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이보리색 자켓을 입었는데 머리카락 부분부분이 희었다. 6시 퇴근시간이었다. 그는 특별히 친절하게 저녁 먹으러 갈래라고 했다. 그저 돈을 쓰고 싶었던 걸 수도 있다. 택시는 TV에 나오곤 하는 서교동의 소양고기 요릿집으로 갔다. 선생님은 특수부위 음식점을 고름으로써 강한 인상을 남기거나, 취향의 개성을 못박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고기점을 다 먹어갈 때쯤 그가 양해를 구했고 웃옷 안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고기에 손을 대지 않다가 젓가락을 들어 하나 집어먹었다. 안그래도 철판은 휑했고 몇 점 되지 않았다. 식어 굳은 너댓 조각이 다였던 게 이제 한두 조각이었다. 선생은 돌아와서 불판을 보고 누가 다 먹었냐는 듯 잠깐 눈을 크게 떴다.
나는 그 눈길을 받으면서 다 받지는 않았다. 이번이 처음이 아닐 식상한 개그였다. 고학력자들의 시시함은 벨트 푸르듯 풀어 던질 수가 없다. 지하철 몇호선에서 어떤 음료수를 마셔도 시시함에 바쳐졌고... 오늘 나를 물들이려 하고 계시나? 소양구이 따위 작은 함정을 능숙히 사용하셨고. 뱃속에서 어쩔 수 없는 악취가 올라왔다. 머리카락에서도 냄새가 났다. 고기는 맛이 있었지만 비싸도 고기 냄새는 고기 냄새였다. 그가 소주잔을 비우고 일어섰다. 우리는 식당에서 나와 이 냄새를 어서 씻어버려야지라는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횡단보도 옆에 음악가가 있었다. 가수는 처진 느낌을 연출하는 옷을 입고 거친 뺨에 씁쓸한 입매를 하고 얼굴을 숙였다. 그가 노래를 불러도 우리는 갔다. 알록달록한 불빛들이 선생님의 시시함에 바쳐졌다. 무수한 행인들과 함께...
은행 간판이 푸른 빛을 띄워보냈다 자모음 철자에서 흰 빛이 뻗어나오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빨간 딱지는 전체가 다 빨간 종이로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빨간 선이 대각선으로 X자를 그리며 그어져 있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그런 종이를 붙인다면 기분이 나쁘겠지. 모르는 사이에 등에 바보라고 쓴 쪽지가 붙어 있다면 누구야라고 짜증을 내며 보란듯이 종이를 버릴 것이다. 그리고 되도록 빨리 잊을 것이다.
시시함에 바쳐지다, 이게 정확히 어떤 건지.
시시함에게 주는 먹이.................. 뭘 해도 너는 시시한 인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