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해박한 ‘요즘 애들’에게 헤비메탈은 한물 아니라 두 물 이상 건너간 구닥다리 음악에 속한다. 그 빡빡하고 판에 박힌 구조와 유치찬란한 세계관은 소위 미니멀하고 쿨한 90년대 이후의 음악에 비하자면 시대착오적 망상에 가깝다.
헤비메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80년대의 마니아에게 어느 밴드의 누가 기타를 얼마나 빨리 치느냐, 보컬이 몇 옥타브까지 고음이 나오느냐 하는 것은 음반을 고르는 중요한 척도가 됐었다.
헤비메탈은 각 파트별 악기들의 기술적 노하우를 극대치로 끌어올려야만 가능한 음악인 것이다. 1970년대 초반 딥 퍼플 레드 제플린 블랙 새버스 등에 의해 처음 양식화된 헤비메탈은 다양한 서브 장르로 분화하다가 1990년대에 이르러 급작스레 퇴보하고 만다.
김지하 시인이 실제로 어떤 음악을 일러 헤비메탈이라 부르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청산유수 사통팔달로 이어지는 시인의 육성에 딸려 나온 헤비메탈이란 단어가 생경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약간 머쓱하기도 하다.
그래서 문득 오래도록 듣지 않던 헤비메탈 음반을 꺼내 듣게 되는데, 단순히 음악적 양식뿐 아니라 정조와 세계관이라는 관점에서 김지하가 얘기하는 ‘흰 그늘의 미학’의 대척점에 놓인 것으로 여겨지는 블랙 새버스가 가장 먼저 손에 닿는다. 1970년에 발표된 그들의 셀프타이틀 데뷔앨범이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 음반은 록음악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걸작으로 통한다. 헤비메탈뿐 아니라 전자 기타가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음색과 사운드를 급진적으로 펼쳐보였다는 점에서 지미 헨드릭스의 업적에 비견할 만한 가치를 지녔다.
더욱이 도저히 미성이랄 수 없는 둔탁한 목소리로 오묘한 분위기를 창출해내는 오지 오스본의 보컬은 향후 카피가 불가능한 헤비메탈계의 지존으로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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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건 김지하의 시와 블랙 새버스의 노래가 맞물려 드리워지는 ‘깊고 어두운 빛’과 ‘희고 투명한 그늘’의 이중적인 혼재에 대해서이다.
금속성의 둔중한 사운드가 시종일관 지속되는 헤비메탈은 절제를 모르는 음악이다. 또는, 절제하는 순간조차 뜨겁게 달아오른 마음의 정념들이 화끈한 불꽃처럼 튀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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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나쁜 취향 중에서
http://www.youtube.com/watch?v=3sMALbhJU6M
마지막 문장 조으다
망년필씨 같은 분 가끔 만날때는 진짜 갑갑함
메탈이 라이브로 즐기면 의외로 잼있다
하엘리스 인 체인스한테 그런지냐, 헤비메탈이냐고 아무리 따져보라고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란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