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밤이 되 어도 그칠 기색이 없이 이대로 영원히 내리 는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A씨가 얼굴을 내민 것은 아르바이트가 끝나 기 30분 정도 전인 7시 반쯤이었다고 생각합 니다.

A씨는 개점 당시부터 오던 손님으로 이틀 걸 러 가게에 오는데, 점장과 직원과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비디오를 빌려 돌아가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날, 잠깐 잡담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 었는데 어느 샌가 예전의 비디오에 관한 이 야기로 이어졌습니다. A씨는 대단히 흥미를 느낀 것처럼 “한 번 보자” 라고 말을 꺼냈습 니다.

점장은 “손님의 프라이버시가 있기 때문에… ”라고 계속 거절했지만 결국 A씨가 우기는 바람에 모두 그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계속 내리던 비때문이었을까요, 다른손님도 없고 영업에 지장을 줄 염려도 없었 습니다. 솔직히 저는 꺼림칙한 예감이 들었 습니다.

그것을 발견했을 때부터 쭈욱 느꼇던 뭔가 좋지 않은 불안 같은 것… 하지만 반면에 거 기에 뭐가 찍혀 있을까하는 호기심이 있던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그곳에 있던 모두가 말하진 않아도 아무도 이 테잎을 가지러 오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 비디오 테잎 감상회에 참가했던 것은 A씨 , 점장, 저, 여대생 아르바이트 토모씨, 그리 고 아스카씨 5명이었습니다. 아스카씨라는 사람은 이 가게 주인의 딸로 저와 같은 학교 학생이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듯 가끔 놀러와서 A씨와도 안면이 있었습니다.

먼저 말을꺼냈던 A씨는 카운터 옆에 잇는 비 디오덱 앞 가장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몰카 라면 어쩌지?”라는 둥 농담을 꺼내기도 했습 니다.

비디오가 재생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생 각하면 그 소리가 악몽의 시작이었던 것입니 다.

비디오가 마지막까지 재생되고 자동으로 되 감기를 시작해도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 았습니다. 저는 가슴 가득히 밀려오는 엷고 기분나쁜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만 것을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다른 4명도 같은 기분이었다고 생각 합니다. A씨도 두세마디 건네고는 서둘러 집 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아르바이트 시간 이 많이 지나 급히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습 니다. 솔직히 그 비디오 옆에서 일초라도 빨 리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제가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점장이 와 서 “미레이짱, 미안하지만 아스카짱이 몸이 안좋다고 해서 택시로 집까지 바래다 주지 않을래…”

제가 아스카의 몸상태를 보러 가자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입술은 작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저 자신도 아까 봤던 비디오의 영향때문인지 기분이 몹시 안좋았지만 그녀 의 상태는 확연히 이상했습니다. 마치 뭔가 뒤쫓아오는 듯한…

저는 점장에게서 택시비를 받아 아스카를 데 리고 택시를 탔습니다. 그녀의 집은 가게에 서 차로 10분거리에 있습니다.

저는 그녀의 상태가 걱정스러워 “괜찮아?”라 고 말을 걸어봤지만 그녀는 작게 속삭일 뿐 이었습니다. 그녀의 집이 있는 골목은 차가 들어갈 수 없었으므로 택시기사에게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여전히 내리고 있는 빗속을 둘이서 걸어갔습니다.

“아까 그 비디오 말인데.”

지금까지 묵묵히 있던 그녀가 문득 발을 멈 추고 말을 걸었습니다.

“들었을거야.”

“어?”

“목소리가 들렸을거야”

제가 기억하는 한 그 비디오 속에 사람의 목 소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는데”

제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확실히 들었어… 여자 목소리로 아스카라고 ”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집으로 다시 걸기 시 작했습니다.

저는 그녀가 말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녀의 뒤를 다급히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 그녀는 현관 문을 열면서 돌아보더니 “고마 워” 라고 말하며 가느다란 웃음을 지으며 조 용히 문을 닫았습니다.

(목소리가 들렸어)…

그녀는 확실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저에게 는 들리지 않은 목소리가 그녀에게는 들렸다 는 것이었을까요? 다른 사람들도 들었을까 요?

저에게만 들리지 않았다? 또는… 그녀만 들 었다? 저는 뭔가 형체를 알 수 없는 공포로, 그녀가 사라진 문 앞에서 잠시 서 있었습니 다.

제가 아스카를 본 것은 그것이 마지막이었습 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