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는

거울이 붙어 있는 게 많다.


굳이 없어도 되는 건데

왜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타면

어쩔 수 없이 보게 된다.


내 얼굴이든

옆 사람 얼굴이든.


그날도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파트 12층.


버튼을 누르자

문이 닫혔다.


안에는

이미 한 사람이 있었다.


정장 입은 남자였다.


깔끔했다.


신발도 깨끗했고

머리도 잘 넘겨져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을 한 번 보고

거울을 봤다.


그 사람도

거울을 보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딱히 할 게 없다.


그냥

층수 올라가는 거 기다리면 된다.


3층.


4층.


5층.


그때

그 남자가 갑자기 말했다.


“몇 층이세요?”


나는 잠깐 멈췄다.


이미 버튼은 눌려 있었다.


그래서 그냥 말했다.


“12층이요.”


그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무 말도 안 했다.


엘리베이터는 계속 올라갔다.


6층.


7층.


거울 속에서

그 남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나는

그냥 다시 앞을 봤다.


이런 건

괜히 신경 쓰면 더 이상해진다.


8층.


그 남자가 말했다.


“저도 12층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알고 있었다.


버튼을 봤으니까.


9층.


잠깐 정적이 있었다.


그 남자가 다시 말했다.


“여기 사세요?”


이건

좀 애매한 질문이었다.


그래서 대충 말했다.


“네.”


사실은

아니었다.


나는 그날

처음 온 거였다.


10층.


엘리베이터가

잠깐 흔들렸다.


아주 조금.


근데

그게 좀 크게 느껴졌다.


그 남자가 웃었다.


“가끔 이래요.”


나는 대답 안 했다.


그 남자가

거울을 보면서 말했다.


“여기 오래되서.”


나는

그제야 다시 거울을 봤다.


그 남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이번엔

아예 대놓고였다.


11층.


문이 열리지 않았다.


원래라면

열려야 하는데

그냥 지나갔다.


그 남자가 말했다.


“아.”


나는 버튼을 봤다.


11층 불이

켜져 있었다.


근데

엘리베이터는 그냥 올라갔다.


12층.


문이 열렸다.


나는

바로 내리지 않았다.


그 남자도

안 내렸다.


잠깐 정적이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을 봤다.


그 남자가 말했다.


“안 내리세요?”


나는

대답 안 했다.


그 사람도

움직이지 않았다.


문이 닫혔다.


엘리베이터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13층 버튼은

아무도 누르지 않았다.


근데 올라갔다.


거울 속에서

그 남자가 웃고 있었다.


이번엔

처음이랑 조금 달랐다.


나는

그걸 보고도

아무 말도 안 했다.


그게

더 편한 것 같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