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5줄 요약

1. 예전에 학군 소위로 초군반 교육 받으로 전남 장성의 상무대 00학교에 갔었다.

2. 당직실습한다고 병사교육대 당직을 2시간 씩인가 돌아가면서 섰는데 마침 그 때 교육생 이등병 한 명의 아버지께서 위독하시고, 다음날까지 못 버티실 것같다는 큰아버지의 전화가 옴.

3. 어떻게든 밤 중에 서울로 내보낼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솔직히 상급 지휘관 보고하면 불가능한 건 아님) 교육대 중대장놈이 절대 안 되고 아침에 정식 휴가 절차 밟아서 보내야한다고 해서 마구 싸움.

4. 결국 포기하고 장교교육대 돌아와서 잤는데 며칠 지나고 보니 결국 임종 못 지켰고 큰아버지가 학교에 항의전화하고 난리쳤다고 함.

5. 전역한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떻게든 도와줄 걸 후회가 남음.


조치를 취해보려는 흉내도 안 낸 그 대위놈이 개새끼임(지네 아버지 같았으면 바로 총알처럼 달려갔을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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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증 없다. 썰주화 달게 받는다.


 방금 일베 간 집 앞 냉장고 안 치워주는 공무원 썰 보고 갑자기  군생활하다가 좆나 빡쳤던 기억이 떠올라서 써 본다.


 어느나라나 비슷하겠지만 공직에 있는 놈들은 자기 일 아니면 좆나 하늘이 무너져도 손 하나 까딱 안 할 놈들이 대부분이다.



 때는 2008년, ROTC로 장교 임관해서 쏘가리 하나 달고 7시 멀티 전남 장성 상무대에서 초급군사반교육 받던 때 일이다. 3월부터 4개월짜리 교육인데 아마 5월쯤 되었을 거야. 기억할지 모르지만 명박갓카가 당선되고 첫 행사로 임관식 참여해서 나름 합리적으로 한다고 갑자기 임관식 하루 전날 '뭣하러 힘들게 서서 하나. 임관장교들 연병장에 다 앉혀'라고 해서 급거 스타리그같은데서 쓰는 회색 플라스틱 의자 수천개 한밤 중에 배치하느라 죽는 줄 알았다. 정작 아침이 되니 이슬이 잔뜩 끼어서 휴지로 닦거나 그냥 앉아서 엉덩이 좆나 축축... 게다가 폼도 안 나고 군생활 내내 선배들로부터 '어이 앉아서 임관한 장교'라고 놀림 받았음. 바보짓이었지. 앉아서 임관한 앉은뱅이 장교는 그 해가 최초이자 최후였음.


여하간.


 상무대 해당 병과학교인 00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데 한 달쯤 지났나? 당직사관 실습을 해보라면서 병사 교육생 막사에 근무를 집어넣더라. 당연히 우리도 교육생 신분이고 잠 못 자면 다음날 교육에 지장 있으니까 불침번 형식으로 2시간씩이었나 돌아가면서 근무를 서게 되었음. 웃기는 건 그러면 고정으로 있는 당직부사관이나 당직병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딴 거 없음. ㅋ


 병사교육대. 보병 말고 여타 병과들은 대부분 신교대 마치고 후반기교육을 자대가 아닌 병과학교에서 받지. 그거 시켜주는 곳이었다.


 이게 병사교육대 구대장들에게 엄청 좋았던 게 우리가 두어달 대신 근무 서 주는 시즌에는 자기네들 근무가 전혀 없기 때문에(게다가 상무대 근무하는 간부는 위수지역이 없음) 나가서 술 퍼먹고 놀기 딱이지. 여하간...


 나도 근무차례가 되어서 갔어. 평일 01시 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애들은 다 자고 있었고, 불침번식 교대 당직병 한 명하고 층별 불침번 한 명씩 있었지. 교육중대라 혼자서 한 2개 층인가 3개층 수백명 관리했던 것같다.


 실내 순찰 돌고 있는데 갑자기 당직병이 급히 달려와서 나를 붙들고 '급한 전화가 왔다'고 호들갑임. 뭐냐, 물어보니...


 지금 자고 있는 교육생(후반기 교육 받는 이등병이지) 중 한 명의 아버지께서 매우 위독하시다는 거야. 얼른 뛰어가서 일단 전화를 받았는데 그 교육생(김이병이라고 하자)의 큰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더라고.


 요지는


 <김이병 아버지께서 중병으로 입원 중이셨는데 지금 매우 위독하시다. 그러니 가능하면 빨리 조치를 취해서 조카를 불러왔으면 한다. 임종이라도 지키게>


 병원은 서울이라더라. 당시 시간은 00시 45분쯤 되었나? 평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23시 경일 수도 있겠다.


 잠깐 전화를 기다려달라고 하고 5초간 고민한 뒤, 불침번 행정반에 대기시키고 일단 그놈을 깨웠어. 살살... 용건을 말 안하고 일단 행정반으로 불러서 물 한잔 먹이고 너무 놀라지 말고 전화 받아 보라고 큰아버지 전화라고 했더니 표정이 정말 안 좋더라. 대충 예상 한 거지.


