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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공이갤 들어오니까
평범하게 서던 당직도 좀 무섭고해서 밝은 사진으로 시작해본다.

참 사람이 웃긴다 평소같으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무서운얘기좀 봤다고 등골 서늘하고 창밖에서 누가 보는거같고


내일 이어서 쓸랬는데 당직 시간도 안가고 걍 지금 쓴다.

이 얘기는 내가 꼬꼬마 삼등항해사일때 탔던 배 이야기



초임으로 올라와서 신나게 깨지고 구르고 땀에 쩔기를 반복한지
세 달이 좀 지나갈 무렵

비슷한 꿈을 몇 번이나 꾸게 된다.

꿈에서 나는 배에 있는데
같이 타는 사람이 나오기도 안나오기도 하고
밤이기도 낮이기도 했는데

항상 나는 꿈에서 어떤 할배에게 쫒기고 있었다.

좀 오래되서 그런가 확실히 기억나는 건

까무잡잡하고 주름있는 얼굴에 왜소한 체형
지저분하고 여기저기 찢어진 남루한 옷차림
머리가 듬성듬성했는지 풍성충이었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어쨌든 허연 백발의 할배였다.

항상 나를 쫒아왔는데

내가 어디를 도망가도 쫒아오고
아무도 모르는 데에 숨어도 쫒아오고
내 방에 들어가서 문잠궈도 문따고 들어오고
씨발 제발 좀 그만 쫒아와요라고 울고 빌어도 생까고 쫒아오고
직진했다 턴했다가 반대쪽으로 갑자기 달리고 훼이크 써도 쫒아오고
나 말고 쟤! 쟤! 하면서 딴놈 팔아먹어도 나만 쫒아오는 할배

따라잡히기라도 하면 나를 존나게 두들겨 패는데
꿈이라서 아프지는 않았던거 같다.

같은 꿈도 몇 번이나 꾸니까
처음 몇 번만 무서웠지 나중에 가니까
나도 재밋어서 웃으면서 도망다니고, 어떻게 도망가야 따돌릴까
꿈속에서 연구까지 하는 내 모습이 참...

그 할배는 참 한결같이 우리나라 말은 확실히 아니고
어느나라 말인지도 모르는 희안한 말로 중얼중얼 거리며
좋지도않고 화나지도않은 표정으로 쫒아오셨다.

꿈얘기는 남들한테 잘 말을 안해서
그냥 혼자만 알고 있었는데


어느날 항해중 충돌관련해서 교육을 받았다.

여러가지 사례를 들면서 너라면 어떻게 할래?
하는 식으로 질문을 받았는데

그러면서 우리배 사고이력을 듣게 되었다.

몇 년 전에 스리랑카 근해에서 어선을 들이받아서
어선은 침몰, 한명이 죽었다더라고

그 얘기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영감님 생각이나서
나 그 할배 꿈에서 본적 있다고 했다

그랬더니 야 너도 그 꿈꾸냐? 라고 하더라고

자세히 들어보니깐
이 배에서 그 할배 꿈을 안꾸는 사람이 없단다.

몇 번을 꾸던 그 배 사람 모두가 한번씩은 그 할배를 봤다고

그런데 할배만 같이 꿈의 내용은 사람마다 다 달라서

할배랑 포카치는 꿈
할배랑 가라오케에서 술마시는 꿈
할배랑 둘이서 뒤질때까지 파이팅 하는 꿈
할배가 그저 배안을 돌아다니는 걸 그저 바라보는 꿈
할배한테 쫒기는 꿈
할배한테 삼항사(나)가 쫒기는 걸 보는 꿈

하나같이 똑같은 인상착의에다 똑같이 외국말을 한다는 것


당연히 그 이야기를 듣고 소름이 돋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좀 측은해지기도 한다.

그 할배는 무슨 죄가 있어서 바다에서 죽어서
하늘나라도 못가고 구천도 못 떠돌고
이 좁디좁은 배 안을 떠도는지

글 쓰면서 생각하는건데 사람목숨이 참 그렇다...

당직 4시간 동안 통신장비로 조난 신호알람이 4번이나 오는데
이 글 쓰면서도 조난신호 하나가 날아왔는데

나는 한가하게 디시에서 글이나 쓰면서
속편하게 당직 언제끝나는지 탱자탱자 거리는 동안에
누군가는 죽음의 문턱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걸
생생한 알람으로 듣게 되는게..


후일담)

빈도는 줄어 들었지만 그 배 내릴때까지 잊을만하면 계속 그 꿈을 꿨다.
그러고보니 배내리기 전날에도 꿨는데 내가 잘 있으라고 인사라도 하고 왔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