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5학년 때 잠깐 쓰다가 초 6 후반부터 살짝 길게 써서 매년 한 두달 씩 삘 꽂혀서 쓰다가… 아마 다 합치면 6개월 정도 될 듯.. 최근에 10만자 채웠는데 아직 미완결…
소설이나 시를 남에게 피드백 받아 본 적이 없는데, 그냥… 읽고 중2병이라 해도 좋으니 평가 좀 해줘…
소설은 좀,, 할 말이 있어서 하고 밑에다 붙일게.
그냥 요새 학교 행사 때 대본 필요하다고 선생님들이 맡겨서 60페이지를 쓰든 20페이지를 써도 관계자들이 다 읽지도 않고 길다 길다 하시며 빠꾸 내시고, 내가 쓴 대본을 다른 사람이 리메이크하게 하면 20페이지 대본이 1페이지 3페이지로 줄여지는 걸 보니… 좀 현타도 오고… 스토리도 그냥 딴판이고 리메이크라고 할 수 없는 그냥 다른 스토리인데 그걸 리메이크라며 원본 작가라며 내 이름 걸어 놓는데… 기분이 더럽더라.. 대본 수준 이런 건 내가 함부로 논할 것은 아닐 것 같아. 나도 작가나 평론가가 아니니. 하지만… 그래도 그냥 다른 대본 원본 작가라며 날 말하는 걸 보면… 진짜 힘들긴 하더라.. 애들은 그까짓 대본 쓰는 것이 뭐라고 쟤는 왜 빠지냐 이런 말만 하고… 진짜…쩝…
그냥 개인의 이야기 들어줘서 고맙고, 밑에 소설이랑 시 첨부할게.

소설은 전체 부분에서 일부분만 발췌한 것이고, 청소년 사이트 한 곳에 연재 중이야.

시는 그냥 혼자 쓴 것이야….


(소설. 모두 같은 소설에서 일부분 발췌한 것)

나는 잠시 생각을 하였다.

뭔가 불안하다.

무슨 일이 오늘 일어날 것만 같았다.

너무 두려웠다.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하였다.

창호지 문에 뚫린 구멍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순간 내가 민들레를 산 정상에 가서 뿌린 그 날이 떠올랐다.

지금 부는 바람이 그 때의 바람같다.

내가 분 민들레 씨앗이 전 지방에 퍼진 그 날,

그 때의 기분이 들었다.

구멍이 뽕 뚫린 창호지 문의 구멍으로 민들레 씨앗 하나가 날아왔다.

이 민들레 씨앗은 내게 기쁨을 주던 그 색이다.

나는 이 민들레 씨앗을 들었다.

마루에 앉아서 빨리 짚신을 신었다.

짚신은 내 발에 제대로 신기지도 않았지만,

내 마음은 너무나도 급하여서 그냥 구겨신고 산에 올랐다.

내가 몇백년간 올랐던 산이다.

이제는 익숙하다.

마치 내 집같다.

나는 내 심장이 아무리 요동을 쳐도 무시하고 산에 올랐다.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아직 하늘이 깜깜하였다.

단지 달과 별이 초롱초롱 빛이 날 뿐이였다.

내가 본 수도는 온통 붉었다.

길에는 아직 피지 못한 사쿠라나 심어져 있다.

내 집과 같은 산에도 몇 년 전에 사쿠라가 넘실대었다.

그래서 봄만 되면 사쿠라가 흩날린다.



내 집에도 사쿠라의 냄새가 퍼져 나온다.

토끼들과 매우 붉은 호랑이들은 매우 아름다운 향기라고 한다.

하지만,

난 봄이 싫다.

사쿠라의 냄새를 한 번 깊게 들이마셨는데,

매우 기분이 나빴다.

나는 이제 완전 시들어서 죽은지 오래인 민들레를 뽑았다.

그 자리는 내가 심었던 민들레의 자리이다.

나는 내가 주운 민들레를 심었다.

나는 처음으로 이 민들레가 곧바로 자라기를 바랬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민들레는 갑자기 싹이 나더니 곧 민들레의 씨앗이 잔뜩 생겼다.

나는 고민하였다.

이 민들레를 뿌린다면 토끼들이 나를 괴롭힐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아무개가 이것과 같은 민들레의 씨앗을 뿌렸는데,

토끼들이 아무개를 끌고 갔다고 한다.

나는 순간 깜깜한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내 눈 앞에서는 모두 다 흰 색이였다.

매우 이상하였다.

분명히 내가 빨려 들어갔을 땐 깜깜하였는데,

어찌 내가 눈을 뜨니 흰 세상일까?

하지만 난 그런 생각을 조금만 할 수 있었다.

내 눈 앞에서는 그 민들레 한 송이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어린 새의 솜털같이 아주 느리게 떨어지고 있었다.

내 손에서 뭔가 느껴졌다. 내 손을 보니 한 손에는 사쿠라 한 송이가,

다른 손에는 그 꽃 한 송이가 있었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내 아래만 토끼들의 빨간색이 가득하였다.

나는 고민하였다.

이 민들레를 뿌려야 할 까?

하지만 뿌린다면 토끼들이 나를 잡아갈 수도 있다.

나는 나 혼자서의 싸움을 계속하였다.

그러던 중, 한 아이의 목소리가 여리지만 강하게 들려왔다.



“오빠는 용기가 있어. 그러니 오빠는 용기있게 그 폭군에게 대항했던 것이잖아. 나라면 엄두도 못 냈을거야. 지금 생각하면 오빠는 참 대단하다니깐!”