 전화 통화하면서 우는데 보는 내 가슴이 다 찢어지네... 여하간 통화는 끝났고, 담배라도 하나 피우게 해주려고 담배 피우냐고 물었지(장교교육대도 교육 중에는 금연이라 나도 담배가 없어서-흡연자도 아니지만- 피운다고 하면 불침번이나 누구 시켜서 교육대 소속 당직근무중인 간부한테 얻어오게 하려고 했음), 안 피운다더라. 그래서 일단 조치 취해줄 테니 생활관 가서 쉬어라, 해 놓고 불침번한테는 지금부터 너의 임무는 저놈아 옆에서 내가 임무 해제할 때까지 절대 붙어있는 거다 라고 해놨지. 똥 쌀 때도 같은 칸에 들어가라고 했음. (자살방지)


 그리고 당장 병사교육대 중대장에게 전화를 했지. 술먹고 있더라고 시끌벅적. 중대장님, 당직근무중인 장교교육대 교육생 000소위입니다. 이만저만한데 병사교육대 교육생 김이병 아버지께서 매우 위독하셔서 큰아버지께서 전화하셨습니다. 번호는 000입니다. 언제 돌아가실 지 모르는 상황이라 빨리 휴가 조치해서 내보내야 할 것같습니다.


 그랬더니 이 대위새끼가 막 취해서 욕을 하더라. -_-;; ㅅㅂ 이 밤중에 휴가절차 어떻게 밟을 것이며 교통편이 뭐가 있어서 어떻게 서울까지 가냐고. 내일 아침에 처리하겠대. 


 '아니 그러면, 누구 간부 한 명 휴가 줘서 동행시키면 되지 않습니까. 택시비 큰아버지께서 줄 테니 택시라도 태워서 보내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오늘밤을 넘기실 지 어떨 지도 모르겠답니다. 정 안되면 저라도 보내주시면 제가 택시비 낼 테니 인계하고 오겠습니다.'


 개 쌍욕을 먹었다. 뭔일 생기면 니가 책임질 거냐고. 절대 안된다네.

 -_-;; 이 시발놈이, 지네 아버지가 그랬으면 부대고 뭐고 지휘관한테 바로 전화 한 통 때리고 차 타고 총알같이 날아갔을 거면서 남의 일이라고 저런다.

 이후로 그놈하고 전화로 좆나 싸웠음(징계당할 뻔함). 뭐, 그렇다고 중대장 두고 일개 2시간짜리 당직실습자이자 교육생인 내가 상급자인 교육대장에게 전화할 수도 없고... 좆나 난감했다. 일단 전화는 그놈이 안돼! 하고 끊어버렸음. 개 쌍놈...


 이미 후번 근무자인 00소위는 한참전에 와 있었다. 하도 답답해서 김이병 생활관 가 봤더니 다음 불침번하고 같이 있는데 누워만 있지 잠이 오겠노... 아버지 돌아가신다는데. 임종도 못 지키게 생겼으니.


 다시 중대장에게 전화해봤지만 여전히 쌍욕만 먹고 끝. 하는 수 없어서 일단 후임근무자에게 상황 잘 설명하고 장교교육대로 돌아와서 침상에 누웠는데 잠이 안 오더라. 하지만 방법이 없으니 일단 아침에 급히 보내겠지, 그때까지 김이병 아버지가 살아계시길 빌자 하면서 새벽에 겨우 설치듯 잠이 들었다.


 근데 시발 지금도 후회스럽다. 그 때 더 싸우든지, 아니면 학교장(장군)에게 공관에 걸어가서 학교장 깨워서라도 그놈 어떻게든 택시 태워서라도(그 큰 교육기관에 시킬 간부 한 명은 있겠지) 보냈어야 하는데... 수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까지 후회스럽다.


 그리고 이틀쯤 뒤에 그놈 소식을 들었다. 결국 김이병의 아버지께서는 상세가 악화되어 다음날 오전 일찍 돌아가셨고, 김이병은 정오 무렵에 병원에 도착해서 아버지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거다. 전화했던 김이병의 큰아버지가 아무리 군대라도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딨냐면서 항의하고 난리였다고 한다(그래서 알려짐).


 정말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중대장 대위새끼가 자기 아버지였더라도 그렇게 행동했을까? 나도 후회가 남는 게 다시 그 때로 돌아가면 학교장 장군을 깨워서라도 어떻게든 그놈을 간부 딸려서 바로 내보냈어야 하는데... 아쉬운 일이다. 아마 그 김이병과 그의 친척들은 병생 군대에 대해 악감정을 품으며 살겠지. 아버지 임종 못 지킨 그놈도 불쌍하고...


 암튼 공직에 있는 새끼들 다 비슷비슷하다. 자기 일 아니면 신경도 안 쓰고 남은 죽어가는데 급하게 손 써주지도 않음. 철저한 보신주의에 편의주의에 쩌들었음.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이지만 난 평생 이 일 못 잊을 듯. 지금은 전역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