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웃대 리비아의 개구리  http://huv.kr/fear79691


<img src='http://down.humoruniv.com/hwiparambbs/data/fear/a_w357803001_6efa1f06d6b6d113fe1a3f95a2c9e5c31d04082c.jpg' width='100%' class='img_bb' style='border-bottom: 1px solid rgb(230, 230, 230); vertical-align: middle; max-width: 480px;'>요전 호남선 글에서 소개했던 누나의 소개로 하게 된 서울 ㅡ 인천 지하철 공사때 있었던 일을 적겠다.

내가 인맥관리를 좀 잘함ㅋ

소주한잔했어. 오타 띄어쓰기 이해좀 부탁함^^


아마 시기는 2008년.


대학졸업하고 일자리고 뭐고 없어서(본인은 미대생) 고향도 못 가고 피방 밤샘을 밥먹듯이 하고 있었는데 철도공사 소속이었던 그 호남선 누나한테 연락이 옴.

내가 호남선 알바 할때만 해도 일 할 사람이 항상 부족했었는데 졸업하고서는 현장사람을 모르면 이런 고수익 알바자리 구하기가 힘들었지.

이전까지는 노선공사만 한 오년 따라다녀도 중소도시의 이층 단독주택정도는 짓거나 살 수 있었어..

지금은 치킨 일년에 한번만 먹고 살아도 어림없어서 씁쓸하네ㅜ 초년생들 힘내라.

암튼 졸업하고도 직장이 없어서 피방에 개털인생 선후배들이랑 모여서 신규 온라인 게임 아이온 할 때 였는데,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날도 새우탕이 떡이 되는지도 모르고 밤샘하고 있었어.

아이온 초창기때 했던 사람들은 알겠지만 30레벨쯤 큰 관문이 있었음.

바로 크로메데 던전.

같이 하던 사람들 중에 내가 크로메데 무기를 젤 늦게 먹었는데, 호법성 크로메데 무기를 묵자마자 오우옟 하는데 누나한테 뜬금없이 연락이 옴.

졸업했는데 직장 구했냐고.

그날은 뭐가 쪽팔렸는지 면접 잘 보고 취업전에 시간이 남아서 좀 놀고 있다고 뻥을 쳤지..

이거 무기 먹은 다음엔 어비스(pk지역) 넘어가서 pk장비인 십부장 백부장을 맞추고 마족대장이 될거라는 큰 계획이 있었거든..

근데 밤새고 뽀얀 아침햇살을 맞으며 기분좋게 피방 입구를 나오는데, 열심히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니 십부장이고 백부장이고 ㅈ1랄이고.. 양심의 가책이 왔는지 잠도 안자고 종일 고민하다 누나한테 다시 연락해서 이실직고 한 뒤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약속날 하루 일찍 가서 누나랑 즐겁게 핳핳핳데이트를 하고 담날 흰템 입고 출근했는데 현장은ㅈ고행12단 같더라.

군데 군데 불빛이 너무 밝아서 눈이 부시고, 작업하는 구간마다 불꽃이 튀고 그라인더소리가 열시간동안 울리며 귀를 때렸다.

이건뭐 가만히 있어도 랄부에 땀이차고 힘들었다.

귀마개따위는 없음.
아니 있었나? 있어도 구화법마스터가 아니면 버려야했지.

처음 며칠간은 괜히왔나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한달을 해도 적응이 안되고 이명이 생길 정도로 너무 시끄러웠으니까.

가끔 누나가 밤에 도시락 싸들고 올때가 있었는데 그걸로 버팀.

남의 돈을 뻘로 버는건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예전에 했던 지상공사와는 환경이 너무 달랐다.

알고보니 모두가 예민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는데, 작업 중 반대 노선에 열차가 지나가는 일이 종종 있었다. 당연히 막차 지나간 다음에 작업을 했지만 당시엔 시간표에 맞지않게 가끔 늦어지는 막차가 비일비재해서 다들 새벽 한시 전 까지는 신경이 잔뜩 곤두서 있었다.

작업 중 반대노선에 열차가 온다는 것을 감지해도 작업을 멈출수도 없었어. 일단 기계든 뭐든 멈추고 다시 진행하는게 귀찮고 그때까진 대충 그렇게 작업해도 죽는사람이 드물었거든.

'안죽기만 하면된다.'
뭐 이런게 현장모토였던 것 같음.ㅋ

한 2미터 뒤에서 열차가 쌩하고 지나가면 등골이 오싹했었다.