바로 내 동생의 목소리였다.





내 동생은 한 350년 전인가 죽었다.

그 검은 폭군의 그릇된 정치로 말이다.

나는 다시 앞을 보았다.

민들레 한 송이가 이제 토끼들의 빨강에 닿을 것 같았다.

나는 재빨리 손을 뻗어 그 민들레를 잡았다.

나는 그와 동시에 바닥으로 넘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바닥에 닿지 않았다.

계속 떨어졌다.

나는 이대로 죽는다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질끈 감았던 눈을 다시 뜨자,

하늘이 보였다.

하늘은 아직도 어두웠다.

내 손엔 민들레 한 송이가 쥐어져 있었다.

나는 그 민들레에게 작게 속삭였다.

나는 그 민들레에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냥 불려고 하는 그 때,

갑자기 내 눈에 투명한 액체가 가득차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것을 내보내지 않으려고 하였지만,

그것은 내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축축하였다.

나는 별로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내었다.



“민…민들…민들레야… 너…너라…너라면 할 수 있…있을 거야… 어…어서 가…가서 토끼…토끼들의 빨강으로 가득 찬 한양과 전국에 퍼… 퍼져… 나…나가…나가서… 이… 이루… 이루어…줘…”



나는 내 입으로 힘껏 바람을 불었다.

민들레는 바람과 함께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해가 뜨기 시작하였다.

2월의 마지막 날이 지나고,

내가 울음으로 시작하고,

내가 이 땅에 처음으로 눈을 떴던 3월의 첫날이 시작하였다.













ㅡㅡㅡㅡㅡㅡ





조선총독부와 독립군들 모두가 기다린 10월 17일이 동에서 부터

붉게 하늘을 물들이며 떠올랐다.

총독부 앞 거리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었다.

곳곳에는 일본의 국기와 음악이 넘쳐났다.

그러나 구름이 붉은 태양을 가린 하늘 아래에서 그들은 물결같이

국기를 흔들고 있었다.

그 때 주석진이 나왔다.

그는 중절모에 흰 손수건을 올려놓아서 좀 특이한 모습이였다.

모든 이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주석진과 독립군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청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 때 그가 나타났다.  

푸른 빛이 감도는 머리카락은 뒤로 묶었고,

피부는 눈가에 있는 조금의 주름만으로 보면 한 40대.

눈매는 날카롭게 올라갔고,

눈동자는 짙은 남색이여서 검은 색과 구분이 가지 못할

정도였으나, 눈동자 속에서는 겨울날의 눈꽃이 피어난다.

옷은 쥐색 코트를 입고 상의는 흰 셔츠,

하의는 갈색 바지를 입었다.

코트에는 금단추가 박혀 있었다.

그의 허리춤에는 권총이 있었다.

마치 눈꽃이 환생하면 이런 작자일려나,

그러나 눈꽃에 먼지가 좀 쌓인 눈꽃이 환생하면.



토마이카 겐유가 단상 위에 서서 말하였다.



“여기계신 모든 분들은 일본의 부흥을 믿으실 것 입니다. 그렇기에 지난 세월 속 많은 일들을 겪었죠. 지금 이 순간에도 쥐새끼 같은 조센징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믿음은 허망된 것입니다. 일본이 내미는 손을 거절하고 환상 속의 날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눈을 바로 보고 살지를 못합니다. 그저 세월을 낭비하는 것이죠.”



그의 말은 주석진을 정곡으로 찔렀다.

청색 코트를 입은 독립군들 모두가 화가 난 듯 하였다.

독립군 중 하나가 권총을 꺼내들려고 하였다.

그러나, 한 남자가 소리쳤다.



“저 청색코트를 입은 작자들과 중절모에 흰 손수건을 올린 작자가 조선군이오!”



누군가가 소리쳐 그들을 일본순사들이 붙잡았다.

그렇게 그들 독립군들은 잡히는 것 같았다.

그 때 주석진이 권총을 꺼내들어 토마오카 겐유를 쏘았다.

그러나 총알은 겐유의 어깨 뒤의 일장기를 맞추었다.

일장기에는 검은 그을름이 남았다.

토마오카 겐유가 웃음을 지으며 말하였다.



“거기 조센징씨, 폭력은 방법이 아닐텐데요?”



주석진은 그대로 일본순사들에게 잡히었다.

그러나 전혀 슬퍼하질 아니하였다.

그 때 옆에 있던 신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조센징들이란… 폭력만이 방법인 줄 아는 민족이지. 아, 내 소개가 늦었군. 이름은 조, 조 잭슨.”



검은 머리카락은 5:5로 가르마를 타기는 했는데,

길게 목까지는 내려온 듯 하였고,

구불거리는 감이 있었다.

또 머리는 남자치고는 좀 긴 편이였다.

뭔가 머리카락 끝자락이 노란색이였다.

눈매는 보통의 서양인 눈매같기는 했는데,

정면으로 응시하면 부드러운 눈매이나,

옆 모습은 날카로운 눈매이다.

눈은 녹안이였는데,

뭔가 흐릿한 감이 있다.

실제 녹안 위에 검은 막이 있는 것 같은 색이다.

옷은 검은 정장을 입었다.

지팡이도 들고 있는 신사였다.

저번에 소개 받은 기억이 나는데 미국인인데 일본 제국에 도움을

주는 듯 하다.

