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間 23
( 나무와 김 선생, 나 )
ㅡ 구광렬
머리에서 나무가 솟는다
엉겁결에 손바닥으로 정수리를 가린다
맞은 편 김 선생, 눈치채질 못하는지
묵묵히 밥을 먹는다
솔솔 흙냄새가 난다
김 선생, 여전히 눈치를 못 채는지
단무지를 살짝 깨문다
왼손바닥 바깥으로 나무가 삐죽 가지를 내민다
난 오른손바닥으로 구겨 넣으려 한다
눈치를 못 채는 김 선생,
나에게 입맛이 없냐고 묻는다
나무에 싹이 트기 시작한다
난 간지러워 어색한 웃음을 짓는다
김 선생의 눈동자에 나무가 비친다
입을 오물거릴 적마다 나뭇잎이 흔들린다
어디 아프냐고 김 선생, 걱정한다
난 열린 문으로 새들이 날아들까 불안해한다
풍성해진 나무를 구겨 넣는다
나무는 머릿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
ㅡ커피 한 잔 하고 가시지......
식당 주인은 나무를 궁금해하질 않는다
김 선생은 단무지 하나를 온전히 못 먹는다
나무는 가지를 뻗어 식당 문을 놓질 않는다
식당 주인은
ㅡ안녕히 가세요
나무를 모른 척해준다
밖으로 나오자, 거리의 사람들 인사를 한다
나무도 인사를 하니 내가 물구나무서버린다
새들이 돌아와 나무의 뿌리 속을 파고든다
나무의 머리 위에 낙엽이 쌓이고
김 선생의 아랫도리, 나무가 되지 않는다
네온 불 켜지고 길 건너 목욕탕 간판이 밝아진다
김 선생은 가로수가 못 되고, 난 여탕으로 들어가려 하고
나무는 남탕으로 들어가려 한다
2.
시 속의 화자는 시인이다. 시인은 첫 문장에서 자신의 머리를 토양으로 만든다. 그 위로 나무가 자란다. 시의 배경은 시야의 세계이다. 시인은 머리 위로 나무를 키우면서 세계를 바라본다. 모든 내용이 현실과 직결되어 있다. 이러한 시속 메커니즘은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며 앞일을 계획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나무가 자라는 머릿속 토양은 생각을 가리키고, 그 위로 자라난 나무는 계획이다. 그리고 죽죽죽죽죽 시 진행. 나무의 계획이 자라고 김 선생과 시인은 목욕탕에 들어간다. [김 선생은 가로수가 못 되고, 난 여탕으로 들어가려 하고 // 나무는 남탕으로 들어가려 한다] 이 말의 의미는 이러하다. 김 선생은 가로수(나무)가 되지 못했으니 그냥 앞사람의 뒤만 쫄쫄 쫓는 무계획자이고, 시인은 똥강아지 같은 친구를 데리고 여탕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그들의 나무는 실은 남탕을 향해 자라던 것이 아니었던가? 얼마나 치열하게 사는가가 우스워지는 순간이다. 머리 위로 바오밥 나무를 키운다하더라도 말이다. 우리 몸은 늘 중력에 못 이겨 휘청거릴 테니, 세상 일은 정말이지 자기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구광렬 시 좋더라.
응 이름 때문에 별로일 거 같았는데 그냥 좋더라
재밌다. 제각각 뻗는
할 일 더럽게 없을 때는 저런 장난이나 하는 게 좋기도