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우울해서 12시에 침대에 눕자마자 피시방 생각이 났다. 우울함을 달래자는 요량으로 피시방에 가서 카오스를 하다가 새벽 4시 즈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나는 더욱 우울해져서는 토익책을 펼쳐서 1시간 정도 공부를 했다. 하지만 알파벳이 피곤한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파리 같은 알파벳들. 그러다가 심심한 생각이 들어서, 형광등 켜진 밝은 방안에 함부로 누워 거꾸러 책을 들어 보다가 다시 바로 들고 그렇게 반복하다가 잠이 든 것 같다.
아침에는 8시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드는 생각, 아 영어 공부, 어제 제대로 안했잖아. 그래서 우울한 가슴을 안고 책을 보는데 자꾸 잠이 온다. 조금 더 자자. 조금만 더. 12시에 일어났다. 다시 책을 펼쳐 알파벳을 보는데 잠이 온다. 또 자자. 2시, 3시에도 이렇게 일어나서 책의 가장자리를 서성였다. 하지만 잠이 자꾸만 몰려오는 걸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러다가 몇번 더 헛짓을 하다가 7시가 다 넘어선 지금에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러니까 오늘 난 잠을 잤다. 아무래도 어디가 아픈가 보다. 감기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런가? 감긴가?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우울해서이다. 이만큼 정확한 통찰은 더이상 제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의자를 딛고 일어서기도 귀찮을 지경이면 그제서야 글을 쓴다. 장르는 낙서부터 시까지, 그러니까 이런 내게 글에 대한 진지함을 요구하면, 그런 게 내게 존재하나 모르겠다. 글의 퀼리티는 늘상 불만족이다. 독서부족과 진지함의 결여, 쌍으로 지랄 맞은 파리처럼, 알파벳처럼, 하 난 참 병신이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람.
내게도 글 스승이 있었다. 테크닉에 관련된 것을 한 두어가지 정도 알려주고, 나머지는 글에 대한 태도 하나를 알려주었다. 테크닉에 대한 설명은 대략 이렇게 간추릴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글을 유려하게 쓸 수 있을 거란다. 그 정도. 그리고 글에 대한 태도는, 삼류의 말은 듣지 말아라. 네가 쓰고 싶은 것을 쓰거라. 그 정도. 남이 내게 무어라고 하면 난 느을, 조까의 모자를 쓰고 입을 이죽였다.
사실 난 이렇게 긴 글을 적을 생각이 없었다. 그냥 우리집에서 한 이삼일 정도 맡아주기로 한 작고 검은 푸들 하치의 사진을 올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 애가 자꾸 도망을 가네. 사진을 찍는 족족이 세상은 막걸리라도 탄듯이 선명도가 밍탕맹탕하다. 아, 그럼 이만. 다시 알파벳을 들여다 보겠음.
술 마셔야지
래퍼드로 아직 독반을 가니?
롤이 나와도 카오스하는 고집.
남이 내게 무어라고 하면 난 느을, 조까의 모자를 쓰고 입을 이죽였다.
새벽에 워카 들어가면 사람 구하기 힘듬 그래서 카온했음흐
술은 원래 잘 안 마심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놈들하고 학교가 끝나면 피씨방으로 달려갔음. 그때 소리지르며 카오스하던 게 진짜 재미있었음. 클랜도 들어가고 재밌었는데. 열심히 했었지.
허 고딩 때 카오스 빠지면 그 학교 빼먹었다는 얘긴데 ㅋㅋ
가는 게 가는 것이 아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