몇 번씩 독립군들 사이에 들어가 독립군들을 잡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를 ‘가면을 쓴 자‘ 라고 부른 것 같다.

그의 가치관도 가면이다.

저번에 키타이데 아키스테에게 들었는데,

겉만 친절한 작자라고 한다.

겉은 예의 바르고 친절한 완벽한 신사이나,

속은 벗기면 벗길수록 드러나는 실체가 있는 작자.

검은 머리의 끝에 있는 노란색 머리카락과 흐릿한 막이 있는 듯한

그의 눈동자가 말한다.

이 작자는 가면이라고.



토마이카 겐유는 직접 권총을 장전하였다.

사람들이 모두 멈춘 하늘에 구름이 걷히고 붉은 태양이 다시

떠올랐다.

장전하는 소리는 공허한 공기를 울리었다.

그는 하늘을 향해 총을 쏘았다.

장전된 총알은 하늘 위로 올라가다가 다시 땅바닥에 떨어졌다.

겐유는 단상에서 내려와 총독부 안 건물 앞의 마차에 들어갔다.

여유가 넘치면서도 칼 같은 그의 모습은 대중을 다시 한 번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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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끄덕였다. 분명한 의지가 없다면 큰 환난 속 무너질 자들이다. 예를 들어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던가.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 어떤 인간이 이성이나 자신의 철학을 따르겠는가? 본성은 이성과 철학의 빛이 꺼진 밤에 제 모습을 드러낸다. 본성은 구석에 몰렸을 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구석에 물린다면 본성은 이성과 철학과는 달리 상대방을 물어버린다. 아, 아니지. 그들의 환상에 대힌 염원? 아닌가, 조선인들 마음 속에, 그리고 각 국가의 마음 속에 깊히 잠들어 있는 애국심이 일어나거나, 아니면 불처럼 타오르는 중이라면 본성은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소중한 자들의 생명을 가지고 노름하는 것은 다르지. 50%의 확률은 아무 의미도 없이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본성에 파묻힌다. 자신이 죽는 것과,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자신의 눈 앞에서 죽는 것은 확연히 다른 문제이니.

경성의 공기는 차가운 달빛을 받아 서늘하고도 소름 끼치면서 인위적인 조명과 시끄럽게 호객 행위를 하는 장사꾼들의 외침, 그리고 사람들의 걸음으로 인해 서서히 달아오르는 땅의 열기와 많은 인파로 인해 온기가 있다. 월광과 인위적 빛의 조합은 그 어느 시대보다 복합적이며, 다양하고, 낯선 세상과의 만남이기도 하면서 익숙한 세상과의 이별과도 같다. 여러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다른 주제로 이야기 한다.   호객꾼은 물건을 사라고 부추기고, 한 중년 남성은 그것을 보고 고민한다. 옆의 아내가 남편을 잘 통제하는 것 같다. 아내는 웃고 있지만 그 눈초리는 칼날과도 같다. 재밌는 상황이네. 기모노, 그리고 양복, 그리고 한복의 색상과 천들이 월광과 인위적 빛 아래에서 춤을 춘다. 걷고 있는 것은 같지만, 각자 다른 주제로 각자 다른 옷과 다른 피로 이야기 한다. 내가 조선에 살아가면서 현재보다 더 복잡한 시대는 처음이다. 대한 제국과 일본 제국, 그리고 조선이 혼합된 이곳은 내게 낯선 이질감과 함께 정겨운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언제나 시대는 다른 흐름이 생겨난다. 그 흐름은 때에 따라서 완전히 막히기도 또는 그게 새로운 흐름이 되기도 한다. 그 흐름은 또 다시 다른 흐름을 맞는다. 그 흐름이 차가우면 한류성 어종이, 따뜻하면 난류성 어종이 살아남는다. 그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다면 죽는 것이지. 대한제국의 사람들로써 조선이란 이미 망한 나라의 애국심을 꺼내드는 작자들은 흐름에 완전히 벗어나 버렸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도 살아있다. 그들의 생명이 꺼져도 그 느낌은 영원하다. 그 류남진이란 작자도 만난 시간은 덧없이 짧지만, 그의 느낌은 아직도 바로 방금 일어난 것 마냥 생생하다. 그것이 인간의 본질은 아닐까. 생명은 끝나도 그의 속성은 어느 누구에게 영원히 기억되어 그 사람의 기억에 영원한 낙인을 남긴다. 그 낙인이 악몽인가 길몽인가는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내게는 애국심에 불타는 자를 실질적으로 만난 처음이였다. 다른 이들은 그들이 말하기 전 체포하거나 죽였나. 그러니 류남진은 다르게 말이 나오더라고.

