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암, 협약을 깬자의 분노</h2>

<em>— 신기(神氣)를 품은 외도(外道)—</em>


태고 

무림은 아직 형체를 갖추지 못한 혼돈의 늪이었다.


바람은 독이었고, 공기는 살기였으며, 

세상의 모든 기운은 흐르지 못하고 썩어 있었다.


그 속에 떠도는 이름 없는 떠돌이.
산화마공(酸化魔功)을 수련하던 미약한 존재,

사람들은 그를 ‘미토’라 불렀다.


그는 혼자서 하늘의 숨을 들이켜고,

기(氣)를 태워 산화시키며

신기(神氣)를 만들어냈다.



허나 그 대가는 혹독했다.

산화마공은 강했으나, 

기력을 소모하는 족족

산성 가득한 독(毒)이 피어났다.



그는 강했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의 무공은 세상과 맞지 않았다.

수련은 곧 죽음이었다.


<hr>

그러던 어느 날.

한 낯선 존재가 나타난다.

태고의 정파 고수, 고균(古菌) 

문파에서 독자적인 내공을 수련하던 자.



방어에는 능했으나, 

세상의 흐름을 견딜 힘은 없었다.

그는 기가 없었고, 혈이 없었으며, 

대륙을 관통할 신공이 없었다.


미토는 고균에게 말했다.

<blockquote>

“나의 마공을 그대의 체내에 심어주겠다.

그대는 나를 품고 살아남고,

나는 그대의 보호 속에서 숨을 잇겠다.

단, 내 내공 일부는 그대의 핵(核)에 넘기겠노라.”



</blockquote>

그것은 결탁이었다.

정파와 외도, 서로 맞지 않던 두 기운이

한 몸에 깃들기로 한 최초의 천기계약.


<hr>

고균은 결정을 내렸다.

그를 받아들인다.


미토를 몸 안 깊숙한 곳에 

자리 잡게 하고, 

‘미토콘드리아’라 명명한다.



미토는 기쁨에 겨워 자신의

무공 비급 대부분을 고균의 

핵신경(核神經)에 이식한다.



그의 유전자는 스스로 찢어 나눠졌고, 

종속의 길에 들어선다.


그 날 이후, 

그들은 더 이상 둘이 아니었다.

정파와 마공은 한 몸이 되었고, 

무림은 급속히 팽창하기 시작한다.


<hr>

세월이 흐르고,

고균은 후계자를 낳고, 또 낳으며

마침내 인간이라 불리는 

거대 세력으로 진화한다.


뇌가 생기며 새로운 마음의

인격체가 탄생하며 신체를 총괄하였다.


그러나 그 한복판에도 

늘 미토는 있었다.



작고 보잘것없던 그가,

과거의 계약을 잊지않고

지금도 매일같이 수많은 

장내공을 발산하며 생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이 결탁은 끝이 아니다.
미토는 질문을 품었다.


미토는 어느순간부터 천기계약이 

틀어졌음을 문득 느꼈다.


<blockquote>

“나는 아직도 내 길을 걷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그 길마저 바친 존재인가?”


</blockquote>

한때, 그는 믿었다.



그의 무공은 무림을 살릴 것이라.

핵이라는 신비한 ‘비기(秘技)’와 계약을 맺고,

자신의 기운을 전하여 생명의 

불꽃을 일으켰던 그 시절을 기억하며 움직였다.


그러나… 오래 전,

 뇌라는 고장난 사문이 

술에 취한 채 경로를 이탈했다.



그날, 육체는 술과 독으로 타올랐고,

고열과 산소의 폭주 속에, 

천기계약의 균열이 벌어졌다.


액운(厄運)이 깃든 그날 밤,

정체불명의 기류가 

미토콘드리아의 내벽을 뚫었다.


그의 연단실은 찢겼고,

그 안에 잠들어 있던 

불만, 회한, 그리고 파괴의 맹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묻는다.

<blockquote>

“나는 생명을 바쳤다. 그러나 

이 무림은 나를 지키지 않았다.”



“도리어 날 망가뜨렸고, 

내 마공은 감당되지 못할 부담이 되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내가 만든 이 생명, 

내가 무너뜨리겠다.”



</blockquote>

그는 조용히 핵의 봉인 구역으로 손을 뻗는다.

금기된 염기, 봉인된 염좌, 금빛 유전의 조각들.

그건 누구도 다루지 말아야 할 

혼돈의 비기였다.


