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 한 마리


양이 두 마리


양이 세 마리, 양이...


검은 그림자가 끝없이 계속해서 속삭이고 있다.


그것은 잠으로 유혹하는 목소리가 아니다. 검은 그림자가 계속해서 속삭이고 있는 건 눈꺼풀을 덮고 땅에 와(臥)하고 있는 한 명의 소녀였다.


소녀의 눈꺼풀이 희미하게 움직인다. 끼익 끼익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열린 소녀의 눈은 검은 그림자를 발견했다. 그것은 양이었다.


털로 덮인 머리. 비틀린 뿔. 옆에 찌부러진 눈동자가 소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소녀는 숨을 삼키고 주위를 둘러 살피었다. 기억에 없는 풍경이었다. 모를 섬의 물가에 있으며 섬 중앙에는 험난한 산이 우뚝 서 있었다.


"이곳은 어디인가요?"


유리구슬처럼 무기질적인 양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소녀는 질문했다. 평범한 양이라면 말이 통할 리가 없다.


그렇지만 소녀는 굳이 눈앞에 있는 양에게 말을 걸었다. 눈을 감고 땅에 와(臥)하고 있었던 때에 속삭이던 것이 이 양이라 살피었던 것이다.


과연 무표정인 이 양은 목초를 뜯듯이 입을 움직이더니 마치 그 외양에서 상정(想定)도 할 수 없는 딱딱한 목소리로,


"플카토리오의 세계에 어서 오십시오" 하며 대답을 한 것이었다.


"플카토리오?" 소녀는 되묻는다. "그것은 이 섬 이름인가요"


양은 대답 없이 일어섰다. 와(臥)한 소녀에게는 검은 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사람의 발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것이었다.


소녀는 양을 따라 일어서려 하였다. 그러나 마음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여전히 굳어있는 몸을 보며 소녀는 비명을 질렀다.


소녀의 몸은 목인형(木人形)으로 변해 있었다. 옷이 가리지 못한 피부에는 나뭇결이 나타나 있고, 공장(工匠)에 의해 몇 번이고 윤을 내어진 듯 주르르 광택을 풀어 놓고 있었다.


팔꿈치나 무릎에는 목구(木球)가 끼워져, 그것이 관절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듯했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은 그것이 팔이나 넓적다리에 스쳐 있기 때문인 듯하였다.


눈을 떴을 제에 울렸던 삐걱거림은 자신의 몸에서 나는 소리였던 것이다.


"제 몸이 어떻게 된 거죠?" 소녀는 아직도 양에게 물었다. "그리고, 저는 도대체 누구인가요?"


"그것은 절로 밝혀질 것이겠지요." 대답을 한 것은 양이 아니었다. 소녀의 머리 위에는 어느새인가 천사가 날고 있었다.


"천사님, 그것은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가요?" 소녀는 공중을 나는 천사를 향해 말을 걸었다.


"먼저 여섯 가지 시련을 극복합시다." 천사는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전에 당신은 등심초를 허리에 두르고 얼굴을 씻어내야만 합니다. 에덴에 부름을 받기 위해서는 그것이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천사님" 소녀는 만족스럽게 움직이지 않는 몸을 채찍질하며 해안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얼굴을 씻고, 돋아 있는 등심초를 허리에 둘렀다.


그러자 어떠한 작용일는지 소녀는 삐걱거리던 몸이 가벼워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 가시지요. 플카토리오의 정상으로"


양의 모습을 한 남자가 목인형 소녀에 앞서 걸어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