나는 시끄럽고 밝은 경성의 거리를 지나서 민가로 들어갔다. 민가는 밝은 경성과는 달리 삭막하고, 어두웠다. 이 삭막함은 전혀 소름끼치지 않았다. 조용하고 한적한 골목은 간혹 사람들 몇 명이나 지나다닐 뿐이다. 조선인들이 집성하는 것이라 그런지 일본인들과 조선인들이 공존하는 경성의 거리와는 사뭇 다르면서 동질감을 느꼈다. 동질감이라니…. 필요 없는 감정은 잊자. 잊어. 총독부에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면 자신의 소속을 드러내는 것.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곳에서 자신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면, 자신의 목을 물라고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동질감… 일제에 관한 동질감이라면 득이 되고, 조선에 관한 동질감은 날 퇴보로 이끈다. 해바라기는 빛을 바라보며 자란다. 빛에 따라서 각도가 제각각이다. 일제가 가져온 근대는 내게는 태양이였다. 그 태양은 영원하겠지. 아마도. 나는 서늘한 공기를 가로지르며 나의 집으로 돌아갔다. 2층으로 된 검은 목조 건물이다. 나무는 소나무. 상부에서 지정한 나무다. 아마 소나무는 절개와 곧은 의지를 나타내니 흔들리지 않는 조선인들의 의지를 간접적으로 꺾는 뜻이겠지. 검은색은 단정하다. 다른 얼룩이 묻어도 많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건물 하단부에는 내가 그린 그림들이 있다. 백색으로 그렸는데, 종달새, 나뭇가지, 그리고 글귀를 적어놨다. 불어로 적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만과 망각은 당신 인생 최대의 적이다’



작은 마당도 있었는데 그곳은 사쿠라와 대나무, 난 등을 심었다. 봄날이면 분홍빛 사쿠라 잎들이 춤을 춘다. 나는 밤공기에 의해 차갑게 식어 버린 검은 목재 문을 옆으로 밀었다. 내부는 따뜻했다. 나는 하오리를 옆에 걸어둔 뒤 내 방으로 향했다. 하루의 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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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한을 따라 도착한 곳은 그저 내가 있던 검은 목조 건물의 뒷마당이였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삭막한 곳이 예술가를 만나면 바뀐다 하더라 하던 그 말이 참된 말이다. 은은히 빛나는 달빛은 어두운 밤을 조금 몰아내 사람의 눈의 빛을 한결 더 빛나게 만들었고, 무성한 갈대밭은 은은한 달빛에 반짝였다. 먼 구석에 빼곡히 심은 무궁화, 즉 예전의 내가 쫒던 그 꽃은 아무 향기가 없지만 이 홍류 조직원들에겐 말하지 못할 향기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부모의 향이, 누군가에겐 일본의 향을 잊게 하는 향이, 또 누군가에겐 안식의 향이, 누군가에겐 화약의 냄새를 지우는 향이. 실제 향기는 없지만, 그 향기는 다 다른 사람들에게 왜곡적으로, 하지만 빼앗겨 버린 부분을 채워주는 향이 될 것이다. 이 향기는 나에겐 무슨 향기일까. 잊혀진 향인가, 아니면 잊을려는 향인가. 적어도 지금 내겐 잊을려는 향이다. 망망한 바다를 건널 수 있다는 꿈을 가졌던 과거여. 현재의 나를 조르지 말아다오. 온 땅을 밝히는 태양보다 근대의 전구빛이 더 밝게 내 미래를 밝혀주며, 하얀 도포자락보다 근대의 의복이 내 미래를 더 곧게 만들어 줬으니. 부탁하네. 나와 재회하지도 말고, 날 조르지도 말아다오. 하지만 원망은 마음껏 하길 바라오. 그 원망만 하오. 내가 과거에 얽매어 있는 동안, 배석한이 날 불렀다.



“청류, 여기 앉으시게.”



내가 정신을 차리고 답하였다.



“아, 네.”



배석한은 맑은 술을 술잔에 조르륵 따랐다. 은은한 달빛 아래에서의 술은 시시각각 빠르게 빛을 반사 시키며 빛나며 춤추다 잔이 채워지자 춤을 멈췄다. 배석한이 두 번째 잔을 따르려다 말고 말하였다.



“아, 자네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했었지.”



그러곤 한 잔의 술을 넘겼다. 부드럽게 흘러가는 술은 배석한의 몸속으로 서서히 흘러 들어 갔을 것이다. 운치 있는 밤, 배석한은 이 술에 무슨 시련과 고통을 벗을까. 그 벗음이 후회와 미련인 일이 다반사이지만, 이미 모든 진실을 감싸던 옷이, 그 천막이 갈갈이 찢긴 자의 표정엔, 또 그의 눈빛엔 후련함만이 남아 있는 듯 하였다. 대화를 이어 나갔다.



“자네, 저 달이 참 아름답지 않는가? 이리 어두운 밤을 은은히 밝혀 준다니. 태양과는 다르다네.”



“그렇습니다. 태양의 빛은 실용성에 가깝지만, 달빛은 은은히 주위를 밝혀 낭만이 넘쳐나게 해주죠,”



“허허, 참 나랑 잘 맞는 인사일세. 저저 총만 잡고 싸우는 이들 사이에선 낭만이 흐른다네 달빛이 멋지다네 이런 이야기를 할 틈조차 없다니깐. 어쩌면 그만큼 우리가 이어나갈 숙명이 길다는 뜻이기도 하겠네. 은은한 달빛도 모두가 잠든 밤에서야 그 광채를 드러내다니..... 나도 달과 같길 바란다네.”



“아무도 알지 못하더라도요?”



“내 자신이 ‘무명’ 으로 남는다는 사실이 좀 아쉽기는 한다네. 오죽하면 내 사슴같이 곱고 고왔던 아내도 떠났을까. 그녀가 떠났을 때 내 아이는 고작 서너살 이였다네. 그 눈망울이 참 엄마랑 닮았었는데.... 이미 가버렸다네. 내 가족조차 기억해 주지 않는 무명이 될 운명이지만, 그 무명이 모여 이 조선의 어둠을 태울 것이라네. 그래서 난 내가 무명이 될 것이란 운명이 많이 두렵지 않다네. 물론..... 죽음을 맞이할 때의 두려움은 언제나 있다네. 하지만, 대의를 위해서 이 나약한 육신을 죽여야 한다네.”



