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출근해서 쓰다보니 조금 늦었네.

최대한 그때 기억을 살리면서 쓰려다보니 글이 좀 늘어진다.

재미있게 봐주면 감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horror&no=87212&page=1 육가공장 1부



그렇게 그날은 어안이 벙벙한채로 잠들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크게 별다른 일이 없었다. 밤중에 몇 번인가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나는 작업장에 내려갈 생각도, 용기도 없었다.



그러다 11월 즈음인가 조금 날씨가 추워지려 할 무렵이었다.



회사에서 HACCP 갱신 심사를 받아야 하니 최근 2년치 필수 작성 서류를 모두 점검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중소기업들이 거의 그렇겠지만 서류관리는 미흡했고 서로 맞지않는것도 있어서 어쩌다보니 2년치 자료를 모두 수기로 재작성 해야하는 일이 발생했다.



두께로만 거의 컴퓨터 높이정도 되었고 부장님, 과장님, 나 이렇게 셋이서 늦게까지 서류를 쓰기 시작했다.



밤 12시가 넘었을 무렵, 부장님과 과장님은 퇴근을 했고 나는 작성하던 서류가 1~2장만 더 쓰면 끝났기에 마무리하고 올라가겠다고 했다.



서류를 마무리하고 사무실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는데, 출고장 옆 구석에 까만색 봉투같은 것이 보였다.

출고장 옆 코너로 돌아가면 도축장과 연결된 통로가 나오고, 거기서 가끔 고기찌꺼기들이 버려지곤 했기에

도둑고양이들이 고기찌꺼기들을 먹으려고 웅크려있나보다 하며 계속 담배를 피우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검은색 물체가 무언가에 끌려가듯 휙하고 안쪽으로 끌려갔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생각이지만, 혹시 고양이가 배수로에 떨어진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담뱃불을 끄고는 출고장쪽으로 향했다.



코너를 돌아 바닥을 쳐다보니 아무것도 없을 뿐더러, 배수로의 위치도 그쪽이 아니었다.

어둠에 익숙해지려 애를 쓰면서 조금씩 시선을 위쪽으로 올리는데, 무언가 쎄한 느낌이 들었다.



짙은 회색빛의 어둠속에서 나는 도축장 통로로 들어가는 빌어먹을 까만 물체를 또 보고 말았다.

나는 눈 앞이 캄캄해지고 귓가에 쿵- 쿵- 하는 심장소리가 들리는걸 느꼈다.



하필이면 그것이 들어간 쪽이 우리 공장 지육실 쪽이었기 때문에, 나는 떨리는 손으로 부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고 부장님이 짜증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아마 또 왜 그러냐는 마음이었겠지. 

"저 지금 도축장 통로 앞인데 지육실쪽에 뭐가 들어갔습니다."

부장님은 내 목소리를 듣고는, 무언가 고민하는 듯 하더니 

"가지말고 올라가라고 하고싶은데 최근 일도 있고 하니 불 다켜고 온도만 확인하고 올라가라."

라고 말씀하셨다.



그 일이 있기 1~2주 전쯤 사장이 술쳐먹고 공장에 와서 지육실 냉장고를 끄는 바람에 40마리 되는 돼지 지육이 전부

상해버린 일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나는 도축장 통로로 직접 들어가는 대신에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천천히 공장 불을 전부 켜며 지육실까지 가보기로 했다.

다시 끄고 올라가야하는게 귀찮기는 하지만, 캄캄한 복도를 지나는것 보다는 그게 나을듯 싶었다.



복도와 작업장의 불을 전부 켜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작업장에서 지육실까지는 정말 몇걸음 밖에 안되었다. 온도계쪽으로 다가가서 온도가 2도 이하인걸 확인했고

컴프레셔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까지 확인했다.



그런데 바로옆, 2번 지육실에서 키득거린다고 해야하나, 쥐가 찍찍거린다고해야하나 그런 소리가 들렸다.

2번 지육실은 구석진곳에 붙어있고, 지금은 사용하지않아 보수중이었기에 유일하게 불이 켜지지 않는 창고였다.

그냥 작업자들이 비닐같은걸 잠깐 넣어두거나 아저씨들이 몰래 담배피우러 갈때 통로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평소에는 문을 닫아놓는건 당연했고.



나는 조심스럽게 소리가 들리는쪽으로 다가갔다.



!@#$!@#$ 네? 끅끅끅끅  !@#$!@#$ 네? 끅끅끅끅

앞부분은 정확하게 들리지 않고 숨 넘어갈듯 끅끅거리는 여자 목소리 같은게 들렸다.

이때까지만해도 사실 쥐가 찍찍거리는 소리인줄 알았다.



닫혀있는 2번 지육실 문앞에 다가가서 귀를 기울이는데 이제는 사람목소리라고 확신할 수 있었고 내용도 정확하게 들렸다.



"여기는 전부 머리가 없네? 끆끆끆끆"

"여기는 전부 머리가 없네? 끆끆끆끆"

"여기는 전부 머리가 없네? 끆끆끆끆"



나는 미칠듯한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이건 귀신이어도 무섭고 사람이면 더 무서운 그런상황이니까.

혹시나 그것이 뛰쳐나올까봐 지육실 문을 힘껏 잡고 거의 울먹이며 악을 썼다.

당신 누구야-  경찰 부른다-  빨리 꺼져-

그냥 뭐든지 생각나는대로 바락바락 악을쓰며 소리만 질렀다.



한참을 악을 쓰다 문득 조용해졌다는걸 느꼈다. 문 너머에 집중하며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 소리도, 심지어 인기척도 없었다.

나는 진심으로 안도했다. 뭐가 됐든지 사라진것 같았다. 문을 잡은 손에 힘이 풀리고 다리에도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았다.

사람이 진이 빠지면 진짜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그때 처음 느껴봤던 것 같다.



잠시 주저앉아 있다가 이제 그만 일어나서 정리하려고 하는 순간, 내가 붙잡고있던 손잡이 바로 너머에서 조그맣게 목소리가 들렸다.



"쟤는 머리가 있네? 끆끆끆끆끆끆끆끆끆끆끆끆끆끆끆끆끆끆끆끆끆끆끆끆"



끝없이 이어지는 숨넘어가는 웃음소리.

그 때부터는 기억이 없다. 후에 전해듣기로는 새벽에 술먹고 들어온 사장이 공장에 불이 켜져있는게 이상해서 돌아보다가

2번 지육실 앞에 기절한 나를 발견했다고 한다.



나는 정신을 차리자 마자 짐을 챙겨서 회사를 그만두었다. 단 일분도 그곳에 있기 싫었다.

내 사비로 용달트럭을 불러서 컴퓨터, 이불, 옷가지 등 필요한 것만 챙기고 건조대 등 자잘한건 챙기지도 못했다.



그렇게 내 인생 최악의 경험은 끝이 났다.

후에 부장님과 이야기하기로는 그 회사는 내가 그만두고 3개월 후에 폐업절차를 밟았고, 사장 내외의 수 많은 횡령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다.

그런데 조금 웃긴것은 사장, 사모가 서로가 모르게 돈을 가져갔는데, 사장은 유흥에 거의 탕진했고 사모는 무당에게 돈을 전부 갖다줬다고한다.

감히 추측하건대, 아마 사모가 무당을 통해서 공장에 어떤 의식이나 방법을 했고 그로 인해서 내가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뒤로는 아직까지 헛것을 보거나 들은적은 없다.

하지만 가끔은 그 날의 밤이 생각나 소름끼치곤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