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에서 D이상 받을 확률이 사라졌기 때문에 나는 세계를 가루로 만들어 버리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내 능력이 닿는 데에 한해 가루 대신 약간의 혼란을 주어 세계를 이세계로 변모시키기로 했다. 첫번째 나의 제안은 여자와 남자의 성욕이 뒤바뀌는 것. 이것만을 상정하고 나는 일차 테스트를 위해 한국의 한 광역시에 설립된 공립 고등학교를 찾아갔다. 물론 나는 내 남성성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한 내가 가정한 설정을 더욱 본격적으로 실감하기 위해 남자의 모습으로 화했다. 미리 전학 수속을 밟고 교문으로 들어섰다. 난 기다리는 건 질색이었으므로 물고기가 미끼를 얼른 물도록 키가 큰 미남자의 형상을 선택했다. 그런데 어찌된건지 주변의 여자들은 발정나서 내게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얼굴을 붉히거나 저들끼리 속닥거리며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었다. 이래서는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잖아. 나는 분노를 애써 억눌러 평온으로 위장했다. 그때 운 좋게도 한 여자애가 말을 걸어왔다. 유감스럽게도 얼굴은 꽝이었다. 여드름이 많고 장난기 많아 보이는 얼굴에서는 진지함을 읽을 수 없었다. \"너 우리 학교 애냐? 처음 보는데.\" 치열은 결코 고르지 못했고 헤어 스타일은 스타일이라고 할 것도 없는 자연상태의 그대로였다. 키도 작고 골반도 없었다. \"그런데..?\" \"전학생?\" 그렇다는 내 대답에 녀석은 기뻐하며 내 손을 덜컥 잡았다. \"가자. 내가 이 학교 통이니까 소개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