“그 대의.... 조선의 대의는 과연 무엇일까요.”



“외적 조선의 대의는 나라의 뿌리를 뽑아 일본의 벚꽃 나무를 심는 것이라네. 지금 이 나라는 뿌리가 서서히 뽑혀가는 중이라네. 그러나, 깊은 뿌리가 한 번에 들려지는가? 실제 내적 조선의 대의는 바로 독립이라네. 지금 이 독립이 신기루 같이 잡힐 지 안 잡힐지 모르지만, 허나 그건 신기루가 아니라네. 조선인의 정신이 똑바로 느끼지. 허황된 꿈은 바로 저 일제라네.”



“저 갈대밭이 참 무성합니다. 그런데 어찌 저 밑동이 붉습니까?”



“저 갈대를 말하는 것인가? 아, 저 갈대는 앞서 간 자들이라네.”



“앞서 간 자들이라뇨?”



“저 갈대는 총 열두 아름이라네. 죽은 사람들의 숫자이지.”



“홍류의 조직원이 이리 많았습니까?”



“아니. 홍류와 대한제국독립회의 사망자를 합친 수라네. 홍류의 인원은 원래 12명이였다네. 지금은 나와 김지혼, 여선희, 주연, 그리고 신규현양과 자네만 남았지. 반절이나 죽었어. 모두들 다 가정이 있었지. 행복하게 지내다 대의를 위해서 사라진 이들이라네. 갈증이 일어나네. 잠시.”



배석한은 술을 한 잔 더 따라서 갈증을 축였다. 배석한이 술잔을 도로 갖다 놓으며 말하였다.



“그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한다네. 일본 놈들 급소에 총을 명중 시키던 명사수 신이현, 또 그의 아내이자 훌륭한 언변가인 한서화. 또 다른 명사수이자 계획을 잘 짜던 청년 류남진, 모두에게 든든하고 따뜻한 할아버지였던 김지선. 그리고 도쿄에서 게이샤로 위장 잠입 하셨던 내 어머니 허명화. 마지막으로, 시인 젠유로 칸. 모두 다 죽었다네. 아 저 우측의 갈대 여섯은 대한제국독립회의 인원들이라네. 독립 운동에 필요한 돈을 빌리는데 아주 큰 역할을 했던 뛰어난 설득가이자 사수 이고원, 본래 몸이 허약했지만 그 한 몸 아끼지 않고 독립 운동에 헌신하며 계획을 짜던 허기성, 전 책임자이자 굳은 의지를 가졌던 주석진. 이고원의 여동생 이선화, 일제의 조직에 들어가 첩자의 역할을 했던 가라시 교시, 즉 최덕길. 마지막으로 우릴 도와줬던 일본인 사업가 소카츠지 사토. 모두 다 죽었다네. 죽었어.”



“모두들 앞서 간 자들이군요.....”



배석한이 술에 진뜩 취한 듯 말할였다. 울먹이는 그의 목소리는 한과 정열이 묻어져 나왔다.



“그래... 모두 다 사라졌어.... 차디찬 어둠 속으로. 이 더러운 육신을 벗어 던지고 그들은 하늘로 올라갔다네. 그들은 독립, 즉 대의를 위해 죽었지만, 난 그럴 용기조차 없다네.... 아직 사랑하는 사람이 남아 있고, 내 죽음이 두렵다네. 뜨거운 총알이 내 심장을 뚫거나, 가시가 가득한 상자에 들어가거나. 억센 밧줄에 내 목이 걸려지는 등. 그 죽음이 너무 무섭다네. 사실 나도 편안히 살아가고 싶다네. 그저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따뜻한 웃음 소리가 만개한 가정을 꾸미고 싶다네. 하지만, 내 사랑하는 이는 이미 떠나버렸고, 난 내가 가야할 길을 찾아 버렸네. 오늘도 내 자아를 죽였다네. 하지만 그 메키시의 말로 내 자아가 되살아 났다네. 하지만 그건 이제 내 자아가 아니야.... 그건 단지 괴물이야.... 날 방해하는....”



“저도 제 과거가 제 목을 조릅니다. 단지 그 과거가 내게 원망만 하길 바랄 뿐이죠. 제발.”



“자네의 그 과거는 무엇인가? 나보단 그 과거가 깨끗할 듯 하네.”



“네?”



“내 손엔 절대 지워지지 않을 붉은 선혈이 흐른다네. 바로 내 어머니의 피라네. 그리고 날 버린 아비의 피. 그 두 피가 내 피 속에 섞여 온몸의 혈액을 응고 시킨다네.”



“하지만.... 당신의 어머니는....”



