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개인적으로 등단했을 때부터 좋아했던 시인.


시 몇 개 올려 봄



여름 정원 - 성동혁


누가 내 꿈을 훼손했는지
하얀 붕대를 풀며 날아가는 새떼, 물을 마실 때마다 새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림자의 명치를 밟고 함께 주저앉는 일 함께 멸망하고픈 것들
그녀가 나무를 심으러 나갔다 나무가 되어 있다
가지 굵은 바람이 후드득 머리카락에 숨어 있던 아이들을 흔든다 푸르게 떨어지는 아이들
정적이 무성한 여름 정원, 머무른다고 착각할 법할 지름, 계절들이 간략해진다
나는 이어폰을 끼고 정원에 있다 슬프고 기쁜 걸 청각이 결정하는 일이라니 차라리 눈을 감고도 슬플 수 있는 이유다
정원에 고이 잠든 꿈을 누가 훼손했는지 알 수 없다 눈이 마주친 가을이 담을 넘지도, 돌아가지도 못하고 걸쳐 있다
구름이 굵어지는 소리 당신이 땅을 훑고 가는 소리
우리는 간헐적으로 살아 있는 것 같다





쌍둥이-성동혁


정물화는 형이 몰래 움직여 실패했다

우린 나란히 앉아 닮은 곳을 찾아야 했는데

의자에 앉아
의자 위에 있는 우리를
보는
의자들 의사들

세모로 자라는 지문을 사포질하고

형과 함께 뱃속에 있었다 생각하니 비좁았다
엄마는 괴물 같은 새끼가 두 개나 있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구멍을 나갈 때 순서를 정하는 것 또한 그러했다

우린 충분히 달라 더 잘할 수 잇을 것 같았는데
나만 주목받는 것 같다
그는 여전히 중환자실에 누워 병신같이 나를 올려 본다

나란히
함께

그것은 월식에 대한 편견이다

모르핀을 맞지 않아도

불을 켜면 자꾸 형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