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일반적인 카락과 그 형태가 비슷하다. 반달과 초승달 사이의 둥그런 선채에 앞, 뒤, 중앙, 이렇게 3개의 돛대를 가지고 있다. 파도를 막기 위한 높은 뱃머리와 뱃꼬리를 봐서는 근해가 아닌 먼 바다용으로 만들어진 배인 듯하다. 이 배의 뱃머리에 달린 선수상은 조금 이상한 모양이었는데, 고양이 머리에 인어의 꼬리를 가진 그런 모양이다.
그리고 그 위에서 회색 털의 고양이 하나가 누워 있다. 낚싯대를 고정시킨 채 드러누운 그 고양이는 검은색 해적모로 얼굴을 가린 상태로 팔베개를 하고 있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고기 비늘 같은 파도와 풀잎 소리처럼 시원한 바람. 절로 잠이 올만한 날씨였다.
회색 고양이가 한껏 여유를 느끼고 있던 그때, 황색 털에 두건을 둘러쓴 고양이 하나가 뱃머리로 향하는 계단에 올랐다. 살금살금 최대한 기척을 줄이며 걷는 것이 조금은 장난기가 느껴졌다.
계단을 거의 다 올라왔을 때,
"디고냐."
회색 고양이는 모자를 덮어쓴 채 말했다. 목소리만 들어도 예사 고양이가 아님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목소리는 낮고 힘이 있었다. 물론 인간이 들었으면 그저 터프한 고양이 울음소리였겠지만 말이다.
"네, 두목. 낮잠을 방해했다면 죄송합니다."
내심 놀란 디고였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리고 역시나 오늘도 두목은 멋있다고 생각했다.
"보고해라"
두목이라 불린 이 회색빛의 고양이의 이름은 네모, 이 배 '헤엄치는 고양이호'의 선장이다. 이 배의 선원들에겐 우상이자 가장 존경하는 이였다.
"네, 912년 9월 22일 보고입니다."
네모는 누운 채로 다리를 꼬았다. 회색 털로 뒤덮인 짧은 다리가 잘 꼬아질까 싶었지만 걱정과 달리 능숙하게 해내는 네모였다.
"현재 '헤엄치는 고양이'호에 타고 있는 인원은 총 42명, 열외는 4명으로 작전 수행 중입니다. 물은 42통, 절인 생선은 2창고 정도 남아있습니다.
"작전 간 보고는"
"아직 찾지 못 했습니다"
검은 해적모 안에서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동안의 정적
네모 선장은 누운 채 앞발 하나를 들어 올렸다. 이만 보고를 끝내고 본인 업무에 복귀하라는 신호.
"이상, 물러가겠습니다."
두건 쓴 황색 고양이 디고가 계단을 내려가려는 순간, 돛대 꼭대기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작전 나갔던 인원들이 복귀합니다."
선장실 안, 탁자 위 컵에 담긴 물이 박자에 맞게 좌우로 흔들린다.
선장 전용 의자에는 통통한 앞발로 깍지 낀 채 턱을 받치고 있는 네모가 앉아 있다. 모자를 푹 눌러써 여전히 두 눈이 보이지 않는다. 그 옆에 좀 떨어져 서 있는 디고는 역시나 경외의 눈으로 그런 두목의 자태를 바라보고 있다.
"코코가 잡혀갔다고."
네모 앞에는 황색 점박이, 짧은 회색, 검은색 털을 가진 3마리 고양이가 떨리는 눈으로 선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 두목. 그게 저희도 말렸는데, 그놈이 계속 벌거숭이 놈들을 꼭 구경해 봐야겠다고 설치다가..."
조금 선장의 눈치를 살피던 황색 점박이 고양이는 말을 이었다.
"갑자기 몽둥이를 든 녀석들이 나타나더니 코코를 잡아가버렸습니다. 숫자가 많아 저희 셋으로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디고."
"네, 두목."
네모는 눌러썼던 모자를 천천히 바로 했다.
안대를 한 왼쪽 눈, 그리고 사파이어처럼 푸르게 타오를 것 같은 오른쪽 눈이 그 사이로 드러났다.
"닻을 올려라."
'w'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