“내 어머니는 전에도 말했듯 게이샤로 위장하셨다네. 허명화. 게이샤 때 이름은 기무라 아야메. 도쿄에서 날 낳아 주셨지. 본래 몸을 파는 일은 하지 않으셨다네. 하지만, 부유한 일본인 정치인에게 반해서 그와 몸을 섞었지. 하..... 나는 그들 사이에서 태어났다네. 어머니께서는 독립 운동을 하시고, 아버지께서는 친일파셨지. 그 둘의 합체본인 나는 더럽다네. 더러워. 밝은 낮에는 아버지께서 조선땅에 사는 흉악한 괴물 이야기를 해 주셨고, 어두운 밤에는 어머니께서 조선의 독립에 관해 말해 주셨다네. 참된 말은 어머니의 말이였지만, 당시 7살이던 나는 달달한 과자를 주시며 말하시던 아버지의 말이 더 진실 같았고, 내 주변인들 모두 그게 진실이였지. 나는 상반되는 두 가지 진실을 7살 때 처음 접했다네. 초반에는 마냥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네. 낮에는 아버지를 따라 화려한 파티에 참석하고, 밤에는 어머니를 따라 한글을 배우고 독립을 배웠다네. 그러나 내가 17살이 되면서 모든 진실과 거짓이 뒤바뀌기 시작했다네. 아버지의 말이 진실이라 믿어야 내가 살 것 같았고, 어머니의 말이 거짓이라 믿어야 모든 숫자가 맞춰진다 믿었다네. 하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야. 아니라고. 여전히 내 작은 본질 속 남은 본질이 대의가 뭔지를 본능적으로 알려줬다네. 너무나도 혼란스러웠고, 나는 정신적 압박을 많이 받았다네. 제발 이 말이 거짓이라고. 제발 부탁한다고 내 스스로에게 소리쳤다네. 12월 11일, 아버지께서 내 어머니의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내던졌네. 어머니의 정체가 드러난 것이지. 아버지는 배신감과 분노에 휩싸여 마구 잡아 휘둘렀지. 하지만 그 눈빛엔 사랑이 남아 있었어. 아버지께서는 말끔히 양복을 차려 입은 열일곱의 내 손을 잡으며 말씀하셨다네. ‘어서 저 괴물을 죽여라. 네 어미가 바로 내가 말한 괴물이다. 목을 졸라 숨통을 끊어 버려라!’ 나는 그 당시 너무나 혼란스러웠기에 그 말을 듣자 마자 고함을 지르며 내 어머니의 목을 두 손으로 조르기 시작했다네. 어머니의 숨통이 서서히 끊어질 수록 내 어깨의 짐이 하나 둘 벗겨지는 듯 했지. 마지막 숨이 끊어진 순간, 나는 내가 느낀 어떠한 희열보다도 강열한 희열을 느꼈다네. 날 괴롭히던 악몽을 송두리째 잘라버린 듯 했지. 아버지께서는 사람들을 불러 어머니를 갔다 버렸네. 싸늘한 주검에 나는 단지 흙을 넣을 뿐이였고, 내 아버지께서는 물망초 하나만을 던져 넣었다네. 그때 내 아버지의 눈에는 옛사랑이 흘렀다네.”



“간혹 그 악몽이 진짜 길몽인 법도 있는 법인데... 아예 끊어 버렸다는 뜻은...”



“맞네. 내가 23살이 될 때까진 아버지의 말이 진짜 길몽 같았다네. 하지만, 내 어릴 적 옷에서 어너미께서 남기신 편지를 읽자마자 모든 것이 또다시 뒤바뀌었어. 내 본질은 바로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지. 피는 온몸을 돌며 빠르고 뜨겁게 솟구쳤고, 맥박은 점점 빨라 졌다네. 이성은 온데간데 없고 추악한 본성만이 홀로 남아 내 온몸을 채울 뿐이였어. 그때 총성이 들렸지. 나는 아버지께서 내게 주셨던 고급 권총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네. 그곳에는 한 게이샤가 붉은 선혈을 흘리며 쓰러져 있었네. 주위에는 다른 게이샤들도 있었는데, 게이샤들은 한 열명 정도 되었어. 하지만 그 중 네명은 이미 죽었다네. 극도로 흥분한 상태의 나는 총성을 듣지 못한 것이지. 한가운데 앉은 남자의 면상을 보니 바로 내 아버지였어. 아버지는 또 다시 내게 말했지. ‘괴물들이 가득하구나. 네 총으로 하나 골라봐라. 붉은 옷? 흰 옷? 노란 옷? 아니면 저기 저 천만 걸친 년?’ 나는 모든 이성을 잃고 본성만 남아서 그 총으로 내 아버지의 머리를 쏘았다네. 다른 총성을 듣자마자 도망쳐 나왔지. 수십년을 쫒기며 살다가 드디어 이 홍류에 들어온 것이야.”



배석한은 술을 다시 따랐다. 그의 눈가는 촉촉해져 달빛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그럼... 이제 남은 혈육은 그 아이 뿐입니까?”



“그런 셈이지..... 내 혈육을 내 손으로 끊어 버렸으니. 하지만 내 남은 혈육도 날 떠났다네.”



나는 시선을 돌려 다시 갈대밭을 쳐다 보았다. 12아름의 갈대 중 단 2아름만 밑동이 붉지 않았다. 이 의문점이 든 나는 배석한에게 물어 보았다.



“그런데, 왜 저 두 갈대의 밑동만 붉지 않습니까? 나머지 10 아름의 갈대들은 밑동이 붉은데.”



“저 갈대의 밑동이 붉은 이유는 저 갈대가 심겨질 때 피를 묻혔기 때문이라네. 앞서 간 자들을 기리며 우리의 다짐이 흔들리지 않게 하려고 갈대가 심길 때마다 손바닥을 베어 피를 묻혔지. 원래 모든 갈대의 밑동이 붉어야 하지만, 숙명의 길을 가다 손을 놓아 버리고 다른 길로 새는 자들이 있기 마련이라네. 우리에겐 젠유로 칸과 이선화가 마찬가지이지.”



