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은 창가에 앉아 있었다.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방으로 흘러들었다. 커피 잔은 반쯤 비워져 있었다. 오래된 찻잔이었지만, 손에 익어 편했다.
“오늘은 무슨 계획 있어?” 아내가 말했다. 그녀는 부엌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글쎄. 특별한 건 없어.” 지훈이 대답했다. 그는 창밖을 바라봤다. 길 건너 편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산책이라도 나갈래?” 그녀가 물었다.
지훈은 잠시 생각했다. “좋아, 그러자.”
그는 테이블 위의 열쇠를 집었다. 오래된 열쇠고리에 달린 낡은 열쇠가 손끝에서 서늘한 감촉을 전해줬다. 출입문이 천천히 열렸다. 바깥 공기가 싸늘하게 다가왔다.
둘은 말없이 걸었다. 그녀는 그저 앞만 보고 걸었다. 지훈은 뒤처지지 않으려 애쓰며 그녀를 따라갔다. 나뭇잎이 길 위에 흩어져 있었다.
“요즘 어때?” 그녀가 갑자기 물었다.
지훈은 잠시 멈칫했다. “괜찮아. 늘 그렇지 뭐.”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목시계를 흘깃 보았다. 그들이 자주 오던 공원에 도착했을 때,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
“여기 앉을까?” 그녀가 말했다.
그들은 벤치에 앉았다. 나무 벤치가 오래되어 삐걱거렸다. 그녀는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마셨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됐을까?” 그녀가 갑자기 물었다.
지훈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멍하니 공원을 둘러보았다. 아이들이 그네를 타고 있었다. 그네가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모르겠어. 그냥... 그렇게 된 거겠지.”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에 다시 침묵이 흘렀다. 공원의 소음이 그들의 대화를 채우는 듯했다.
“우리, 다시 옛날처럼 될 수 있을까?” 그녀가 물었다.
지훈은 잠시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말해야 할 것들이 있었지만, 그 말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그네를 타는 아이들을 계속 바라보았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멀게 들렸다.
“집에 가자,” 그녀가 말했다.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말없이 걸었다. 그가 창문을 통해 보았던 나무는 여전히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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