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도 오지산의 비룡주벽은 남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절벽 아래의 물결은 끊어지지 않았고, 그 소리는 늘 같았다.
형은 먼저 검을 잡았다. 장문인의 적자로 태어났고, 해남파의 모든 수련은 자연스럽게 그의 몫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검을 들고, 밤에야 검을 놓았다. 몸은 늘 상처투성이였고, 숨은 항상 거칠었다. 그는 그것이 옳다고 믿었다.
동생은 첩에게 난 아이였다. 형보다 여섯 살 어렸고, 검을 쥔 것도 늦었다. 형은 동생을 데리고 다녔다. 자세를 고쳐주고, 손에 물집이 잡히면 약을 발라주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사이 좋은 형제라고.
동생이 검을 잡고부터, 형은 알 수 없는 불안을 느꼈다. 동생은 애쓰지 않았다. 밤을 새우지도, 몸을 부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검은 늘 제자리를 찾아갔다. 형이 십여 년을 들여도 익히지 못한 면면부절의 묘리를 동생은 삼 년 만에 이루었다. 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웃음에는 거짓이 없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형은 검을 안고는 잠들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동생의 검이 먼저 떠올랐다.
— 왜 저 아이는 애쓰지 않아도 되는가.
그 질문은 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형의 숨을 조금씩 짧게 만들었다.
어느 날, 형은 우연히 들었다. 부친과 장로들의 대화였다.
“재능이 너무 뛰어나다.”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옳겠지.”
그 말은 형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를 몰아내겠다는 뜻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 깊이 박혔다. 형은 그날 깨달았다. 자신이 두려워한 것은 자리가 아니라 설명되지 않는 존재라는 사실을.
형은 차가워졌다. 동생은 이유를 몰랐다.
“형님, 제가 뭐 잘못했어요?”
형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달이 밝은 밤이었다. 동생이 형을 비룡주벽으로 불렀다.
“형님, 보여드릴 게 있어요.”
바다는 검게 숨을 쉬고 있었고, 바람은 절벽을 타고 올라왔다.
동생이 검을 뽑았다. 첫 수는 크고 느렸다. 큰 물결이었다. 형은 다음 수를 이미 알고 있었다. 작은 물결이 뒤따랐다. 크고 작은 흐름이 맞물려 끊어지지 않았다.
면면부절.
형의 숨이 흐트러졌다. 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흐름은 스스로를 밀어내며 이어졌다. 연환이었다. 남해의 파도가 그대로 검에 실렸다. 그 순간 형은 느꼈다. 깨달은 순간부터 자기 손에 쥔 검이 한 박자씩 늦어지고 있다는 것을.
동생이 검을 거두며 말했다.
“형님, 하나가 모자라요.”
형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마음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 남았다.
— 이 아이가 계속 이렇게 살아간다면
— 나는 끝내 설명되지 않을 것이다.
형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생각보다 빠르고, 너무 정확했다. 검은 동생의 심장을 꿰뚫었다. 동생은 뒤로 물러나며 형을 올려다보았다. 놀라지 않았다. 원망도 없었다. 그 얼굴에는 답을 본 사람처럼 조용한 납득이 있었다.
아, 그렇구나.
그 표정을 보는 순간 형은 알았다. 자신이 평생 저 표정을 따라잡지 못하리라는 것을.
동생의 입술이 움직였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형은 끝내 그 말을 듣지 못했다.
다음 날, 부친은 동생의 죽음을 알았다. 형은 죽지 않았다. 해남도 밖 작은 섬으로 보내졌다. 섬에는 바다와 바람뿐이었다.
형은 한동안 검을 잡지 못했다. 검을 쥐면 동생의 마지막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다 어느 날 연환검을 흉내내 보았다. 흐름은 완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숨이 먼저 끊어졌다. 그제야 형은 깨달았다. 동생이 말하려던 것은 검이 아니라 호흡이었다는 것을.
형은 바닷가에 앉아 하루 종일 파도를 보았다. 어느 날, 고래가 수면 위로 떠올라 긴 숨을 내뿜었다. 형은 그 숨을 잊지 않았다.
세월이 흘렀다. 부친은 늙었고, 형을 불렀다. 형은 비룡주벽에서 연환검을 펼쳤다. 이번에는 끊기지 않았다. 장로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후계자가 되었다.
장문인이 되기 전날 밤, 형은 동생의 위패 앞에 섰다. 검을 들어 몇 수를 그려보았다. 숨은 길었고, 흐름은 더없이 고요했다.
이제 이 검을 막을 이는 해남도에 없었다. 그런데도 가슴 안은 비어 있었다. 검이 완성되었을수록 그 빈자리는 더 또렷해졌다.
형은 검을 내려다보았다. 그날의 검이었다. 형은 손잡이를 거꾸로 쥐었다. 날이 자신을 향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 숨을 들이마셨다.
그날 밤, 비룡주벽 아래의 파도는 전과 다르지 않게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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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와 써봄. 존나 부끄럽긴 한데, 쓰고 보니 노출광의 심리를 알겠네.
동생죽이고 살자한다음 회빙환으로 이어서 써봐 동생으로 환생하든가ㅋㅋ지금 글은 너무 순문학톤이야
ㅎㅎ. 쓸 말을 다 써서 더 쓸 게 없어. ㄱㅅ. 난 만족함.
어엿한 명문 정파의 전인으로서 어찌 아우에게 독수를 썼단 말인가? 죄과로다, 죄과로다!
착한 동생은 형을 좋아했어요. 형이 검에 집착하는 걸 알았기에 답을 알려주고 싶었죠.못된 형은 동생의 마음도 모르고 푹찍했어요.형은 섬으로 쫓겨나 동생이 보여준 검을 펼치곤 모자라다는 게 무엇인지 알았어요.부친과 문파에 인정 받았어요. 하지만, 검의 모자른 곳은 채웠어도 마음엔 커다란 구멍이 났어요.형한테 동생은 어떤 존재였을까요? 형은 아직도 모르고 알 방법도 없어요. 그래서 죽었어요.저승에선 사이좋게 지내렴. - dc App
필력이 좋네. 필력이라고 하기보다도 감성이 좋은 듯. 요새 장르 문학은 삼류 소모성 소설이 주류라 인기를 끌 스타일은 아니기도 하고, 애초에 장르 문학이랑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있어서 윗 댓글 얘기처럼 오히려 순문학쪽을 파고 들면 더 좋을 거 같군요.
ㄱㅅㄱㅅ. 압도적 ㄱㅅ.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