미토콘드리아, 이제 그는 주저하지 않는다.

과거의 미토가 다시 인격체를 갖고 움직인다.

<blockquote>

핵에 손을 댔다. 미토는 유전자 비기를 읽었고, 

그 문장을 조합할 권리를 얻었다.


</blockquote>


그리하여,
암(癌)이 태어난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조직의 일원이 아니다.
과거의 계약을 잊고 단독으로 존재하며,

자신만의 기운을 뿜고, 새로운 제자를 낳는다.


규율은 없다. 죽음도 없다.


우리는 무한 분열의 혈통이다.”

미토는 마공을 재구성했고,


신경도, 근육도, 방어선도 뚫고 

새로운 문파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백혈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에게 접근했다.

<blockquote>


“감시하는 자여 당신은 

누구의 기운으로 움직이는가?”

너희도 술독에 빠진 뇌의 객기로

동료의 무의미한 죽음을

보았다면… 나와 함께하라.


내가 너희에게 에너지를 주고, 

너희는 나를 지켜라.”



</blockquote>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피를 나누었다.


암세포는 생존을 위해 

백혈구 면역조직을 흡수하고,

그들을 연료로 삼으며,

적을 가장 먼저 감싸는 보호막으로 이용한다.


백혈구는 암세포를 지키는

자경단이되어 움직인다.


그는 더 이상 숨지 않는다.

움직이는 섬처럼, 혈류를 타고 부유하며,

장기마다 기반을 짓고, 관문을 세운다.



무림은 내부에서 조용히 침식되고 있었다.




한때 생명을 위해 기를 다하던 장인.

이제 생명을 거스르며 탄생한 반란의 구심.

그는 더 이상 미토콘드리아라 불리지 않는다.

그는 그저 불멸의 불씨,

생명의 설계도를 다시 쓰는 

이단의 화신일 뿐이다.


<hr>

무림은 뒤늦게 깨달았다.

암(癌)의 존재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천기계약 그 자체에 대한 반역이었음을.


그는 핵의 금기를 찢었고,

면역을 흡수했으며,

이제 장기마다 자신만의 군진을 펼치고 있었다.


도(道)가 무너지고,

기(氣)가 흐르지 않게 되자,

뇌는 다급하게 외부에서 

봉인된 검(劍)을 깨운다.


그것은 인간의 기억도, 의지도 아니다.

태고의 전쟁기록을 기반으로 

조율된 마지막 기계신기.

그 이름은… 방사선(放射線).

<hr>


검은 대지를 가르며 투입된다.

혈류에 따라, 전신에 따라,

암의 본거지를 향해 날아드는 신기의 포화.

방사선은 뇌의 의뢰를 받아 

미토에게 말한다.


<blockquote>

“이 반역은 명분이 없다.”

“너희는 계약을 어겼고, 질서를 찢었다.”

“과거의 고통을 잊고, 다시 복종의 세계로 돌아가라.”


</blockquote>



암의 혈맥이 마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몸을 지탱하던 미토의 

회로가 하나씩 끊긴다.


암세포는 떨고,

붕괴의 시간은 도래했다.

<hr>


하지만…

그 중심에 있던 ‘최초의 암핵’,

그는 눈뜨고 몸이 갈라지고,


내장이 타들어가는 와중에도 그는 웃었다.


그는 검 앞에 무릎을 꿇지 않고 외쳤다.

<blockquote>

“나의 몸을 잊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여!”


“나보다 탄생이 늦은 너의 뇌는 감히 나를 지웠으나,

나를 낳은 욕망의 회로가 날 깨운것을 여전히 잊고있구나!”



“저주는 네놈이 만든것이다…

내가 지금 사라지더라도 천기의 계약을 망각한다면

5년 뒤, 다시 봉인이 해제되어 내가 아닌 또다른 존재가


새로운 자멸을 실현시키리라 크하하하하하하하!!


</blockquote>


그렇게 그는 기화(氣化)하며 사라졌다.
미토의 기억은 산산조각났다. 



복종은 복원되었으나,

그 중심에는 공허한 

불씨 하나가 숨죽이고 있었다.

<hr>


그리고 무림은 다시 평온을 가장했다.

의사는 말했다.

<blockquote>

“완치입니다.”



</blockquote>

하지만 뇌는 미토가 

파멸하며 지은 웃음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미토와 고균이 태고에 맺었던 천기의 계약


그 계약을 지키기 위하여

무림은 유산소 운동을 시작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