젠유로 칸과 이선화? 나는 그 두 이름을 듣자마자 정신이 번뜩 차려졌다. 젠유로 칸은 전에 만난 문학인 첩자이고, 이선화, 즉 시고토 또는 무쇼가치 시오에는 비서일인가 그 근방 일을 하던 여자이다. 꽤 밀접한 연관이 있는 조선총독부와 홍류, 그리고 대한제국독립회는 보이지 않는 죽음의 실로 묶여 있다. 어쩌면 홍류가 내 정체를 알 가능성도 있다. 한 번 떠보려 하거나, 아니면 동화시키려 하거나. 배석한이 말하였다.



“그들은 친일을 선택했다네. 우리는 대의를 지키다 사라진 그들의 본질을 기리기 위해 갈대를 심어 논 것이라네. 그 본질이 죽었으니 그들의 눈빛은 껍데기라네. 죽었어. 고결한 영혼은 죽고 더러운 육신만 남은 그들에겐 피를 흘릴 생각이 없다네. 언젠간 나도, 그리고 너도 이 갈대밭이 되겠지. 그러길 바라네. 청류.”



“제 본질이 조선인이란 사실을 망각하지 않길 바랍니다.”



“아, 자네는 과거가 어떠했나?”



“아.... 저는....”



“아, 자네가 스물셋이니... 어리네 어려.”



“저는 열여섯 쯤 까지는 꽤 독립을 갈구했습니다. 이 조선의 본질을 알고 있었기에.... 하지만 그때와 다른 현재의 제 목을 그 과거가 조릅니다.”



“꽤 중립적인 발언이구려. 허, 괜찮다네. 괜찮아. 친일을 하지 않았으니.”



“아닙니다. 한 1년간 친일을 했습니다. 살기 위해서.”



“친일을 하였다 했는가?”



그 목소리는 무겁고도 날카로웠다. 당연하다. 첩자라 의심 받았던 자의 과거에 친일이 있다면, 첩자일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겠지.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내가 직접 입으로 시인한 이 말을 부정하긴 쉽지 않을 터이다. 배석한이 이어 말하였다.



“자네의 본질을 반쯤 죽었다 다시 살아났구먼. 그 손에 피를 묻혔는가?”



“네. 묻혔습니다.”



“하급 순사였는가? 아니면.... 총독부에서 일했는가.”



“조선총독부 비서실 비서실관에서 일했습니다. 첩자로. 그와 동시에 암호부에서도 일했습니다.”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이제 달빛은 은은하다 보다는 날카롭게 비수를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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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

겨울이 가고 꽃이 펴 세상이 다른 색으로 물드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 속 개화하지 못하는 사람들, 환경, 인생, 미래.

숙명에 불을 붙힌 자들은 그 숙명의 거세고도 잔인한, 또는 따뜻하고도 차가운 불길 속에서 사라진다. 사라지는 사람들, 가치, 눈꽃.

그리고 그 잿더미에서 새로 피어나는 사람, 가치, 꽃.

새로 피어난 고귀하고도 추악한 모습이여,

푸르고도 잔인한 하늘을 보아라.

그리고 그 하늘이 푸른지, 잔인한지 알려다오.

아니면 새롭고도 익숙한 느낌인지 알려다오.

생명인지 죽음인지 알려다오.

그 불길 속에서 웃으며 죽는지, 아니면 울부짖으며 죽는질 알려다오.



새로운 시대를 꾸미고 잿더미가 될 모습이여,

나를 이끌어다오.

영원토록 시대의 조류에 맞게 옷을 갈아 입어야 하는 나를.

영원토록 살아가는 나를.

반쪽짜리 나를.

온전한 나를.



나는 문을 열고 나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잔잔하였다.

잔잔한 침묵 속 어둡게 빛나는 별들.

별은 불 타서 사라진다.

그 불 속에서 웃으며 사라진다.

공허한 눈빛은 없고 확고한 의지와 신념만이 밝게 빛난다.

어두운 별 속 밝게 빛나는 의지와 신념은 어둠인가 빛인가.

1차적으로 내가 보는 별은 어둠이다.

그러나,

2차적으로 그 속의 밝게 웃으며 빛나는 의지와 신념은 빛이다.

결코 어둠이 될 수 없고,

결코 빛이 될 수 없는 역설적인 별이다.

그 둘 중 하나도 될 수 없는.

하지만 모두를 이끌어 주는 별이다.

그 길의 끝은 모두 빛이다.

환하고도 밝은 빛.

한 빛은 눈을 멀게 할 정도의 빛이고,

다른 빛은 생명을 태울 정도의 빛이다.

그리고 그 두 갈림길 모두 걷는 나.

두 다리가 버티고 있지만 발이 안 닿을 날은 반드시 찾아온다.

계유정난 때도 그러했고,

중종반정 때도 그러했으며,

인조반정 때도 그러했다.

두 길은 너무 높거나 너무 깊지만 그 두 길 사이의 땅은 적당하다.

적당한 온도,

적당한 밝기,

적당한 높이.

평생을 살고 싶을 땅이다.

나약하고도 비겁한 인간에게 신이 베푼 단 하나의 축복과 저주.

그 운명을 즐기지 못한 이들은 스스로를 파멸, 또는 창조의 길로 이끈다.

뛰어난 현자도 기회만 있다면 언제나 유혹에 빠지는데, 파멸과 창조의 길을 걷는 이들과 그 두 길 사이의 땅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어떠하겠는가?