빨려들어갈 것 같지만 고속열차 아니면 휘말릴 일은 없음.



한두어달 쯤 되던 그날도 1번 현장에 작업배치를 받고 막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팀 형들과 작업대기를 하고 있었어.

친해진 형들이랑 뭐하다 왔는지 애인은 있는지 어떤지 등등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다가 5번 현장 인원들과 현장을 교체 한다는 무전을 받았다.

또 ㅆ1발 우리만 뭐빠지는 현장으로 간다며 궁시렁대면서 한시간을 걷기시작했어. 더 깊은 5번 현장으로 갔지. 우리팀은 나만 이십대였고 나머지는 삼십대 중반에 덩치가 다들 커서 기계보단 몸으로 치대는 작업을 많이 했거든.

교대하는 형들이 젊은애들이 힘써야지ㅋㅋ 하며 놀리곤 했다. 악의는 없었던지라 아따 행님~ㅋ 하고 말았지..작업지시는 당연히 작업자 임의로 바뀌는건 아니기 때문에.


아무튼 5번 현장에서 오늘도 무사귀환을 외치고 침목(겁나 무거운 나무 받침대)을 들기 위해 네명이서 둘,셋,넷 카운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작업중지 사인이 여기저기 들어왔고 일순간 현장이 조용해졌다.


우리가 대기하고 작업하려했던,

우리와 현장교체하고 1번현장으로 갔던 그 7명의 형들이 그대로 열차에 분해되어 수습해야된다는 사고 무전이었다.

원래는 여기서 일을 했어야 했던 사람들이고 우리가 죽었어야 되는거지...



우려하던 막차교신이 잘못된 것이다.

이미 지나간 열차인줄 알았는데 아직 선로위를 통과하고 있었고, 하필 그 1번 현장은 형들말로 하구베,상구베라 불리는 곳이었어.


설명하자면 사고지점은 하구베(지하) ㅡ 상구베(지상)으로 이어지는 구간이어서 열차가 지하에서 올라오기 시작할때나, 지상에서 내려가기 시작할때야 비로소 시야에 들어오는 곳이기 때문에 시야에 들어왔을땐 이미 같은 노선이면 죽은것이나 다름없었다.. 500미터도 눈 깜짝하면 지나가고 기계소리가 너무 커서 바람이 휙 스쳐 지나갈때야 알게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수습현장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레일에 갈려있는걸 긁어내기도 하고 주변 수색을 하는데 머리고 뭐고 어디로 다날라가서 가루가 된 뼛조각을 아무리 후비고 찾아도 세사람 몫 밖에 없었다고 한다.


보통 사고가 나면 이삼주 정도는 일대의 모든 공사가 중단됨. 다른 지방의 현장도 안전교육하고 소식전하고 하느라 마비된다고 들어서 이 사고는 당시 공사했던 분들이라면 아마 다 알고 있을거야.


수습하고 쉬는 동안,
고향 가기 싫은 형들은 그대로 숙소에 머물렀고, 처자식 있는 형들은 기약없이 떠났다.


새벽에 연락을 받고 내가 사고난 줄 알았던 누나는 부랴부랴 와서 안아주었고, 이주간 누나집에서 거의 왕대접 받았지.. 충격이 좀처럼 가시지 않아 누나가 출근하면 퇴근할때까지 술만 주구장창 마셨었다.


그런데, 일곱명이 다 돌아가신줄 알았으나 며칠 뒤 이 중에 한분이 생존했고 또다시 이 일을 하기 위해 숙소에 와서 대기하고 있다는 말을 누나를 통해 듣게 되었다.

누굴 만나야 된다고 숙소에 와 있다는데 이 형을 잘 아는 다른 형들은 보자마자 이상하다, 다른사람 같다고 수군거렸지.

평소에 욕도 잘 하고 편하게 말했는데 존댓말을 사용하고, 말투나 행동도 굉장히 소심하게 바꼈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방에 누가 있다고 새벽에 복도를 하도 뛰어다니니 남아 있던 형들 중 몇은 여기 더 있다간 무조건 뒤지겠다며 집에 가버리고 남아있던 형들 중 각방 사용하던 형들도 무섭다며 끼리끼리 방을 뭉쳤다.

사고속에 생존했던 형은 결국 일주일만에 주변 형들의 신고로 정신분열 판정을 받고 숙소를 떠나게 되었다.

