명확한 위치도 없이 마을 전체를 도륙하는 건—”
“전체를 도륙해서라도 반드시 오늘 그 검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 일이 부주님 귀에 들어가기라도하면..”
서슬퍼런 칼날이 부하의 미간 앞에 놓였다.
“부주님이 명하신 일이다”
끌려온 포로들이 줄지어 무릎 꿇려 있었다. 노인, 부녀자, 아이 할 것 없이. 씨벌겋게 타들어가는 자신들의 터전사이로, 검은 연기가 퍼지듯 그들의 얼굴은 두려움에 질려 있었다.
“제… 제발…우린 정말로 모릅니다요… 그, 그저 밭을 갈고, 소를 키우고—”
“이 근처에 묵보(黙寶)가 숨겨져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어서 바른대로 말하라”
“그…그렇게 말씀하셔도 소인은…”
‘팍-’
사내의 입이 채 다물어지기도 전에 피로 범벅된 얼굴이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포로들 사이에서 순간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왔지만 탄지의 틈이었을뿐 이내 잠잠해졌다.
“누구라도 천기(天器)에 대해 아는자가 있다면 나오라. 우리의 목적은 그뿐이다.”
총기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포로들 사이에서 누군가 입을 떼려다 주저했다.
“그래. 그렇게 눈알만 굴리지 말고 어서 말해. 아는 것을 모두다 말하란 말이다!”
한 중년 남자가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잠혈곡(潛血谷)입니다…그 골짜기 아래쪽에, 오래전부터… 미친 거지가 하나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것도 몇 년전 얘기지요. 지금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그 자라면 모를까, 이 가난한 마을에 그런 귀한 물건이 있으면 저희가 왜 모르겠습니까”
“잠혈곡? 거지?”
총기의 가늘게 찢어진 눈빛 사이로 서늘한 살기가 서렸다.
“이 근처에 그런 이름이 있었나.”
“예… 저기 보이는 저 산에 있는 계곡입니다. 오래전부터 그리 불렀습니다. 도망친 대역죄인들이 숨는 골짜기라 하여…”
“좋다.” 총기가 말했다.
“확실한 위치가 나왔으니… 흔적만 지우면 되겠군.”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검은 도포들이 일제히 칼을 들었다.
“아… 안 돼! 안 돼—!”
외침은 그 이후 없었다. 고요한 마을에 이제는 불길과 처형의 소리만이 남았다.
그때, 언덕 위에서 휘장이 펄럭였다. 신호였다.
“대기 중인 전 병력, 잠혈곡으로 진군!”
검은 도포의 행렬이 산등성이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천의 병력이 흘러가는 물처럼 계곡 아래로 흘렀고, 그들의 등에는 붉은 원 안의 ‘백(白)’ 자가 음산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잠혈곡(潛血谷)-
피와 죄의 기운이 숨어든 계곡, 피를 숨긴 골짜기
삼천의 군세가 계곡 입구에 일렬로 정렬했다.
“총기님, 진입 준비 완료됐습니다.”
“좋다. 전열을 넓혀라. 곧 사냥이 시작된다.”
그때였다. 군세의 진입 직전, 죽은 숲 사이로 이상한 형상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저게 뭐지?”
“사람…? 노인이야?”
그 자는 마치 잠혈곡의 일부처럼, 폐허처럼, 그대로 서 있었다.
옷은 색이 바랬고, 허리춤엔 밧줄을 엉성히 감았으며, 양 어깨 위엔 마른 풀과 이끼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하얗게 센 머리는 산발처럼 흐트러져 있었고 헐벗은 상반신은 흉한 갈비뼈를 가릴 만큼만 이상한 보자기 따위를 메고 있었다.
“잠깐.”
말을 탄 백연회의 총기가 고개를 돌렸다.
“저 자는…”
그는 말머리를 돌려, 노인이 선 방향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근처까지 오자 노인의 형상이 조금 더 뚜렷하게 보였다. 눈은 반쯤 풀려 있었고, 입가엔 침자국이 말라붙어 있었으며, 손가락은 허공을 향해 덜덜 떨고 있었다.
“…여기가, 그… 그, 어디였더라…”
“네 놈은 누구냐?”
“나… 나는… 흙을 좀 찾고 있었소… …산이 말을 안 해서 말이야, 흙을 좀…”
총기를 수행하던 기수 하나가 쓴 비웃음을 날렸다.
“총기님. 그냥 미친 노인이옵니다.”
“누가 이 늙은이를 데려 왔는가.”
“아니옵니다. 진입 전까지는 아무도…”
노인은 허공을 보고 웃었다.
“여기가… 참… 바람이… 시시해졌군, 으허헣.”
그 웃음은 허망했고, 끈 떨어진 연줄 같았다.
말에 탄 기수가 노인을 내려다보며 낮게 물었다.
“여기서 얼마나 있었지?”
“흠… 좀… 오래된 것 같소. 그런데 말이야, 자네들 발소리가 너무 커서, 땅이 놀란 거 같지 뭐요… 으허허.”