자신은 위선자가 아니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며 앞에선 빛을, 뒤에선 어둠을 드러내지 않는가.

본능적이고 추악한 삶이 우리 일생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쪽 짜리 인간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 우기나, 나머지 반쪽을 위해선 자기 자신을 죽여야 할 것이다. 다른 반쪽이 사라지면 그 공간은 이제 공허함으로 가득 차서 온전함을 이룬다. 단지 그걸 자신의 손으로 직접 깨는 일이 문제이다.

조류란 액자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이들은 창조의 길에 섰는가 아니면 파멸의 길에 섰는가.

1910년 10월 19일 오후 10시 26분 15초,

방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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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들을 정리하면, ‘향연’ 이란 극단은 실존했으며, 키라츠네 규타치가 극단에 참여했으며,

‘개화’ 란 필명을 사용하는 작가와 키라츠네 규타치 외 전원 사망. 규타치는 조선인이나

신분증에서 일본인이라 표시되었고, 검문도 통과한 사실을 종합하면 규타치는 일본제국의 편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계획이라는 것이지.

‘향연’ 이란 독립군들을 한 번에 잡기 위한, 그 뿌리를 한 번에 결단 낸 계획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개화’ 란 작가가 친일파인가, 아니면 독립군인가이다.



약 30분 후, 미사키가 내게 말하였다.



“여기. 내 기억 상 이리 생겼었어.”



한 때 찬란했고, 한 때 희로애락 속 살아가던 생명들의 과거를 받았다.



키라츠네 규타치는 동일 인물.



사토 다이치는 금속 안경을 쓰고, 살짝 헝클어진 감이 있는 반묶음 머리의 남성이였다. 눈매는

부드러웠다. 옆에 붉은 글씨로 ‘사망자, 연출가 겸 배우, 37세’ 라 적혀 있었다.



사토 아이코는 올림 머리를 한 채 여러 가지 화려한 비녀로 머리를 꽃처럼 장식한 여성이였다.

눈매는 부드러우며 길게 늘어진 모습이였다. 사토 다이치와 닮은 듯 안 닮았다. 마찬가지로 옆에는

붉은 글씨로 ‘사망자, 의상 디자이너 겸 배우, 32세’ 라 적혀 있었다.



타나카 유토는 깔끔히 머리를 8 : 2로 정리한 남성 이였다. 눈매는 날카로웠으며 이목구비가

뚜렷해 보였다. ‘사망자, 작곡가 겸 배우, 33세’



타나카 미유는 짧고 살짝 꼬불거리는 단발에 베레모를 쓴 여성이였다. 베레모는 장미 모양과

레이스로 장식되어 있었다. 눈매는 그의 남편과는 확연히 대비되게 부드러웠다. ‘사망자, 배우,

30세’



스즈키 타쿠야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기본적으론 5 : 5 가르마 같지만 그렇다 치기엔 좀

산발이고, 뒷머리를 꽁지로 묶었다. 그는 옅게 웃고 있었다. 왼쪽 눈에는 점이 있었다. 옆에는 검은

글씨로 ‘사망 추정, 배우, 맹인, 28세’ 라 적혀 있었다.



한 때 그들의 색과 감정으로 이 세상을 물들였을 자들의 초상화는 그들과 달리 냉소적인 회색이다.

그들의 미소, 분노, 슬픔, 사랑, 허망, 파멸은 모두 연기라 할 지라도 어느 한 사람의 감정을

움직였을 것이다.

조류같이 잘 짜여진 각본 속에서 그들은 인공적인 빛으로, 직접 만든 무대로, 펄럭거리며 춤추는

천으로, 온 몸을 감싸며 청각을 사로잡는 음악으로, 추상적이면서도 객관적인 문장으로 그 각본을

태양 가까이 나는 새처럼 자유롭게, 또 힘차게 날아갔을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알면서도, 그

결말을 알면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며 자기 자신의 삶을 모두 다 깨뜨리며, 손이 숨통을

조르고 서슬 퍼런 칼날이 급소에 가까이 다가와도 그저 새처럼, 그저 작은 한 날갯짓을 표현하며

자유로히 춤췄다. 간혹 그 한계를 넘어가며, 그 깃털이 하나 둘 검게 변한다 해도 날아갔다. 결국,

그들은 자신의 사지에 걸려진 족쇄를 깨뜨리고,

또 반쪽 자리 자신을 깨뜨리며,

이질감과 정겨움이 느껴지는 이 시대를 깨뜨리며,

가장 찬란히 빛나며 영원히 존재하는 소멸이 되었다.

아름답게 죽어가 이젠 회색이 되어버린 온갖 색채의 꽃들.

내 반쪽은 아직 까지도 끊임없이, 또 지긋지긋하게 살아가고 있다.





(시)





[날아라]



푸드덕,

하얀 비둘기가 하늘 위로 치솟았다



그해 6월엔 보이지도 않던

비둘기가

푸드덕,

날아올랐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비둘기는

푸드덕,

날아올랐다



작고 여린 날갯짓으로

억쇠같은 하늘을 베어내고

푸드덕,

날아간다



그래,

날아라

푸드덕 푸드덕 높이

올라가라



네 마음껏

이 땅을 밟을 수 있는

그 날이 오기까지



모두가 온 대지를 밟을 수 있는

그 날이 오기까지



날아라

날아라

날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