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예전처럼 매일 게임을 하지는 않는다.

 

집 컴퓨터로는 피파온라인3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일주일에 1~3회 PC방에 가서 게임을 한다.

 

사용 요금은 항상 2000원 선불로, 동네친구 혹은 학교친구들과 같이 간다. 가끔 혼자서 갈때도 있다.

 

여름방학 동안엔 정말 보름 넘게 PC방에 매일 갔었다. 그 기간동안 다른게임은 하지도 않고 피파3만 주구장창 했지만, 순위경기 점수에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아마추어와 세미프로 단계를 왔다갔다 하면서 혼자 분노를 쌓으며 혈투를 벌이고, 프로페셔널에 진입했을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고작 별것도 아닌 가상축구게임에서, 한경기 이기고 한경기 질 때마다 왜 나는 그렇게 열중해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혼자 실망과 환희를 반복했을까?

 

게임이 잘 될때는 그래도 기분 좋게 PC방 밖으로 나오지만, 게임이 잘 되지 않거나 싫증이 날 때면 찝찝하고 더러운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왜 나는 소중한 돈과 시간을 투자하며 지하의 PC방에서 썩고 있는걸까/ 나 뿐만 아니라 주위의 친구들, 그리고 PC방에서 볼 수 있는 초등학생부터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 왜 나와 이 사람들은 여기서 헤매고 있을까

 

물론 잠깐의 휴식과 오락을 위해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며 게임을 켠다.

 

어느날 PC방 지하에서 순위경기 연패를 맛 본 뒤 의자에 기대 앉아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공간에 있는 사람들 중 게임이 인생의 전부인 폐인은 드물 것이다.

 

프로게이머가 꿈인 사람도 그리 많아보이진 않는다

 

다들 지상으로 올라가면 각자의 일상과 삶을 영위하고 있는것이다.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열정을 어디에 사용해야하는지도 모르고있는데 마음은 점점 조여온다. 

 

나름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해보지만 답은 나오질 않는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와 잠을 자고 밥을 먹는다.

 

하지만 여전히 밥 먹고 남아도는 힘을 다시 어디에 쏟아부어야 할지 조차 모르고 있다.

 

그렇기에 애꿎은 컴퓨터를 붙잡고 쓰일 곳 없는 열정을 게임에라도 부으며 키보드를 두들기는게 아닐까

 

혹은, 자신이 가지고있던 이상과 점점 멀어지는 현실에 고통스러워하며

 

잠시나마 복잡한 세상을 회피하기 위해 환기도 잘 되지 않는 어두컴컴한 지하로 기어들어오는 것일 수도 있겠다.

 

간접흡연을 정말 싫어하지만, 이렇게 보니 PC방이 금연장소로 지정된건 참 아이러니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