총기는 노인의 앞으로 멘 보자기에 관심이 쏠렸다.
노인의 흉한 갈비뼈 사이로 조금 드러난 나무 조각의 끝—다 썩어가는 대나무 조각.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무언가.
노인은 여전히 실성한 사람마냥 불쾌한 냄새를 내뿜으며 히죽거리고 있었다.
“저 자를… 끌어내라.”
총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무언가 알 수 없는 불편함이 스멀거리기 시작했다.
계곡의 공기가 그 순간, 미세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총기는 말 위에서 조용히 노인을 내려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자네.”
노인은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바람에 흩날리는 허깨비처럼, 눈만 깜박이며 저 멀리 불타고 있는 어딘가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총기는 다시 말을 걸었다.
“자네 말이야. 귀는 들리지 않나?”
노인은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파고는, 손끝에 묻은 먼지를 보며 키득거렸다.
“허허, 들리긴 들리는데 말이야… 요즘은 말소리보다 돌멩이 소리가 더 시끄러워서 말이지.”
“재미있는 늙은이군.”
총기는 조소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돌멩이 대신 내가 물어보지. 자네, ‘천운지결’이란 걸 들어본 적은 있나?”
노인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입꼬리가 한쪽으로 삐뚤게 올라갔다.
“천… 운? 지, 뭐라구?”
“천운지결. 모르면 목숨이 날아갈 것 같은데.”
“그게… 엿 같은 건가? 아니면 술 이름인가?”
옆에선 기수가 키득 웃었다.
“자네, 꽤 오랫동안 여기에 있었지?”
“그랬던가…? 여기가 집이었나? 아, 저쪽 바위가 내 집이었던가…?”
노인은 자기 등 뒤 바위 하나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근데 말이야… 그 바위가 가끔 말을 해. 들어봤나? ‘으응— 나를 베어라’ 그런 소릴 한다니까.”
“…하하하하하!”
병사들 사이에서 웃음이 퍼졌다.
곁에선 기수도 허리를 숙여 한참을 웃고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좋아. 아주 재미있는 노인이다. 살 가치가 없으나 재밌는 농을 들려줬으니 살려주도록 하지.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농담이 아니라—묵보(黙寶)다.”
그는 말머리를 돌리며 손을 들어 명령했다.
“이 늙은이는 미친 노인일 뿐이다. 치워라.”
병사 하나가 앞으로 나섰고, 채찍을 꺼냈다. 그 순간에도 노인은 입을 오물거리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그 바위 말이야… 내가 베고 싶진 않았는데… 자꾸 울더라고…”
수장은 그 말을 흘려들으며 말의 옆구리에 채찍을 가했다.
“전군, 잠혈곡으로 진입한—”
그 순간.
‘퐈아앙!!-’
귀청이 찢어질 듯한 섬광과 함께, 등 뒤로 빛이 터졌다.
빛이라기보단—형체가 없는 *무(無)*의 파동이, 공기를 찢고 공간을 비튼 것이었다.
순식간에 말들이 울부짖으며 뒷걸음질 쳤고, 병사들 중 몇몇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총기가 고개를 돌렸다. 그 자리엔—여전히 노인이 서 있었다.
그러나 더 이상 그는 미치광이 같지 않았다.
그의 발밑에 퍼지는 기운은 허공을 베고 있었고,
그의 한 손에서는 형상이 없는, 그러나 본능적으로 뼈를 가르고 감각의 결이 잠든-빛나는 검 하나가 들려 있었다.
노인은 낮게 중얼거렸다.
“그 바위가...자꾸..자꾸만 울더라고”
어째서인지 노인은 세상의 끝을 바라본 망자보다도 더 한스럽게 울고 있었다.
더 안쓰는게 좋겠음 보는데 진짜 짜증이 나네 있어보이게 글 쓰려는 티가 너무 남
너에게는 검이없구나..그검은 바로 느검..
어케이 재능이없는걸로 괜히시간낭비말고 쓰지말아야게따
표현은 잘 해놨는데 '재미'는 없네 ㅋㅋ 일단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가 많음. 대충 독자 입장에서 이런 얘기구만.. 하는 식의 클리셰를 어느정도 초반에는 흘려줘야함. 무슨 이야기인지 파악하고 읽을지 말지 판단을 내리도록. 근데 너는 아무것도 없음. 그냥 이렇게 쓰면 멋있겠지 뭔가 있어보이겠지 싶은 글을 써놓은거임. 3화를 올려놨는데 솔직히 2화 중반에서 쭉 내리고 3화 마지막 부분 읽어도 이해가 안됨. 보통의 글은 맥락이 보여야 하거든. 예상 가능한 흐름이 아예 없다는 소리지. 표현하는 단어들을 혼자 곱씹으면서 나 필력 좀 치는데? 라고 생각했겠지만 소설은 음식과 비슷한 면이 있다. 플레이팅 보다는 맛이 중요하잖아. 너는 맛없고 그럴듯한 요리를 내어 놓은거임. 당연히 욕을 쳐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