난 이후엔 숙소에서 생활하지 않았고 이 일을 계기로 어쩌다보니 누나랑 동거하며 사귀게 되었는데 사건이 터지게 된다.

그해 여름 공사인원들은 휴가를 반반 쪼개서 가게 되었는데 남은 형들과 숙소 앞마당에서 술판을 벌이다가 취기에 오기가 더해져 건너편 폐유치원으로 담력테스트를 하러가게 되었다.

유치원 화장실 어딘가에 목장갑 세개 걸고 오기.

열명이 가위바위보를 했고 끝에 세명이 들어가게 됐는데 나, 석이형, 새로왔던 잔뜩 겁을 먹은듯한 아재한명이었다.


길을 건너서 유치원 정문을 보니 도저히 정문으론 못 들어갈것 같아서 담을 넘어 들어갔다.

첨엔 하나도 안 무서웠는데 달빛에만 의존하며 복도에 들어서니 점점 어두워지고 무섭드라고.

유치원이 ㄹ자 형태라 담넘어로 보이던 화장실까지 직접가려니 꽤 멀게 느껴졌었다.

특히 유치원이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어서 복도가 길고 걷는 소리도 삐걱삐걱 거리는게 등골이 점점 오싹해왔지.

다행인건 건너편 술자리랑 그리 먼 거리가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그렇게 들어가다가 거의 마지막 방에 다다랐는데 먼저가던 목장갑 든 아재가 갑자기 툭 쓰러졌고, 그 뒤에있던 석이형도 곧 쓰러져서 벌벌 떨고 게거품을 물기 시작했어.

본인도 정신줄이 간당간당 했지만 약 2~3초사이에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만약에 이 두사람이 심장마비라면 얼마안가 죽을수도 있고, 그때 한창보던 CSI미드 사건현장 조사장면도 떠오르고 막 멘붕이 오는데 정신줄을 부여잡으며 먼저 쓰러진 형님한테 가서 형님 형님 하면서 뺨을 치고 하다가 문득 거울옆을 봤는데 보란듯이 목장갑 두개가 떡하니 붙어있는게 아님?

일끝나고 먹고 자기 바쁜데 이런 장난 칠 사람은 없었고 다른세상에 있는것 처럼 털이 쭈뼛쭈뼛 서더라.

무엇보다 이 두 형님 상태가 걱정되어서 창문너머 반대편에 술자리 하고있는 형님들에게 ㅈ됐다고 있는힘껏 계속 소리를 쳤지.

아니 ㅆ1벌 근데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반대편에 있던 형들이 아무 반응이 없어서 급한마음에 개 쌍욕을 막 했다.

빨리 신고 119! 야이 병1신들아! 하다가 뒤를 돌아봤는데 너무 무서우니까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뭐시 어쩌고 부터 알고있는 성스러운 단어가 다 튀어나왔는데 신기하게도 딱 그때 하하하 웃던 형들이 다들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라고.

근데 가만히 있는거야.

나도 얼어서 몇십초정도 벙쪄있는데 다행히 형들 둘 다 정신차리고 뛰쳐 나와서 아니 도대체 왜 기절했냐고 물어보기 무섭게 먼저 말을 하더라고.

먼저 가던 형이 방을 돌아서 화장실을 딱 보자니 거울에 반사된 달빛이 구석을 비추는데 거기에 누가 우두커니 서서 내 대신 산 새1끼들아... 마누라 마중 나가야 되는데 혹시 내 복숭아뼈 봤냐고 묻더란다.
(얼마 후 기차사고 난 형들 중 한분의 와이프가 보험금 관계로 갓난애기와 자살..안타까운건 그 뒤 사고를 인정하고 역대급 보상이 나왔었음. 3억정도..원래는 1억도 나올까 말까래)

두번째형은 앞형이 갑자기 우뚝서더니 홱 돌아보면서 애기 우는 소리를 기계처럼 응애응애 내더래. 그거보고 정신을 잃었고 밖에 있던 형들은 내가 뭐라고 하길래 쳐다보니 내 뒤로 한 너댓명 정도가 허리를 숙이고 나를 막 때리는 시늉을 하고 있었데.

그길로 일을 관두고 누나가 무당집도 몇번 데려가고 하다가 누나집에 얹혀 살면서 게임회사를 들어가게 됨ㅎ

무당집썰도 있고 누나랑 썰도 있는데 적다보니 은근 오래걸리네.

긴글 읽어줘서 감사합니다.

사진은 침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